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 사상·유적편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플로랑스 브론스타인.장프랑수아 페팽 지음, 조은미.권지현 옮김 / 북스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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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마존 인문 교양 분야 스테디셀러!!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 사상·유적편』


이 책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단 한권으로 전시대를 관통하여 꼭 알아야 되고 알면 지식의 자양분이 될 사상과 유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온 지식을 충분히 자신의 것으로 습득한다면 좀 더 고차원적인 교양인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시대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각각의 시대에 발생했거나 대표적인 상징이 될 수 있는 사상과 유적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식들 외에 다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사상과 유적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흥분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고 연구한 인물들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미국이나 일본, 한국의 학자들이 쓴 책들과는 초점과 구성, 내용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각 사상이나 유적에 대한 설명은 그다지 깊게 파고들지 않는 적당한 수준의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어 책을 읽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전혀 없었다. 사상과 유적에 대한 흥미유발에 있어서 단연코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접한 고대 사상으로 기독교, 도교, 마니교, 불교 등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리스토텔레스주의나 에피쿠로스주의, 플라톤주의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접한 생소한 고대 사상중에 아유르베디즘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인도의 「베다」 문헌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인도 전통 의학이라고 한다. '생명의 과학'이라는 뜻을 의미한다.

아유르베다는 힌두교의 조상격 종교들의 기원과 같으나 의학과 관련된 부분이 관찰, 분석, 진단에 근거하여 조금씩 합리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계절과 기후가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 위생과 섭식에 큰 관심을 두 두고 연구하고 있다. 나에게는 생소한 이 사상이 현대에는 인도뿐만 아니라 서양에도 전통이 살아 있어 웰빙 관련 생활방식에서 접목되어 드러난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 세워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들어본 적 있는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여생을 보내고자 스플리트에 지은 궁전으로 이곳은 황제가 휴식을 위해 지었기 때문에 집무에 관련된 공간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그의 사후에는 관저로 사용되었다는 기록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사진의 복원 조감도처럼 아름답고 거대한 궁전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7세기 슬라브족의 침입때 이웃 도시 사람들이 이곳에 피신해 살았고 이들의 오랜 거주동안 궁전의 잔해 위에 새로 건물을 지어 살았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나면 크로아티아에 가서 이 궁전의 유적을 실제 보고 싶을 정도로 아주 매력적인 유적이다.



중세 시대의 사상 '궁정풍 연애'는 12세기 경에 나타난 새로운 연애 양식을 표현한 문학 사조이다. 대개 높은 신분의 구애받는 여성과 기사 남성간의 사랑과 시련을 이야기한다.

이 문학사조의 시조는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죄수 마차를 탄 기사』로 기사 란슬롯과 귀네비어 왕비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유적편이 너무 재미있어서 유적편을 많이 읽어보았다.

근대의 유적에 속하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있는 바탁족의 가옥.

3층으로 이루어진 이 가옥에서 각 층은 각기 다른 세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지붕은 신의 세계, 중간층은 인간에게 속한 곳, 아래층은 가축을 위한 장소라고 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성 바실리 대성당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마 러시아를 말하면 누구나 머릿속에 붉은 광장에 서 있는 이 건축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 모양이 아니었다고 한다.

1552년 이반 4세 시절 원래 나무로 지어졌던 이 성당은 시간이 흐르며 훼손되어 돌로 다시 지었으며 외관이 계속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형태로 완성된 것이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 통치 시절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설계자 또한 알려지지 않고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설은 '바르마'라 불리는 포스트니크 야코블레프가 설계했다는 것인데, 대성당이 완성되자 이반 4세는 다른 곳에 똑같은 성당을 짓지 못하도록 설계자의 눈을 멀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타지마할과 더불어 인도 아그라 관광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아그라 요새.

이곳은 아크바르 대제가 1565년 아무나강의 우안에 지었는데, 제5대 황제 샤 자한이 요새를 황궁으로 변모시켰다.

