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
류여해 지음, 류예지 그림 / 실레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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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조금씩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엄마의 기억 그래도 인생이 내 눈에는 보였다."


이 책은 큰딸인 류여해님이 엄마를 추억하며 글을 쓰고, 막내딸인 류예지님이 그림을 그렸다. 자매가 같이 책을 낼 수 있다니 각자의 달란트가 너무 귀하게 느껴졌다. 작년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나서, 세남매가 의지가 많이 되었다. 티격태격 싸워도 화해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나와 작은언니도 그랬다. 엄마 장례식을 치르고 친정에서 둘이 자는데, 언니의 코고는 소리가 얼마나 위안이 되었던지......


저자의 어머니는 암, 치매를 앓으셨다. 특히 치매걸린 부모님을 모신 집에서는 힘든 내색을 못한다고 한다. 자칫하면 부모 흉이 될까봐, 불효가 될까봐라고 한다. 엄마와 치매 할머니를 돌보고 있는 유투버 롱롱TV에서도 가능하면 할머니의 좋은 모습만 담고 싶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치매 걸린 할머니의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치매가 걸린 할머니도 하루 2~3시간은 컨디션이 좋아 일상적인 대화도 가능해 고민상담도 해 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암이든, 치매이든 알아야 공감이 가능하기에, 저자는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간병, 죽음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일이기에......


나와 동갑인 이 책의 저자인 류여해님도 그랬다. 한국에 오면 '언제든'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엄마의 반찬을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에게 '언제든'이란 말을 없다. 엄마는 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았다. 우리 딸들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늘 그립고 그리운 존재.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존재, 엄마!


엄마는 우리집에 오시기로 한 전 날, 뺑소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지난 6월에 우리집에 오셨을 때 샐러드에 올려드린 무화과를 정말 맛있게 드셨다. 마트를 돌며 겨우 찾아낸 무화과 1kg.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와서 도저히 무화과를 먹을 수 없었다. 엄마 생각에 계속 눈물만 났다.

지난 주말에 대패삼겹살에 묵은지를 넣고 볶았다. 아들이 너무너무 맛있다며, '특히 김치'라고 말했다. 우리 식구는 아들, 나, 남편 할 것 없이 모두 엄마가 만든 묵은지를 좋아한다. 친정에 가면, 엄마는 2~3년동안 김치냉장고에서 잘 숙성시킨 묵은지를 내가 가져간 김치통 가득 담아 주셨다. 묵은지는 항상 내 차지이다. 언니가 달라고 했는데도 막내딸 거라며 안주시기도 하셨다. 2022년을 마지막으로 엄마는 김장을 안하셨고, 작년 가을에 소천하셔서, 이제 김치냉장고에는 묵은지 한통만 남아 있다.


장례식을 치르고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억이 잊혀지기 전에,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 써두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한 동질감이 들었고, 그래서 더 슬펐다. 우리 엄마도 저자의 어머니처럼 이메일을 보냈으면 좋았을 걸... 가계부와 성경필사는 열심히 하시지만, 이메일, 문자, 카톡은 별로 안 친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전화로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저자처럼 나도 좋은 일, 기쁜 일, 안좋은 일이 있을 때에도 전화를 했고, 부모님께 많은 것을 상의하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했었다. 3개월도 안되었는데 엄마랑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소천하시기 2주 전에 엄마랑 아스타국화 축제에 다녀왔다. 엄마와 둘이 찍은 셀카를 들여다 보니 내 눈이 엄마를 많이 닮았다. 나는 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내 얼굴에서 엄마가 보인다. 그래서 더 엄마가 그립다.


부모를 하늘에 보낸 모든 딸과 아들에게 토탁토닥을 보낸다는 저자의 말에 위로가 되었다.

우리 삼남대도 고생했어.

괜찮아. 최선을 다했어.

토탁토닥...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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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진 심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 의사가 추천하는 혼자 힘으로
고즈키 마사히로 지음, 명다인 옮김 / 청홍(지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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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진 심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고즈키 마사히로 지음, 청홍


"솔직한 마음으로 혼자 일하기 힘들다. 그런데 아무 말 않으니까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신경 써 주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나도 점점 나이가 들고 있다. 무리한 만큼 약해졌다."

