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밀당의 요정 1~2 - 전2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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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지나치게 잘생기고 늘씬한 자태의 국내 굴지의 대기업 성진 건설의 상무이자 후계자 권지혁.

그는 그가 가진 매력을 십분 발휘해 그를 따르는 모든 여자들의 애를 바싹 태우며 밀당의 기술을 시현하는 밀당의 요정, 밀당 요물, 밀당 요괴였다.

남의 말은 듣지 않는 완고한 아버지 때문에 지혁은 비혼주의를 고수하며 가끔 장난처럼 여자들을 만났지만 조금 밀당하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흐지부지하며 일에 몰두해왔다. 여자들은 전부 거기서 거기고 대단한 여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혁은 몇백억이 걸린 리조트 건설 계약 건으로 마카오에서 온 귀빈들을 맞이했고, 그들은 지혁이 제시한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도를 보고 리조트나 호텔 건설 포트폴리오를 요구했다. 이에 지혁은 성진 건설이 지은 국내 최대의 웨딩홀이자 성진의 자회사 로안을 직접 보여주며 안내하던 중 웨딩드레스를 입고 '비너스의 탄생'의 장면처럼 나타난 여신 자태를 한 신부의 모습에 기적처럼 첫눈에 반하고 만다. 그는 '파앙' 하는 카메라 플래시 소리에 정신을 차렸고, 그녀가 신부 대기실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왜 하필 지혁 인생 최고의 미녀인 그녀를 그녀가 결혼하기 바로 직전에 만났는가 억울해했다.


한편 신부 대기실로 들어간 신부 이새아는 당황해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녀는 진저리를 내며 어떻게 해서든 도망갈 곳을 찾았지만 웨딩홀 직원이 대기실로 찾아와 신부 입장을 알렸다. 그런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새아는 절대 식장에 못 들어 간다며 고집을 피웠다.

마카오 귀빈들에게 큰 웨딩홀에서 문제없이 예식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곤란한 입장이 된 직원이 무전으로 신부가 입장을 거부함을 알렸고, 이에 놀란 지혁이 신부 대기실로 달려갔다.

신부를 입장시키려는 직원과 한사코 거부하는 새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여신 같은 그녀의 입에서는 거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지혁도 그녀를 입장시키려고 하던 중 만약 입장하지 않으면 자신과 사귀는 걸로 알라는 말을 한다. 새아는 냉큼 좋다는 대답을 하는데….



비혼주의자 원조 밀당의 요정인 재벌 2세 권지혁과 이제는 결혼해서 정착하고 싶은 웨딩 플래너 이새아와 지혁과 같은 날 같은 순간 동시에 새아에게 반해 새아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따뜻한 남자, 세계적 사진작가 조예찬 세 사람의 사랑의 밀당 이야기이다.

소설은 시종일간 유쾌하고도 조금은 유치하게 진행되며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이야기이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서 여신 같은 외모에 두 명이나 동시에 반하게 만든 이새아의 입이 상당히 거칠어서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여주가 털털한 성격을 가졌음을 부각시키는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여주가 '쌍놈'이니 '나년'이니 '도랏', '씨 발라먹을 새키', '뺑이치다' 이런 말들을 한 번도 아니고 계속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을 보니 상당히 거북하며 설렘이 반감되었다. 만난 지 삼일 되고 아무런 감정 교류가 없던 상황에서 아무리 화가 난 상황이었어도 "어머 쌍놈! 당장 꺼져요!"라는 말을 했는데 계속 예뻐 보이고 사랑의 마음을 키워나간다고? 물론 여주인공의 상황을 극적으로 보이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내용이었다. 사랑에 빠졌더라도 예쁜 입에서 욕 나오는 순간에 눈에 씐 콩깍지가 떨어질 것 같은데.


난 사랑을 느끼는 것은 외모가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첫인상과 외모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상대의 언행, 인성, 마음가짐 이런 것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외모에 첫눈에 반했다는 설정으로 여자가 막말을 하는데 계속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는 것은 별로 공감 가지 않았다.

