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 - 종족, 계급, 전투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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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에서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고민할 수 있는 요소들인 주인공을 위한 시련과 성장 과정, 캐릭터의 관점, 이야기의 배경에 담긴 역사 등, 어떻게 보면 '미세 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섬세한 부분들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상대적으로 커다란 요소들은 이 책의 저자가 쓴 또 다른 책인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혹시 안 읽어보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는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충분히 이야기를 써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도 읽어본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어떻게 싸워야 잘 싸운단 소문을 들을까?'

웬만한 판타지 이야기에는 전투 장면이 꼭 나온다. 그중에는 거대한 전투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전투에 치중되어 묘사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이러한 전투 장면들은 대개 소설의 단계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에서 '위기'와 '절정' 부분에 속하면서 독자들이 몰입을 최대로 하게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너무 세세할 경우 쓴 노력이 아깝게 독자들은 너무 세세한 묘사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다고 너무 뭉뚱그려서 묘사할 경우 독자의 몰입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문제들이 없도록 적당한 수준으로 묘사를 해야 할 텐데, 그 정도를 특정 짓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의 저자는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받았던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등과 같은 이야기들에서 이용된 묘사들을 예로 들면서, 이 책의 독자들이 이야기를 써낼 때 전투를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

또한 단지 책만 예시로 삼지 않고 《스타워즈》, 《캐리비안의 해적》 등과 같은 영화에 나오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들에서도 중요한 요소들을 뽑아내어, 진정으로 긴장감 넘치고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는 전투 장면을 묘사하는 방법에 대하여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악역 끝판왕, 다크로드는 누구인가?'

이야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아마 '주인공'이라는 단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그렇지만 '주인공'에 비견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악역'이다. 아마 대부분은 이 사실에 대해 동의할 것이다.

'만약에 『해리 포터』에 볼드모트가 없었고, 그저 조금 나쁜 마법사 몇 명만 있었다면?' 아마 그냥 평범하게 마법 학교에 다니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의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 사우론이 없다면?', '《스타워즈》에 다스 베이더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된 악역이 하나도 없었다면?' 아마 이 이야기들 모두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인공 못지않게 이야기를 빛내는 것이 바로 주인공과 대적하는 악역이다. 그렇다고 해서 뜬금없이 나타나서 '나 악역이네'하고 주인공을 괴롭히고, 또 뜬금없이 패배해서 주인공을 빛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악역을 등장시키는 것도 섬세한 타이밍 조절과 그전에 미리 악역이 등장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을 통해 그 방법을 알게 되리라 믿는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을 통해서 이야기의 큰 틀을 만들 수 있었다면,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을 통해서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책 모두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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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끌려!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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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 정명섭

어느 날 AR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는 오라클이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했고, 제조사의 값싼 보급정책으로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현실에서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오라클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현실 도피를 위해 오라클을 상시 머리에 쓰고 다녔다.

주인공 상진이는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음에도 엉망인 성적을 받아 짜증이 나 오락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으나 집에 있는 상진이의 오라클이 고장이 나서 AR방이라도 갈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그때 상진이의 눈에 새로 생긴 조그만 AR방이 보였고, 때마침 그 가게에서 나온 직원의 권유로 AR방에 들어가 테스트 중인 가상현실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접속한 게임은 상진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이상한 규칙을 가진 게임이었고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그렇게 게임에 참여하게 된 상진이는 게임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데….


<살이 찌면 낫는 병> - 조영주

키 152센티미터에 몸무게 63킬로그램인 현아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체질에 오빠까지 돼지라고 놀림을 일삼아 몸무게에 민감했다. 그런 현아에게 키 167센티미터에 52킬로그램인 친구 미나는 먹어도 살 안 찌는 약이 있다며 자신이 먹고 있는 약을 한 알 주었고, 그 약을 한번 먹어보고 효과를 본 현아는 미나의 소개로 병원에 가서 그 약과 함께 항우울제를 처방받는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라 아무런 의심 없이 다음날부터 약을 복용한 현아는 운동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해 다이어트에 효과를 보기 시작하는데….


