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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25/pimg_7114282153245146.jpg)
여자를 만나는 것을 비즈니스로 알고 사랑을 돈으로 환산해 주지 않는 여자와는 만남을 갖지 않는 남자, 전세계.
그렇다고 그는 연애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매력을 적당히 이용하며 삶에서 어떤 의미나 보람을 느끼는 것 없이 그저 인생을 편하게 즐기며 살고 있다.
어느 날 배달 음식으로 주문한 짜장면 그릇을 얹기 위해 테이블 위에 깔아두었던 지역 신문에서 남자 친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고, 면접을 위해 나간 고급 카페에서 광고를 낸 은제이와 첫 만남을 가진다.
제이는 앳되고 하얀 얼굴의 예쁜 외모와는 달리 독특하면서도 정신 나간 듯한 사고방식과 거침없는 말을 내뱉으며 계약기간 100일짜리 남자 친구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계약서 내용은 계약과 동시에 3억 원을 지불 받는 것과 10일 기준으로 300만 원씩 추가 지급받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계약 내용들은 철저히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을 위한 내용들로 되어 있었다.
세계는 이 계약이 을사조약 이래 가장 불합리한 계약이라고 느꼈지만 100일 동안만 버티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계약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지막 조항인 '을이 갑에게 마음을 뺏기는 경우 계약은 해지되고, 계약금은 100% 반환한다.'라는 조항을 보고 약간 동요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을 거라는 생각에 계약서에 사인한다.
계약금 3억 원은 즉각적으로 세계의 통장에 입금되었다. 아무리 비즈니스로 여자를 만나는 전세계였지만 3억이나 주고 남자 친구 계약을 맺은 은제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제이는 자신의 호출로 엠파이어 호텔 펜트하우스에 온 세계의 옷차림을 보고 경악스러워하며 백화점 명품관에 데리고 가 슈트를 구매해 입힌다. 거기에 어울리는 구두와 벨트까지. 그러고는 그 옷차림 그대로 덕평 수목원으로 가 크리스마스트리가 될만한 전나무를 골라 톱질을 시킨다.
세계에게 톱질이 익숙해지고 온몸에 땀이 나며 후끈해질 무렵, 수목원 직원이 웃으며 톱질로는 나무를 다 베지 못할 거라며 전동 톱으로 순식간에 나무를 쓰러뜨렸다.
세계는 호텔로 옮겨온 전나무를 제이와 같이 장식하며 왜 계약 기간이 100일인지 묻는다. 100일 뒤에는 죽냐며 그냥 던진 말에 제이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은 곧 죽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세계가 혼란스러워하며 제이에게 진짜 죽냐고 물으니 제이는 세계도 죽을 거라고 말한다.
다음날 세계와 같이 아침을 먹던 제이는 대화중 그냥 나온 말 한마디에 거침없는 행동력을 보이며 방어회를 먹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고, 둘은 회에 술을 곁들여 먹은 뒤 제이의 버킷리스트에 적혀 있는 일들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서울로 돌아오던 비행기와 공항에서 집까지 돌아오던 리무진 안에서의 제이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돌아온 이후 이틀째 연락이 없는 제이의 연락을 기다리던 세계는 그녀에게 전화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연락을 하지 말라던 제이의 말이 생각나 휴대폰만 계속 지켜봐야 했다. 할 일이 없었던 세계는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자유로와 차칸을 만났고 셋은 늘 같이 가던 클럽으로 놀러 갔다. 클럽에서 여자들과 어울렸지만 세계는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집중할 수 없었고 속도 메스꺼웠다. 제이의 새침한 얼굴이 보고 싶었고 연락이 없는 그녀가 걱정이 되어 전에 없던 초조함을 느꼈다. 그럴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세계는 부리나케 전화를 받았다.
지금 바로 와달라는 제이의 전화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클럽에서 나와 펜트하우스를 찾아간 세계는 둘이서 같이 만들었던 크리스마스트리에 수액을 걸어놓고 그 아래에서 수액을 맞으며 앉아있는 창백한 얼굴의 제이와 마주한다.
왜 수액을 맞고 있는 건지 묻는 세계의 질문에 제이는 자신은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서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에 적힌 '작은 것'들을 같이 해줄 친구가 필요했지만 곧 죽을 자신에게는 우정도 사랑도 허락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서로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계약'이라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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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사는 걸 미루지 마. 네가 내일로 미룬 오늘 하루는 내가 너무도 살고 싶었던 하루였다는 걸 기억해."
p.386
작가는 자신의 마지막 날을 향하며 인생을 정리해나가는 시한부 인생의 은제이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전세계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사랑과 삶의 가치를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 보면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전세계와 은제이의 이야기를 통해 밝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그저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눈물과 감동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은 계획대로 예상을 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부지불식간에 찾아와 인간의 삶을 뿌리째 뒤흔든다.
전세계는 삶에 어떤 의미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의 재능을 찾아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꿈도 열정도 없이 삶만 허비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의 인생에 찾아온 제이라는 존재를 보며 시간은 생명이고 그 생명은 삶을 위해서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이와 함께 시간을 살아가게 된 세계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을 누리며 그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그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은 충분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세계는 제이에 대한 동경과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철없고 생각 없던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 깊은 분노와 좌절을 느끼며 반성한다. 그녀가 말한 영원한 사랑의 맹세처럼 그녀를 소유하려 하기보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자 했지만 어느새 제이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은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바뀌며 제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랑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었다.
제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던 세계는 그저 그녀와의 하루를 의미 있게 그녀가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며 지내는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엔 그녀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평생 찾지 않던 신을 찾아 기도하게 된다. 제이를 살려달라고.
우리는 보통 가진 게 없어서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 나눔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마음의 풍요로움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메멘토 모리'라는 말처럼 항상 죽음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 죽음이라는 것에 직시함으로써 우리는 삶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가슴 뜨겁고 유쾌한 사랑의 이야기인 동시에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읽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전세계와 은제이의 사랑이 너무 예쁘고 가슴 시렸다.
그들의 사랑은 어떤 결말로 향할까?
사랑에 실컷 울고 웃으며 사랑과 인생의 참의미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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