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5 : 디오니소스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그리스·로마 신화 5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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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5』의 키워드는 '놀이'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놀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내용이 그다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만큼 '놀이'라는 단어를 연관 지으면 생각나는 것들 또한 한정되어 있다. 그중에서 아마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일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사람들이 주로 알고 있듯이 포도주가 상징인 신이기도 하지만, 축제와 같이 즐기는 대부분의 것들을 상징으로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디오니소스는 멋지고 매력적인 신으로 자랐으며 언제나 즐겁고 명랑했다.

디오니소스는 세상에서 포도를 처음으로 재배한 신이었고, 사람들에게 포도밭을 보살피는 방법, 포도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웃음과 축제, 춤과 노래로 생활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보여 주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p.51~52


디오니소스에 대한 묘사는 이야기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가지는데, 어쩌면 디오니소스가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인 축제가 다양한 면모를 지니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포도주의 신이면서 축제의 신이다 보니 디오니소스에 대하여 '술주정뱅이에 놀기를 좋아하는 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디오니소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보면 이와는 어쩌면 정반대라고 할 수도 있다.

스승인 실레노스를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미다스 왕의 소원을 들어주었던 점에서는 온화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카리오스의 대접에 대한 보답으로 포도밭을 일구는 방법과 포도주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에서는 작은 고마움에도 보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마냥 유한 신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해적들과 얽힌 일화를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적들이 디오니소스를 납치해 팔아버리거나 몸값을 받아내려 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 중 유일하게 한 명은 디오니소스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어 풀어주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다른 해적들은 이를 무시하였고, 결국 자신의 힘을 드러낸 디오니소스에 겁을 먹어 갑판 밖으로 뛰어내렸다. 디오니소스는 이들을 돌고래로 만들어버렸는데, 자신에 대하여 어렴풋이나마 눈치를 채고 풀어주기를 주장하였던 그 선원에게만은 자비를 베풀었다.


이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디오니소스는 자신에게 무례하고 예의를 갖출 줄 모르던 이들에게는 돌고래로 바꿔버리는 것과 같은 벌을 내리는 냉철하고 냉혹한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경외감을 가지고 예의를 갖추려고 했던 이에게는 그가 해적이었고 다른 이들과 함께 자신을 납치하려 하였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비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그의 상징인 포도주와 축제처럼 변화가 많은 모습인 것 같다.



'놀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진심으로 즐기는 것에는 디오니소스가 관장하는 것들 외에도 여럿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음악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음악이라는 단어와 연관을 지으면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세 단어가 있다. 바로 '아폴론', '뮤즈', '오르페우스'이다. 이 중 전자 둘(정확히는 하나와 집단 하나라고 해야 하는데, 뮤즈는 9명의 여신들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기 때문이다)은 신인데 반해, 오르페우스는 인간임에도 신에 필적한다 할 수 있는 실력을 지녀 말 그대로 죽음조차 감동시킨 인물이다.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게 물려 죽었고, 상심한 오르페우스는 갖은 방법을 쓴 끝에 지하세계로 찾아가게 된다. 그러고는 괴로운 마음을 담아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이에 감복한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였으나, 오르페우스가 하데스가 금지한 것을 어겨 다시 에우리디케를 잃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르페우스는 상심한 가운데 다른 이들에게 맞아 죽게 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어쩌면 디오니소스와 오르페우스 모두 '놀이'의 아름다운 면과 동시에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면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이야기들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다양한 것들이 제시가 되지만, '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것은 그 자체부터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 속에서 '놀이'라는 키워드를 연결 지을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어떠한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놀이'라는 것을 단순히 노는 것만이 아닌, 진심으로 즐기며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점과,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조차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 부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의 자격을 갖추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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