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첫 번째 부류의 장면을 말로 설명하기는 그리 만만치 않다. 어떤 면에서는 학생들이 난동을 부리는 장면처럼 보인다. 폭력을 휘두르는 동작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칼을 휘둘렀다) 서툴렀을 뿐 아니라 피해자들 또한 정말로 칼에 찔렸다기보다 마치 서툰 연기를 하듯이, 아니면 어디에 발이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색하게 쓰러졌다.

p.93



1995년 1월 7일 다코타 슈퍼마켓 습격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오후 슈퍼마켓으로 들어오려는 아이들의 앞을 경비원이 막아섰으나 그때 이미 많은 아이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기에 아이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이들의 무리 중 하나를 쫓아다니던 흰 개가 경비원에게 덤벼들어 물었고, 그 순간 아이들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슈퍼마켓에 침입한 아이들은 물건을 파괴하며 놀다가 어느 순간 표정을 바꾸며 살육을 시작하는데….


'다코타 슈퍼마켓 습격 사건'이라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32명의 아이들이 이유 없이 성인들을 죽인 사건이었다니….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 사회질서를 따르지 않는 아이들을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고 보호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그렇다면 그들의 손에 피해를 입고 목숨을 잃은 사회의 법을 따르던 시민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도 겹쳐져 너무 화가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
박순찬 그림, 박홍순 글 / 비아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려운 철학을 재미있게 풀어낸 도서인 듯해서 꼭 보고 싶어요. 철학은 항상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집사는 아니지만 제 자신을 알고 고양이들의 가르침을 따라갈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무다, 바람이다, 하늘이다"

p.20



부잣집에서 태어난 요조는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할 것 없이 행복해 보였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상황이 항상 지옥 같다는 느낌을 가졌으며, 자신에게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하는 남들이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그는 자신과 세상 사람들이 지닌 행복의 관념의 차이와 사람들이 서로를 속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는 모습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그는 항상 인간 본성에 대해 공포를 느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위축되어 다른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우울감과 초조함을 숨긴 채 익살스러운 괴짜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의 본성은 익살과는 완전 거리가 멀었다.


그는 집안에서 부리는 하녀와 머슴들에게 추악하고 비열한 일을 당했음에도 부모에게조차도 호소하지 못한 채 그저 힘없이 웃으며 참아야만 했다. 그는 어차피 세상일은 편파적으로 될 것이기에 남들에게 호소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대신 익살을 선택했다.


요조가 깨달은 세상은 서로 속이면서도 서로 상처 입는 사람도 없이 서로가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세계였다. 그는 그런 인간 본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 누구도 그에게 이 난해한 세상을 살아갈 비결을 알려주지 않아 누구에게도 호소하지 못한 고독 속에서 홀로 외로이 세상을 속여야 했다.


성적이 좋았던 요조는 동북 지방의 벚나무가 있는 해변의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며 고향을 떠나 먼 친척뻘 되는 사람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요조는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가족들과 일가친척들이 있는 고향을 떠나 오자 타향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완숙에 이른 익살의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은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안심한 순간, 경계하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던 백치에 가까운 학생이었던 다케카즈로부터 뜻밖의 일격을 당한다.

체조 시간에 요조는 철봉 연습을 하며 일부러 표정은 최대한 엄숙하게 하고 철봉을 향해 뛰어오르는 척하다가 그대로 멀리 떨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러한 요조의 계획적인 실패에 모두들 웃었고, 요조는 멋쩍은 듯 일어나 옷을 털었다. 그러나 어느샌가 요조의 뒤에 와 있던 다케카즈가 요조에게 살짝 이렇게 말했다.

"일부러 그랬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요조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너무나도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

p.13



소설은 <머리말>에서 '나'라는 인물이 한 남자의 어린 시절, 학생 시절 그리고 나이를 알 수 없는 약간 백발을 한 모습의 사진 석 장을 들여다보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주인공인 요조라는 남자의 외모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요조가 직접 쓴 수기 세 편을 소개한다. 마지막 <후기>에서는 '나'라는 인물이 요조의 수기를 어떻게 입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밝히고 있다.


요조는 첫 부분에서부터 자신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그러고는 자신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난해하면서도 두렵다고 생각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최후의 구애로 익살을 선택했음을 밝힌다. 그는 인간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익살을 서비스하면서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하늘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요조의 내면과 파멸에 아버지가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도쿄에 가시는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이번에 돌아올 때 사 올 선물에 대해 질문했을 때 요조는 머뭇거리게 된다. 이에 아버지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이내 요조는 자신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샀다는 생각에 걱정하며 부들부들 떨며 결국에는 한밤중에 응접실에 몰래 들어가 아버지의 뜻에 맞추어 자신은 전혀 갖고 싶지 않았던 '사자탈'을 아버지의 수첩에 있는 선물 목록에 적어 아버지의 기분을 맞추는 행위를 한다.

