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5 : 디오니소스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그리스·로마 신화 5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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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5』의 키워드는 '놀이'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놀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내용이 그다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만큼 '놀이'라는 단어를 연관 지으면 생각나는 것들 또한 한정되어 있다. 그중에서 아마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일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사람들이 주로 알고 있듯이 포도주가 상징인 신이기도 하지만, 축제와 같이 즐기는 대부분의 것들을 상징으로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디오니소스는 멋지고 매력적인 신으로 자랐으며 언제나 즐겁고 명랑했다.

디오니소스는 세상에서 포도를 처음으로 재배한 신이었고, 사람들에게 포도밭을 보살피는 방법, 포도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웃음과 축제, 춤과 노래로 생활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보여 주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p.51~52


디오니소스에 대한 묘사는 이야기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가지는데, 어쩌면 디오니소스가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인 축제가 다양한 면모를 지니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포도주의 신이면서 축제의 신이다 보니 디오니소스에 대하여 '술주정뱅이에 놀기를 좋아하는 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디오니소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보면 이와는 어쩌면 정반대라고 할 수도 있다.

스승인 실레노스를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미다스 왕의 소원을 들어주었던 점에서는 온화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카리오스의 대접에 대한 보답으로 포도밭을 일구는 방법과 포도주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에서는 작은 고마움에도 보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마냥 유한 신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해적들과 얽힌 일화를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적들이 디오니소스를 납치해 팔아버리거나 몸값을 받아내려 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 중 유일하게 한 명은 디오니소스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어 풀어주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다른 해적들은 이를 무시하였고, 결국 자신의 힘을 드러낸 디오니소스에 겁을 먹어 갑판 밖으로 뛰어내렸다. 디오니소스는 이들을 돌고래로 만들어버렸는데, 자신에 대하여 어렴풋이나마 눈치를 채고 풀어주기를 주장하였던 그 선원에게만은 자비를 베풀었다.


이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디오니소스는 자신에게 무례하고 예의를 갖출 줄 모르던 이들에게는 돌고래로 바꿔버리는 것과 같은 벌을 내리는 냉철하고 냉혹한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경외감을 가지고 예의를 갖추려고 했던 이에게는 그가 해적이었고 다른 이들과 함께 자신을 납치하려 하였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비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그의 상징인 포도주와 축제처럼 변화가 많은 모습인 것 같다.



'놀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진심으로 즐기는 것에는 디오니소스가 관장하는 것들 외에도 여럿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음악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음악이라는 단어와 연관을 지으면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세 단어가 있다. 바로 '아폴론', '뮤즈', '오르페우스'이다. 이 중 전자 둘(정확히는 하나와 집단 하나라고 해야 하는데, 뮤즈는 9명의 여신들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기 때문이다)은 신인데 반해, 오르페우스는 인간임에도 신에 필적한다 할 수 있는 실력을 지녀 말 그대로 죽음조차 감동시킨 인물이다.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게 물려 죽었고, 상심한 오르페우스는 갖은 방법을 쓴 끝에 지하세계로 찾아가게 된다. 그러고는 괴로운 마음을 담아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이에 감복한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였으나, 오르페우스가 하데스가 금지한 것을 어겨 다시 에우리디케를 잃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르페우스는 상심한 가운데 다른 이들에게 맞아 죽게 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어쩌면 디오니소스와 오르페우스 모두 '놀이'의 아름다운 면과 동시에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면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이야기들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다양한 것들이 제시가 되지만, '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것은 그 자체부터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 속에서 '놀이'라는 키워드를 연결 지을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어떠한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놀이'라는 것을 단순히 노는 것만이 아닌, 진심으로 즐기며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점과,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조차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 부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의 자격을 갖추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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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즈워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0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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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를 졸업하고 자신만의 꿈을 가진 스물여덟의 새뮤얼 도즈워스는 1903년 현재 제니스 기관차 회사의 부감독관으로 있었다. 그는 기술이 발달하여 약 20년쯤 뒤면 자동차가 마차만큼 흔해질 것이라고 예상하여 자동차를 연구해 자동차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래서 기관차 회사를 그만두고 레벌레이션 자동차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어 했다.

