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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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아빠가 위암 3기로 입원하셨던 적이 있다. 엄마는 병간호 때문에 아빠 곁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나는 인천의 가까운 외삼촌댁에 맡겨졌고,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가기엔 너무 어렸던 탓에 입원중이던 아빠의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겨우 아빠를 만날 수 있었던건 수술이 끝나고 건강을 많이 회복하신 뒤였으니, 솔직히 말해서 어린 시절엔 아빠의 병에 대한 실감이 없었던 것 같다.
 그 후로도 계속,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죽음"이란 나에게 그리 가까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학창시절에 조부상 때문에 며칠간 비어있던 친구의 자리를 보면서도 사실은 너무나도 먼 남 일이었고, 우선은 내 나이부터가 죽음과는 굉장히 동떨어있기도 했고 말이다.

 이랬던 내가 죽음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냥 곁에 계실것만 같던 나의 외할아버지를 시작으로, 이제는 주변인들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이 '부친상'인 경우도 늘어났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당신의 사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엄마를 보고나서야 드디어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아, 이제는 나에게도 마냥 먼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웃음'과 '죽음'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줄리언 반스가 자신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에는 뭐랄까, 조금 거북한 느낌이 앞섰다. 다루고 있는 소재와는 다르게 묘하게 가벼운 분위기로 이야기의 서문을 연 것은 좋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자신의 아버지에 비교하며 효율적이고, 신속하다는 식의 적절치 못해보이는 단어를 사용한 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따라가며 작가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작가가 그저 가볍게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죽음을 그저 두려워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미래의 죽음에, 나는 어떻게 대처를 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솔직히 한 마디 말로 정의할수도 없으며, 내가 찾아낸 답도 다른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가 없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생각이 있기 마련이니까.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님 뿐만이 아니라 유명인사의 이야기,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 이처럼 모두의 시각에서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해주는 덕분에, 독자로 하여금 각자 자신만의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그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당신이라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쪽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두려워하지 않는 쪽을 택하겠는가? 언뜻 쉬운 문제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 당신은 죽음 같은 건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여담이지만 내일 같은 건 없다) 살고, 도락을 좇고, 소임을 다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그런 후 마침내 죽음이 임박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때를 맞았다. 그런데 바로 앞 문장의 마침표를 찍으며, 지금까지 이어져온 당신 인생사가 다 헛소리였음을 새로이 자각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애초에 언젠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이 지닌 의미는 무엇인지를 깨달았다면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까?

-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p.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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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집사 - 집사가 남몰래 기록한 부자들의 작은 습관 53
아라이 나오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4.0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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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살면서 이 단어에 꿈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굳이 부자라고 불리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를 즐기려 하다가도 문득문득 "나한테 돈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기 마련이다.

 이 책은 저자 아라이 나오유키가 부자들, 그것도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 부자의 투자 비결
- 부자의 소비 원칙
- 부자의 인간 관계
- 부자의 금전 철학
의 구성으로 분류되어 있다.


 글쓴이가 만난 부자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인 탓이었을까.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내려간 뒤에도 딱 이거다, 하고 한 단어로 부자가 되는 비결을 정리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주변 사람의 신뢰와 도움이 있었던 반면, 어떤 사람은 혼자서 주식투자를 하는것 만으로도 부자가 되었다. 순전히 운이 따라서 부자가 된 사람이 있는가 치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의 생각과 전략으로 부를 거머쥔 사람도 있다. 아마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제각각이듯,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나 기회도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증명이 된 것일테다.

 저자의 책에서 언급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어렵거니와, 만약 따라해본다 한들 모두가 부자가 되리라 장담할 수도 없다. 운이 따라주지 않을지도 모르고, 주변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요소들도 많을테니까.

 하지만 책을 읽으며 부자들에게 볼 수 있는 몇가지 특징이 눈에 띄었다. 적절한 시기가 찾아오기를 기다릴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자들이 눈 앞에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다. 미래에 대한 불분명한 희망을 품고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도 않았다. 경제학에서 소위 말하고는 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이렇게,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었다.
  
