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나나흰 이번 미션 책을 받자마자 굉장히 당황했다.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관심조차 없는 주제애 대한 책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지난 미션을 끝낸 뒤, 다음책이 궁금해서 나나흰 카페를 들락날락거린지 며칠만에 생겼던 게시판의 이름은 '사랑에 미치다'였다. 전혀 신간소식을 접한 적 없는 책 제목인지라 뭐지...? 아직 출간 전인가...? 라며 궁금증이 증폭됐었는데, 그 궁금증은 게시판 이름에 오류가 있었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ㅠㅠ



 그 시작이,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제법 오래 전부터 '결혼은 하고싶지 않다', '독신주의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꼭 그런 말을 하는 애들이 결혼을 일찍 하더라'라는 말이 따라나오기 마련인데, 나는 세상에서 그 말이 제일 싫었다. 아니, 지금도 싫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한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서 그런 말을 내뱉은 것처럼 취급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무튼 이러한 상황이었으니, 책을 처음 딱 펼친 순간에는 솔직히 지루했다. 남녀간의 사랑에, 관계에, 이별에, 온갖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만 그 어떤것도 내 흥미를 끌지 않았다. 더욱이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는 갓 대학을 졸업한 나이인 나에게는 크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생각과 정 반대의 이야기들이 조언이라며 책 속에 담겨있을 때에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 가지. 굳이 남녀사이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조언들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것, 두 번째가 '남녀차이'에 대한 것이었다.


 본격적인 내 생각을 써내려가기 전에, 이러한 상황이니 적어도 이 책 자체의 내용과 교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는 내 리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가급적이면 책 본연의 내용에 충실한 리뷰를 남기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내 관심분야의 주제가 아닌 탓에 할 말이 없으니...ㅠㅠ





1. 사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내면을 알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를 통해서인 경우가 많다. 지금은 이 사람이 저 사람을 대상으로 차별하고 있지만, 이 사람이 차별을 두는 대상이 언제 나를 향할지 모르는 것이다. (p.104)


 이 문구를 보자마자 퍼뜩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다. 근래에 이러한 점을 실제로 체감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땐 지금보다 더 생각이 단순했어서,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은 다 좋은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최근들어 내가 아닌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타인을 향한 화살이 언젠가는 나에게 향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가 조금이라도 일찍 깨달았더라면,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볼 수 있었더라면 최근의 불쾌한 일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를텐데...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이 문구가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사람은 하나하나 다르다. 즉, 남녀의 차이보다 개인적인 차이가 더 크다.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차이보다도 개별적 개체 사이의 개별적 차이가 더 강하다. 예컨대, 여성들의 언어 능력이 남성 평균보다 높다고 하지만 언어 능력이 뛰어난 작가나 연설가들이 남성 쪽에도 무수하게 많다. 예컨대, 남성들의 공간추리력이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높다고 하지만, 예외는 무수하게 많다. (p.172)


 필자는 1남 6녀의 집에서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남녀 구별, 남녀 차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들만 셋인 친가는 내가 태어나던 날 눈에 띄게 싫어하셨다고 한다. 그걸로 모자라 친할머니는 아주 사소한 질병, 예를 들면 중이염 같은 병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을 때 마다 '우리 집 애들은 그런 병 안걸리는데'라며 나를 철저하게 가족의 범위에서 배제시키셨다고. 외가에서도 '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놀고 있는 사촌오빠들을 뒤로 하고 매번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는건 나였다. 외할아버지는 나만 싫어한다며, 언젠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던 기억도 난다.

 아무튼 이러한 어린 시절 때문인지 유독 남자들에게 지는걸 싫어했고, 아마 내가 독신주의라는 생각을 품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도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으리라.


 때문에 남녀차이에 대한 필자의 저 생각에 굉장히 깊이 공감하며, 자꾸만 저 문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각자 주어진 재능과 환경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다른데, 내 주변에서는 어째서인지 '여자는~', '남자는~'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며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얼마전에 올렸던 동상이몽 관련 포스팅의 한 악플 중에는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답이 나온다'는 불쾌한 덧글이 달린 적도 있었는데, 대체 거기서 내 성별이 도대체 왜 언급이 되었어야 했는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한 마디로 반박하기 어려웠는데, 그 해답을 이 책을 읽으며 드디어 찾아낼 수 있었다. 능력의 차이이든, 생각의 차이이든.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차이일 뿐인데. 유교의 영향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해져 내려온 관습 때문인지. 여전히 우리 나라에는 남녀 성별에 의한 프레임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필자가 원래 책을 쓴 의도와는 전혀 다른 주제에서 공감을 하고 참으로 뜬금없는 부분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이것 역시도 독서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이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무엇이 일어날 지 모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다루고 있는 만큼, 책 속의 내용들이 100% 옳은 정답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염두에 두고 있다면. 사랑이나 관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비록 나는 이렇게 중간에 딴 길로 새버렸지만...


p.s// 여담이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감성적인 일러스트들은 정말 이 책의 매력포인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