그는 일명 제네스시의 귀족들이 이용하는 케네푸스 카누 클럽의 파티에 갔을 때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지만 성장 후 처음 만난 프랜시스 볼커를 보고 감전된 듯 이끌리고 매료되며 운명적 사랑을 느꼈다.

그렇게 그녀에게 관심을 표하며 교류를 시작한 샘은 그해 11월 어느 날 프랜에게 청혼하고 결혼한다.


장인 허먼 볼커의 재산을 등에 업은 샘은 레벌레이션사의 부사장 겸 생산관리자가 되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동차 연구와 생산을 계속해 이후 20여 년간 레벌레이션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돌풍을 일으키고 베스트셀러 자동차를 만들어내게 하는 주역이 되었다.

그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샘 도즈워스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쳤다. 바로 샘이 청춘을 바친 레벌레이션사가 수십억 달러의 자본을 가진 유닛 자동차 회사에 흡수합병된 것이다. 샘은 유닛에 맞서 싸우고 싶었지만 다른 동료 임원들의 우려로 유닛에 회사를 넘겼다. 샘은 지배권을 넘기는데 서명하며 이제 더 이상 그는 아무것도 아닌 위치에 있게 되었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어디론가 떠나자는 프랜의 말처럼 떠날 마음을 먹는다.


샘과 프랜은 거대한 증기선을 타고 유럽으로 떠났고, 샘은 드넓은 바다를 보며 자유와 행복을 느꼈다. 그는 그 기쁨을 프랜과 나누고자 했지만 프랜은 짜증을 내며 짐 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샘은 프랜을 사랑했지만 프랜은 항상 샘의 기운을 빼고 주눅 들게 했다. 그녀는 교만했고 샘에게 열등감을 심어주었으며 샘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녀는 샘이 좋게 평가하는 인물들은 별로라고 평가하는 반면 샘이 의심쩍어 하는 인물들은 멋지다고 추켜세웠다.

샘은 그런 프랜에게 배에서 새로 사귄 클라이드 로커트 소령을 소개해 주었고, 샘의 예상대로 처음에는 냉랭하고 냉소적으로 로커트를 봤던 프랜이 대화를 해나가면서 열의를 가지고 로커트를 대했다. 심지어 로커트가 그녀를 속물이라고 무례하게 이야기해도 프랜은 로커트의 말에 굴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프랜은 로커트를 보호자 삼아 배 위에서 수많은 남자들을 사귀게 된다.


그렇게 영국에 도착한 프랜은 끊임없이 샘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짜증을 냈다. 호텔을 예약하는 것부터 저녁 식사 초대 손님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샘은 모든 상황을 인내하며 프랜의 놀이 상대를 참을성 있게 물색했다. 그녀는 샘을 못마땅해하며 빈정거리다가도 그를 용서해 주는 대신 호화로운 쇼핑을 했다.

그 후 배에서 만난 로커트가 도즈워스 부부를 사촌인 헌던 경 집에 초대했고, 샘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프랜이 그가 장군이고 귀족이라서 그 집에 꼭 가야겠다고 우겼다. 샘은 점점 더 프랜에게서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헌던 경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순간, 로커트가 프랜에게 우정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다는 확신을 얻게 되는데….



소설을 읽는 내내 프랜에 대해 불편함과 심한 반감을 느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프랜은 과연 샘을 사랑한 적은 있었던 걸까? 그저 샘은 프랜에게 ATM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즈워스』는 도즈워스 부부가 회사를 경쟁사에 매각하고 아들, 딸을 훌륭히 다 키우고 그중 딸을 결혼시키고는 치열한 경쟁과 전투 같은 삶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고 자유로워지고자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50이 되기까지 일에 매달려 사느라 정작 삶의 여유를 느껴보지 못하고 해외여행도 가보지 못했던 성공한 사업가 샘 도즈워스는 레벌레이션사를 최고로 성장시킬 만큼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상과 사업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샘 자신은 아내 프랜의 눈치를 보고 프랜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소극적인 남자였다. 그런 그가 여행을 하면서 자신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알아가며 자아를 찾아간다.


