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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을 생각한다
모리카와 아키라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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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톡 감청 이슈로 시끌시끌한 와중에 주변에서는 카톡의 대체수단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나도 한때는 잠깐 텔레그램을 깔았었는데, 카톡만큼 보편화가 되어있지 않다보니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결국 카톡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지만 여전히 찜찜한 기분을 떨쳐낼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메신저 '라인'이 보다 더 보편화되지 않은 현실이 참 안타깝다.
 몇 년 전부터 라인과 카톡을 병행하며 사용하고 있었는데, 라인이라는 서비스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 비해 폭넓은 스티커의 종류, 유저가 직접 스티커를 만들 수 있는 스티커, 카카오스토리처럼 따로 SNS를 깔지 않아도 라인 어플 내에서 사용 가능한 미니 홈페이지. 이러한 기능들이 매번 조금씩 업데이트 될 때마다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는 라인이 왜 그렇게 끊임없는 발전을 이루어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단 한번도 현실에 만족하며 안주한 적이 없었다.


 심플을 생각한다는 제목처럼 책의 내지구성 또한 심플했기 때문에 읽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사실이 두 가지 있었는데, 우선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분위기가 굉장히 신선했다.
 어릴적부터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회사를 접하게 된다. 비현실적이면서도 멀게는 TV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의 매체를 통해. 자라면서는 인턴이나 현장체험 등 가까운 곳에서 직접 목격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접하는 모든 경우에서, 회사는 굉장히 경직적인 집단이었다. 무조건 상사의 말에 따라야 하고, 개인의 출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그러나 저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개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며,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아내는 굉장히 이상적인 조직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어떤 형태인지를 굉장히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아닐까.

 정말 일 하고 싶다. 책장을 넘기며 드러나는 회사의 모습, 저자의 경험들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두 번째로는, 아직 특정 기업에 속해있지 않은 구직자의 입장에서 책을 바라보았음에도 굉장히 공감할만한 구문들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세상에 내던져진 것과 같다. 정해진 길 따위는 없다. 사람은 한없이 자유롭다. 모두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할지, 일과 어떻게 마주할지, 어떤 회사에서 일할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지……. 그런 선택에 따라 인생은 정해진다.
 물론 항상 불안감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반대로 그 불안감을 즐기는 편이 낫다.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그 가능성에 자신을 건다. 그런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이 페이지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정해진 직업 없이 불안하게 공부중인 내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회사 역시 작은 사회이니, 장소만 다를 뿐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은 모두 같은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내 처지를 생각할때마다 불안하던 마음을 조금 달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책에서는 라인의 CEO가 되기 전 저자의 다양한 기업에서의 경험들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딪혔던 수많은 벽들, 그것을 저자가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의 과정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CEO뿐만이 아니라 한 기업의 구성원들, 더 나아가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나와 같은 취준생들까지. 모두가 공감하며 다양한 바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언젠가 나도 책의 저자처럼 생ㄱ악이 넓고 발전 지향적인 그런 상사를 만날 수 있을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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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에듀 2016 - 2016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들 13가지 트렌드
이병훈 교육연구소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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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엔 당사자로서,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뒤에는 자녀를 키우며. '교육'이라는 키워드는 살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대학생이 되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많은 학부모님들을 접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기에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학은 이미 졸업했지만, 얼마 전까지도 교육으로 고민하는 수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만큼 이번 책이 왔을 때 굉장히 궁금해했었다. 비록 아르바이트나 집 김장준비로 바빠서 읽는것이 조금 느려진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이 책에는 내가 차마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미래 전망과 교육방식들이 담겨있었다.



