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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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타는 예상치 못하게 소설 신인상을 수상한 후, 계속 작가로서 글을 써나가다 집필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을 휴학한다. 그렇게 집필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는 찰나, 엄마로부터 먼 친척 할머니가 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되었는데 할머니가 퇴원할 때까지 그 집에 살면서 관리해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리하여 사츠타는 얼떨결에 그 집, 버찌관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버찌관은 정원의 벚나무에 하얀 벚꽃이 소담스레 피어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버찌관에 머무른 초기에는 혼자서 느긋한 생활을 할 수 있어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버찌관 주인 이에하라 할머니의 손녀 리리나가 와서 머물게 되며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리리나의 부모님은 리리나의 할머니가 결혼을 반대하자 절연한 채로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리리나의 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시게 되자 리리나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할머니를 찾아갔고, 할머니는 자신을 찾아온 리리나에게 일단 버찌관으로 이사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다.


리리나의 첫인상은 귀엽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첫인상은 금세 날아가 버렸다. 물론 열 살 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면모도 있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고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리리나는 사츠타에겐 너무 까다롭고 조금 벅찬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사츠타는 리리나와 지내면서 점차 리리나와 친해지고 리리나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며, 본인이 생각해도 딸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 사츠타는 어느새 리리나와 헤어지게 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될 것만 같았던 리리나와의 생활은 이에하라 할머니가 곧 퇴원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끝이 보였다. 그러나 사츠타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친한 친척으로 어딘가 다른 곳에서 리리나와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러한 사츠타에게 리리나는 꽃구경을 제안했고, 사츠타가 버찌관을 나가기 전에 둘은 가까운 공원으로 벚꽃을 구경하러 갔다.

공원에 도착하여 한껏 들뜬 리리나를 따라가던 사츠타는 갑자기 오한이 든 듯 오싹하고 온몸이 무거운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함께 지내는 마지막 시간을 즐겁게 마무리하기 위해 사츠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그러던 중 사츠타는 리리나의 말에 난간 너머를 보다가 누군가 민 듯 중심을 잃고는 난간 너머로 떨어지게 되었다. 사츠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웃음을 띤 리리나의 얼굴이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사츠타는 병원에 누워 있었다. 사츠타는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을 떠올리며 혹시나 리리나가 민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며 서둘러 리리나를 찾았다.

그러나 자신을 버찌관으로 보내고, 리리나를 돌보게 했던 엄마는 리리나와 버찌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척했고, 이에 사츠타는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이별에 대해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마냥 슬퍼 울 수도 있고, 한바탕 운 다음에 털어내고 일어나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에서처럼 이별을 새로운 삶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들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결국 모두 이별로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똑같을 것이다.


어쩌면 이별은 사랑과도 유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사랑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꿔 놓듯이, 이별 또한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변화를 가져온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니 '손만 놓았더라면, 아니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하는 후회는 소용없다. 슬프겠지만 잊지 않고 기억하는…, 아니, 잊지 않더라도 그 이별의 슬픔에 사로잡혀 침잠하는 것이 아닌 이별을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남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의무가 아닐까?


가슴 아프면서도 가슴 따뜻한, 여운이 깊게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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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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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기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학작품 중 하나인 『우신예찬』은 1509년 에라스무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단 일주일 만에 써 내려간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한 작품을 에라스무스는 친구들에게 보여주었고, 그것을 본 친구들이 에라스무스의 동의 없이 1511년 출간했다고 한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인해 결국엔 금서 목록에 들어가게 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에라스무스는 『우신예찬』의 서문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평가하지만 특정인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고, 글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질책하고 있으며 자신은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적었다며, 우신에게 욕먹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신예찬』은 우신(愚神)이 자신을 예찬하는 연설문 형식의 글이다.

그렇다면 우신은 누구일까?