반면 프랜은 고상한 척 위선을 떨지만 친교라는 미명 아래 외도하며, 실제 뛰어나지도 않는 자신의 능력을 크게 부풀려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 마냥 과대포장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를 좋아하는 허영심 많고 이기적인 여자였다. 오직 남편만 아니면 여행에서 만난 어떤 남자든 전부 오케이라는 듯, 남자에 굶주린 여자 같다.

또한 자신의 조국인 미국적인 것은 모두 무시하고 경멸하면서 유럽의 것은 유럽의 거지라도 찬양할 듯한 속물적인 프랜의 태도에 속이 울렁거리고 불편해서 이 소설에서 프랜이라는 인물 자체를 도려내고 싶었다.

대체 프랜은 왜 여행을 떠난 걸까? 아마 좁은 지역사회에서 바람피우면 손가락질 당할까 봐 자신을 모르는 해외에서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남자를 만나고 다니고 싶어서 간 것 같다.


20여 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샘은 자신이 알게 모르게 프랜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걸까? 프랜의 부당함과 외도를 알지만 프랜을 단죄하기보다는 샘 혼자서 모든 것을 지고 가려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고 화가 난 와중에 이디스의 등장은 정말 샘이 아닌 독자인 나에게 한줄기 빛 같았다.


유럽으로 떠나는 부부의 여행을 다룬 이야기라고 해서 아름다운 유럽을 배경으로 다시 예전의 사랑을 불태우는 중년부부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도즈워스 부부는 왜 이런 진흙탕 같은 여행을 떠난 걸까? 그렇다고 깨달은 순간 집을 돌아왔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여행을 함으로써 오히려 샘의 인생에 올바른 전환점이 된 것 같아 고구마 수백 개 먹다가 끝에 사이다 한 모금 마신 기분이다.

이 여행으로 도즈워스 부부는 각자 깨닫고 성장한 바가 있지 않을까?

둘은 부부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각자의 길로?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읽고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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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덕후 현정쌤의 50일 드라마 중국어 말하기 : 원어민 어감 살리기 편 - 지금 당장 중국에서 써먹는 100가지 상황별 표현
박현정 지음 / 시대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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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중국어 말하기는 실제 드라마 상에 나온 대본인가요? 중국어 공부하는데 정말 재미있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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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6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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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마다 하나의 테마로 찾아오는 <휴머니스트>의 세계문학 시즌 중 그 두 번째 '이국의 사랑' 시리즈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그중 한 작품이 바로 이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 토니오 크뢰거』이다.

'이국의 사랑'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이 작품들 또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적 사랑이 아니라 닿지 않는 상대에 대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은 제목부터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치고는 이미 비극을 암시하는 것 같다.

작가이자 귀족의 작위를 받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는 힘든 작업 후에 기력을 되찾기 위해 점심 식사 후 산책에 나섰다. 영국 정원을 한참 거닌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차를 기다리면서 그 주변의 광경을 둘러보며 몽상에 빠져들던 중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나무속껍질로 엮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의 모습은 아셴바흐로부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여행에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아름다운 이국의 휴양지를 꿈꾸며 간 베네치아는 그의 예상과는 달리 바다와 하늘이 우중충했고, 때론 안개비까지 내렸다. 베네치아가 맑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던 아셴바흐는 리도에 도착한 이튿날에도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는 즉시 베네치아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 뷔페식당에 간 아셴바흐는 도착한 날 보았던 아름다운 용모의 소년을 가까이서 보고는 경탄했다. 그리고 해변의 풍광 역시 아셴바흐를 기쁘게 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마음을 바꿔 리도에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베네치아에서의 산책은 아셴바흐의 기분과 결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불쾌하고 혐오스럽고 고통스러웠다. 이에 아셴바흐는 그곳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다음날 떠날 생각에 아셴바흐는 잠을 설쳤고, 다음날이 되자 여전히 흐렸지만 공기가 상큼해진 것 같아 떠나기로 한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에서 평생 명성을 지향하며 도덕을 중요시 여기고 예술가로서 금욕적인 삶을 살았던 아셴바흐는 이국의 베네치아에서 만난 소년 타지오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름다운 타지오와는 다르게 늙고 추한 자신의 모습에 자존심은 집어던지고 타지오의 마음에 들기만 바라며 자신이 그리 경멸했던 배 안에서 본 화장을 한 노인처럼 화장을 하는 아셴바흐의 모습에 왠지 모를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아무리 타지오를 향한 거대한 이끌림으로 억눌린 감성과 감각이 길을 잃고 표출되었다지만, 오랜 세월의 풍파에도 끄떡하지 않던 냉철한 지성이 단지 소년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이라는 굴욕적 몸부림을 친 것에 마치 나의 자존심이 스크래치 난 것처럼 기분이 나빴다. 왜 작가는 아셴바흐를 끝까지 고결한 지성으로 지켜주지 못했을까?

