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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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컬러애 물들다(Pink Flamingos and the Yellow Pages),

밥 햄블리(Bob Hambly) 지음, 리드리드출판사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즐겁다. 이 책의 저자는 뉴욕타임스, 타임 지 등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색이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보며 색과 관련된 이론과 이야기, 색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새로운 걸 알게 되니 즐거웠고,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인지라 신기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거라 아! 그렇구나!" 감탄사만 자아냈다.


안료는 식물, 벌레, 광물 등에서 얻는데, 가장 특이한 재료는 인간 미라와 고양이 미라를 곱게 간 후에 특수 결합제를 섞어 만든 신비한 갈색 머미브였다고 한다. 하버드 색깔연구소가 있어 2500여개 안료 표본이 전시되어 있고 그림의 재료를 정밀하게 분석하는데 이용되는데,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작품에 쓴 안료가 잭슨 폴록이 사망하고 난 이후에 만들어 진것이어서 위작임을 증명하는데 이용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빨강색은 고귀한 사람 혹은 왕의 의복에만 사용하는 색 정도로 알고 있었다. 빨강은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코치닐(cochinel) 색소가 유명한데 착색력이 우수하였으나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만이 이 염료를 살 수 있었고, 왕족, 귀족, 성직자의 옷에만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8세기 후반 연간 투입된 연지벌레가 천억 마리에 달한다고 하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영화관이나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가면 의자가 빨간색인데, 그냥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빨강색 벨벳 느낌을 연출한 거라 생각했었다. 영화관 좌석이 빨간색인 이유는 인간의 눈이 어두운 곳에서 짙은 빨간색을 잘 보지 못하고, 조명을 껐을 때 공간을 더 어둡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스크린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주 담배의 25%는 크기와 무관하게 팬톤 448C를 사용한다고 한다. 포장 정책을 바꾸고 난 이후 흡연자 수가 11만 8천명 가량 줄어들었다고 하니, 흡연자의 호감에도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호감을 주는 색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개그맨들이나 연극배우들 중에 얼굴에 회분칠을 너무 진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어릴 때만 해도, 개그맨들이 매직으로 눈썹을 진하게 그려 우스꽝스러운 연출을 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1939년 제작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 나무꾼 역을 맡았던 버디 엡슨은 촬영 시작한지 9일만에 심한 근육 경련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는데, 얼굴 분장에 사용된 은색의 알루미늄 가루 때문이었다고 한다. 알루미늄이 피부 속으로 침투해서 중독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대 때 직장동료들과 마케팅 공부하면서 컬러마케팅에 대해서 공부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 올라 기분이 좋았다. 내가 모르고 살았던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색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매력에 흠뻑 빠져보고 싶은 분이라면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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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 - 최고 스타강사의 상대를 사로잡는 말하기 비법_공략편
장신웨 지음, 하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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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 장신웨 지음, 리드리드출판

"똑똑한 사람은 실오라기로도 코끼리를 파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천 근 망치로 파리를 잡는다"

말하기, 소통에 대해 늘 고민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고의 스타강사에게 배우는 상대방을 사로잡는 말하기 비법이라는 카피 문구가 와 닿았다. 이 책의 저자인 장신웨 님은 베이징 사범대학 교육심리하과를 졸업하고, 경영 컨설턴트 겸 전문 트레이너이자 심리 자문가로 활동 중이다. 특이한 것은 세계의학교육연맨(WME)에서 소통코치 인증을 받은 거 외에도 국제 최면술사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문화, 사원 심리 솔루션 탐구, 서양 심리학 기술과 동양 조직문화의 융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교육 및 인사관리 컨설팅을 하고 있는 분니다.

<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은 크게 2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Part 1에서는 너와 나의 거리 좁히기라는 주제로, 7가지 공략을 제시하고 있고, part 2에서는 저확하게 표현하기라는 주제로, 7가지 공략을 제시하고 있다.

상대방과 거리를 좁히는 방법 중 유형별 대화스타일은 특히 유용하게 느껴졌다. 추진형은 사람들은 우물쭈물하고 행동이 느린 사람을 싫어하고,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사람을 경계하고 질서나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근에 나의 보스가 팀원들에게 나에 대한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서 조금 놀랐다. "살갑지 않은 추진형 상사의 태도에 예민해할 필요가 없다. 엄격하거나 매서운 문위기에 주눅 들거나 압도당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단지 정확한 정보에 근거를 두고 말하는 사람일 뿐이다. 할말이 있다면 둘러대지 말고 정확한 사실만 분명하게 이야기하자. 그가 당신에게 명확한 대답을 해줄 것이다."