 특히 가장 인상에 남았던건 코딩교육 파트에서 제시된 '미래에 남을 직업과 사라질 직업'을 나타내고 있는 이 표였는데, 지금으로선 "이 직업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할까?"라고 생각이 되는 직업들이 제법 사라질 위험이 큰 구간에 위치하고 있는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플립러닝, 거꾸로교실에 대한 내용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KBS 파노라마>의 거꾸로교실 영상을 실제로 보았기 때문에 더욱 생생하게 느꼈는지도 몰랐다. 이 영상을 보다보면 수업에 흥미가 없고 매번 졸기만 학생들이 실제로 크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런 수업을 실제로 경험하는 영상 속 아이들을 굉장히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구론. '문계 학생의 90%는 논()다'는 말을 현재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나로써는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유학기제나 직업교육 등에 대한 내용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솔직히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밖에 모르며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조금 더 직업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보지 못한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웠던 적도 종종 있었다.

 성인이 되어, 취업을 목전에 둔 순간에 이러한 것으로 후회하는 일을 앞으로 그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국내에서도 해외와 같은 직업교육이 실행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참 컸다.



 앞에서 말했듯이 교육이란 정말 가까우면서도 답을 내릴 수 없는 정말 어려운 영역이었기에, 책에 제시된 내용중에 공감할 수 없는 내용 역시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출발은 사교육 경감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역대 정부에서 사교육비 경감은 언제나 국민들에게 환영받는 일이었다. 그래서 수능등급제, EBS 연계, 논술 등 대학별 고사 축소, 중학교 내신 절대평가, 영어 절대평가, 학교 내 활동으로 비교과 제한, 쉬운 수능 등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매년 증가하던 사교육비 증가세가 주춤하더니 2014년도 사교육비 총액은 18조 20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퍼센트 줄어들었다. 


 수학 사교육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던 챕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공감할 수가 없었다. 특히 '국민들에게 환영받는 일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능을 EBS와 연계하는 방안은 아마도 내가 졸업 한 직후부터 시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직 졸업을 하지 못한 후배들과 과외 학생들이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얼마나 고통을 받았었던지. EBS교재는 솔직히 말해서 질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타가 발견되는 일이야 부지기수였고, 해설이 탄탄하지 못해 해설을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었다 쳐도 EBS 문제지의 영역이 절반가량 그대로 출제되는 만큼 이 부분의 변별력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남들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사교육이 필수적이었다. 그 뿐이겠는가. 수능성적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씩 수시를 위해 투자하는 금액이 늘어가기 시작한다.

 영어 절대평가 역시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 어떠한 정책들도 마지막에는 결국 사교육으로 돌아가는 결과로 회귀하는 것은 물론이요, 정작 학생들을 더욱 고통으로 몰고 가는 길이었기에 '환영받았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책을 덮은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물론, 헬리콥터맘처럼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에 전부 관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을 진학하고 난 뒤 나나 엄마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아이 교육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였다. 그리고 그 때마다 우리 엄마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이와 엄마가 잘 맞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이라고.


 엄마는 방문학습지를 제외하면 나에게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으셨다. 시험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시험을 보기까지의 과정에서 열심히 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고, 다행히 나는 누구한테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기에 과정을 중시하는 엄마의 밑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법을 배웠다. 스스로의 의지로 이루어낸 성과 덕분에 공부가 재밌어졌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조차도 지금은 취업을 위해 허덕이고 있지만.)

 하지만 만약, 엄마가 나를 무작정 공부하도록 강요만 했다면? 내 성격상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공부하라고 압박하는 만큼 오히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 결과 부모님과 관계도 좋지 않으면서 결과조차 좋지 않은 최악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부모라면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부모인가, 학부모인가?'