그리고 단지 타지오의 아름다움을 경배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이 실제 사랑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토니오 크뢰거>에서 토니오 크뢰거의 아버지는 영사인 동시에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시내의 유력인사였다. 친구인 한스 한젠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토니오는 모든 면에서 자신과 다르고 반대인 한스를 사랑했다. 그의 모든 것을 동경하고 사랑했지만 자신을 바꾸고 싶지도 않고 바꿀 수도 없었다. 토니오는 굳이 한스 한젠처럼 되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그저 한스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한스는 토니오와 단둘이 있을 때는 겉으로만 친한 척했지만 다른 사람이 오면 토니오에게서 등을 돌리고 토니오와 함께 있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토니오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토니오 크뢰거는 열여섯 살 때에는 금발의 잉게보르크 홀름을 사랑했다. 토니오는 잉게를 이미 수없이 많이 보아왔음에도, 무용 강습을 위해 마련된 후스테데 영사 부인의 살롱에서 잉게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녀에 대해 느끼는 사랑은 예전 한스 한젠을 보며 느꼈던 감정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토니오와 잉게는 서로 달라 낯설고 서먹했지만, 토니오는 변치 않는 사랑을 꿈꿨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한스 한젠에 대한 사랑이 식은 사실을 떠올리고는 지상에서 변치 않는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길을 간다.

할머니에 이은 아버지의 죽음,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혼해서 멀리 떠나버린 부도덕한 어머니 등 크뢰거 가문의 점진적 해체와 분해로 그를 그 도시에 묶어두었던 죔쇠와 끈이 풀어짐에 따라 토니오 크뢰거는 고향 도시를 떠나는데….



한스 한젠을 사랑했던 것이 그에 대한 동경이었다면, 잉게 홀름을 사랑한 건 어떤 의미였을까? 잉게보르크 홀름은 한스처럼 모든 면에서 뛰어난 소녀도 아니었다. 잉게에 대한 사랑은 단지 토니오 자신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토니오는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비하하는 게 많다. 자신의 뛰어난 예술성을 비하하고, 시를 쓰는 것을 마치 더러운 죄를 짓는 것처럼 부끄러워하면서 예술을 모르는 다른 일반인들에게는 무조건적인 동경과 갈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소설은 단지 이국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토마스 만이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가진 것은 피곤하고 평범한 게 최고다? 그것은 남들은 가지지 못하고 부러워할 예술적 재능에 대한 자의식 과잉을 표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마치 예전 어떤 가수의 허세와 자의식 과잉의 셀카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 뭐 그런 느낌?

그런 토니오가 낯선 타국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의 도플갱어를 만난 후 자신의 삶을 정돈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다니.

<토니오 크뢰거>는 읽으면서 토니오의 감정에 공감이 느껴지지 않고 난해함을 느껴 당황했다.

다시 한번 정독을 해보고 토마스 만이 말하고자 하는 예술적 고뇌가 무엇인지에 집중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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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조지 오웰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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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농장의 수퇘지 소령 영감이 전날 밤 이상한 꿈을 꾼 후 다른 동물들에게 동물들의 삶의 본질에 대해 연설을 한 후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 반란은 예상보다 일찍 쉽게 일어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기도 전에 성공을 거뒀다. 농장주 존스 씨는 축출되었고, 장원농장은 동물들 소유가 되었다.

그들은 장원농장이라는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꾸었다.

