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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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고 깊어지자."라는 <내로라>의 모토처럼 이번 『어느 개 이야기』는 아주 짧은 단편이지만 막상 책을 읽고 난 뒤 쉽사리 책을 덮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강아지 에일린 마보닌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에일린 마보닌은 아빠 세인트버나드와 엄마 콜리의 혼종견으로, 엄마는 에일린에게 그녀가 프레스비테리언 종이라고 말해주었다. 의미는 알지 못했지만 뭔가 거창하게 들리는 단어였다.

에일린의 엄마는 다소 경박하고 허영과 허풍이 심한 편으로 자신조차 의미를 모르는 주워들은 거창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단어를 사용할 때면 다른 개들은 놀라움과 부러움의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어차피 그 거창한 단어의 뜻을 아는 개는 아무도 없으니, 간혹 단어의 뜻을 묻는 개가 있어도 엄마가 어떤 식으로 설명하든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어뿐만이 아니라 문장을 이야기할 때도 똑같았다. 주인 가족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를 짜깁기해서 맥락 없이 들려주며 혼자 자지러지게 웃어도, 다른 개들은 자신들의 무지함이 드러날까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엄마를 따라 웃고 이해하는 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단점들을 전부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엄마는 멋지고 매력 있었다. 그녀는 친절하고 온화하며 용감하고 훌륭했다. 그녀는 자신조차 제대로 이해 못 하는 거창한 단어나 문장으로 에일린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하는 자신의 삶을 본보기로 보여주며 가르쳤다.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도 원한을 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위험이 닥친 순간 용기를 내 최선을 다해 위험에 닥친 이들을 도와주라고 가르쳤다.


그런 엄마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 에일린은 얼마 후 다른 집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엄마와의 헤어짐이 슬퍼 우는 동안에도 엄마는 에일린을 위로하며, 세상으로 나가게 된 데에는 큰 뜻이 있을 테니 운명을 받아들이고, 대가를 계산하지 말고 다른 이들을 위해 노력하며 살라고 했다.


그렇게 그레이 부부 집으로 간 에일린은 비록 주인 그레이 씨는 무심하고 냉철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상냥한 그레이 부인과 딸 새디의 귀여움을 받으며 행복하게 지낸다.


시간이 흘러 에일린도 작은 강아지의 엄마가 되었고 영원히 행복한 나날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이 부부의 돌이 지난 아기와 잠을 자고 있던 에일린은 벽난로의 불이 침대에 옮겨붙어 불이 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화상을 입어가며 아기를 구해낸다. 하지만 에일린이 아기를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을 본 그레이 씨는 에일린이 아기를 위험하게 하는 줄 알고 지팡이를 들어 에일린의 앞다리를 내리치는데….



마크 트웨인은 일찍 아버지를 여읜 고된 삶 속에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작가로 성공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내세우진 않았다. 그저 다른 이들이 겪는 부당함과 부조리에 연민하고 공감하며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와 회복에 고심했다.

그것을 위해 그는 그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문학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며 세상을 움직였다.


이 이야기는 혹자는 당시 동물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았던 흑인 노예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풍자로 해석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프랑스 과학자 클로드 베르나르와 아내 마리 프랑세즈 마틴의 일화를 반영한 이야기라고도 한다.

나는 이 소설이 마크 트웨인의 작품을 관통하는 풍자와 해학에 초점을 두어 흑인 노예제도를 풍자한 글이라는 것보다, 소설이 말하고 있는 그대로의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에 관해서만 생각해 보았다.

소설 속 그레이 씨는 클로드 베르나르처럼 아내와 딸이 집을 비운 사이 그들의 은인인 에일린의 강아지로 동물 실험을 한다. 그것은 과연 무엇을 위한 실험이었던 것일까?


인류의 역사를 보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반인륜적 생체실험도 있었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훨씬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흔히 윤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 실험을 최초로 했다는 게 믿기는가?

이후 별다른 비판의식 없이 동물 실험은 계속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생명 과학과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활발해진 동물 실험에 저항하는 동물 실험 반대 운동이 나타나게 되었다.


역대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직접 실험하는 대신 거리낌 없이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고, 그 행위를 인류의 번영을 위한 대의라는 포장지로 곱게 포장했다.

하지만 과거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라는 일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 실험으로 안전성이 확보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도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동물과 인간과의 생물학적 차이를 간과한 데서 나온 오류이며 같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병의 치료 방법이 다양한 경우가 많기에 동물 실험을 인류를 위한 최선책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군다나 동물 실험 자체가 그들의 고통과 죽음이 가치로울 만큼 인간에게 유의미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것은 이 소설에서 보여지듯 단지 인간의 이기심 충족에서 나온 것이며 단순한 동물 학대에 지나지 않는 행위인 것이다.


