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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99세
산조 미와 지음, 오시연 옮김 / 지상사 / 2024년 12월
평점 :

혼자 살면서 99세, 산조 미와 지음, 지상사
처음 이 책 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사별하고 자식들을 다 분가시키고 홈자 살게 되었을 때 외로워하지 말고 자조적으로 본능에 따라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보라는 내용의 책이라 오해했다. 이 책의 저자인 산조 미와 님은 1925년에 태어난 분으로 99세지만 몸은 30대라 생각하는 의사이다. 98세였던 2022년까지 40년 가까이 주5일 환자를 보는 의사로 일하며 병원장으로 지냈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는 인생 모토를 가지고 사는 혼자 사는 삶을 즐기는 분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그녀를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닐 거라며 '마녀'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단다.
혼자 사는 삶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맛보면 그만 둘 수 없어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자기 자신만 생가하면 되니 얼마나 편할까... 조금만 더 자고 싶고 쉬고 싶은 주말에도 어김없이 새벽에 깨서 어린 아이를 챙기고 공원, 놀이동산, 박물관, 체험학습장을 다녔다. 아이가 클 때까지 내 삶은 없었던 것 같다.
평생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살다가 혼자 남게 된 엄마는 자신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만사가 귀찮아 싯사도 제대로 안챙기고 대충 먹고, 한동안은 잠만 주무셨다. 엄마가 걱정되고 불안했던 우리는 규칙적인 생활, 운동, 건강한 식사가 중요하다며 엄마를 닥달했다.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엄마가 8개월만에 아빠 계신 천국으로 그렇게 빨리 가실 줄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지켜보며 스트레스 주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드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100년 가까이 혼자 살다보니 혼자 살기의 달인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평생 싱글로 살아왔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임ㅅ고, 전화를 하거나 만나기도 하면서 살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원래 인간은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가는 건데, 평생 같이 살다가 홀로 남게 되면 고독함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법'을 몰라 고독해 하는 것일 것이다.

저자는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매일 손수 요리를 한다. 쇠고기는 더 세상 가서도 먹고 싶다며, 쇠고기 요리를 하기 전에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난단다. 좀더 자렴한 자투리 쇠고기를 사 와서 굽거나 대파,두부, 배추를 넣고 설탕과 간장을 넣고 스키야끼처럼 조려 먹는다고 한다. 채소도 좋아해서 냉장고에는 항상 채소가 가득 있고, 식탁에는 채소조림이나 샐러드가 늘 놓여있다고 한다. 흔한 영양제 한 번 안 먹으면서도 건강한 이유는 건강한 식습관 덕인 것 같다.
그녀는 카레라이스, 치킨라이스를 넉넉하게 만들어 극단 운영을 도와주는 74세의 첫 제자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혼밥하는 사람은 수명이 짧아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즐겁게 요리하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으니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 한끼는 즐겁게 요리해서 먹고, 간편함을 추구하려 시판 도시락이나 라면을 먹기도 한다. 커피나 홍차를 손수 끓이는 시간이 아까워 집에서는 인스턴트 커피만 마신단다. 홍자 티백을 우리는 시간도 아까워 홍차는 외출했을 때만 마신단다.
젊었을 때에는 의사와 연극을 병행하는라 늘 수면부족이었고, 지금은 새벽4시까지 독러릉 하거나 원고와 극본을 쓰고 5~6시간 잔다고 한다. 100년 정도 살았으니 느긋한 삶을 살며 여유롭게 살고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을 쪼개어 알차게 삶을 즐기고 있다는데 놀랐다.
저자는남존여비가 심했던 시절을 살았을 때에도 시대에 맞서지 않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그때그때의 스트레스를 흘러버리며 살았다고 한다. 끙끙 곱씹었더라면 스크레스가 쌓여 위에 구멍이 났을 거라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를 잘 했다고 한다. 나는 건겅검진을 하면 늘 위궤양이 있었고 늘 예민하게 살았다. 그러니 만성 스트레스에 암에도 걸렸도 뇌가 과부하 상태가 되었겠지. 저자처럼 살아 있기에 아픔도 경험하는 거라며 쿨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녀가 운영하던 병원은 없어졌지만 의사 면허가 없어진 것은 아니기에 옛 환자들의 전화 상담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연극을 하고 극단도 운영한다. 집에서 병원까지 도보 20분 거리이어서 평생 걸어다녔다고 한다. 적당히 걷고 운동하니 자연스레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잘때 입 안에 볼 안쪽으로 눈깔사탕을 집어 넣고 자는데 달달함을 맛보며 잠드는 때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단다. 모든 이가 의치가 되었지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너무 건강에 연연하지 않는 생활을 고수하니 스트레스 없이 오래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는 것을 평생 실천하느라 건강에 연연하며 사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사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멋지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