동물들 중 가장 영리한 존재인 돼지들, 그중에서도 나폴레옹과 스노볼, 스퀼러의 연구와 지도하에 동물들은 하나로 뭉쳤고, 돼지들은 소령 영감의 가르침을 체계화한 '동물주의'의 원리를 정리한 7계명의 원칙을 동물들에게 반포했다.


모든 동물들 스스로가 농장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했다. 어느 누구도 훔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자신의 배급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으며, 거의 모두가 태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할 것만 같았던 농장의 일에 불평등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의 발단은 암소가 짜낸 우유와 바람에 떨어진 사과들을 처리하는 문제였다. 스노볼과 나폴레옹, 스퀼러는 돼지들이 우유와 사과를 좋아하진 않지만 두뇌 노동자인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독점하여 먹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의무가 실패하면 농장주 존스가 돌아올 것이라며 위협했다.

이에 존스가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던 동물들은 돼지들이 우유와 사과를 독점해야 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이렇게 돼지들은 합심하여 자신들의 의도대로 동물농장을 운영해 나갔는데, 풍차 건설을 계기로 돼지들 간의 권력 투쟁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된다.

스노볼의 풍차 건설 계획이 완성된 날 풍차 건설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스노볼의 연설이 끝났을 때 나폴레옹의 신호에 맞춰 아홉 마리의 개가 헛간으로 뛰어 들어와 스노볼을 공격했고, 그렇게 스노볼은 나폴레옹에 의해 축출된다.

스노볼을 축출한 나폴레옹은 이제부터 일요일 아침 회의는 없앨 것이라고 공표하며, 앞으로 모든 농장 문제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돼지들의 특별위원회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위협적인 아홉 마리 개들 때문에 다른 동물들은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다.


나폴레옹은 간교한 스퀼러를 대변자로 내세워 동물들을 선동하고 세뇌시켰고, 불평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는 동물들은 공개 처형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독재 체제를 구축하였다.

동물농장의 동물들은 존스가 운영할 때와 같은 상황, 어찌 보면 더 힘든 상황에 처해지지만, 나폴레옹을 비롯한 지배 계급인 돼지들은 존스보다 더 호의호식하는 사치를 누리는데….



1945년 발간된 『동물농장』은 권력과 스탈린 주의에 대한 비판적 풍자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조지 오웰은 동물들의 의인화를 통해 독재 체제를 풍자하였는데, 어찌 보면 <이솝우화>나 <라퐁텐 우화>처럼 아이들을 위한 동화 같아서 재미있게 읽히면서 이해하기가 더 쉬운 것 같다.

하지만 동물들을 통한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당시 스탈린 주의에 대한 공격과 비판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은 명백한 사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동물농장』에서 동물들은 농장주 존스 씨를 몰아내고 동물 공화국을 세우지만, 이후 지배층인 나폴레옹과 스노볼의 권력 다툼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스탈린'을 암시하는 '나폴레옹'이 '트로츠키'를 암시하는 '스노볼'을 축출하고 모든 권력을 독점하며 진정한 독재자로 거듭나게 된다.

반면 스탈린 체제 하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나타내는 동물들 중, '복서'는 우직하고 열성적이지만 우매하여 나폴레옹의 정권 아래서 죽을 때까지 착취당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지만 결국 쓰임이 다하자 제거 당하고 만다.

이 밖에도 나폴레옹이 권력을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와 양의 역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새움>에서 출판된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의 『동물농장』은 작가가 쓴 문장 구조와 원문의 묘미를 살려 최대한 자연스럽게 직역에 가까운 번역을 하여 독자들이 진정한 고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물론 영어와 한국어라는 언어에서 오는 근본적 차이점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의역은 제외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전에 내가 읽었던 타 출판사의 『동물농장』과는 달리 긴 설명 없이 간략한 문장임에도 막힘없이 부드럽게 잘 읽혔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스노볼도 스퀼러같은 선동가로 보였는데, 이 책은 원문의 섬세한 뉘앙스를 그대로 잘 전달하다 보니 예전 책에서 그렇게 보였던 것이 지나친 의역으로 인한 오역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원문을 읽지 않더라도 원문을 읽는 것처럼 원문의 감동과 재미를 그대로 전달해 주며 고전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새움>의 『동물농장』을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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