『우신예찬』의 첫 부분에서 우신은 자신이 여신 모리아이고, 자신의 아버지는 부와 재물의 신 플루토스, 어머니는 '생기발랄' 즉 젊음을 상징하는 헤베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아도니스의 정원에서 자라는 영묘한 약초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씨를 뿌리지 않고 밭을 갈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저절로 자라는 행복의 섬에서 바쿠스의 딸 '만취'와 판의 딸 '무지'의 젖을 먹고 자라난다.

그녀는 삶에 쾌락을 더하는 신으로 감정과 정념을 병으로 규정하고 감정을 현자에게서 떼어 놓은 스토아 철학자들을 비난하며, 그들이 말하는 완벽한 현자란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고 비꼬고 있다.



특히나 『우신예찬』은 우신을 칭송한 성경의 부분을 예로 들며,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어리석은 자의 표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신은 예수 그리스도가 영생을 얻은 자기 사람들을 양 떼라고 부르고, 자신을 양 떼의 목자라고 말하는 것을 언급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에서 나오는 '양 같은 행태'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양은 어리석고 아둔한 자를 가리킬 때 상징적으로 사용되는 동물이다.

그런데도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를 양 떼의 목자로 지칭하니,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포함한 인간 모두가 어리석음을 웅변하고 우신을 칭송하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우신은 "너희 중에 자기가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리석은 자가 되어라. 그래야 지혜롭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바울이 어리석음이야말로 하나님의 구원을 받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라고 공개적으로 가르쳤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는 일종의 어리석음에 가까운 종교이며 기독교인이 추구하는 행복은 광기와 어리석음이요, 기독교인이 받을 최고의 상은 광기라고 언급하며 글을 마치고 있다. 또한 기독교인이 되어 삶이 변해도 우신의 영역은 제거되지 않고 도리어 완전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우신예찬』은 라틴어 원서를 직접 번역하여 에라스무스가 원래 이야기하고자 했던 의도를 잘 살려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웃음과 농담이 아닌 해학과 풍자로, 우신 모리아의 입을 빌려 어리석은 현자들을 비웃는 동시에 순수한 어리석음을 강조하며 당시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한 시대를 비판하는 에라스무스의 깨어있는 의식과 그것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재치와 유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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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찾아서
박현민 지음 / 달그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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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작가님의 신간 『빛을 찾아서』를 보았습니다.

박현민 작가님은 2021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2022년에는 역시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 그림책이에요. 그런데 저는 표지에 그려진 네이비와 실버의 멋스러운 도시 광경을 보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인 줄 알았지 뭐예요.

제목처럼 표지에 있는 저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캄캄한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요. 잠결에 그를 깨운 것은 무엇일까요?

아! 창틈으로 살며시 스며든 불빛이네요.

하지만 그 불빛은 평소에 비쳐든 불빛과 뭔가 다른 이상한 빛이었어요.

그래서 주인공은 그 빛은 찾아 나서기로 해요.



어두운 밤, 주인공은 용기를 내어 집 밖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해요.

역시 어두운 밤에 혼자서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건 무섭고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서 주인공은 친구를 불렀어요.



친구는 말했어요.

"높은 곳으로 가면 빛의 방향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둘은 버스를 타고 도시의 높은 곳으로 가요.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높은 곳에서 빛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요.

이제부터가 두 친구의 진짜 모험이에요.

저 멀리서 비치는 빛은 과연 무엇일까요?

두 친구는 그 빛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그림책은 단순한 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눈을 떼지 못하게 해요.

어둠 속에서 마치 점선처럼 표현되는 선을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것의 원래 형태가 눈앞에 떠오르는 것이 보여요. 이건 어둠 속에서 무수한 작은 네모와 긴 선으로 표현된 건물의 창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이 책의 그림을 보면 단지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눈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어둠 속에 잠겨 있을 무언가도 눈으로 그려보게 돼요.


빛을 찾아 나서는 두 친구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며 빛을 찾으러 가요.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요.

우리의 인생도 이 그림책의 친구들처럼 보이는 듯하면서도 보이지 않고, 닿을 듯하면서도 닿지 않는 저 너머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죠. 그 길을 혼자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그 길을 함께 갈 동행을 구하죠.