이혼 사유에도 '성격 차 이혼'은 있어도 '외모 차 이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이야기에서 계속 남자에게 차이기만 하고 사랑의 연습장이었던 사랑의 호구 이새아는 본의 아니게 원조 밀당의 요정 권지혁을 밀당의 '을'로 만들어버렸다.

그녀는 승승장구하며 사랑과 일을 원하는 대로 쟁취할 수 있을까?

지혁, 새아, 세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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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모든 말들 - 지혜롭고 재치 있는 여성 작가들이 사랑을 말할 때
베카 앤더슨 지음, 홍주연 옮김 / 니들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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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카피라이터인 작가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격언, 인용구, 시 등에서 고른 전 세계 다양한 여성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문장 250개를 12가지 주제에 맞게 나누어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사랑', '사랑의 상실', '사랑의 영원함' 등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로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한 전 세계 유명 여성들의 말을 전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축적되어온 인류 역사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에 못지않은 끊임없는 활동을 이어왔으며, 그중 괄목할 만한 훌륭한 문학적·예술적·정치적 성과 등을 이룩한 이들도 많다.

그러나 과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나 대우가 열악하였고 어쩔 수 없이 일부 여성 작가들은 작품 활동을 위해 남성적 필명을 사용하였으며, 여성화가의 경우에는 자신보다 재능이나 기량이 떨어지는 남성 화가들의 보조 노릇을 하며 무명으로 남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편견과 제약을 극복하고 여성 작가들은 정말 많은 글들을 남겼고, 상당수가 사랑에 관한 글이었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그것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여성들 나름의 여러 가지 사랑의 정의를 보여줌으로써 읽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사랑의 정의를 찾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아니 사랑의 정의를 찾는다기보다 여성들이 사랑을 편협하지 않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 주고 받아들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랑받는 이들은 죽을 수 없다.

사랑은 불멸이기 때문에.

Unable are the loved to die,

for love is immorality."

-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에밀리 디킨슨의 이 말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Coco)'가 떠올랐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기억해 주고 사랑하고 기리는 사람들은 그들이 죽은 후 사후세계에서도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지만 모두에게 잊혀진 사람은 사후세계에서도 결국에는 소멸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 불로장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랑받는 사람은 죽음을 맞이해도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 모두가 그를 영원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되는 사람은 죽어도 영원히 사는 것이다. 육체적인 죽음이 끝이 아닌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사람들의 삶뿐 아니라

도시의 삶도 척박해진다.

When there is no love, not only the life

of the people becomes sterile

but the life of cities."

- 엘레나 페란테 (Elena Ferrante)


이러한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 인생 전반에 걸쳐 쭉 일어나는 감정이다. 이성에 대한 사랑이든 가족에 대한 사랑이든 인류애든 아니면 우리의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든지 간에 대상을 막론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한다. 심지어 사물에 대해 사랑과 애정을 듬뿍 쏟아붓는 사람도 있다. 사랑이 없는 우리 삶을 상상해 보라. 그 공허함과 삭막한 외로움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사랑을 주는 대상이나 나에게 사랑을 바라는 대상이 반드시 있다. 사랑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의 삶은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토니 모리슨의 말처럼 우리는 항상 그 사랑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것이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깨닫지 못하다가 문득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고 떠올리며 사랑이라는 말을 생각해 내는 것뿐이다.


"사랑은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그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Love must be learned, and learned

again; there is no end to it."

- 캐서린 앤 포터 (Katherine Anne Porter)


인간은 항상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항상 서툴고 설렌다.

우리는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을 상실했을 때에는 힘들고 괴로워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또다시 사랑을 선택하게 된다. 사랑은 항상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모든 것을 초월하며 우리 자신의 성장 또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뻔하지만 예측하거나 종잡을 수 없고 우리의 미래로 가는 길을 밝혀주고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해 준다.