 

 책을 마무리지으며 저자가 던졌던 이 질문이, 책에서 오로지 한가지 방법만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다양한 교육 방법을 소개한 것이, 어쩌면 모든 학부모들에게 던지는 교육이라는 영역에 대한 해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이기 이전에 아이의 '부모'인 만큼 어느 것이 우리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 어느 것이 아이의 성격에 가장 잘 맞는지. 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아이의 성격과 특성을 잘 아는 부모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모든 컨텐츠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의 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은 학부모들에게, 지금도 나를 볼 때마다 아이 대입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친척분들께, 한번쯤 읽어보라며 추천은 해주고 싶다. 무조건 책상에 앉아 공부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무엇이 아이를 위하는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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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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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보울러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미 중학교 때, 시험공부가 싫어 우연히 손에 들었던 동일 작가의 <리버보이>라는 책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오베라는 남자>의 리뷰를 쓸 때도 한번 언급했던 바이지만, 문장이 짧게 끊어지는 영미권의 소설이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때문에 항상 독서취향이 일본쪽 소설들로 편중되는 편이었다.
 하지만, 팀 보울러의 책은 언제나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검은 형상은 마치 그곳 바닷가에서 숨을 쉬고 있는 듯 유리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지난 밤, 책을 읽다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트위터에 따로 메모를 남겨두었던 구절이다. 단순히 누가 ~~했다 라는 표현의 반복을 넘어 시적이고,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옮겨다놓은듯한 섬세한 문장. 이것이 내가 팀 보울러라는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기대를 갖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배경은 모라섬이라는 외딴 섬이다. 섬에 사는 마을사람들이 100명도 채 되지 않고, 외부와의 교류도 눈에 띄게 활발한 편이 아니었기에 섬의 폐쇄성이 부각된다.
 보고 있는 사람조차 답답하게 만드는 섬의 이러한 폐쇄성은, 주인공인 헤티가 살고있는 모라섬에 폭풍우와 함께 한 배가 떠내려오면서 극대화되기 시작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배와 함께 떠내려온 한 노파의 등장과 동시에 섬에는 좋지 않은 일만 계속 발생한다. 섬의 자랑이었던 배 '모라의 자랑'이 폭풍우로 인해 부서지는 것은 물론이요, 노파를 악으로 치부하며 섬에서 쫓아내려 했던 퍼 노인의 죽음까지.
 이러한 모든 일들을 노파의 등장 탓으로 돌리고, 노파가 죽었으면 하며 내심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답답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주인공인 헤티의 반응 역시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설 첫 부분부터 헤티는 '바다유리'를 가지고 다니며 그 속에서 배, 이후로는 얼굴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바다유리에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을 모라섬에 떠내려온 노파의 것이라고 확신, 그 이후로는 과할 정도로 노파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글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어느 쪽이 옳은 것일지 판단을 내릴 수 없어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고조되는 갈등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굳혀가는 헤티와, 헤티의 모험의 결과가 가져온 이야기의 결말. 그리고 숨겨져있던 진실. 마지막까지 매끄럽게 연결되는 이야기와,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팀 보울러의 예쁜 표현력 덕분에 마지막에는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물론, 이번에도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이 소설의 성장소설로서의 면모였다. 소설 초반의 헤티는, 마치 다듬어지지 않은 유리조각처럼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퍼 노인과의 수도 없는 갈등과, 자신을 괴롭히는 또래 아이들에게 드러내는 방어적인 행동 등. 항상 헤티의 옆에서 공감해주려 애쓰는 탐이 아니었다면, 어느 누구와도 공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노파의 일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하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알게 된 것. 그것이 노파가 헤티에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비록 결말에는 뜻밖의 선택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선택은 헤티로 하여금 보다 넓은 세계를 보며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지 않을까...!


 성장해나가는 헤티를 보는 즐거움, 뜻밖의 전개와 더욱 놀라운 진실, 그리고 곳곳에 녹아있는 아름다운 표현들까지. 책장을 넘기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이러한 모든 요소들 덕분에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물론, 전작에 비해 헤티의 성장이 크게 부각되지도, 성장까지의 과정이 물 흐르듯 유연하지도 못하다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여전히 헤티에게 성장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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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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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국정교과서 문제나 일본 자위대 입국 허용 문제로 세상이 시끌시끌한 와중에 이 소설이 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고, 또 나나흰 서평 미션으로 나에게 도착하다니. 우연도 또 이런 우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폐쇄적인 쇄국정책을 펼쳐오던 흥선대원군과,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며 개화를 주장하던 민씨가 갈등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대원군과 전봉준 장군의 대화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백산 봉기를 시작으로 동학농민운동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다.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책에서는 혁명을 준비하는 전봉준 장군 측의 이야기 외에도 대원군, 개화당 등 다른 측에서 이 운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역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동학도들의 혁명이 자신들의 도움이 될지 방해가 될지, 또한 이를 어떻게 이용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화와 생각이 생생하면서도 참으로 현실적이었다.


