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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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기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학작품 중 하나인 『우신예찬』은 1509년 에라스무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단 일주일 만에 써 내려간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한 작품을 에라스무스는 친구들에게 보여주었고, 그것을 본 친구들이 에라스무스의 동의 없이 1511년 출간했다고 한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인해 결국엔 금서 목록에 들어가게 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에라스무스는 『우신예찬』의 서문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평가하지만 특정인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고, 글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질책하고 있으며 자신은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적었다며, 우신에게 욕먹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신예찬』은 우신(愚神)이 자신을 예찬하는 연설문 형식의 글이다.

그렇다면 우신은 누구일까?

『우신예찬』의 첫 부분에서 우신은 자신이 여신 모리아이고, 자신의 아버지는 부와 재물의 신 플루토스, 어머니는 '생기발랄' 즉 젊음을 상징하는 헤베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아도니스의 정원에서 자라는 영묘한 약초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씨를 뿌리지 않고 밭을 갈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저절로 자라는 행복의 섬에서 바쿠스의 딸 '만취'와 판의 딸 '무지'의 젖을 먹고 자라난다.

그녀는 삶에 쾌락을 더하는 신으로 감정과 정념을 병으로 규정하고 감정을 현자에게서 떼어 놓은 스토아 철학자들을 비난하며, 그들이 말하는 완벽한 현자란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고 비꼬고 있다.



특히나 『우신예찬』은 우신을 칭송한 성경의 부분을 예로 들며,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어리석은 자의 표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신은 예수 그리스도가 영생을 얻은 자기 사람들을 양 떼라고 부르고, 자신을 양 떼의 목자라고 말하는 것을 언급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에서 나오는 '양 같은 행태'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양은 어리석고 아둔한 자를 가리킬 때 상징적으로 사용되는 동물이다.

그런데도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를 양 떼의 목자로 지칭하니,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포함한 인간 모두가 어리석음을 웅변하고 우신을 칭송하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우신은 "너희 중에 자기가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리석은 자가 되어라. 그래야 지혜롭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바울이 어리석음이야말로 하나님의 구원을 받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라고 공개적으로 가르쳤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는 일종의 어리석음에 가까운 종교이며 기독교인이 추구하는 행복은 광기와 어리석음이요, 기독교인이 받을 최고의 상은 광기라고 언급하며 글을 마치고 있다. 또한 기독교인이 되어 삶이 변해도 우신의 영역은 제거되지 않고 도리어 완전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우신예찬』은 라틴어 원서를 직접 번역하여 에라스무스가 원래 이야기하고자 했던 의도를 잘 살려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웃음과 농담이 아닌 해학과 풍자로, 우신 모리아의 입을 빌려 어리석은 현자들을 비웃는 동시에 순수한 어리석음을 강조하며 당시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한 시대를 비판하는 에라스무스의 깨어있는 의식과 그것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재치와 유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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