항상 사랑하고 항상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자.

항상 사랑에 자만하지 말고 배우려고 노력하자.

그 사랑이 우리의 삶을 외롭지 않게 하며 항상 풍만하고 축복되게 할 것이다.

우리가 주는 사랑에 대한 보답이 없어도 우리는 이미 사랑을 행했기에 세상을 밝게 한 존재로 결코 외롭지 않고 축복받는 영원한 존재가 될 것이다.

『사랑에 관한 모든 말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환희와 사랑의 실천을 꿈꾸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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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조선왕조 - 한 권으로 끝내는 조선왕조 퍼펙트 지식사전
이준구.강호성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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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역사를 쭉 나열한게 아니라 핵심 주요 사건들 위주로 늘어지지않게 한권에 풀어냈다고 하니 궁금해요. 쉽게 잘 풀어 역사의 이해를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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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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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만나는 것을 비즈니스로 알고 사랑을 돈으로 환산해 주지 않는 여자와는 만남을 갖지 않는 남자, 전세계.

그렇다고 그는 연애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매력을 적당히 이용하며 삶에서 어떤 의미나 보람을 느끼는 것 없이 그저 인생을 편하게 즐기며 살고 있다.

어느 날 배달 음식으로 주문한 짜장면 그릇을 얹기 위해 테이블 위에 깔아두었던 지역 신문에서 남자 친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고, 면접을 위해 나간 고급 카페에서 광고를 낸 은제이와 첫 만남을 가진다.


제이는 앳되고 하얀 얼굴의 예쁜 외모와는 달리 독특하면서도 정신 나간 듯한 사고방식과 거침없는 말을 내뱉으며 계약기간 100일짜리 남자 친구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계약서 내용은 계약과 동시에 3억 원을 지불 받는 것과 10일 기준으로 300만 원씩 추가 지급받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계약 내용들은 철저히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을 위한 내용들로 되어 있었다.

세계는 이 계약이 을사조약 이래 가장 불합리한 계약이라고 느꼈지만 100일 동안만 버티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계약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지막 조항인 '을이 갑에게 마음을 뺏기는 경우 계약은 해지되고, 계약금은 100% 반환한다.'라는 조항을 보고 약간 동요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을 거라는 생각에 계약서에 사인한다.

계약금 3억 원은 즉각적으로 세계의 통장에 입금되었다. 아무리 비즈니스로 여자를 만나는 전세계였지만 3억이나 주고 남자 친구 계약을 맺은 은제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제이는 자신의 호출로 엠파이어 호텔 펜트하우스에 온 세계의 옷차림을 보고 경악스러워하며 백화점 명품관에 데리고 가 슈트를 구매해 입힌다. 거기에 어울리는 구두와 벨트까지. 그러고는 그 옷차림 그대로 덕평 수목원으로 가 크리스마스트리가 될만한 전나무를 골라 톱질을 시킨다.

세계에게 톱질이 익숙해지고 온몸에 땀이 나며 후끈해질 무렵, 수목원 직원이 웃으며 톱질로는 나무를 다 베지 못할 거라며 전동 톱으로 순식간에 나무를 쓰러뜨렸다.

세계는 호텔로 옮겨온 전나무를 제이와 같이 장식하며 왜 계약 기간이 100일인지 묻는다. 100일 뒤에는 죽냐며 그냥 던진 말에 제이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은 곧 죽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세계가 혼란스러워하며 제이에게 진짜 죽냐고 물으니 제이는 세계도 죽을 거라고 말한다.