사진은 샤 자한이 델리에 지은 요새로 아그라 요새와 비슷한 점이 많다.

샤 자한은 아낸 뭄타즈 마할에 대한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그녀가 죽은 후 그녀를 기리기 위해 샤 자한이 아그라에 지은 화려한 궁전형식의 묘지가 그 유명한 타지마할이다.


15~16세기 서아프리카에서 부흥한 제국 중 하나인 송가이 제국의 황제 무함마드 1세의 무덤 역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되었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사상은 좀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것 같다.

아날학파는 『경제사회사 연보』 를 중심으로 형성된 학파로 지리학, 경제학, 사회학을 어우르며 역사를 더욱 세심히 이해하자며 사회 과학의 여러 분야를 통합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다.


아르 앵코에랑은 19세기 말 작가 쥘 레비가 창시한 예술 운동으로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운동의 목적은 웃음을 안겨주는 것이었고 그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써도 상관이 없었다. 세기말에는 수많은 작가, 만화가, 화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부르주아의 가치를 비웃는 작품을 만들어 발표했고, 사회에 대한 그들의 비판과 이의 제기는 20세기 다다이즘과 그 밖의 전위적 흐름에 물꼬를 텄다.

올랭피아에서 열린 아르 앵코에랑 전시회 포스터의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쳐를 봐도 짐작이 간다.


현대의 유적들로 소개된 곳은 의외로 가본 곳이 많았다. 못 가본 곳 중 나중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이다.

2013년 개관식을 가졌던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은 선사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지중해 지역을 발전시킨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개방적 시각을 갖게 해 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 외의 현대의 빌라 사부아, 미요대교, 기마르 저택 등 현대의 대표적 건축물들에 대해 자세하면서도 알기 쉽게 쓰여있다.


이처럼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 사상·유적편』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사상과 유적들에 대한 교양지식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선물같은 도서라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이전에 알았지만 오래되어 희미해 가던 지식들은 다시 의미를 확인해 볼 수 있었고, 새로운 것들은 나의 교양을 쌓아 올리는 바탕에 저장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독서 시간이었다.

특히나 유적편은 읽으면서 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이 책에 소개된 유적들에 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사상이라 하여도 결코 딱딱하지 않고 쉽게 설명되어있어 이해가 쉽고, 유적도 한국에서 흔히 거론되는 세계유적들이 아니다.

새롭고 참신한 인문학 도서를 원하는 독자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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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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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5


세상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여 인정하고 쉽고 편한 길을 두고 불확실한 미지의 길을 가고자 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자신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길을 남의 이목 때문에 주변인의 기대 때문에 억지로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데비처럼 용기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간다면 적어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남지 않을 것 같다.

단! 스스로 한 선택에 대한 책임도 본인의 몫인 것을 잊지 말자!!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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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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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열다섯 살 때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를 읽다가 이 유명한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너의 심장을 쳐라, 천재성이 거기 있으니.> 우리는 청소년기에 그런 벼락같은 순간을 경험하죠. 저는 그 순간 제 미래를 심장에 관한 연구에 바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디안은 너무 놀라서 이어지는 말을 듣지 못했다.

p.133~134



디안은 대학에서 오뷔송 부인의 강의를 열정의 감정으로 들었고, 매번 수업이 끝난 뒤 자신이 받은 감동을 그녀에게 전했다. 우쭐해진 오뷔송 선생은 디안에게 호감을 드러냈고 둘은 따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때 오뷔송 선생은 디안에게 왜 심장내과를 선택했는지 물었고, 디안은 자신이 의학도가 되기로 결심한 이야기와 심장내과를 선택한 동기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디안이 했던 이야기를 오뷔송이 축하연 자리에서 마치 자기의 일처럼 연설하는데….


다른 사람 험담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디안 앞에서 다른 정교수들 욕을 그렇게 해대더니 막상 그 사람들 앞에서는 알랑거리기나 하고.

디안 덕분에 정교수가 된 주제에 마치 자기가 스스로 한 것처럼 으스대는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여자.