 사실 지금보다 약 10살쯤 어렸을 때 박경리의 <토지>를 읽어보고자 시도해보았던 적이 있었다. 토지의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그 때 내가 책을 금방 덮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서술 방식때문이었다. 사실 이 책을 펴고 난 직후에도 비슷한 난관에 부딪혔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며 혁명이 무르익을수록 점차 고조되는 긴장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책에 집중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바로 이 책이 품고 있는 인간성 때문이었다. 부끄럽게도 국사와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지식이란 교과서에서 얻은 것이 전부였다. 단순히 농민군이 내걸었던 반외세 반봉건의 강령, 이 운동을 계기로 경복궁을 점거한 일본, 그로 인해 발발한 청일전쟁, 예상밖의 일본의 승리. 굉장히 객관적이면서도 표면적인 것들만 알아왔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러한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비록 전봉준 장군과 대원군 주변의 인물들 위주로 조명되었다는 한계점 역시 가지고 있지만, 아주 잠깐이나마 보이는 이들의 삶은 농민들의 애환을 좀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장치로 작용한다.


 책의 결말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남겨진 전봉준의 딸 갑례와, 신념을 쫓아 농민군에 합류한 이철래를 마음에 품고 험한 여정을 선택한 호정, 주체적인 삶의 기쁨을 알게 된 막동이 등.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에 책을 덮은 뒤에도 여운이 쉽사리 사라지질 않았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역사를 기반으로 작가가 재창작 한 요소인지 판단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혁명으로 인해 수많은 갑례와 호정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역사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리뷰를 시작하며 국정교과서를 잠깐 언급했었는데, 내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역사에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학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단 하나의 갈래로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초등학생때부터 기록해 온 일기장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내 주관에서 작성된 만큼 그것이 100% 완전한 사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하물며 그것이 앞으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나갈 힘을 길러야 할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더더욱 국정교과서라는 하나의 틀로 고정해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한 쪽의 의견만을 반영하여 편중된 교과서에, '올바른' 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잠깐 논지가 어긋났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소재가 아니었던 만큼 굉장히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절절했던 백성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한것과 동시에, 지금의 우리는 이 때와 같은 실수를 다시 한 번 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국내 문제에 자꾸만 외국을 거론하며 끌어들이는 ― 예를 들자면 최근의 일본 자위대 입국 허용 문제와 같은 ― 행동들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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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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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나흰 이번 미션 책을 받자마자 굉장히 당황했다.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관심조차 없는 주제애 대한 책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지난 미션을 끝낸 뒤, 다음책이 궁금해서 나나흰 카페를 들락날락거린지 며칠만에 생겼던 게시판의 이름은 '사랑에 미치다'였다. 전혀 신간소식을 접한 적 없는 책 제목인지라 뭐지...? 아직 출간 전인가...? 라며 궁금증이 증폭됐었는데, 그 궁금증은 게시판 이름에 오류가 있었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ㅠㅠ



 그 시작이,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제법 오래 전부터 '결혼은 하고싶지 않다', '독신주의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꼭 그런 말을 하는 애들이 결혼을 일찍 하더라'라는 말이 따라나오기 마련인데, 나는 세상에서 그 말이 제일 싫었다. 아니, 지금도 싫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한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서 그런 말을 내뱉은 것처럼 취급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무튼 이러한 상황이었으니, 책을 처음 딱 펼친 순간에는 솔직히 지루했다. 남녀간의 사랑에, 관계에, 이별에, 온갖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만 그 어떤것도 내 흥미를 끌지 않았다. 더욱이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는 갓 대학을 졸업한 나이인 나에게는 크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생각과 정 반대의 이야기들이 조언이라며 책 속에 담겨있을 때에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 가지. 굳이 남녀사이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조언들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것, 두 번째가 '남녀차이'에 대한 것이었다.