<우정은 동그라미 같은> - 장아미

열다섯 살 하리는 단짝 지우가 엄마의 직장 때문에 캐나다로 가버린 후 학교에서 항상 혼자 지냈다. 소심하고 답답한 성격 때문인지 친구들에게 먼저 손 내밀지 못하고 미적미적하는 사이 혼자인 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하리에게 어느 날 나은이라는 명랑한 친구가 먼저 손을 내밀고 나은의 무리에 하리를 끼워주었다. 미적거리고 뒤로 처지는 하리를 챙겨주고 무리의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도와주어 하리는 이제 지우를 생각하지 않아도 잘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무리의 리더인 서현이 나은에게 친근함을 표하기 시작하자 서현은 우쭐대는 기분과 함께 자신을 챙겨줬던 나은을 깔보는 마음까지 생기며 나은의 몇몇 행동이 불쾌해 보이기도 하는데….


<형이 죽었다> - 정해연

형 인욱은 성격이 좋고 친구도 많고 전교 1등만 하는 엄친아였다. 형은 장래희망이 정의로운 검사로 엄마, 아빠의 자랑이자 희망이자 미래였다. 그런 형이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다.

형의 죽음 이후 집도 형을 따라 죽어버린 것 같았다. 엄마, 아빠는 삶을 겨우 이어나가는 듯 보였다. 주인공 정욱이는 형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형처럼 되기를 노력했고, 죽은 형에게 쏠려있던 관심들이 정욱에게로 향하며 집안은 다시 생기가 돌며 부모님들도 일상에 복귀하며 남은 삶을 다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욱이에게 형의 여자친구였다는 미소가 찾아와 아무도 몰랐던 인욱의 자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세계 다람쥐의 날> - 김이환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 미래.

우주 도시 중 하나인 테크 시티의 시민들은 발전된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며 항상 더 좋고 새로운 전자 제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항상 최첨단 제품을 사용했다. 그것은 스마트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 서윤의 가족을 포함한 모든 테크 시티 시민들은 최신 스마트폰 '에토스 나인'을 구매했고, 새로운 스마트폰의 기능 탐색에 푹 빠졌다. 테크 시티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직장에서의 업무나 학교에서의 수업조차 스마트폰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렇게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독이 문제가 되자 에토스를 만든 회사가 신제품 에토스 나인에 스마트폰 중독을 방지하는 기능인 새로운 인공지능 히파티아를 탑재하면서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자꾸만 끌려!』는 출판사 <생각학교>에서 출판했던 『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그대로 다시 뭉쳐 출간한 단편 소설집이다. 이전 작품을 읽어봐서 그런지 각 작가들의 스타일이 눈에 들어오면서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듯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주제는 '중독'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다가 게임에 중독되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가 다이어트에 중독되고, 친구들 간의 관계에 중독되고, 칭찬에 중독되고, 핸드폰에 중독되는 이야기들을 청소년들의 시선에 맞춰 편하게 풀어내고 있다.


정명섭 작가님과 김이환 작가님은 이번에도 SF 공상과학 단편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제도 과학기술에 관련된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이야기로 아마 현실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오라클>에서 작가는 미래에 가상현실 게임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힘든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 선택받는 날이 오고, 그 가상현실 게임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게임으로 인해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그리며 과도하게 게임에 빠지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세계 다람쥐의 날>은 이제는 우리의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집착하고 그것을 습관적으로 이용할 경우 겪게 되는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스마트폰 중독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살이 찌면 낫는 병>에서는 여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지도 모르는 다이어트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체중계 숫자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기 좋고 건강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지 어느 숫자를 숭배하기 위해 다이어트하는 것은 아니다.

체중계의 숫자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건강을 해치는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하지 말기를 바란다.


<형이 죽었다>에서는 칭찬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글쎄…. 남들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게 잘못일까?

작가의 말처럼 칭찬을 위해 노력한 형도 잘못이 아니고 칭찬과 인정을 해 준 주위 사람들도 전혀 잘못이 아니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자는 의도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인가?