다음날 세계와 같이 아침을 먹던 제이는 대화중 그냥 나온 말 한마디에 거침없는 행동력을 보이며 방어회를 먹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고, 둘은 회에 술을 곁들여 먹은 뒤 제이의 버킷리스트에 적혀 있는 일들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서울로 돌아오던 비행기와 공항에서 집까지 돌아오던 리무진 안에서의 제이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돌아온 이후 이틀째 연락이 없는 제이의 연락을 기다리던 세계는 그녀에게 전화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연락을 하지 말라던 제이의 말이 생각나 휴대폰만 계속 지켜봐야 했다. 할 일이 없었던 세계는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자유로와 차칸을 만났고 셋은 늘 같이 가던 클럽으로 놀러 갔다. 클럽에서 여자들과 어울렸지만 세계는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집중할 수 없었고 속도 메스꺼웠다. 제이의 새침한 얼굴이 보고 싶었고 연락이 없는 그녀가 걱정이 되어 전에 없던 초조함을 느꼈다. 그럴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세계는 부리나케 전화를 받았다.


지금 바로 와달라는 제이의 전화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클럽에서 나와 펜트하우스를 찾아간 세계는 둘이서 같이 만들었던 크리스마스트리에 수액을 걸어놓고 그 아래에서 수액을 맞으며 앉아있는 창백한 얼굴의 제이와 마주한다.

왜 수액을 맞고 있는 건지 묻는 세계의 질문에 제이는 자신은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서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에 적힌 '작은 것'들을 같이 해줄 친구가 필요했지만 곧 죽을 자신에게는 우정도 사랑도 허락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서로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계약'이라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절대로 사는 걸 미루지 마. 네가 내일로 미룬 오늘 하루는 내가 너무도 살고 싶었던 하루였다는 걸 기억해."

p.386



작가는 자신의 마지막 날을 향하며 인생을 정리해나가는 시한부 인생의 은제이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전세계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사랑과 삶의 가치를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 보면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전세계와 은제이의 이야기를 통해 밝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그저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눈물과 감동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은 계획대로 예상을 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부지불식간에 찾아와 인간의 삶을 뿌리째 뒤흔든다.

전세계는 삶에 어떤 의미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의 재능을 찾아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꿈도 열정도 없이 삶만 허비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의 인생에 찾아온 제이라는 존재를 보며 시간은 생명이고 그 생명은 삶을 위해서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이와 함께 시간을 살아가게 된 세계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을 누리며 그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그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은 충분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세계는 제이에 대한 동경과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철없고 생각 없던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 깊은 분노와 좌절을 느끼며 반성한다. 그녀가 말한 영원한 사랑의 맹세처럼 그녀를 소유하려 하기보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자 했지만 어느새 제이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은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바뀌며 제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랑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었다.

제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던 세계는 그저 그녀와의 하루를 의미 있게 그녀가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며 지내는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엔 그녀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평생 찾지 않던 신을 찾아 기도하게 된다. 제이를 살려달라고.


우리는 보통 가진 게 없어서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 나눔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마음의 풍요로움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메멘토 모리'라는 말처럼 항상 죽음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 죽음이라는 것에 직시함으로써 우리는 삶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가슴 뜨겁고 유쾌한 사랑의 이야기인 동시에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읽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전세계와 은제이의 사랑이 너무 예쁘고 가슴 시렸다.

그들의 사랑은 어떤 결말로 향할까?

사랑에 실컷 울고 웃으며 사랑과 인생의 참의미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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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살인대책실
사이조 미쓰토시 지음, 김나랑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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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청은 인터넷상에서 상대를 비방하고 인신공격을 하여 초래되는 사회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전담 부서인 '손가락살인대책실'을 생활 안전부 내에 신설했다.

이 부서는 고시가야를 책임자로 경시청의 꽃인 수사1과에서 좌천된 반조, 경찰 내 가십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으며 귀녀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프로 정보 수집가인 리리코, 교통안전과에서 이동해 온 사쿠라, 특별 수사관 채용 때 사이버 범죄 대책과 소속이 될 뻔했지만 손가락살인대책실로 데려온 사이버수사의 천재급 인재 시노미야가 팀원으로 구성되었다.