은둔형이면서 내향적 사람에 대해 읽을 때에는 누군가가 떠 올랐다. 그들은 매사에 신중하고, 질문을 받아야만 자기 생각을 말하고, 대화 시 조곤고존 조리있게 말한다고 한다. "은둔형 부하직원은 깅한 소속감을 원하므로 그들의 감정을 알아주고 관심을 보이자. 무리에서 눈에 잘 띄지 않아 소외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실제로 내 팀원이 그랬던터라 더 집중해서 읽었다. "그들과 대화할 때는 말의 속도를 낮추고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당신의 감정과 관심을 먼저 표현하고, 그들이 말하도록 격려하고, 소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들의 의사결정을 도와주고, 이견이 있을 때 감정적인 각도에서 많이 생각하고 말하기!" 나와 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기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욱하는 성격인 터라, "공량 4. 욱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도 매우 유용했다. 또한 만나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언제나 대화가 맞지 않는 사람 때문에 자기 감정이 불편해지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대면보다는 전화, 이메일, 메신저를 통한 대화 추천한다고 했는데, 정말 동의한다. 상황을 풀어보겠다고 커피를 사기도 하고, 말도 부드럽게 하고, 간 쓸개 다 빼놓고 온갖 아양을 떨어보았지만 그때 뿐이었다. 이런 사람들과는 딱 해야할 말만 하는 것이 훨씬 이롭다.

마지막으로 공략 13의 예의와 바른말 사이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말은 바로해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바른말은 감정을 공유하는 말이 아니며,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문제는 본인이 그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때로는 반대의견이 매우 필요하고, 그 의견으로 조직원들이 헛수고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바른말을 예의있게 잘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상대방이 기분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상대방이 실행할 준비가 덜 되어 있으면 조금 더 기다려주고, 기회를 잘 봐서 꼭 얘기하고, 그래도 참지 못하겠다면 진심을 담아 말하기!" 명심해야겠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잘 설득하여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어면서 내가 아무리 유창하게 말을 잘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공감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말하기는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다. 정확하게 표현하고, 정확하게 대화하도록 연습해야겠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말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은 분들은 꼭 한 번 읽어 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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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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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이 책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역사에 맞써 싸운25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들의 삶을 보며 왜 그들이 저렇게까지 했을까 의아해하면서도 숙연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특히 일제시대와 격동기의 근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을미대 지붕에 올라간 노동자 #강주룡

관상용 꽃이 되기를 거부한 사상기생 #정칠성

위안부의 참상을 최초 공개 증언한 #김학순

늘 시기상조 취급받았던 최초 여성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 #이태영

가장 뜨거운 이름 한진중공업 복직투쟁 노동자 #김진숙

크리스마스 씰의 기원이 된 한국 최초 여의사 #김정동 #에스더박

서른넷 비행학교에 입학한 조선 최초 비행사 #서왈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박열 #가네코 커플

책읽기의 효용, 교양 네트워크 구축한 마을문고 창시자 #엄대섭

동아일보 해직기자에서 한겨레 창간 주역 #조성숙

담쟁이덩굴 가득한 종로 공간 space 설계한 #김수근

무진기행 천재작가 #김승옥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나키즘(Anarchism)을 추구하는 아나키스트들은 그저 무정부주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자유연애, 러시아에서 유학하며 혁명가적 삶을 살다가 무정부주의를 꿈꾸고, 종국에는 월북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60~70년대 뿐만 아니라 최근 까지도 그들의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기도 했었다. 이후에야 그들의 공적이 인정된 사람도 있지만, 소위 빨갱이들에게 왜 훈장을 수여하는지 반발이 많았다.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도 반일,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주인공의 가족 중에는 친일 성격이 강해 고위 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충분히 뒤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내 눈에는 아나키스트들이 먹고 살기 힘든 시대를 살았던 그 당시의 사람들과 달리 새로운 사상, 이상적인 것을 꿈꾸었다고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심훈의 장편소서 동방의 애인의 주인공인 강세정과 김동렬의 실제모델인 주세죽과 박헌영, 관상용 꽃이 되기를 거부했던 화류계의 기생 정칠성, 일본 천황 암살을 시도했던 박열, 급진 여성 해방주의자 허정숙, 고명자의 삶을 보니 내가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국가든, 사회든, 종교든, 군대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것들과 맞써 싸웠다. 손가락을 자르기도 하고, 자신의 딸을 보육원에 맡기기도 하도, 연구와 진료를 하느라 나를 돌볼 틈도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안전한 삶의 방식이 선호되는 시대이다.

훗날 이불킥 할 일을 최소화하는 삶의 패턴이

가장 이성적인 인간형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어느새 꿈과 이성을 뒤로 미뤄두며

유예와 포기의 알리바이만을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게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저어하거나

좋고 나쁨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미룬다.

