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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보다 시코쿠
김환.김자람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5년 5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결혼보다 시코쿠, 김환•김자람 지음, 브레인스토어
여행에 있어서는 플랜 A, 플랜 B, 플랜 C까지도 준비하는 계획형 인간 김자람님과 축구 해설가로 활동 중인 김환님은 마흔이 된 여전히 결혼은 아직인 오래된 커플이다. 20대 때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6개월 간 1회차 만남이 있었고, 2014년 부터 현재까지 장기연애를 하고 있으며 여행을 좋아해 종종 여행을 다닌다. 그들이 결혼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지인들의 결혼식에 다녀올 때 뿐이다. 우리도 결혼하자가 아니라 (쓸 데 없는) '결혼식은 안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전부이다. 아니 이제는 '결혼식은 안해'로 바뀌었다. 대신 그들이 선택한 건 결혼식이 아니라 2주간의 여행이다.
이 책에서는 이 커플이 함께 다녀온 일본 시코쿠 여행을 각자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침 6시면 일어나는 김자람님은 곤히 자고 있는 김환님을 깨우지 않고 혼자 아침 루틴을 즐기는 참 쿨한 커플이다.
일본여행하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를 떠 올리고, 근교인 요코하마, 고베, 교토, 나라, 유후인 정도가 생각난다. 요즘 대세는 일본 소도시다. 흔히 가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가 아닌 일본 도시로 가는 직항도 생겨나고 있고, 도쿄에서 배, 비행기,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가기도 한다.
사실 시코쿠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들어 보았다. ‘시코쿠’는 일본을 구성하는 4개 섬 중 가장 작은 섬이라고 한다. 이 커플은 시코쿠에서 가장 작은 현인 가가와현의 대표 도시이자 우동으로 유명한 다카마쓰를 시작으로, 올리브로 유명한 쇼도시마에도 가고, 아무 계획없이 있다가 강을 따라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옆동네 구라시키도 가고, 미술관과 볼거리가 많은 나오시마 등을 여행한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오래된 커플이 주는 안정감이 책 곳곳에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는 여행을 가면 가능하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직접 걸으며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숙소를 자주 옮기며 짐을 풀었다 쌌다를 반복해야해서 귀찮기도 하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 차안에서 시간낭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저자들도 최대한 이동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했단다. 현지에 스며들자고 하며,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고, 다카마쓰 주택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편의점에 가서 장을 본다. 매일 우동을 2번씩 먹을 수 있을거라 호언장담했지만 곧 우동이 물린다. 현지인도 그만큼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주일에 우동을 5그릇은 먹는다는 현지인들처럼 8일 동안 우동집 6곳을 돌아 보기도 한다. 내가 해 보고 싶었던 여행이라 이 책을 읽는 내내 대리만족이 되었다.

너무 요란스럽지 않게, 너무 여행 책자 같지 않게 쓰여진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사진은 무심한 듯 편안한 일본 소도시의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아주 가끔씩 풍경과 하나된 저자들의 모습을 담았고, 당시의 감정에 충실하게 에세이를 써 내려갔다. 2주 간의 여행이 한달이 되고, 반 년이 되고, 일년이 되면 한 평생 같이 하게 되겠지?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노부부처럼, '저자들도 서로의 장단점을 품어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상대방을 사랑하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되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