그리고 도쿄의 고등학교에 다니며 우에노 사쿠라기초에 있는 아버지의 별장에서 생활할 때도 평소에는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렸지만, 아버지가 상경하면 아침에 서둘러 등교하거나 미술 학원에 가서 몇 시간씩 데생 연습을 했다.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얼굴도 못 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지만, 요조는 아버지의 존재가 마음에 걸리고 무서워서 집을 나가 하숙하고 싶어 했다.

결국 마지막에 맏형으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립고도 무서운 존재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고뇌의 항아리가 텅 빈 듯 의욕도 고뇌할 능력조차도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고뇌했던 것이 아버지 탓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말은 <후기>에서 마담에 의해 한 번 더 확인된다.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쁜 거죠."


요조는 호리키와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세상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이란 호리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에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라는 사상과도 같은 것을 지니게 되었다. 그 이후 다소나마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뿐이었다.


먼저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을 알고 소설을 읽으니 작가와 요조의 모습이 겹쳐지며 이 소설이 작가의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도입부부터 파멸의 기운을 풍기며 결국엔 폐인이 되며 처절하게 실격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위선과 가식을 이해하지 못한 요조의 몰락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아름답지만 추악하고, 강하면서도 나약한 본성을 깨닫게 해주기 위함이었을까?

이 소설을 관통하는 익살과 파멸의 근본적 원인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같이 고민하며, 다자이 오사무가 느꼈을 삶에 대한 불안과 번뇌에 대해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시간이 되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스타북스〕의 장점대로 쉽고 편한 번역으로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아직 『인간 실격』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하지만 테레사 오타뇨는 단지 부유한 집안의 영리한 딸인 것 이상으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 32명의 아이들이 말할 때 사용했던 암호를 풀어낸 것이다. 그녀가 그들의 말에 숨겨진 일련의 인과관계를 밝혀냄으로써 모든 비밀이 풀린 셈이다.

p.62



산크리스토발의 중산 계급의 딸인 테레사 오타뇨가 사는 안타르티다 지구에 있는 그녀의 집 옆, 안타르티다 대로의 어느 길모퉁이에 32명의 아이들이 밤에 밀림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이며 잠시 머물렀고, 테레사는 자신의 방에서 그 아이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32명의 아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적대적으로 바뀌는 결정적 사건이 있은 날 밤, 테레사는 그들이 비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들의 말을 이해하게 되는데….


여전히 아이들이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 멀리 있는 도시까지 왔을까 궁금하다. 1천 킬로미터 거리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그런 곳으로부터 어른들의 도움 없이 어린아이들끼리 이동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집을 나와서 구걸을 하면서 그들끼리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나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무언가를 파괴하고 폭력을 일삼으며 자신들만의 이상한 언어를 만들어 낸 아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다코타 슈퍼마켓 습격 사건을 모든 논쟁의 원인으로 여긴다. 하지만 문제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다. 그 아이들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p.25



나는 에스테피에서 인디오 공동체 통합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덕분에, 정부로부터 산크리스토발의 녜에 인디오 공동체에 거주하는 3천 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정책을 시행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 일에 대한 보상으로 집과 산크리스토발 사회복지과 과장직을 받았다. 이에 사랑하는 여인이자 산크리스토발 출신의 마이아에게 청혼했고, 곧 그녀와 그녀의 딸과 함께 에스테피를 떠나 산크리스토발에 정착했다.

그와 마이아는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산크리스토발 생활에 잘 적응했고, 지방 소도시의 생활은 아주 예상 가능할 정도로 규칙적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 발생하는데….


어디에서 나타난 지도 모르는 32명의 아이들에 의해서 다코타 슈퍼마켓 습격 사건이 일어난 것인가?

사람들은 그 사건이 끝난 이후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칼럼을 써서 그들이 어디서 왔을까, 왜 모두 아홉 살에서 열세 살이었나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썼다.

후에 밝혀진 바로 아이들은 산크리스토발 인근의 도시와 마을 출신이거나 수도 혹은 1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아이들이었지만 결국은 같은 나라 아이들이었는데, 아이들은 외국어같이 들리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썼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