조직의 지배적인 분위기에 순종하고,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모순은 외면하며,

개인의 역량만을 키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자위한다.

기득권자를 비판하기보다 부러워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세상은 단순하고 명쾌한 삶의 규칙을

끝까지 지켜낼 줄 아는 동시에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간관계도

깊이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

말도 안되는 세상에서 세상을 바꾸기를 꿈꾸며 행동에 옮긴 25명의 20세기 근현대 한국사를 읽으며 먹먹하면서도 뭉클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나키스트인가 아닌가가 아니었고, 가장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 혹은 의사, 교수, 학자, 그 무엇이었던 그들을 싸우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들의 삶을 현재 대한민국의 체제와 자본주의의 질서라는 잣대를 놓고, 위험하고 불순한 사상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폄하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있었기에 다양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현재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아야할지 나의 삶의 이유, 존재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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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 - 네덜란드의 탄력근무제에 깃든 삶의 철학
린자오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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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 린자오이, 행복한북클럽

20여년 전, 형부가 네덜란드에서 유학생활을 해서 온 가족이 네덜란드에 간 적이 있다. 아이를 대여섯 명 낳아서 키우는 것도 신기했고, 일찍 퇴근한 남편이 하루 종일 집안 일을 하느라 고생한 아내를 대신해 저녁을 하고, 설거지와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기까지 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경상도 남자인 우리 형부도 그 영향을 받아 네덜란드에서는 여느 네덜란드 남자들처럼 했었다. 수입이 많을수록 세금을 내는 비율이 더 많은 나라,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집을 사기 위해 애를 쓰지 않는 나라... 20대 중반에 본 네덜란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50대가 되면서 네덜란드의 탄력 근무제에 깃든 삶의 철학 <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린자오이는 대만에서 태어나 타이완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네덜란드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그 곳에서 직장을 가지고, 네덜란드 남자를 만다 결혼하고 딸을 낳고,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 그녀가 자란 대만과 네덜란드의 극명한 차이를 내가 20대에 보았던 것처럼 보고 느끼며 이 책을 썼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적게 일하는 나라라고 한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전 오후 15분 휴게시간, 짧은 점심시간 외에 직장에 있는 동안에 잡담,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인터넷으로 딴 짓을 하는 일이 없다. 루즈하게 일하고 야근하는 대만의 직장인 문화와는 딴 판이었을 거다.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루즈하게 딴 짓 다하며 설렁설렁 일하다 자신있게 칼퇴하거나, 눈치보느라 퇴근 못하는 중간 관리자들을 생각하면 재미있다. 어쨌든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렇게 늦게 까지 일하면 언제 아이들과 놀아주고 대화하고 소통하냐?"고 의아해 한단다. 네덜란드에서는 주택 구입 부담이 적고, 자녀들에게 무리해서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지 않고, 명품에 집착하지 않고, 대부분 상점은 저녁 6시에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재산 축적에 큰 의의를 두지 않고 은퇴 후에는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처럼 죽기살기로 일할 이유가 없다. 돈은 쓸 만큼 벌면 되는 것이니, 물욕과 허영심을 줄인다면, 돈을 벌기위해 삶의 질을 포기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된다.