디안의 삶이 왜 이리 고달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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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새움 세계문학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김민아 옮김 / 새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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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빵을 가르고 나서 그 가운데를 흘낏 쳐다보았다가 무언가 하얀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칼로 조심스레 후벼서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단단하네!" 그는 중얼거렸다. "이게 도대체 뭐지?"

그는 손가락을 밀어넣어 끄집어내었다. 코였다!

p.9



여느 아침처럼 아침식사를 하려고 아내 프라스코비야 오시포브나에게 빵과 양파를 요구한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아내가 던져준 빵을 먹기 위해 반을 가르고 난 뒤 속에 코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그 코는 자신이 면도해 주는 8등관 코발료프의 코였다.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분노한 아내의 성화에 그 코를 처리하러 거리로 나오는데….


아내가 구운 빵에서 코가 나왔으면 아내 잘못 아닌가? 빵반죽을 아내가 했을텐데….

어쨌든 코를 처리하러 거리에 나오는데 처리가 쉽지 않다.

이 엽기적 사건은 어떻게 될까? 이반 야코블레비치와 코발료프와 코의 운명은?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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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장편소설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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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쿠라의 아들을 납치하려던 납치범들이 오인을 해서 아들의 친구인 도미사와 시게루를 납치했다. 그런 시게루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시게루의 엄마 미치코는 야마쿠라가 시게루를 죽였다며 오열한다.

야마쿠라는 시게루를 죽인 납치범들에게 분노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시게루의 죽음을 반겼다. 시게루는 사실 야마쿠라의 아들이다.


사건은 11월 9일 금요일 오전에 시작되었다. 아내 가즈미가 회사로 전화를 했다. 아들 다카시를 유괴했으니 경찰에 알리지 말고 돈을 준비하라는 협박전화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카시는 아침부터 학교에 가지않고 집에 있었다며 횡설수설을 한다. 그래서 야마쿠라는 급히 집으로 갔다.


집에 갔더니 다카시는 2층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열이 있다고 감기라며 엄마가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즈미의 과보호 덕분에 다카시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카시의 친구이자 친분있는 미치코의 아들 시게루가 유괴되었다는 사실이다.

시게루는 평소처럼 다카시와 같이 등교하기 위해 뒷문으로 데리러 왔지만 다카시가 감기로 학교에 안간다고 하니 현관문으로 혼자 나갔다. 범인은 현관을 나서는 시게루가 야마쿠라의 아들 다카시인줄 알고 유괴한 것이다. 거기까지 말하는데 경찰이 은밀히 방문했다. 가즈미가 다카시의 안전이 보장되고 나니 범인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야마쿠라는 다카시 대신 시게루가 유괴되었으니 자신이 몸값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전화에 통화 감청 장치를 설치하고 얼마후 범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범인은 경찰에 알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돈을 요구했다. 유괴범은 야마쿠라가 최대한 융통할 수 있는 금액을 요구했고 이에 경찰은 범인이 사전에 야마쿠라의 자산 상태를 조사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유괴범은 밤에 다시 연락하겠다며 그때까지 돈을 준비하지 않거나 경찰에 알리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는다.


미치코는 가즈미가 다니던 산부인과 병원의 간호사였다.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아내 가즈미가 불행한 일을 겪으며 정신건강이 위협을 받고 힘들어 했을 때 둘은 상담을 빌미로 자주 만나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그러나 그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야마쿠라는 불륜을 통해 자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고 미치코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가즈미에게 돌아가 가즈미의 회복에 힘쓴다. 그렇게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다카시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 미치코의 아들이 다카시와 같은 반에 있었다. 미치코는 의도적으로 야마쿠라의 집 인근에 이사왔고 자신의 아들 시게루를 다카시와 같은 학교에 보냈다.

그 후 5월 중순경 미치코는 야마쿠라를 몰래 불러내 시게루가 야마쿠라의 아이라고 말했다.