반조는 한때 '수사1과의 늑대'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어떠한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다른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고, 자신 또한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 손가락살인대책실로 오게 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며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낚시 잡지나 보았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는 경찰에서 지급하는 사내 태블릿은 개봉도 하지 않은 채 오래전부터 써오던 수첩과 종이 지도를 고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반조와 초보 수사관이지만 의욕이 넘쳐흐르는 사쿠라가 파트너가 되어 사건 현장에 투입된다.


손가락살인대책실이 신설되고 처음 들어온 사건은 18세 모델 사나다 고즈에가 인터넷 비방과 인신공격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경찰은 사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고즈에의 부모는 정의감 넘치고 밝은 고즈에가 죽은 이유는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은 비겁한 사람들의 악담 때문이라며 그들을 체포하여 처벌하기를 희망하며 사건을 의뢰한다.

이에 손가락살인대책실은 고즈에의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살펴보던 중, 어떤 사람이 올린 다분히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의 확산을 기점으로 루머와 악성 댓글이 쏟아졌고 사생활 도촬 사진들이 인터넷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특히 여론을 악화시킨 한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집에서 편안한 웃음을 짓고 있는 고즈에를 찍은 사진으로 배경에 찍혀 있던 알코올음료 캔으로 인해 미성년자 음주 의혹이 일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었다.


그런데 사건 조사가 시작되고 보도진 취재가 있은 뒤 고즈에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며 심지어는 범인이 그녀의 어머니라는 이야기가 떠도는 등 갑자기 인터넷 여론이 이상하게 흘러가며 고즈에의 부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의뢰를 철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여론을 조성하는 곳은 '블라인드 경찰'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였으며 특히 어나니머스라는 작성자는 경찰만이 아는 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의 정보와 사건 파일을 유출하며 정의의 이름으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단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 소설은 손가락살인대책실의 7개의 사건과 그 해결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7번째 사건은 앞의 사건들처럼 단독적인 사건이 아니라 소설의 처음부터 각 사건에 관여한 어나니머스라는 인물에 대한 정체 파악과 해결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생활에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SNS나 인터넷은 처음 생겨났을 때와는 달리 관련 문제들이 증가하며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익명의 시대에 그 익명성의 방패 뒤에 숨어서 넘쳐나는 악플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대대적으로 정보가 확산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이미 진실로 받아들인다. 물론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카더라 통신'에 귀를 기울이며 가십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피해자가 오랜 고통 뒤에 그것을 퍼뜨린 범인을 잡아내고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더라도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잘못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그 고통을 평생 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피해자 몫이다.


사람들은 익명성이라는 것을 무기로 인터넷 기기 앞에서 거침없이 먹잇감을 향해 난도질을 자행한다. 아무런 거리낌과 가책 없이.

인터넷상의 여론은 확인되지 않은 진실을 포장한 말에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실제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처음 유포된 사실이 진실인 것처럼 색안경을 끼고 피해자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악담을 던지며 마녀사냥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과열된 인터넷상의 마녀사냥은 결국엔 진실과 허위 정보가 섞일 대로 섞여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는 혼돈 상태가 되며, 결국 만들어낸 허위 정보 또한 진실이 되어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된다.

다들 자신들은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다는 듯 자신들이 정의를 펼친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퍼뜨리고 타인을 단죄하는 곳이 인터넷이다. 타인이 자신들의 한마디로 고통받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들인 것처럼 자판을 두들긴다. 사람들은 한마디씩 던지는 악담이지만 이것은 모여서 큰 덩어리가 되어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 상황은 근절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계속 되풀이하여 일어나고 있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므로 누구든 손가락 하나로 상처 입을 수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누구에게 받은 권한으로 타인을 비방하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람을 제재하는 사적 복수가 허용되는 순간 사회는 통제 불가능한 혼돈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평소 느끼고 있는 인터넷 세상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장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절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사건 위주로 늘어짐 없이 전개되는 소설은 가독성이 좋아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며 어나니머스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으로 마지막 장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격하게 공감 가는 이야기로 인해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현실을 반성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다들 한 번쯤은 읽어보고 다 같이 깊게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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