네덜란드는 평등한 조직 문화이다. 주종관계가 분명한 동양권 나라들과는 매우 다르다. 직위가 높거나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내가 윗 사람이니 내 말을 들으라"고 하면 거센 항의를 받는 문화라고 한다. 심지어 월급을 주는 사장이라도 권위적인 태도로 지시하면 "그래. 당신이 내 사장이야. 그래서 뭐? 뭐가 그리 대단해?"라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네덜란드 특유의 솔직함과 언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은 경영자에게도 통하는 것이다. 오히려 직원들이 솔직하게 말해주기를 좋아하고 용감하게 비판하는 민족성을 충분히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한단다. 카리스마가 강하거나 주종관계가 강한 조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괜히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찍히기 십상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실제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딱 시키는 것만 하려고 든다. 괜히 열심히 의욕적으로 일했다가 윗사람에게 공격을 받거나 일복이 터져 내가 책임져야 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니, 입다물고 경청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것저것 다 할 줄 아는 사람, 무슨 일이든 갖다 놓으면 다 해내는 사람을 선호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시간"은 매우 중요한 비용이며, 유일한 자원이기에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고, 그외 다른 일은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고 한다. 직원들도 상사가 업무 이외의 일을 시키면 "그럴 시간이 없다" 혹은 "그건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 잘 해내지 못할 것예요. 다른 사람이나 업체에 맡기는 게 어때요?"라고 확실하게 얘기한다고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너무 부러웠다. 우리는 무조건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야 한다. 넓은 포용력 혹은 오지랖으로 내 업무에 무관한 일까지 열심히 처리해도 정작 내 일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하면 무능한 직원으로 폄하된다. 내 일, 네 일 할 것 없이 뭐든 시키는 대로 다 잘해야 능력있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심지어 진심으로 동료의 일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해도 먼저 동료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전에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이건 내 일인데, 왜 끼어드는 거야? 네 일이나 열심히 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한다. 분업과 협력의 경계를 잘 지킬 필요가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나 혼자 다 해버리겠다가 어찌보면 멀티태스킹이다. 분업의 또다른 의미를 전문가를 존중한다는 뜻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네덜란드에서는 1년에 두 번씩 2주간 휴가를 떠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동료가 휴가 간 동안 동료의 일을 대신 해주면서 다음에는 내가 휴가 갔을 때 동료가 내 일을 맡아주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근로 시간이 너무 길다면 다른 기회나 선택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는 저자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 매월 한 번 이상은 일요일에 세미나가 있고, 어떤 때는 토요일이나 늦은 밤에도 교육일정이 잡힌다. 남들은 쉬는 시간인데 나는 일을 했는데, 남들과 똑 같이 출근을 한다. 공기관에서 일할 때는 야근 수당이라도 받았는데, 지금은 무보수다. 제대로 쉬지 못하니 피로가 늘 축적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휴가가 필요하다 쉬고 싶다고 해도, 당장 내 일을 대신 해 줄 동료가 없다. 그게 문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일을 하는 목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일이 좋아서 하고는 있지만, 건강, 가족, 자아실현도 중요하다. 돈이 목표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내가 나를 혹은 회사가 나를 혹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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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후, 건강을 결정하는 7가지 습관 - 이제 내 몸에 좋은 것을 더 많이 할 시간
프랭크 리프먼.대니엘 클라로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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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rules of aging well

중년 이후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있다. 기대수명이 100세가 되어가는 시대에 살다보니, 어떻게 나이 들어가느냐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 피부에 더 와 닿는 말이 되었다. 이 책은 기능의학, 통합의료 전문가인 프랭크 리프먼(Frank Lipman, M.D.)과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인 대니엘 클라로(Daniele Claro)가 쓴 책이다. 프랭크 리프먼은 30년 넘게 뉴욕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환자들이 나이가 들어서 당연히 생기는 증상이라고 가정하고 환자들이 자기를 찾아온다고 한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가고, 몸이 부어 있고, 이런저런 통증에 시달리는 등 늘 몸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증상들은 조치를 취하라는 신호라고 한다. 당장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생활방식을 개선한 환자들은 즉각적인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서문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나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까 방법이 궁금해졌다. 이 책은 50 이후, 건강을 결정하는 7가지 습관을 기본원칙, 간단한 변화, 어떻게 먹을 것인가, 운동과 휴식, 웰니스 심화법, 생활방식의 숨은 비밀, 내면의 건강으로 크게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한참을 읽다 보니, 요즘 내가 시도하고 있는 것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깜짝 놀랐다. 스트레칭, 폼롤러를 이용한 근막이완은 요즘 PT 샘이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운동을 하기 싫은 날에는 폼롤로가 근막이완, 스트레칭이라도 하라고 할 정도다. 폼롤러로 근막을 이완시키다 보니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어, 집에서도 텔레비전 보면서 폼롤러를 꾸준히 사용해 볼 작정이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지만, 고등학교 이후로는 피아노를 칠 시간이 없었다. 얼마전 부터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하농으로 열심히 손가락 연습을 하고 있다. 그냥 집에서 놀고 있는 피아노를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취미삼아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탁월한 선택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섬세한 동작을 하는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섬세한 동작에 관해 생각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하면서, 타이핑, 요리, 악기 연주, 정원 손질, 점토 공작, 뜨개질, 종이접기 등 여러가지 섬세한 동작을 혼합하면 손의 민첩한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뇌와 신체의 여러 부분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이 건강하게 나이 드는 데 핵심 요소라고 하니 다양한 활동, 움직임 뿐 아니라 섬세한 동작도 꾸준히 해야겠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하게 유지해서 면역력을 높이고, 마그네슘 챙겨먹어야겠다. 예민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원인 중 하나가 마그네슘 부족이라고 한다. 수면장애로 한동안 힘들었는데, 얼마전 침실에 암막커튼을 달았는데 이또한 저자가 추천하는 거사. 이 책을 읽으며, 나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위로가 되었다. "이제 내 몸에 좋은 것을 더 많이 할 시간"이라는 말이 너무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 나를 더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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