『어느 개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실험을 당하는 동물이 불쌍하다'가 아닌 동물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다른 어떤 책을 읽었을 때보다 더욱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크 트웨인의 "인간을 알게 될수록, 내 개가 좋아진다."라는 말에 진정으로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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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반대하고 외면해도 나는 찬성! - 올바른 세상을 위한 연대 책내음 지식학교 2
이기규 지음, 방상호 그림 / 책내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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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다르게 개개인의 목소리가 한껏 드높아진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진 상황이면 혼자서만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간 부담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또래 집단의 동질성과 유대감을 중요시 여기며 집단성이 두드러지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에 눈 감고 귀 막고 있어야만 할까? 어릴 때 그렇게 첫 단추를 끼우면 시간이 흐를수록 잘못된 일을 묵인하는 것이 고착화되어 자신의 삶 앞에 펼쳐질 수 있는 다수가 찬성할지도 모르는 모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일에 순응하게 될 것이다.

다수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닌데 다수가 지지한다고 해서 마치 정의인 것처럼 소수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런데 어떤 의견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찬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의견이라면 소신껏 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의견에 대해 모두가 '반대'할 때 혹은 어떤 문제를 외면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용기 있게 소신껏 '찬성'을 말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선입견이라는 것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타인의 외모나 경제적 지위, 학력 등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여 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판단 기준이 때로는 인종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성별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잘못된 가치 판단의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불공평으로 넘쳐나고 그 화살이 당장은 내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소외된 사람들의 올바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편에서 용기 있게 찬성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왜 우리가 올바른 찬성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찬성하는 이유를 쉽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올바른 찬성이며, 그러기 위해 자신과 의견을 함께 할 사람들 즉 '연대'를 형성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찬성하는 방법에는 SNS에 홍보 글을 올리거나 후원과 모금 운동에 참여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올바른 찬성하기의 방법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 모든 올바른 찬성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 한 권에 재미있는 삽화와 예시와 함께 설명되어져 있다.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목소리 높은 소수의 의견으로 묻히게 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목소리 큰 다수의 의견에 소수가 침묵하는 것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목소리를 내게 하는 소중한 지침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대로 실천해 나간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좀 더 공정하고 바른 세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들도 같이 읽고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여 아이들과 의견을 나눠봤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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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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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로우리의 『기억 전달자』의 감동을 뛰어넘을 작품이 이번 2022년 뉴베리 상 100주년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도나 바르바 이게라의 작품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이다.

이 책은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 대상' 수상뿐만 아니라, 권위 있는 청소년 문학상이자 라틴 아메리카 문화를 훌륭하게 표현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 '푸라 벨프레 대상'을 수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2061년 태양면 폭발로 핼리 혜성의 궤도가 바뀌어 지구에 그대로 충돌할 위험에 처하자 정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 행성 개척단, 지도자들을 사람들 몰래 우주선에 싣고 인터스텔라 여행을 계획했다.

엄마가 식물학자이고 아빠가 지질학자인 덕분에 주인공 페트라의 가족은 새로운 행성으로 갈 수 있게 선택을 받았지만 그 안에 사랑하는 할머니는 포함되지 않았다. 할머니를 지구에 두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괴로웠지만 페트라 역시 엄마, 아빠와 동생 하비에르와는 떨어지고 싶지 않아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주선에 탑승한 페트라는 수면 상태 포드에 들어가 380년 후에 깨어나도록 설정되어 수면 상태가 된다. 그 수면 기간 동안 포드에서 엔 코그니토 프로그램으로 식물학과 지질학 수업을 자동적으로 뇌에 주입받아 엄마와 아빠만큼 그 분야 전문가가 되어 새로운 행성 세이건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누군가 포드의 액체를 빼고 페트라를 깨웠을 때, 페트라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가족들은 보이지 않았고 타고 온 우주선은 콜렉티브들이 이미 지배하고 있었다.

운항 중 페트라의 의식이 돌아왔을 때 들렸던, 콜렉티브들이 함께 탑승했던 모니터 요원 벤을 제거하고 사람들의 기억을 모조리 지우려 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깨어난 아이들은 수면 상태에서 머리카락조차 세뇌당한 것 같았고, 페트라만이 유일하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페트라는 살기 위해 콜렉티브에 의해 세뇌당해 완벽한 지식과 순종을 지닌 제타1을 연기하기 시작했고, 어딘가에 있을 부모님을 찾아 나설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미 오래전에 벤과 마찬가지로 제거된 뒤였고, 하비에르는 생사를 알지 못했다.

