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즈워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0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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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를 졸업하고 자신만의 꿈을 가진 스물여덟의 새뮤얼 도즈워스는 1903년 현재 제니스 기관차 회사의 부감독관으로 있었다. 그는 기술이 발달하여 약 20년쯤 뒤면 자동차가 마차만큼 흔해질 것이라고 예상하여 자동차를 연구해 자동차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래서 기관차 회사를 그만두고 레벌레이션 자동차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어 했다.

그는 일명 제네스시의 귀족들이 이용하는 케네푸스 카누 클럽의 파티에 갔을 때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지만 성장 후 처음 만난 프랜시스 볼커를 보고 감전된 듯 이끌리고 매료되며 운명적 사랑을 느꼈다.

그렇게 그녀에게 관심을 표하며 교류를 시작한 샘은 그해 11월 어느 날 프랜에게 청혼하고 결혼한다.


장인 허먼 볼커의 재산을 등에 업은 샘은 레벌레이션사의 부사장 겸 생산관리자가 되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동차 연구와 생산을 계속해 이후 20여 년간 레벌레이션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돌풍을 일으키고 베스트셀러 자동차를 만들어내게 하는 주역이 되었다.

그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샘 도즈워스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쳤다. 바로 샘이 청춘을 바친 레벌레이션사가 수십억 달러의 자본을 가진 유닛 자동차 회사에 흡수합병된 것이다. 샘은 유닛에 맞서 싸우고 싶었지만 다른 동료 임원들의 우려로 유닛에 회사를 넘겼다. 샘은 지배권을 넘기는데 서명하며 이제 더 이상 그는 아무것도 아닌 위치에 있게 되었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어디론가 떠나자는 프랜의 말처럼 떠날 마음을 먹는다.


샘과 프랜은 거대한 증기선을 타고 유럽으로 떠났고, 샘은 드넓은 바다를 보며 자유와 행복을 느꼈다. 그는 그 기쁨을 프랜과 나누고자 했지만 프랜은 짜증을 내며 짐 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샘은 프랜을 사랑했지만 프랜은 항상 샘의 기운을 빼고 주눅 들게 했다. 그녀는 교만했고 샘에게 열등감을 심어주었으며 샘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녀는 샘이 좋게 평가하는 인물들은 별로라고 평가하는 반면 샘이 의심쩍어 하는 인물들은 멋지다고 추켜세웠다.

샘은 그런 프랜에게 배에서 새로 사귄 클라이드 로커트 소령을 소개해 주었고, 샘의 예상대로 처음에는 냉랭하고 냉소적으로 로커트를 봤던 프랜이 대화를 해나가면서 열의를 가지고 로커트를 대했다. 심지어 로커트가 그녀를 속물이라고 무례하게 이야기해도 프랜은 로커트의 말에 굴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프랜은 로커트를 보호자 삼아 배 위에서 수많은 남자들을 사귀게 된다.


그렇게 영국에 도착한 프랜은 끊임없이 샘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짜증을 냈다. 호텔을 예약하는 것부터 저녁 식사 초대 손님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샘은 모든 상황을 인내하며 프랜의 놀이 상대를 참을성 있게 물색했다. 그녀는 샘을 못마땅해하며 빈정거리다가도 그를 용서해 주는 대신 호화로운 쇼핑을 했다.

그 후 배에서 만난 로커트가 도즈워스 부부를 사촌인 헌던 경 집에 초대했고, 샘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프랜이 그가 장군이고 귀족이라서 그 집에 꼭 가야겠다고 우겼다. 샘은 점점 더 프랜에게서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헌던 경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순간, 로커트가 프랜에게 우정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다는 확신을 얻게 되는데….



소설을 읽는 내내 프랜에 대해 불편함과 심한 반감을 느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프랜은 과연 샘을 사랑한 적은 있었던 걸까? 그저 샘은 프랜에게 ATM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즈워스』는 도즈워스 부부가 회사를 경쟁사에 매각하고 아들, 딸을 훌륭히 다 키우고 그중 딸을 결혼시키고는 치열한 경쟁과 전투 같은 삶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고 자유로워지고자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50이 되기까지 일에 매달려 사느라 정작 삶의 여유를 느껴보지 못하고 해외여행도 가보지 못했던 성공한 사업가 샘 도즈워스는 레벌레이션사를 최고로 성장시킬 만큼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상과 사업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샘 자신은 아내 프랜의 눈치를 보고 프랜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소극적인 남자였다. 그런 그가 여행을 하면서 자신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알아가며 자아를 찾아간다.


반면 프랜은 고상한 척 위선을 떨지만 친교라는 미명 아래 외도하며, 실제 뛰어나지도 않는 자신의 능력을 크게 부풀려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 마냥 과대포장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를 좋아하는 허영심 많고 이기적인 여자였다. 오직 남편만 아니면 여행에서 만난 어떤 남자든 전부 오케이라는 듯, 남자에 굶주린 여자 같다.

또한 자신의 조국인 미국적인 것은 모두 무시하고 경멸하면서 유럽의 것은 유럽의 거지라도 찬양할 듯한 속물적인 프랜의 태도에 속이 울렁거리고 불편해서 이 소설에서 프랜이라는 인물 자체를 도려내고 싶었다.

대체 프랜은 왜 여행을 떠난 걸까? 아마 좁은 지역사회에서 바람피우면 손가락질 당할까 봐 자신을 모르는 해외에서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남자를 만나고 다니고 싶어서 간 것 같다.


20여 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샘은 자신이 알게 모르게 프랜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걸까? 프랜의 부당함과 외도를 알지만 프랜을 단죄하기보다는 샘 혼자서 모든 것을 지고 가려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고 화가 난 와중에 이디스의 등장은 정말 샘이 아닌 독자인 나에게 한줄기 빛 같았다.


유럽으로 떠나는 부부의 여행을 다룬 이야기라고 해서 아름다운 유럽을 배경으로 다시 예전의 사랑을 불태우는 중년부부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도즈워스 부부는 왜 이런 진흙탕 같은 여행을 떠난 걸까? 그렇다고 깨달은 순간 집을 돌아왔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여행을 함으로써 오히려 샘의 인생에 올바른 전환점이 된 것 같아 고구마 수백 개 먹다가 끝에 사이다 한 모금 마신 기분이다.

이 여행으로 도즈워스 부부는 각자 깨닫고 성장한 바가 있지 않을까?

둘은 부부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각자의 길로?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읽고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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