살면서 남들의 칭찬에 의해서든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든 얼마든지 바뀌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각자가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 중 한 가지 오류가 있는데 '나이스 학부모 서비스'는 소설에서처럼 절대 자동 로그인 처리가 안된다는 사실. 학생 개인의 중요 정보를 다루는 페이지인데 자동 로그인이라니… 보고 깜짝 놀라서 로그인 페이지에 가서 확인까지 해봤다. 절대 자동 로그인 없다. 성적확인을 위해서는 인증서 로그인.

그리고 접속 시간 한 시간이 지나면 보안을 위해 사용하든 안 하든 무조건 자동 로그아웃 된다는 사실. 그전에 페이지에 더 머물겠냐는 메시지가 뜬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다섯 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나도 마음은 10대가 되어 10대의 시점에서 여러 가지 '중독'에 대해 생각을 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엇이든 자기 자신을 즐겁고 더 좋게 하기 위해 시작된 행위가 절대 자신을 지배하게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게임이든 스마트폰이든, 공부든, 다이어트든.

중독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의 주도권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주인은 나이다. 그러므로 절대 그 주도권을 타인에게든 다른 사물에게 넘겨주는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일같이 유혹거리가 많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현대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이야기들 중 하나에 자신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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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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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시되던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의미 없어진 지 오래다. 아이들의 교육과정은 문과와 이과의 구분없이 공통 과목을 교육받으며 단지 자신의 흥미와 필요에 의해 선택 과목을 결정할 뿐이다.

이 책은 말도 안 되는 인간의 이분법적 구분의 오류를 지적하며 고대부터 전해지는 문학의 걸작들 속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과학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걸 이렇게 볼 수도 있네?"였다. 정말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 책에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 속에 담긴 과학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었다. 심지어 현대의 이야기라서 과학에 관한 내용들이 포진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장 오래된 것은 『길가메시 서사시』나 『일리아스』처럼 수천 년이 지난 이야기도 있다. 그러한 이야기들 속에서조차 과학을 찾아내는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수호전』과 『일리아스』에 대한 내용이다.


『수호전』은 송나라 시대 양산박에 모인 108명의 두령들의 이야기이다. 『수호전』은 독특한 특징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건 주인공인 108 두령들에 대한 설명만 주야장천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각각의 두령들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고, 어떤 능력을 지닌 이들이며, 또 어떤 연유로 범죄자가 되어 관군에게 쫓기던 끝에 양산박에 도착하였는가 등등. 이 정도까지 늘어놓은 다음에는 그다음 두령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원래부터 이러한 형식이었던 것은 아니고, 전해지면서 이러한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소설의 전개 과정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기나긴 발단 단계 끝에 이제 전개가 보이나 싶으면 '컷!'과 함께 막을 내리는 셈이니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특징을 『수호전』의 배경이 되는 송나라의 사회 상황에서 찾고 있다. 송나라는 상당한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문화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변화들이 있었기에 당시 사람들은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졌고, 그중에서 도적들에 관한 이야기가 모인 것이 『수호전』일 거라는 이야기다.

요즘도 그렇지만 어떤 사건에 대하여 발단 부분에 관한 소문만 무성할 뿐, 대부분 지금 어떻고, 발단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에는 많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좌우지간 송나라의 발전 과정이 어떻게든 『수호전』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을 것이다.


송나라의 발전을 보여주는 예시 중에는 시계가 있는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시계를 생각한다면 실망이 크기는 할 것이다. 정확한 작동 원리는 알 수 없지만 이름과 기록된 책의 내용으로부터 미루어 보았을 때, 물로 물레방아 또는 바람개비 등을 회전시켜 매시간마다 나무 인형이 북을 치게 하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비록 그 사이의 간격이 크기는 해도 해의 높이 등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정확하면서도 편리하였을 것이다.



철기는 예전부터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고조선부터 시작해서 철제 무기를 사용하였고, 특히 고구려의 기록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고구려에 대하여 떠올려보면 여러 가지가 떠오를 수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릴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철갑을 두른 말들일 것이다.

고구려는 말까지 갑옷을 입었다는 기록이 있고, 실제로 그 갑옷이 여럿 발견될 정도로 철제 병기를 많이 이용하였던 것 같다.