이렇게 희망을 잃은 페트라는 악몽을 꾼 제타4에게 할머니가 들려줬던 옛이야기 속 블랑카플로르 공주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 또한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며 마음을 굳게 먹는데….



이 소설은 이기적인 한 집단에 의해 인간성을 상실하고 필요성과 쓰임에 의해 생사가 결정되는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주인공 페트라가 희망을 잃지 않고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이야기에 용기를 얻으며 살아남아 싸우고 우주선에서 달아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소설 속에는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블랑카플로르 공주 이야기를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페트라는 단지 이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전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제타로 불리던 세뇌되었던 아이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불일치와 불평등이 인간을 불안과 불행으로 이끈다며 자유의지를 박탈한 채 오로지 복종만을 하게 한다면, 과연 행복한 인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갈등 없는 세상을 위해 아무 의사 판단 없이 오로지 사령관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것이 과연 불평등과 불일치를 타파한 평등하고 조화로운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일하게 지구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페트라는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까?

읽으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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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 - 일생 최후의 10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드는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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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체감하지 못했지만 인구 통계 연감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인구 통계 연감을 보면 2010년에서 2020년까지 출생자는 47만 명에서 27만 명으로 줄었으며, 평균 수명은 1950년대 약 48세였던 것이 2010년대 들어서는 약 81세로 늘어났다. 바야흐로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저출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저자 이시형 박사님은 80세 후반의 초고령 사회의 노인들을 '신인류'라고 명명하고, 신체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제도로부터 취약한 상태에 이른 이들이 어떻게 자립을 이루어 반감, 혐노, 증오라는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진 지금 시대에서 목소리를 내며 행복하고 품위 있고 활력 넘치는 삶을 누릴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늙는다는 것은 정말 서럽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늙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장수하기는 원한다. 장수라는 것은 곧 늙는다는 것인데, 장수는 환영하지만 늙는 것은 거부하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곧 닥칠 초고령 사회에 대한 대비는 언제부터 해야 되는가? 은퇴 후? 혹은 은퇴가 다가와 걱정되는 시기부터?

이시형 박사님은 초고령의 늪을 현명하게 건너려면 아주 어릴 적부터 준비를 잘 해야 된다고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어느 정도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는 40대에서 60대까지의 중년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책에서는 고령을 훈장이나 대단한 특권으로 여기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짐을 말하며 고령은 훈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고령이란 단지 한 생애를 살아가는 데 지나가는 한 지점일 뿐, 무슨 큰 자격을 취득한 것도 공적을 쌓은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고령이 마치 공적인 마냥 늪에 빠져 허우적댈 것인지, 그나마 남은 힘으로 자립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구 덕택에 한국이 이만큼 살게 되었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노인들도 있는데 이시형 박사님은 그럴수록 더욱 노인들 자신이 스스로 사양심을 발휘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시형 박사님은 이 책을 통해 은퇴가 인생의 끝이 아님을 말하며 외국의 은퇴와 우리나라의 은퇴 분위기를 비교해 말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생애 가장 빛나는 최고의 시간으로 기다리는 것이 은퇴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패배의 순간처럼 생각하고 정년 연장을 위해 결사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원하든 원치 않든 정년과 은퇴는 찾아오고, 그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중년부터의 준비가 판가름할 것이다.


이 책은 초고령 사회에서 멋진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과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결코 노인들만을 위한 책이 아닌 오히려 젊은이들이 읽고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훌륭한 지침서가 되는 책이다.

은퇴 후, 특히 마지막 10년이 최고의 10년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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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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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작가 사카키바야시 메이는 이 책에 나오는 「15초」로 2015년 '미스터리즈! 신인상'을 수상한 일본 미스터리계의 젊은 신예 작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는 아직 알려진 사항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소설은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각각의 다른 상황에서도 '15초'라는 어찌 보면 짧다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 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설정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 단편 「15초」는 책 제목 『15초 후에 죽는다』를 들었을 때 내가 연상한 내용과 제일 딱 들어맞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진짜 곧 죽음을 맞이하는 시골의 평범한 약사의 관점에서 시작된다.

산골 진료소의 약사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진료소 증축으로 조제실을 신축 구역으로 옮기게 되어 이전 작업 때문에 야근을 하던 중, 한순간 자신의 눈앞에 총알이 허공에 떠올라 멈춰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총알에 이어져 있는 검붉은 물보라의 궤적.