"덕분에 겨우 회복했다.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드디어 원래로 돌아왔다. 아니, 잘못 생각했다. 그렇게 보일 뿐이다. 또 쓰러질까봐 지금은 최대한 일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약해진 심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의 첫 챕터인 '제 1장 약해진 심장도 혼자 힘으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에 써 있는 첫 내용이다. 여기서 나는 심장이고, 심장의 관점에서 쓰여져 있는 이야기인데 그냥 내 모습 같아 흠칫 놀랐다. 50대를 살아가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니 나 역시 힘들어하다가 쓰러진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책임감 때문에 나를 돌보지 못하고, 몸이 회복되면 다시 나를 혹사시키며 일을 했다. 심장이 말한 것처럼 그건 잘못 생각한 것 뿐이다. 그렇게 보였을 뿐이고, 버티어 내려고 안감힘을 쓰지만 위기가 찾아오고 쓰러진다.


나이들어 가장 무서운 게 돌연사(sudden death)가 아닐까? 전조 증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심각하게 여지지 않고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심장마비, 뇌졸중, 부정맥, 심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체크리스트에 6개가 체크되었다. 3개 이상인 사람은 지금보다 더 심장을 소중히 돌보아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재활(rehabilitation)은 병이 생긴 이후에 회복하기 위한 것을 말하지만, 심장 재활운동은 심장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병이 생기기 전에 시작해야 하는 훈련이자 생활습관개선이다.


심장재활의 기본은 식사, 생활습관, 운동이다. 어떤 질환이든 이 세가지는 기본이다. 이 책에서는 이 3가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일상생활을 하면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아주 사소하고 쉬운 것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적인 운동은 숨이 찰 정도를 권한다. 하지만 심장재활에서는 숨이 차는 증상을 위험 신호로 보기 때문에, 숨이 차기 직전에 멈춰야 한다. 부정맥이 없다면 맥박수와 심박수가 같으므로 운동하면서 나의 심박수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재활에서 가장 좋은 운동은 역시 유산소 운동이고, 가장 좋은 유산소 운동은 힘하게 걷기이다. 숨이 차지 않도록 힘차게 걷는 것이 좋고, 여러번 나누어서 30분을 걸어도 된다고 한다. 하루에 90분 이상 걷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터벅터벅 걷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말에 약간 충격 받았다.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슴을 펴고, 등을 곧게 세우고, 최대한 넓은 보폭으로, 활기차게 걸어보자!


매일 30분씩 혹은 일주일에 150분~180분을 걷는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사망율이 감소한다. 매일 한시간씩 운동한 사람은 30분 운동한 사람보다 사망률이 약 10% 감소한단다. 요즘 한동안 운동을 못하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30분~1시간씩 해야겠다 다짐해 본다.


PT 받을 때 한쪽 발로 서 있는 동작을 배운 적이 있다. 뭐 이런 걸 배우냐 싶었는데,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규지하며 서 있는 게 생각했던 것 보다 어려웠다. 단 1분만 한쪽 발로 서 있어도 뼈에 걸리는 부하가 53분 걸었을 때와 같다고 한다. 지면에서 발을 5cm만 띄어도 뼈 단련에는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직장에서 일할 때에나 집에서도 종종 해 봐야겠다.


심장의 노화는 20세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미 50대가 되었으니 나의 심장은 계속 늙어가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이 책에서 배운 내용들을 매일매일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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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Shakespeare, Memory of Sentences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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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Memory of Sentences Series 3)


"가장 유명한 고전은 모두가 알고 있어도 아무도 읽지 않는다. "