그런 고구려에 어이없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진다. 고구려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쇄갑(鎖甲)과 섬모(銛矛)가 있는데, 이들이 과거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 대하여 바람에 휩쓸려 벌레나 작은 물고기가 비와 함께 내리는 경우는 있어도, 무거운 쇄갑과 섬모가 이처럼 내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솔직히 하늘이라고 해도 구름 위는 둘째치고,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에서만 떨어져도 갑옷과 창은 커녕 탱크도 형체조차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추락한 장소에 웬만한 초가집 두세 개는 들어가고도 남을 구멍이 생기는 것은 덤이고 말이다.


철제 무기들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역사와 함께했고 지금도 별반 다를 바는 없다. 저자는 『일리아스』의 명장면 중 하나로, 헥토르가 마지막 출전을 할 때 헥토르의 아들이 헥토르의 투구를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꼽는다. 이러한 명장면 속에는 전쟁으로 인해 생기는 슬픔도 담겨 있다.

『일리아스』의 배경이 되는 트로이 전쟁은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따라가며 발생하였다. 이때 헬레네가 건너갔다는 전설이 서린 바다가 '헬레스폰토스'로, 현재에는 다르다넬스 해협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2017년부터 다르다넬스 해협에는 치낙칼레 대교라는 다리가 건설되고 있는데, 완공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예시를 들며 과거에는 전쟁의 상징이었던 바다 위에 21세기의 기술로 평화와 경제 발전을 위한 구조물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다리의 완공으로 철은 무기로써의 가치보다 오랫동안 나뉘어 살고 있었던 사람들을 이어주는 평화와 공존의 재료로 쓰는 게 더 어울린다는 점을 알려주는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철제 무기는 모두 사라지더라도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나게 해줄 철기는 오래오래 남아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 외에도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는 『천일야화』, 『오 헨리 단편집』 등 누구나 읽어봤을 고전 속에 나타난 과학기술과 그 발전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야기를 읽을 때 그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면서 이야기의 배경이나 이야기에 반영되어 있는 요소들은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사람들이 무심코 넘어갔던 부분에 담겨있는 숨어있는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해 좀 더 폭넓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청소년들도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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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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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가와시 아동 가정 지원 센터 직원인 마에조노 시호는 그날도 이시이 씨 집 아이들 중 둘째 남자아이가 요즘 보이지 않는다는 익명의 신고를 받고 광역 자치 단체가 소관하는 아동 상담소 직원인 마쓰모토 유이치와 가정 방문에 나섰다. 이시이 씨 집은 아이가 네 명으로 지금까지도 여러 번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신고가 들어왔고, 그때마다 아동 상담소 직원과 시 지원 센터 직원이 함께 집을 방문해 점검했다. 이시이 씨는 집에 아이가 많아 짜증이 나서 무심코 큰소리를 쳤고 가끔 손을 들 때도 있었다며 시인했고 결국 시의 '감시 서포트' 대상에 올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외출하고 돌아오는 이시이 씨 부부와 아이들을 만난 시호와 유이치는 가족들 사이에 둘째 소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타의 행방을 물었다. 그 질문에 이시이 씨는 남의 집안일에 쓸데없이 참견이 심하다며 짜증을 내며 아이는 아내가 힘들어해서 외갓집에 잠깐 맡겨두었을 뿐이라며 때가 되면 다시 데려올 거니까 신경 끄라며 화를 내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마가와역 근처 필리핀 펍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어머니를 두고 있는 열여덟 살 카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자퇴를 하고 친구 아버지가 경영하는 건축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 업무를 했지만 미장 감독으로부터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듣고 지금은 전문으로 미장 일을 배우고 있다. 카이의 꿈은 전문 미장 업자가 되어 나기사를 데리고 지옥 같은 다마가와시 남부 바다 옆 마을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나기사는 카이의 여자친구로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부모가 신경 써주지 않는 가정환경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친오빠의 성욕 배출구로써 오빠의 성 노리개가 된 것으로 모자라, 친오빠라는 인간은 자신의 여동생을 친구들에게 성적 도구로 내돌리며 자신의 잇속을 차렸다. 그러다가 나기사가 임신을 하자 무면허 업자에게 낙태를 시켰고, 그것이 잘못되어 나기사는 자궁을 적출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말을 친구에게 전해 들은 카이는 이전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나기사라는 존재가 크게 가슴속에 자리 잡게 되었고, 그녀를 진심으로 감싸 안으며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다.