처음에는 너무 피곤해서 환각이라도 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붉은 물보라의 궤적을 따라가던 약사는 그것이 자신의 구멍 난 가슴에서 총알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리고 이 상황은?

그때 그녀를 마중 나왔다며 그녀를 포함한 모든 것이 정지해 있는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녀에게 다가온 검은 후드를 쓴 사람 키만 한 거대한 고양이. 하지만 고양이가 착오로 일찍 오는 바람에 약사에게는 완전한 죽음까지 15초의 시간이 남게 된다.

자, 그렇다면 자신의 죽음을 인지한 약사는 남은 15초 동안 무엇을 할까?


두 번째 단편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는 다소 귀여운 전개의 소설이다.

고등학생인 남매가 같이 저녁 시간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 별 관심 없던 남동생은 시청 중에 잠깐 잠이 든다.

깨어나 보니 그날 마지막 회를 방영 중이었던 '퀴즈 시공 탐정'이라는 드라마는 이미 절정부에 도입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에필로그만 남겨놓고 중간광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열쇠를 안 가져간 아빠가 밖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에어컨이 켜져 있던 거실에서 벗어나기 싫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루다가 밖에서 재촉하는 아빠의 부름에 결국 가위바위보로 나갈 사람을 정했다. 동생이 져서 문을 열어주고 온 사이 분명 모든 일이 잘 해결되고 해피엔딩이었을 것 같았던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쓰러져 있고 남주인공이 비통해하는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체 TV 앞을 떠나 있던 15초 남짓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서 생기발랄하던 여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했을까?



「불면증」은 약간은 긴장감이 느슨한 전개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마쓰리는 어머니 고오리 요우와 생활하는 일상 중에 어느 날 갑자기 밤에 차 안에서 깨어나는 꿈을 꾼다. 그 꿈은 마쓰리가 차 안에서 졸다가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해 운전석에 있는 어머니와 대화하는 꿈이었다.

마쓰리는 그 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잠에서 깬 마쓰리는 사랑하는 어머니 요우를 위해 밥을 차리고 청소하고 장을 보고 목욕물을 준비하는 반복적인 일상을 보낸다. 쉬엄쉬엄하라는 어머니의 말에도 마쓰리는 존경하는 어머니를 위해 하는 그 모든 일이 고되지 않았고, 오히려 어머니가 자신에게 더 의지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어머니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던 순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난청을 경험한다.

그리고 하루의 일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예전에 꾸었던 차 안에서 깨어나는 꿈을 다시 꾸는데 꿈속의 상황은 예전과 같지만 어머니의 말이나 반응이 달랐고, 꿈속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 꿈은 15초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대체 마쓰리는 왜 자꾸 이런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것일까?


마지막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정말 독특한 설정을 가진 소설이다.

적토도라는 섬의 주민들은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는 체질을 타고났다. 단순하게 넘어진다고 해서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얼굴을 얻어맞거나 머리에 공을 맞는 등 목에 힘이 가해지면 머리가 분리된다.

적토도 선대 주민들은 자신들의 체질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오랜 세월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고, 그 결과 몸과 머리가 15초 이상 떨어져 있으면 죽는다는 중요한 규칙을 발견했다.

적토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리에 대한 비밀을 외부인에게 숨기기 위해, 적토도 출신이 아닌 경찰 모로즈미가 머리를 떼었다 붙이는 기예 공연을 하는 마을 축제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그 축제 다음날 신사의 창고 안에서 적토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목이 없는 불탄 시신이 발견되었다.

축제 이후 귀가하지 않은 고등학생은 세 명.

대체 목이 없는 시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비현실적인 특수 설정을 사용하여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15초'라는 시간적 한정을 두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긴장감이 제일 많이 느껴졌던 단편 「15초」가 제일 재미있었다. 범인을 알고 주인공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15초라는 죽기 전의 시간을 초 이하 단위로 끊어가며 범인과의 두뇌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주인공과 범인의 시점에서 교차되어 그려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죽기 전 0.61초까지 알차게 쓰는 주인공의 모습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머리가 분리된다는 확연한 비현실적 소재의 매력적인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상상적 요소가 많이 결합된 만화 같은 이야기라서,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봐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단편은 만화 같은 소재라도 제대로 된 추리소설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방심하면 안 된다.


네 편의 단편 모두 미스터리 추리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적 상상이 가미된 소설이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작가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기발한 소재, 필력, 작품의 완성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고루 갖춘 작품이었다.

샤센도 유키의 『낙원은 탐정의 부재』를 읽었을 때처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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