둘이 함께라면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힘든 일도 용기를 얻어 이겨낼 수 있게 돼요.

그렇게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목표에 다다랐을 때 느끼는 기쁨과 성취는 우리 인생 최고의 보물이 될 거예요.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세련된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답니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고,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자, 이제 우리도 용기 내어 빛을 찾아 떠난 두 친구처럼 우리만의 빛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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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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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쉬우면서도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삶에는 정답이 없기에 그저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려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렇게 선택의 기로에서 내린 결정과 그 선택으로 나아가는 길이 올바른지 확신하지 못해, 자신의 선택과 걷고 있는 길을 계속 의심하고, 고르지 않았던 다른 선택들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렇게 삶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우리는 주위의 인생 선배들이나 책에서 조언을 구한다.


인생을 바르게 이끌어주는 조언들을 건네는 책들은 우리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삶을 가치있게 살아낼 지혜와 용기를 준다. 그러나 그러한 책들은 대부분 너무나도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여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한 책들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면 『사람을 얻는 지혜』를 읽을 때 약간의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책은 단지 이상적인 말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어쩌면 세속의 때가 묻어 보이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조언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속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아이러니하게도 17세기 스페인의 신부이자 작가였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유럽에서는 마키아벨리와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라시안의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인생 조언은 니체와 쇼펜하우어, 몽테뉴, 파스칼 등 세계적인 철학자나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이 책을 늘 가까이에 두고 읽었고,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또한 이 책을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밝혔다.

<현대지성>에서 나온 『사람을 얻는 지혜』는 그라시안의 원본 저서를 국내 최초로 직접 번역하여 출간한 것이다. 여태까지 출판되었던 책들과는 달리 300개의 글 전체를 생략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원문 순서 그대로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라시안의 조언들은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우리에게 신의 교리가 아닌 인간 본성에 따라, 추상적이 아닌 현실적 인생을 그대로를 들여다보게 하며 세상 풍파에 맞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고 있다.


한 예로 그라시안은 이 책에서 '자기 장점을 다 드러내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우월함은 늘 남의 반감을 사기 마련이고, 특히 윗사람보다 우월하면 더 많은 반감을 사기 때문이다. 윗사람은 도움받는 것은 좋아하지만 아랫사람이 자신을 능가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신중하게 감출 줄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그라시안은 '간계를 쓰지 말라'가 아니라 '간계를 쓸 때는 절대 들키지 말라'고 조언한다. 간계를 쓰되 남용하지 말고, 간계를 쓰되 티 내지 말라고 한다.


또한 그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을 강조하며, 비록 수단이 옳지 못해도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황금빛이 되니,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규칙을 어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수단은 결과에 이바지할 때만 빛난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외에 '겉모습이 별로면, 실제로 의도가 좋아도 부족해 보인다', '희생양을 두는 것도 갖춰야 할 능력이다' 등 놀랍도록 현실적이고 인간의 욕망과 본질을 꿰뚫어보고 이해하는 돌직구들을 날리고 있다. 그는 모든 조언에서 신의 이상적인 말씀을 거론하는 일이 결코 없다.


이 책은 세월의 괴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한 경쟁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침서임에 틀림없다.

인생을 풍요롭고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해답과 길을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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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ck 스틱! (15주년 기념판)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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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오래 남는 메시지는 뭘까?


한 시간 동안 수업을 들었다.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농담도 들었다. 그래도 상당한 양의 정보를 배웠다. 수업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어떤 내용에 대한 수업이었고, 대충 뭐가 있었는지는 아주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나기는 한다.

더 짜증 나는 것은, 중간에 들은 시답잖은 농담마저도 기억에 남는데, 정작 수업의 내용은 지우개로 쓱 지워버린 마냥 떠오르지 않는다.

