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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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작가 사카키바야시 메이는 이 책에 나오는 「15초」로 2015년 '미스터리즈! 신인상'을 수상한 일본 미스터리계의 젊은 신예 작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는 아직 알려진 사항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소설은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각각의 다른 상황에서도 '15초'라는 어찌 보면 짧다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 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설정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 단편 「15초」는 책 제목 『15초 후에 죽는다』를 들었을 때 내가 연상한 내용과 제일 딱 들어맞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진짜 곧 죽음을 맞이하는 시골의 평범한 약사의 관점에서 시작된다.

산골 진료소의 약사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진료소 증축으로 조제실을 신축 구역으로 옮기게 되어 이전 작업 때문에 야근을 하던 중, 한순간 자신의 눈앞에 총알이 허공에 떠올라 멈춰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총알에 이어져 있는 검붉은 물보라의 궤적.

처음에는 너무 피곤해서 환각이라도 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붉은 물보라의 궤적을 따라가던 약사는 그것이 자신의 구멍 난 가슴에서 총알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리고 이 상황은?

그때 그녀를 마중 나왔다며 그녀를 포함한 모든 것이 정지해 있는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녀에게 다가온 검은 후드를 쓴 사람 키만 한 거대한 고양이. 하지만 고양이가 착오로 일찍 오는 바람에 약사에게는 완전한 죽음까지 15초의 시간이 남게 된다.

자, 그렇다면 자신의 죽음을 인지한 약사는 남은 15초 동안 무엇을 할까?


두 번째 단편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는 다소 귀여운 전개의 소설이다.

고등학생인 남매가 같이 저녁 시간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 별 관심 없던 남동생은 시청 중에 잠깐 잠이 든다.

깨어나 보니 그날 마지막 회를 방영 중이었던 '퀴즈 시공 탐정'이라는 드라마는 이미 절정부에 도입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에필로그만 남겨놓고 중간광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열쇠를 안 가져간 아빠가 밖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에어컨이 켜져 있던 거실에서 벗어나기 싫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루다가 밖에서 재촉하는 아빠의 부름에 결국 가위바위보로 나갈 사람을 정했다. 동생이 져서 문을 열어주고 온 사이 분명 모든 일이 잘 해결되고 해피엔딩이었을 것 같았던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쓰러져 있고 남주인공이 비통해하는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체 TV 앞을 떠나 있던 15초 남짓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서 생기발랄하던 여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했을까?



「불면증」은 약간은 긴장감이 느슨한 전개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마쓰리는 어머니 고오리 요우와 생활하는 일상 중에 어느 날 갑자기 밤에 차 안에서 깨어나는 꿈을 꾼다. 그 꿈은 마쓰리가 차 안에서 졸다가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해 운전석에 있는 어머니와 대화하는 꿈이었다.

마쓰리는 그 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잠에서 깬 마쓰리는 사랑하는 어머니 요우를 위해 밥을 차리고 청소하고 장을 보고 목욕물을 준비하는 반복적인 일상을 보낸다. 쉬엄쉬엄하라는 어머니의 말에도 마쓰리는 존경하는 어머니를 위해 하는 그 모든 일이 고되지 않았고, 오히려 어머니가 자신에게 더 의지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어머니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던 순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난청을 경험한다.

그리고 하루의 일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예전에 꾸었던 차 안에서 깨어나는 꿈을 다시 꾸는데 꿈속의 상황은 예전과 같지만 어머니의 말이나 반응이 달랐고, 꿈속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 꿈은 15초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대체 마쓰리는 왜 자꾸 이런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것일까?


마지막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정말 독특한 설정을 가진 소설이다.

적토도라는 섬의 주민들은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는 체질을 타고났다. 단순하게 넘어진다고 해서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얼굴을 얻어맞거나 머리에 공을 맞는 등 목에 힘이 가해지면 머리가 분리된다.

적토도 선대 주민들은 자신들의 체질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오랜 세월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고, 그 결과 몸과 머리가 15초 이상 떨어져 있으면 죽는다는 중요한 규칙을 발견했다.

적토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리에 대한 비밀을 외부인에게 숨기기 위해, 적토도 출신이 아닌 경찰 모로즈미가 머리를 떼었다 붙이는 기예 공연을 하는 마을 축제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그 축제 다음날 신사의 창고 안에서 적토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목이 없는 불탄 시신이 발견되었다.

축제 이후 귀가하지 않은 고등학생은 세 명.

대체 목이 없는 시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비현실적인 특수 설정을 사용하여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15초'라는 시간적 한정을 두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긴장감이 제일 많이 느껴졌던 단편 「15초」가 제일 재미있었다. 범인을 알고 주인공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15초라는 죽기 전의 시간을 초 이하 단위로 끊어가며 범인과의 두뇌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주인공과 범인의 시점에서 교차되어 그려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죽기 전 0.61초까지 알차게 쓰는 주인공의 모습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머리가 분리된다는 확연한 비현실적 소재의 매력적인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상상적 요소가 많이 결합된 만화 같은 이야기라서,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봐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단편은 만화 같은 소재라도 제대로 된 추리소설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방심하면 안 된다.


네 편의 단편 모두 미스터리 추리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적 상상이 가미된 소설이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작가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기발한 소재, 필력, 작품의 완성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고루 갖춘 작품이었다.

샤센도 유키의 『낙원은 탐정의 부재』를 읽었을 때처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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