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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7/pimg_7114282153262095.jpg)
부잣집에서 태어난 요조는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할 것 없이 행복해 보였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상황이 항상 지옥 같다는 느낌을 가졌으며, 자신에게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하는 남들이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그는 자신과 세상 사람들이 지닌 행복의 관념의 차이와 사람들이 서로를 속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는 모습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그는 항상 인간 본성에 대해 공포를 느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위축되어 다른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우울감과 초조함을 숨긴 채 익살스러운 괴짜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의 본성은 익살과는 완전 거리가 멀었다.
그는 집안에서 부리는 하녀와 머슴들에게 추악하고 비열한 일을 당했음에도 부모에게조차도 호소하지 못한 채 그저 힘없이 웃으며 참아야만 했다. 그는 어차피 세상일은 편파적으로 될 것이기에 남들에게 호소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대신 익살을 선택했다.
요조가 깨달은 세상은 서로 속이면서도 서로 상처 입는 사람도 없이 서로가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세계였다. 그는 그런 인간 본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 누구도 그에게 이 난해한 세상을 살아갈 비결을 알려주지 않아 누구에게도 호소하지 못한 고독 속에서 홀로 외로이 세상을 속여야 했다.
성적이 좋았던 요조는 동북 지방의 벚나무가 있는 해변의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며 고향을 떠나 먼 친척뻘 되는 사람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요조는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가족들과 일가친척들이 있는 고향을 떠나 오자 타향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완숙에 이른 익살의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은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안심한 순간, 경계하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던 백치에 가까운 학생이었던 다케카즈로부터 뜻밖의 일격을 당한다.
체조 시간에 요조는 철봉 연습을 하며 일부러 표정은 최대한 엄숙하게 하고 철봉을 향해 뛰어오르는 척하다가 그대로 멀리 떨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러한 요조의 계획적인 실패에 모두들 웃었고, 요조는 멋쩍은 듯 일어나 옷을 털었다. 그러나 어느샌가 요조의 뒤에 와 있던 다케카즈가 요조에게 살짝 이렇게 말했다.
"일부러 그랬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요조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7/pimg_7114282153262104.jpg)
소설은 <머리말>에서 '나'라는 인물이 한 남자의 어린 시절, 학생 시절 그리고 나이를 알 수 없는 약간 백발을 한 모습의 사진 석 장을 들여다보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주인공인 요조라는 남자의 외모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요조가 직접 쓴 수기 세 편을 소개한다. 마지막 <후기>에서는 '나'라는 인물이 요조의 수기를 어떻게 입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밝히고 있다.
요조는 첫 부분에서부터 자신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그러고는 자신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난해하면서도 두렵다고 생각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최후의 구애로 익살을 선택했음을 밝힌다. 그는 인간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익살을 서비스하면서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하늘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요조의 내면과 파멸에 아버지가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도쿄에 가시는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이번에 돌아올 때 사 올 선물에 대해 질문했을 때 요조는 머뭇거리게 된다. 이에 아버지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이내 요조는 자신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샀다는 생각에 걱정하며 부들부들 떨며 결국에는 한밤중에 응접실에 몰래 들어가 아버지의 뜻에 맞추어 자신은 전혀 갖고 싶지 않았던 '사자탈'을 아버지의 수첩에 있는 선물 목록에 적어 아버지의 기분을 맞추는 행위를 한다.
그리고 도쿄의 고등학교에 다니며 우에노 사쿠라기초에 있는 아버지의 별장에서 생활할 때도 평소에는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렸지만, 아버지가 상경하면 아침에 서둘러 등교하거나 미술 학원에 가서 몇 시간씩 데생 연습을 했다.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얼굴도 못 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지만, 요조는 아버지의 존재가 마음에 걸리고 무서워서 집을 나가 하숙하고 싶어 했다.
결국 마지막에 맏형으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립고도 무서운 존재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고뇌의 항아리가 텅 빈 듯 의욕도 고뇌할 능력조차도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고뇌했던 것이 아버지 탓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말은 <후기>에서 마담에 의해 한 번 더 확인된다.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쁜 거죠."
요조는 호리키와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세상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이란 호리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에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라는 사상과도 같은 것을 지니게 되었다. 그 이후 다소나마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뿐이었다.
먼저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을 알고 소설을 읽으니 작가와 요조의 모습이 겹쳐지며 이 소설이 작가의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도입부부터 파멸의 기운을 풍기며 결국엔 폐인이 되며 처절하게 실격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위선과 가식을 이해하지 못한 요조의 몰락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아름답지만 추악하고, 강하면서도 나약한 본성을 깨닫게 해주기 위함이었을까?
이 소설을 관통하는 익살과 파멸의 근본적 원인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같이 고민하며, 다자이 오사무가 느꼈을 삶에 대한 불안과 번뇌에 대해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시간이 되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스타북스〕의 장점대로 쉽고 편한 번역으로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아직 『인간 실격』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7/pimg_711428215326210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