이쿠미는 자신과 남편 모두 다마가와시와는 연고가 없지만 남편 게이고가 시나가와에 직장이 있다는 이유로 출퇴근이 편하고 도쿄보다 집값이 훨씬 저렴한 다마가와시 구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당시에는 이쿠미도 도쿄에 있는 직장에 다니며 인정받는 인테리어 코디네이터였지만, 결혼 후 계속해서 아이가 생기지 않자 병원에 다니며 불임 치료를 받았고, 치료에 시간이 많이 드는 것과 동시에 불임 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직장에서의 시선과 말에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낸 후 불임 치료에 전념했다.

하지만 계속된 임신 실패로 이쿠미는 조급하고 초조해하며 여유가 없어졌다. 그러던 중 불임 치료 전문 병원에 다녀온 날 혼자 점심을 먹으려는데 길 건너편 단층 주택에서 또다시 남자의 고함소리와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집은 젊은 부부와 어린 자녀 여러 명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자주 아이들을 혼냈고 집에서 쫓아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집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쿠미는 그것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다.

또한 자신은 아무리 고생하고 노력해도 생기지 않는 아이가 여러 명이나 있으면서 그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학대하고 있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쿠미는 아이들이 울면서 용서를 빌 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그렇게 그 애가 미우면 나한테 아이를 줘.'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휘몰아치는 이야기에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를 몰라 끝까지 읽고서야 책을 겨우 덮을 수 있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분노, 슬픔, 연민, 반성….

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들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모르고 당연히 모두에게 주어지는 평범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살아왔을까?


『전망탑의 라푼젤』은 가정 내 폭력, 폭력의 대물림, 아동 학대, 방치, 인종 차별, 성 학대, 불임 등 사회의 어둡고 암울한 모습을 전반적으로 다루며, 보는 내내 그 암담함과 슬픔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결코 이런 것이 소설 속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은 이보다 더 심한 이야기들로 가득 찼기에 한층 더 우울하기만 했다.

이 소설은 크게 유이치와 시호, 카이와 나기사, 이쿠미와 게이고의 세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들의 접점은 독자의 눈에 보이는 듯하면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나는 읽는 내내 왜 나기사와 카이가 유이치와 시호 같은 헌신적인 센터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지 답답해했다.

그러나 뒤에서 갑자기 휘몰아치는 충격적인 진실과 반전 앞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과 동시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소설 속 이야기 작은 부분이지만 젊은 엄마 나나에가 삶에 지쳐 딸 유이카를 데리고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에는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이는 바로 얼마 전에 '가족 동반 자살'인 완도 일가족 사건 있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가족 동반 자살'이 아닌 '자녀를 죽인 후 자살한 사건'이다. 그 어디에도 자살하겠다는 자녀의 의지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비록 아이는 부모가 낳았다 할지라도 태어난 이상 아이는 하나의 인격을 가진 인격체이고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타인이다.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 그들의 생사 여탈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전망탑의 라푼젤』이라는 제목처럼 내일이라는 희망이 없는 소설 속 아이들은 다마가와시에 우뚝 솟은 전망탑인 베이뷰 타워에 사는 동화 속의 라푼젤에 의해 영원한 행복의 장소인 탑 꼭대기로 끌어올려질 수 있을까?


암담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아 미래를 꿈꾸던 카이, 자신의 처지도 암담하면서 다른 누군가를 구함으로 자신도 구원받을 거라 생각했던 나기사, 차별을 피해 결국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선택해 버린 야스나리, 카이와 나기사에게 구원받은 하레… 어느 인물 하나 애잔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암울한 현실이라도 주변의 조그만 관심이 누군가의 인생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세상은 그래서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이란 게 대체 무얼까? 삶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놓친다면 분명 큰 후회를 할 것임에 틀림없다.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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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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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미궁에서 그 해답을 어떻게 찾아내서 시련을 헤쳐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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