 가치에 대한 기준도 우리와는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어떠한 물건을 사러 갔을 때, 결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과연 이 가격을 지불해서 살만한 물건일까. 사고나서 후회하지 않을까. 정말 필요한 물건이 아닌 이상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구매를 결정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부자들은 달랐다. 우리가 "돈"의 가치에만 주목하는 사이에, 부자들은 돈으로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이 얻게 될 편익까지 고려한다. 그러면서도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들어왔던 말 중에 "쓰는 만큼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부자들의 이런 습성을 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너무 안쓰고 모아두지도, 그렇다고 과하게 사용하지도 않고,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또다시 돈을 벌 수 있는 원동력(휴식이든, 보람이든...)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집사의 정중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한가득인 책 표지와는 다르게, 내용은 컴팩트하게, 하지만 다루어야 할 요점들은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읽기에 굉장히 편한 책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책에 나온 부자들의 습성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관점으로 사물과 사람을 보고 있는지, 그들의 마음가짐을 참고하며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미래의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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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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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나흰 활동을 시작할 무렵, 덕분에 읽게 된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 책을 손에 들자마자 《오베라는 남자》와 나란히 두어보았는데, 서로 다른 두 책이 주는 통일감이 왠지 모르게 그냥 기분이 좋았다.

 소포모어 징크스. 첫 작품에서 성공한 후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 흥행이나 완성도에서 첫 작품에 비해 부진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얼마 전《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두번째 작품,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의 구매 결정을 위해 리뷰를 찾아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당시 전작과 비슷한 구조와 느낌 때문에 예상처럼 좋지 못한 평을 많이 발견했는데, 가까운 곳에서 소포모어 징크스의 예를 찾자면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당시의 기억이 제법 강하게 남아 처음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들었을 때에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작가의 전 작품 《오베라는 남자》는 2015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다음달 쯤에는 영화화까지 되어 개봉이 될 예정이다. 첫 작품이 이처럼 지나치게 성공한 나머지 새로운 작품이 기존 작품의 틀 안에 갇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오베라는 남자》의 뒷부분을 읽으며 눈이 부을 정도로 펑펑 울었던 감각이 여전히 생생했기에, 작가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다.
  하지만, 책을 읽은지 머지않아 이것이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


 전작 《오베라는 남자》와의 공통점을 하나만 들자면, 이 책의 주인공인 '엘사'의 행동거지나 생각을 독자의 입장에서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일곱살 어린 나이인 엘사는 제 나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지나치게 똑똑하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곧바로 인터넷 '위키피디아'를 통해 그 의미를 알아내려 하고,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어른들에게 곤란한 질문을 하는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정면으로 맞서려 하고, 이 때문에 학교의 다른 아이들에게 수도없이 구타와 괴롭힘을 당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엘사를 둘러싼 주변 환경도 녹록치 않다. 이혼한 부모님은 각자 새 짝을 찾아 가정을 꾸렸으며, 무엇보다도 일을 우선시하는 엄마는 '반쪽이'라는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이다. 엘사의 아파트에는 매우 신경질적인 부부, 다혈질적인 남자, 무슨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 말 한번 섞어본 적 없는 검은 치마를 입은 여자, '괴물'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모여 살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엘사가 의지하는 것은 단 한 사람, 자신의 '수퍼 히어로'인 할머니 뿐이지만...

