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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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가와시 아동 가정 지원 센터 직원인 마에조노 시호는 그날도 이시이 씨 집 아이들 중 둘째 남자아이가 요즘 보이지 않는다는 익명의 신고를 받고 광역 자치 단체가 소관하는 아동 상담소 직원인 마쓰모토 유이치와 가정 방문에 나섰다. 이시이 씨 집은 아이가 네 명으로 지금까지도 여러 번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신고가 들어왔고, 그때마다 아동 상담소 직원과 시 지원 센터 직원이 함께 집을 방문해 점검했다. 이시이 씨는 집에 아이가 많아 짜증이 나서 무심코 큰소리를 쳤고 가끔 손을 들 때도 있었다며 시인했고 결국 시의 '감시 서포트' 대상에 올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외출하고 돌아오는 이시이 씨 부부와 아이들을 만난 시호와 유이치는 가족들 사이에 둘째 소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타의 행방을 물었다. 그 질문에 이시이 씨는 남의 집안일에 쓸데없이 참견이 심하다며 짜증을 내며 아이는 아내가 힘들어해서 외갓집에 잠깐 맡겨두었을 뿐이라며 때가 되면 다시 데려올 거니까 신경 끄라며 화를 내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마가와역 근처 필리핀 펍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어머니를 두고 있는 열여덟 살 카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자퇴를 하고 친구 아버지가 경영하는 건축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 업무를 했지만 미장 감독으로부터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듣고 지금은 전문으로 미장 일을 배우고 있다. 카이의 꿈은 전문 미장 업자가 되어 나기사를 데리고 지옥 같은 다마가와시 남부 바다 옆 마을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나기사는 카이의 여자친구로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부모가 신경 써주지 않는 가정환경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친오빠의 성욕 배출구로써 오빠의 성 노리개가 된 것으로 모자라, 친오빠라는 인간은 자신의 여동생을 친구들에게 성적 도구로 내돌리며 자신의 잇속을 차렸다. 그러다가 나기사가 임신을 하자 무면허 업자에게 낙태를 시켰고, 그것이 잘못되어 나기사는 자궁을 적출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말을 친구에게 전해 들은 카이는 이전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나기사라는 존재가 크게 가슴속에 자리 잡게 되었고, 그녀를 진심으로 감싸 안으며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다.


이쿠미는 자신과 남편 모두 다마가와시와는 연고가 없지만 남편 게이고가 시나가와에 직장이 있다는 이유로 출퇴근이 편하고 도쿄보다 집값이 훨씬 저렴한 다마가와시 구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당시에는 이쿠미도 도쿄에 있는 직장에 다니며 인정받는 인테리어 코디네이터였지만, 결혼 후 계속해서 아이가 생기지 않자 병원에 다니며 불임 치료를 받았고, 치료에 시간이 많이 드는 것과 동시에 불임 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직장에서의 시선과 말에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낸 후 불임 치료에 전념했다.

하지만 계속된 임신 실패로 이쿠미는 조급하고 초조해하며 여유가 없어졌다. 그러던 중 불임 치료 전문 병원에 다녀온 날 혼자 점심을 먹으려는데 길 건너편 단층 주택에서 또다시 남자의 고함소리와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집은 젊은 부부와 어린 자녀 여러 명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자주 아이들을 혼냈고 집에서 쫓아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집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쿠미는 그것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다.

또한 자신은 아무리 고생하고 노력해도 생기지 않는 아이가 여러 명이나 있으면서 그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학대하고 있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쿠미는 아이들이 울면서 용서를 빌 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그렇게 그 애가 미우면 나한테 아이를 줘.'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휘몰아치는 이야기에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를 몰라 끝까지 읽고서야 책을 겨우 덮을 수 있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분노, 슬픔, 연민, 반성….

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들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모르고 당연히 모두에게 주어지는 평범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살아왔을까?


『전망탑의 라푼젤』은 가정 내 폭력, 폭력의 대물림, 아동 학대, 방치, 인종 차별, 성 학대, 불임 등 사회의 어둡고 암울한 모습을 전반적으로 다루며, 보는 내내 그 암담함과 슬픔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결코 이런 것이 소설 속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은 이보다 더 심한 이야기들로 가득 찼기에 한층 더 우울하기만 했다.

이 소설은 크게 유이치와 시호, 카이와 나기사, 이쿠미와 게이고의 세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들의 접점은 독자의 눈에 보이는 듯하면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나는 읽는 내내 왜 나기사와 카이가 유이치와 시호 같은 헌신적인 센터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지 답답해했다.

그러나 뒤에서 갑자기 휘몰아치는 충격적인 진실과 반전 앞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과 동시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소설 속 이야기 작은 부분이지만 젊은 엄마 나나에가 삶에 지쳐 딸 유이카를 데리고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에는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이는 바로 얼마 전에 '가족 동반 자살'인 완도 일가족 사건 있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가족 동반 자살'이 아닌 '자녀를 죽인 후 자살한 사건'이다. 그 어디에도 자살하겠다는 자녀의 의지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비록 아이는 부모가 낳았다 할지라도 태어난 이상 아이는 하나의 인격을 가진 인격체이고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타인이다.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 그들의 생사 여탈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전망탑의 라푼젤』이라는 제목처럼 내일이라는 희망이 없는 소설 속 아이들은 다마가와시에 우뚝 솟은 전망탑인 베이뷰 타워에 사는 동화 속의 라푼젤에 의해 영원한 행복의 장소인 탑 꼭대기로 끌어올려질 수 있을까?


암담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아 미래를 꿈꾸던 카이, 자신의 처지도 암담하면서 다른 누군가를 구함으로 자신도 구원받을 거라 생각했던 나기사, 차별을 피해 결국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선택해 버린 야스나리, 카이와 나기사에게 구원받은 하레… 어느 인물 하나 애잔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암울한 현실이라도 주변의 조그만 관심이 누군가의 인생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세상은 그래서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이란 게 대체 무얼까? 삶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놓친다면 분명 큰 후회를 할 것임에 틀림없다.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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