사실 나 역시 그랬다. 고전에 정말 좋은 문장과 말이 많은데 쉽사리 손이 가 지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멋진 말들이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책은 번역가이자 큐레이터 박예진님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재구성했다. 박예진 님은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들을 번역하신 분이기도 하고, <버지니아울프 문장의 기억>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엄선하여 스토리와 함께 명문장을 해석을 덧붙여 엮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사랑, 질투, 야망, 로맨스, 슬픔, 복수, 용서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상황과 감정들을 통해 인간 심리의 본질을 셰익스피어의 작품 14개와 인간심리 속 명대사, 명문장을 통해 소개고 있는 책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명문장, 명대사는 마법 같은 사랑과 운명 속으로, 로맨스 코미디의 서사, 각자의 정의에 대한 딜레마, 인간의 욕망과 권력에 대하여 라는 큰 주제로 나뉘어 있다. 십이야(Twelfth Night), 템페스트(The Tempest),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The Merry Wives of Windsor),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리어왕(King Lear), 오셀로(Othello), 맥베스(Macbeth), 햄릿(Hamlet) 등에 나오는 명대사는 영어와 한국말로 번갈아 가며 소개되어 있어서 원문에 충실하게 읽을 수 있었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가 세익스피어 작품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당대에는 인정을 못받거나 가난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셰익스피어는 1610년 은퇴 후 고향에 돌아와 대저택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1590년에서 1613년까지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서 17편의 희극과 10편의 비극, 10편의 역사극을 썼다. 30~40대의 젊은 나이에 인생의 고뇌와 인간의 삶에 대한 수많은 명작을 집필하였으니 역시 타고난 천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616년 4월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셰익스피어의 대부분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살아있을 때에도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를 왜 이렇게 자랑스러워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명성대로 타고난 언어 구사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요즘처럼 글쓰기를 잘 하지 않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잘 쓰지 못한다. 짧게 댓글은 달거나 주절주절 논점 없이 글을 이어나갈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장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명문장들을 한 문장 한 문장 필사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만년필로 정성스레 쓰다보면 내 마음도 위로가 되고 편안해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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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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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모모

<49일의 레시피>는 종이책으로 출간된 후, 2013년 NHK 드라마, 동명의 영화<49일의 레시피 Mourning Recipe>로제작되었던 화제성,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설이라고 한다. 10여년 만에 재출간되어 이번에 읽을 수 있었다. 49제 대신 연회를 준비하면서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은 책이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약 2개월 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아쓰다 료헤이는 낚시를 간다고 하자, 아내 오토미가 고로케 샌드위치 도시락을 준비해 주었다. 그런데 도시락 주머니가 소스로 얼룩져 있어서 순간 버럭 화를 내며 도시락을 두고 갔는데, 그 후 수시간 뒤에 집에 혼자 있던 아내는 심장발작으로 죽게 된다. 아내가 죽은 후 료헤이는 쓸쓸한 얼굴로 도시락을 안고 있던 아내 얼굴을 떠올리며, 아내가 해 준 음식이 다 맛있었는데 요리를 제대로 칭찬한 적이 없었음을 깨닫는다. 경비일을 한 탓에 목소리 큰 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거지 나쁜 뜻은 없었는데 말이다. 우린 항상 그렇다. 있을 때는 잘 해주지 못하다가 떠나보내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아내가 죽고 2주동안 료헤이는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않고 집은 엉망인 채로 지내고 있었다. 오토미는 슬픔에 빠져 남편이 아무것도 못하고 지낼 줄 알았던 걸까? 자신에게 배웠던 이모토에게 미리 49일치 돈을 주고 남편을 돌봐달라고 부탁했고, 이모토는 료헤이를 챙기기 시작한다. 이 책에는 오토미가 평소에 지병이 있었는지 나와 있지 않다.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어떻게 이 모든 걸 준비할 수 있었을까?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빠진 가족들이 엄마의 유언에 따라 49제 대신 한바탕 춤추며 웃으면서 연회를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오토미가 정성스럽게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만든 레시피를 보며 집안일도 배우고, 요리도 배워가면서 슬픔이 천천히 치유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오토미는 리본(rebone)이라는 단체에서 그림편지를 가치르치는 자원봉사를 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실상은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힘들게 살아온 아이들에게 부모에게 배웠어야 할 사소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쳤던 것이다. 나중에 이 아이들을 통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다. 속옷 입는 법, 음식을 만들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방법,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며 이제 자신감 가지고 살게 되었다는 아이들이 오토미의 49제에 찾아와 함께 오토미를 추억한다.