미치코는 당시 일방적으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앙심을 품고는 야마쿠라에게 과거의 관계를 다시 이어가든지 가정을 깨뜨리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압박했다. 그런 와중 유괴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초조함과 오랜 기다림 끝에 범인의 전화는 밤 열시가 지나 걸려왔다.

범인은 야마쿠라 혼자 돈을 슈트케이스에 넣어 열시 반에 약속장소로 나오라고 했다. 약속장소에 갔더니 범인은 다른 약속장소를 제시했고 그 이후로 계속 장소를 옮겨가며 야마쿠라를 끌고다녔다. 그리고 마지막 장소에서 범인은 야마쿠라가 약속을 어기고 경찰에 신고했음을 알고있다며 화를 냈고 진짜 마지막 약속장소를 말하며 경찰의 미행을 중지시키고 약속장소를 알려주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경찰은 범인에게 속는 것이라 했지만 야마쿠라는 어쩔 수 없이 범인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장소에서 범인이 정해준 경로로 손전등을 들고 이동하던 야마쿠라는 가파른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균형을 잃고 굴러떨어졌다. 충격을 덜 받으려 했지만 그것은 무의미했고 결국 어느 순간엔가 강한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범인과 약속한 시간에서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하지만 야마쿠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육체의 아픔을 참고 돈가방을 찾아들고 약속장소로 뛰어갔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굴러떨어져 비참한 몰골을 한 채 아무 소득없이 집에 갔더니 비난의 화살만 쏟아졌다. 집 전화가 울렸고 야마쿠라는 얼른 전화를 받아 사정을 설명하며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범인은 기회는 없다며 아이는 죽었다고 말한다. 시체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며 아이가 죽은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야마쿠라 때문이라고 했다.


야마쿠라는 평소처럼 출근하고 일했다. 집에 있으면 인질금조차 제대로 전달 못해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경찰과 매스컴의 비난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회사를 도피처 삼아 평소처럼 일했다.

점심 이후 경시청 소속 구노 형사가 회사로 찾아와 부검 결과를 알려주며 경찰의 대응을 사과했다. 부검 결과 아이는 인질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기 전에 이미 교살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야마쿠라가 마지막 전화를 받은 공중전화 부근에서 범인이 타고 있었을 거라 추측되는 차가 목격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이 소설은 유괴 사건에 휘말린 아버지 야마쿠라의 시점에서 소설이 전개되고 있다.

양자를 들여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야마쿠라는 자신의 가정을 깨고 싶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를 너무나 사랑했다.

그래서 자신의 가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인 친아들 시게루를 향해 증오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시게루만 없다면 자신의 과오는 영원한 비밀로 묻어두고 갈 수 있었지만 자신과 닮은 부분이 있는 시게루를 보면서 언젠가는 비밀이 드러날 것 같아 야마쿠라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지내고 있었다.

그랬기에 시게루의 죽음은 야마쿠라에게 죄의식이라는 스위치를 작동시켰고, 계속해서 시게루의 죽음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친아들인 시게루가 죽기를 남몰래 바랐던 것을 인정하게 된다.


소설은 야마쿠라의 이러한 심리적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건은 범인이 누군지 짐작할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 하더니 야마쿠라가 범인으로 지목한 미우라 야스시의 알리바이 증인으로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추리작가가 등장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가 등장하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등장 할때마다 임팩트있는 추리결과를 내놓으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한 번쯤은, 심지어는 야마쿠라도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리고 드러나는 충격적인 범인의 존재와 사건의 진실!


불륜으로 인해 망가진 두 가정의 비극, 아니 연루된 주변인들의 비극까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추악한 진실을 자꾸 숨기려고만 했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비극에 가슴아팠다. 처음부터 아내 가즈미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부부가 같이 극복해 나갔더라면 이런 안타까운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야마쿠라의 말처럼 핏줄이란게 다 무슨 소용이기에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범인은 드러나지만 아무도 안도하거나 행복해 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형용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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