대부분 이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벼락치기를 했을 때 가장 허무해지는 게 뭔지 아는가? 바로 벼락치기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정작 잠깐 쉬려고 유튜브에 들어갔을 때 얼핏 본 흥미로운 광고의 내용 같은 전혀 쓸 데가 없는 것들은 잘만 기억나는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이 보고 신경을 쓴 쪽은 공부인데, 잠깐 본 것이 더 기억에 남으니, 어이가 실종되다 못해 존재 자체가 세상에서 지워지려 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광고가 더 중요해서? 아마 아닐 것이다.

난생처음 보는 것들도 많고, 실질적으로 나한테 쓸모가 있는 것들이 거의 없더라도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으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껏 생각해낸 것은 '광고가 더 재미있어서!'인데,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 바로 광고에 담겨있는 '고착성(stickness)'을 강화하는 요소들이다.

『스틱!』에서는 이러한 고착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를 꼽고 있다. 이 여섯 가지 요소들의 첫 글자(영어로)를 연결하면 'SUCCES'인데, 복수를 표현하기 위해 억지로 뒤에 s를 하나 더 붙이면 비로소 'SUCCESs', 즉 성공이라는 단어가 된다.

『스틱!』의 저자들은 이러한 고착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을 잘 활용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의외성'은 말 그대로 의외의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다.

신형 미니밴 인클레이브의 광고가 있다. 전형적인 가족의 화목함을 보여주는 요소들이 다 담겨 있다. 4인 가족이 웃으며 인클레이브를 운전하고, 주변 풍경은 매우 아름답다. 신호 앞에서 멈췄다가 초록불이 켜지자 출발하였다.

갑자기 어떤 차가 초고속으로 옆을 들이받고, 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져버린다.

화면은 어두워지고, 예상하지 못하였을 거라는 말과 안전벨트를 꼭 착용하라는 말이 화면에 떠오른다.


사실 인클레이브라는 미니밴은 존재하지 않고, 이 영상은 미국 공익광고협회가 제작한 것으로, 안전벨트 착용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공익광고와는 달리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안전벨트 착용을 잊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한다.

아마 이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내용이었기에 충격을 받은 것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고, 또 광고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정말 예상치도 못한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요소 중 하나인 '단순성'도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 광고는 그 어떤 천 마디, 만 마디 말보다도 더 '고착성'이 뛰어날 것이고, 더 효과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메시지가 딱 박히게 하고 싶다면,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방법을 이용하고,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내용들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메시지가 기억에 남고, 또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내용을 전달하는 아주 효과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방법이 있는데, 이는 바로 '스토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신생아가 있었다. 그런데 피부색이 창백해지기도 하며, 점점 상태가 나빠졌다. 의사들은 폐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판단하여 이에 대한 처치를 하려고 하였으나, 간호사는 심장이 문제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심전도 장치를 보여주며 심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이에 간호사는 다른 사람들이 말리기도 전에 청진기를 이용하여 신생아의 심장 소리를 들었고,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신생아는 무사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심전도 장치를 과하게 믿지 말아라", "때로는 직관이 기계부터 뛰어날 수도 있다", 또는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였음에도 직관에 따라 판단을 내렸던 간호사의 태도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스토리'가 가지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하나하나 말로 하였으면 기억에 많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는 내용을, 한 가지의 이야기로 머릿속에 확실히 고정시켰으니 말이다.

이처럼 '스토리'를 이용하면 때로는 핵심만 말하는 것보다는 길지는 몰라도 더 확실하게 기억에 남게 할 수도 있다.


유독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광고나 문구 같은 것들이 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것들이지만, 『스틱!』을 읽고 나니 그것들에 공통적으로 숨어있던 요소들이 하나둘씩 보이고,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되니, 스스로 '고착성'이 뛰어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광고 같은 것에도 중요하지만, 『스틱!』에서 다루고 있는 '고착성'을 증가시키는 요소들은 일상 속 대화 같은 것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지 말주변이나 글주변이 없어서 흥미를 끄는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달변이나 달필이었으나 자신의 정확히 어떤 부분이 이러한 성과를 내는지 몰라 이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을 알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나만의 한 줄 평 :

『스틱!』은 착 달라붙는 메시지들에 대한 '고착성'이 매우 높은 '달라붙는' 설명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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