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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끌려!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7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727/pimg_7114282153499757.jpg)
<오라클> - 정명섭
어느 날 AR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는 오라클이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했고, 제조사의 값싼 보급정책으로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현실에서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오라클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현실 도피를 위해 오라클을 상시 머리에 쓰고 다녔다.
주인공 상진이는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음에도 엉망인 성적을 받아 짜증이 나 오락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으나 집에 있는 상진이의 오라클이 고장이 나서 AR방이라도 갈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그때 상진이의 눈에 새로 생긴 조그만 AR방이 보였고, 때마침 그 가게에서 나온 직원의 권유로 AR방에 들어가 테스트 중인 가상현실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접속한 게임은 상진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이상한 규칙을 가진 게임이었고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그렇게 게임에 참여하게 된 상진이는 게임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데….
<살이 찌면 낫는 병> - 조영주
키 152센티미터에 몸무게 63킬로그램인 현아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체질에 오빠까지 돼지라고 놀림을 일삼아 몸무게에 민감했다. 그런 현아에게 키 167센티미터에 52킬로그램인 친구 미나는 먹어도 살 안 찌는 약이 있다며 자신이 먹고 있는 약을 한 알 주었고, 그 약을 한번 먹어보고 효과를 본 현아는 미나의 소개로 병원에 가서 그 약과 함께 항우울제를 처방받는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라 아무런 의심 없이 다음날부터 약을 복용한 현아는 운동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해 다이어트에 효과를 보기 시작하는데….
<우정은 동그라미 같은> - 장아미
열다섯 살 하리는 단짝 지우가 엄마의 직장 때문에 캐나다로 가버린 후 학교에서 항상 혼자 지냈다. 소심하고 답답한 성격 때문인지 친구들에게 먼저 손 내밀지 못하고 미적미적하는 사이 혼자인 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하리에게 어느 날 나은이라는 명랑한 친구가 먼저 손을 내밀고 나은의 무리에 하리를 끼워주었다. 미적거리고 뒤로 처지는 하리를 챙겨주고 무리의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도와주어 하리는 이제 지우를 생각하지 않아도 잘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무리의 리더인 서현이 나은에게 친근함을 표하기 시작하자 서현은 우쭐대는 기분과 함께 자신을 챙겨줬던 나은을 깔보는 마음까지 생기며 나은의 몇몇 행동이 불쾌해 보이기도 하는데….
<형이 죽었다> - 정해연
형 인욱은 성격이 좋고 친구도 많고 전교 1등만 하는 엄친아였다. 형은 장래희망이 정의로운 검사로 엄마, 아빠의 자랑이자 희망이자 미래였다. 그런 형이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다.
형의 죽음 이후 집도 형을 따라 죽어버린 것 같았다. 엄마, 아빠는 삶을 겨우 이어나가는 듯 보였다. 주인공 정욱이는 형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형처럼 되기를 노력했고, 죽은 형에게 쏠려있던 관심들이 정욱에게로 향하며 집안은 다시 생기가 돌며 부모님들도 일상에 복귀하며 남은 삶을 다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욱이에게 형의 여자친구였다는 미소가 찾아와 아무도 몰랐던 인욱의 자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세계 다람쥐의 날> - 김이환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 미래.
우주 도시 중 하나인 테크 시티의 시민들은 발전된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며 항상 더 좋고 새로운 전자 제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항상 최첨단 제품을 사용했다. 그것은 스마트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 서윤의 가족을 포함한 모든 테크 시티 시민들은 최신 스마트폰 '에토스 나인'을 구매했고, 새로운 스마트폰의 기능 탐색에 푹 빠졌다. 테크 시티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직장에서의 업무나 학교에서의 수업조차 스마트폰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렇게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독이 문제가 되자 에토스를 만든 회사가 신제품 에토스 나인에 스마트폰 중독을 방지하는 기능인 새로운 인공지능 히파티아를 탑재하면서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727/pimg_7114282153499758.jpg)
『자꾸만 끌려!』는 출판사 <생각학교>에서 출판했던 『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그대로 다시 뭉쳐 출간한 단편 소설집이다. 이전 작품을 읽어봐서 그런지 각 작가들의 스타일이 눈에 들어오면서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듯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주제는 '중독'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다가 게임에 중독되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가 다이어트에 중독되고, 친구들 간의 관계에 중독되고, 칭찬에 중독되고, 핸드폰에 중독되는 이야기들을 청소년들의 시선에 맞춰 편하게 풀어내고 있다.
정명섭 작가님과 김이환 작가님은 이번에도 SF 공상과학 단편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제도 과학기술에 관련된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이야기로 아마 현실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오라클>에서 작가는 미래에 가상현실 게임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힘든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 선택받는 날이 오고, 그 가상현실 게임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게임으로 인해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그리며 과도하게 게임에 빠지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세계 다람쥐의 날>은 이제는 우리의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집착하고 그것을 습관적으로 이용할 경우 겪게 되는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스마트폰 중독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살이 찌면 낫는 병>에서는 여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지도 모르는 다이어트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체중계 숫자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기 좋고 건강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지 어느 숫자를 숭배하기 위해 다이어트하는 것은 아니다.
체중계의 숫자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건강을 해치는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하지 말기를 바란다.
<형이 죽었다>에서는 칭찬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글쎄…. 남들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게 잘못일까?
작가의 말처럼 칭찬을 위해 노력한 형도 잘못이 아니고 칭찬과 인정을 해 준 주위 사람들도 전혀 잘못이 아니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자는 의도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인가?
살면서 남들의 칭찬에 의해서든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든 얼마든지 바뀌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각자가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 중 한 가지 오류가 있는데 '나이스 학부모 서비스'는 소설에서처럼 절대 자동 로그인 처리가 안된다는 사실. 학생 개인의 중요 정보를 다루는 페이지인데 자동 로그인이라니… 보고 깜짝 놀라서 로그인 페이지에 가서 확인까지 해봤다. 절대 자동 로그인 없다. 성적확인을 위해서는 인증서 로그인.
그리고 접속 시간 한 시간이 지나면 보안을 위해 사용하든 안 하든 무조건 자동 로그아웃 된다는 사실. 그전에 페이지에 더 머물겠냐는 메시지가 뜬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다섯 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나도 마음은 10대가 되어 10대의 시점에서 여러 가지 '중독'에 대해 생각을 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엇이든 자기 자신을 즐겁고 더 좋게 하기 위해 시작된 행위가 절대 자신을 지배하게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게임이든 스마트폰이든, 공부든, 다이어트든.
중독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의 주도권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주인은 나이다. 그러므로 절대 그 주도권을 타인에게든 다른 사물에게 넘겨주는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일같이 유혹거리가 많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현대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이야기들 중 하나에 자신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