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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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이 책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역사에 맞써 싸운25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들의 삶을 보며 왜 그들이 저렇게까지 했을까 의아해하면서도 숙연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특히 일제시대와 격동기의 근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을미대 지붕에 올라간 노동자 #강주룡

관상용 꽃이 되기를 거부한 사상기생 #정칠성

위안부의 참상을 최초 공개 증언한 #김학순

늘 시기상조 취급받았던 최초 여성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 #이태영

가장 뜨거운 이름 한진중공업 복직투쟁 노동자 #김진숙

크리스마스 씰의 기원이 된 한국 최초 여의사 #김정동 #에스더박

서른넷 비행학교에 입학한 조선 최초 비행사 #서왈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박열 #가네코 커플

책읽기의 효용, 교양 네트워크 구축한 마을문고 창시자 #엄대섭

동아일보 해직기자에서 한겨레 창간 주역 #조성숙

담쟁이덩굴 가득한 종로 공간 space 설계한 #김수근

무진기행 천재작가 #김승옥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나키즘(Anarchism)을 추구하는 아나키스트들은 그저 무정부주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자유연애, 러시아에서 유학하며 혁명가적 삶을 살다가 무정부주의를 꿈꾸고, 종국에는 월북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60~70년대 뿐만 아니라 최근 까지도 그들의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기도 했었다. 이후에야 그들의 공적이 인정된 사람도 있지만, 소위 빨갱이들에게 왜 훈장을 수여하는지 반발이 많았다.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도 반일,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주인공의 가족 중에는 친일 성격이 강해 고위 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충분히 뒤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내 눈에는 아나키스트들이 먹고 살기 힘든 시대를 살았던 그 당시의 사람들과 달리 새로운 사상, 이상적인 것을 꿈꾸었다고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심훈의 장편소서 동방의 애인의 주인공인 강세정과 김동렬의 실제모델인 주세죽과 박헌영, 관상용 꽃이 되기를 거부했던 화류계의 기생 정칠성, 일본 천황 암살을 시도했던 박열, 급진 여성 해방주의자 허정숙, 고명자의 삶을 보니 내가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국가든, 사회든, 종교든, 군대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것들과 맞써 싸웠다. 손가락을 자르기도 하고, 자신의 딸을 보육원에 맡기기도 하도, 연구와 진료를 하느라 나를 돌볼 틈도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안전한 삶의 방식이 선호되는 시대이다.

훗날 이불킥 할 일을 최소화하는 삶의 패턴이

가장 이성적인 인간형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어느새 꿈과 이성을 뒤로 미뤄두며

유예와 포기의 알리바이만을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게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저어하거나

좋고 나쁨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미룬다.

조직의 지배적인 분위기에 순종하고,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모순은 외면하며,

개인의 역량만을 키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자위한다.

기득권자를 비판하기보다 부러워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세상은 단순하고 명쾌한 삶의 규칙을

끝까지 지켜낼 줄 아는 동시에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간관계도

깊이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

말도 안되는 세상에서 세상을 바꾸기를 꿈꾸며 행동에 옮긴 25명의 20세기 근현대 한국사를 읽으며 먹먹하면서도 뭉클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나키스트인가 아닌가가 아니었고, 가장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 혹은 의사, 교수, 학자, 그 무엇이었던 그들을 싸우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들의 삶을 현재 대한민국의 체제와 자본주의의 질서라는 잣대를 놓고, 위험하고 불순한 사상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폄하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있었기에 다양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현재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아야할지 나의 삶의 이유, 존재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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