나도 올해 부모님을 모두 잃어 2번의 상을 치뤘는데 경황도 없고 슬픔을 제대로 씻어내지도 못했다. 아빠가 소천하시고 엄마에게 매일 2~3번씩 전화를 드리며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엄마 마저 없으니 세상이 없어진 듯 어떻게 할 지를 모르며 지냈었다. '옴마의 발자국'이라며 고인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 고인의 연대표를 만들고 사진을 붙이고 추억하며, 함께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리본(rebone)에서 오토미에게 배웠던 아이는 오토미의 레시피대로 고로케 샌드위치를 만들어 온다. 모두들 오토미의 솜씨 그대로라며 그 맛을 음미한다. 엄마 소천하신지 2개월이 지났는데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이 벌써부터 그립다. 오토미처럼 우리의 엄마의 레시피가 남겨져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미는 남편과 딸에게 뿐만 아니라 리본에 살았던 아이들에게 정성껏 그림 일러스트가 그려진 레시피를 선물했다. 거기에는 아이들의 출생과 그 당시 있었던 중요한 사건, 이슈들도 함께 있었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으니 모두들 오토미를 좋게 기억하며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료헤이는 49일간 함께 하며 도와주었던 이모토, 하루미를 보내고, 남편이 바람나 이혼하려 했던 딸을 도쿄로 돌려보내고 난 후 강에 빠져 자살하려 했지만 정신차리고 집으로 간심히 돌아와 따뜻한 난로가 있는 고타쓰로 쏘옥 들어 간다. 부엌에서는 맛있는 음식냄새가 났고, 부옇게 된 유리문에 큰 하트가 그려져 있고 한 가운데 'OTOMI'라고 적혀 있었다. 료헤이가 본 것은 환상이었을까? 늘 곁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며 자신을 챙겨 주었던 아내가 떠 올랐던 것일까?

료헤이가 혼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아내가 남긴 레시피를 완벽히 마스터한 덕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냈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어찌되었던 잘 살아서 남은 생을 꾸려 나가야 한다. 먼저 간 가족이 남아있는 가족에게 바라는 것도 그러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중에 먼 훗날 천국에서 우리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리라 소망하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아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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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 덕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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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덕주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순례길을 걷는 것은 종교의 힘이 아니고서는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에세이나 영상을 보면,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팅팅 붓는 것은 다반사이고,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 티베트 사람들은 신의 땅, 성지 라싸의 조캉사원과 성산 카일라스로 순례를 떠나는 것을 평생 소원으로 여긴다고 한다. 수백 수천 km에 달하는 순례길을 삼보일배 혹은 온몸을 던져 절하는 오체투지를 하며 몇달 혹은 몇 년이 걸리는 힘든 고행이 평생 소원이라니!


저자는 서문에서 순례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서부터 설명하고 있다. 순례는 예를 갖춰 의미있는 곳을 돌아보는 행위를 총칭하는 단어이다. 이 말에는 물이 흘러가듯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는 순행이라는 뜻도 포함된다고 한다. 육체적 고행은 내면으로의 집중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 궁극적으로는 삶의 열정으로 충만한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니, 산티아고 순례길 만이 아니라 나를 되찾기위한 순례길이 대한민국의 그 어디쯤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하루 10km 이상씩 걷는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낯선 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흥미롭고 신기해서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돌아본다. 동네 호수공원을 산책하거나, 점심식사 후 회사근처를 걷는 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다. 이 책에서는 50개의 순례길이 소개되어 있다. 종교, 역사, 녹색, 마을이라는 주제로 순례길의 의미를 부여해서 순례자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걷는다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부여되니 걷는 것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각 순례길을 소개하는 첫장에 고행의 크기를 발걸음 수, 총 소요시간, 고강도 운동 시간으로 표현해 놓았다. 예를 들어 한탄강 물윗길은 모두 12,636보를 걷게되는 길로, 2시간 35분이 소요되고, 6분간의 고강도 운동 구간이 포함된 여정이라고 소개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티베트 성지 라싸의 조캉사원과 성산 카일라스의 순례길처럼 고되고 어려운 길이 아니니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게다가 문화관광해설사, 공원해설사, 자연환경해설사, 숲해설자, 마을해설사들과 동행하며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 탐방가이드라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고, 순례길을 가기위한 교통편, 주의 음식점까지도 소개되어 있어서 지금 당장 순례길을 가 보고 싶고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갈때는 걸어가고 올때는 유람선을 탈 수도 있는 가까운 산막이옛길부터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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