 이야기가 시작된지 머지않아 할머니는 엘사의 곁을 떠나버린다. 더는 할머니를 만날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그런 할머니가 마지막에 엘사에게 부여한 임무, '괴물'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엘사는 아파트의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편지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의 몰랐던 모습과, 할머니와 아파트 거주민들의 관계, 마지막으로 자신이 몰랐던 할머니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소설은 할머니가 엘사에게 해주었던 가상의 세계 '미아마스'의 이야기와, 엘사가 실제 눈으로 보고 있는 세계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마치 《오베라는 남자》에서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했던 것 처럼. 이번에도 작가의 그런 표현 방식이 조금은 혼란스러웠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깨닫게 된다. 할머니가 매번 엘사에게 해주던 '미아마스'의 이야기가 단순히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 그것도 엘사 주변의 인물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이야기였다고.
 아이의 시선으로는 명확하게 알 수 없었던 일들이 조금씩 밝혀지며, 우리는 조금씩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이상하게만 보였던 인물들의 숨겨진 뒷 이야기도. 그런 일련의 과정속에 처음에 가졌던 의구심이나 원망은 사라지고, 어느새 인물을 향한 애틋한 마음만이 가득 들어차게 된다. 그 결과 어느 누구도 미워할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소설이 진행되며 조금씩 다가오던 위협을 물리친 끝에 갈등이 해결되고, 할머니가 최종적으로 엘사에게 남기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순간. 어느새 작가의 지난 작품에서도 그랬듯 펑펑 울고 있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두 작품을 읽고 나니,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는 그의 능력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긴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다 못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누군가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고뇌와 과거. 그것이 고조되다 못해 마지막에 한데 모여 터지는 순간, 책장을 넘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
 원한다 해서 누구나 구현해낼 수 없는 이러한 느낌을 전작의 흥행이라는 부담감 속에서 다시 한 번 구현해 낼 수 있다니. 어째서 이 작품이 2015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의해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려와 함께 책을 펴들었지만, 이제는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또 어떤 뜻밖의 주인공으로 독자를 당황하게 할지,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건 어떤 감동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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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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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저런 배부른 소리가 다 있지?


 취업 준비중인 입장에서, 처음 이 책을 받아들자마자 떠오른 생각이다. 하필이면 나이가 나이인지라 괜찮은 학벌, 괜찮은 스펙을 쌓고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 친구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나 엮시 안 겪어본 것은 아니고, 솔직히 말해서 '아 어디든 나를 받아주기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약한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던 날도 있었다.

 이 책은,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회사에 입사하여, 맞지도 않는 과중한 업무로 고통받고 있는 주인공 아오야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근 입사공고를 보면, 전공 제한이 걸려있지 않은 직무는 대부분이 영업 직무이다. 때문에 전공과 상관 없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하게 되는 직무이지만, 아주 잠깐이나마 영업사원이라는 직무를 실제로 경험해 보면서 크게 느꼈다. '가장 적성이 맞아야 하는 직무가 영업직무다'라는 사실을.

 그리고 아오야마는, 한 눈에 보기에도 영업에 적성이 맞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러니 매번 일이 안 풀리고, 더욱이 상사의 압박에, 매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지쳐버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선 지하철 플랫폼에서, 저 아래로 떨어지면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까. 극단적인 생각을 하던 아오모토의 몸이 조금씩, 플랫폼 아래로 떨어지려 할 때.

 제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야마모토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책의 주요 전개는, 아오모토가 야마모토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고민하고 있던 일이 야마모토의 조언으로 풀려나가고, 의욕을 잃었던 회사 생활에 다시 적응해나가는 아오모토의 모습을 보다 보면 나까지 흐뭇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예상치 못했던 고난이 아오모토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창'이라고 생각했던' 야마모토의 충격적인 정체가 밝혀진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서, 책을 펼친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단 한번도 놓을 수가 없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실 다른 분들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는 것으로 하자 :)



 책을 읽으며 정말 인상깊었던 것은, 분명 이 책의 배경은 일본이었음에도 지금 우리 나라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취업으로 골머리를 썩는 대학생들이, 결국 몇 번의 좌절 끝에 저를 붙여주기만 하는 회사라면 어디든 들어가보고. 그 안에서 남과 비교하며 자꾸 초라한 현실을 감추려 드는 것이 너무나도 우리 세대의 고민이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특히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큰 위험에서 벗어난 뒤, 아오모토가 부모님과 통화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인상깊었다. 회사를 그만두어도 괜찮을까, 부모님은 괜찮은걸까. 망설임을 버리지 못하는 아오모토의 등을 마지막으로 떠밀어 준 것은 다름아닌 어머니의 말이었을 것이다.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라고.