 본격적인 내 생각을 써내려가기 전에, 이러한 상황이니 적어도 이 책 자체의 내용과 교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는 내 리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가급적이면 책 본연의 내용에 충실한 리뷰를 남기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내 관심분야의 주제가 아닌 탓에 할 말이 없으니...ㅠㅠ





1. 사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내면을 알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를 통해서인 경우가 많다. 지금은 이 사람이 저 사람을 대상으로 차별하고 있지만, 이 사람이 차별을 두는 대상이 언제 나를 향할지 모르는 것이다. (p.104)


 이 문구를 보자마자 퍼뜩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다. 근래에 이러한 점을 실제로 체감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땐 지금보다 더 생각이 단순했어서,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은 다 좋은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최근들어 내가 아닌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타인을 향한 화살이 언젠가는 나에게 향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가 조금이라도 일찍 깨달았더라면,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볼 수 있었더라면 최근의 불쾌한 일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를텐데...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이 문구가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사람은 하나하나 다르다. 즉, 남녀의 차이보다 개인적인 차이가 더 크다.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차이보다도 개별적 개체 사이의 개별적 차이가 더 강하다. 예컨대, 여성들의 언어 능력이 남성 평균보다 높다고 하지만 언어 능력이 뛰어난 작가나 연설가들이 남성 쪽에도 무수하게 많다. 예컨대, 남성들의 공간추리력이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높다고 하지만, 예외는 무수하게 많다. (p.172)


 필자는 1남 6녀의 집에서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남녀 구별, 남녀 차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들만 셋인 친가는 내가 태어나던 날 눈에 띄게 싫어하셨다고 한다. 그걸로 모자라 친할머니는 아주 사소한 질병, 예를 들면 중이염 같은 병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을 때 마다 '우리 집 애들은 그런 병 안걸리는데'라며 나를 철저하게 가족의 범위에서 배제시키셨다고. 외가에서도 '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놀고 있는 사촌오빠들을 뒤로 하고 매번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는건 나였다. 외할아버지는 나만 싫어한다며, 언젠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던 기억도 난다.

 아무튼 이러한 어린 시절 때문인지 유독 남자들에게 지는걸 싫어했고, 아마 내가 독신주의라는 생각을 품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도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으리라.


 때문에 남녀차이에 대한 필자의 저 생각에 굉장히 깊이 공감하며, 자꾸만 저 문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각자 주어진 재능과 환경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다른데, 내 주변에서는 어째서인지 '여자는~', '남자는~'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며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얼마전에 올렸던 동상이몽 관련 포스팅의 한 악플 중에는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답이 나온다'는 불쾌한 덧글이 달린 적도 있었는데, 대체 거기서 내 성별이 도대체 왜 언급이 되었어야 했는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한 마디로 반박하기 어려웠는데, 그 해답을 이 책을 읽으며 드디어 찾아낼 수 있었다. 능력의 차이이든, 생각의 차이이든.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차이일 뿐인데. 유교의 영향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해져 내려온 관습 때문인지. 여전히 우리 나라에는 남녀 성별에 의한 프레임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필자가 원래 책을 쓴 의도와는 전혀 다른 주제에서 공감을 하고 참으로 뜬금없는 부분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이것 역시도 독서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이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무엇이 일어날 지 모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다루고 있는 만큼, 책 속의 내용들이 100% 옳은 정답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염두에 두고 있다면. 사랑이나 관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비록 나는 이렇게 중간에 딴 길로 새버렸지만...


p.s// 여담이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감성적인 일러스트들은 정말 이 책의 매력포인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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