 이 책을 이동중에 읽었는데, 아오모토와 어머니의 대화를 보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 바람에 숨기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애써 고개도 숙여보고, 책으로 가려도 보고, 빨리 이 슬픈 장면을 넘어가려고 평소보다 2배의 속도로 책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마지막까지 뭉클한 가슴만큼은 내 스스로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어쩌면 지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나라에 미생이 있다면, 일본에는 이 소설이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매일 직장때문에 고통받는 직장인들에게도 매우 좋은 책이겠지만, 신기한 책이다. 나같은 취업 준비생들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를 받는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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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의 방학 공부법 박철범 공부법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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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에게서 나와 비슷한 점이 보였다.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며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이었다. 물론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나 역시 고등학교 1학년때 점수가 그다지 좋지 않았음에도 성적을 올리는데 성공해서 지금 졸업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스스로 학습법에 대한 책을 찾아보는 일은 없었다. 그랬기에 평소 읽지 않는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는 나나흰과 같은 서평단 활동이 나에게 더더욱 필요한걸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의 내용을 반만 긍정한다.

 비단 이 책 뿐만이 아니라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학습법과 관련된 서적 모두를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독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100% 모두에게 맞는 공부법, 객관식 시험지에서처럼 정답이라고 정해져 있는 공부법은 없다. 개개인의 머리, 기본지식, 집중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공부의 효과가 달라지며, 심지어는 외부적인 요인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말 이 책에 나온대로 공부를 해서 효과를 얻고싶다! 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책을 읽는것을 말리고 싶다.

 하지만 내가 정말 공감했던 부분이자 추천하고 싶은 것은, 책에서 필자가 말하고 있는 계획에 관한 부분이었다.
 특히 필자는 책을 시작하며

  방학에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중학생 이하의 경우라면 '아침에 의무적으로 일어나야 할 상황'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게으르지 않게 된다. 예컨데 오전에 시작되는 학원이나 공부방은 좋은 스케줄이 될 수 있다. 학원이 공부에 꼭 효과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어쨌든 일찍 일어나게는 되기 때문이다. 일단 일어나야 공부도 할 것이 아니겠는가? 
 라는 말을 하는데, 나 역시 공부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보았던 이유가 생활습관의 개선 때문이었기에 이 부분에 더더욱 공감이 갔다.
 부끄럽게도 내 경우에 자의적으로 일구어 낸 결과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기, 중학교때에 비해 충격적일 정도로 낮아진 점수를 어떻게든 해야 겠다고는 생각했지만 방법을 몰랐다. 때문에 당시 내가 취한 방법은 기숙사 룸메중 가장 성실하게 공부하는 룸메이트를 따라 나서서 새벽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일이었다.
 이 당시에는 너무 소극적이었던 나머지 혼자 밥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창피했기 때문에, 룸메이트와 함께 방을 나서려면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버릇처럼 정착되어버린 탓인지 2학년에 올라와서부터는 굳이 친구라는 유인이 없어도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러 출발했지만, 적어도 이러한 생활습관의 변화가 내 성적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확실하다.
 이를 통해 실제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또다른 공부를 시작한 지금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점심무렵즈음 되어서야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오전에 출근해야 하는 아르바이트를 찾은 것이었다.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5시간 가량은 빨라졌으며, 이전처럼 취미생활을 즐기면서도 순 공부량이 늘어났다.

 나같은 취업준비생은 물론이요,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가장 큰 적은 잠인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이 '의무적으로 일어나야 할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는 필자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었다.

 공부법을 언급하던 도중에도 계획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책에 첨부된 스케쥴러는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계획을 세우는 일이 아직 미숙한 학생들의 경우,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차근차근 해나간다면 어떠한 방향으로든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란 점에서. 계획에 대한 필자의 생각에는 무한 긍정하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공부법을 찾는 학생들 보다는 공부하기 위한 마음가짐, 혹은 보다 효율적인 시간활용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걸맞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단 이 책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습법과 관련된 서적 역시 마찬가지일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책의 내용을 바로 적용해볼 수 있도록 내용에 맞게 제작된 스케쥴러 등의 꼼꼼한 부록에는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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