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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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야노 카에데 씨를 죽였습니다."

소설은 자신이 아야노 카에데를 죽였다는 다나시마의 법정 진술로 시작한다.


아야노 카에데는 도오 출판사 아동지 부서의 편집자로 자신의 일을 잘 해내며 나름 승승장구를 해오다 최근 주부들로부터 인터넷 항의는 물론 전화나 이메일로 직접적으로 항의를 받고 있다. 원인은 최근 리뉴얼 된 여아용 잡지 <히로인>의 부록에 실린 제휴사 광고의 문구가 주부들의 반감을 사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물론 편집부에서 다 같이 만든 잡지에 대한 책임을 카에데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자칫 억울해 보이지만, 리뉴얼 과정에서 카에데는 자신이 <히로인>을 만들고 자신이 리뉴얼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며 구성원들과의 갈등과 대립을 겪으며 독단적인 일처리를 했기에 그녀의 책임이 컸다. 문제가 터졌을 때 부서원들은 그녀를 탓하며 그녀의 험담을 했고 그녀의 곤란한 상황을 고소해 했다.

결국 카에데는 편집장으로부터 당분간 <히로인>에서 손을 떼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게 되었음에도 아무도 그녀를 안타까워하거나 위로하는 부서원은 없었다.


다음날 프리랜서 기자 사키모리가 저렴한 재료로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 직접 캐릭터 의상을 제작해 입히는 부모들에 대한 책의 기획안을 가지고 기쿠치 편집장을 찾아왔고, 편집장은 사키모리에게 키에데를 소개하며 같이 기획안을 추진하도록 이야기한다.

사키모리는 저렴한 재료로 만든 여아용 코스프레 의상을 보여준 뒤 그런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소라파파'라는 블로거의 블로그를 보여준다.

사키모리와 자료를 더 준비해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그를 보낸 후 카에데는 '소라파파'의 블로그에서 여러 게시글과 댓글을 읽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보아도 카에데에게는 '소라파파'가 자기만족을 위해 아이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 애정을 보이며 과시욕을 채우고 있는 듯 보였다. 카에데는 그가 좋은 아빠라는 사람들의 댓글 의견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댓글을 달았다.

Name : 이로하

Comment : 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나요?


다나시마의 아내 미유키는 5년 전 공무원 사택 베란다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후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에 누워있다. 경제 산업성 공무원으로 바쁠 때는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할 때가 많은 다나시마는 어머니의 제안에 따라 딸 미소라를 지바현 북쪽에 있는 본가에 맡기고 자신은 도쿄 사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딸을 보러 가지만 매주 가기는 힘들었고 바쁠 때는 두 달 넘게 못 갈 때도 있었다.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딸 미소라는 그런 아빠를 이해해 주었지만, 다나시마의 동생 유메노는 딸과 시간을 자주 같이 보내지 않는 오빠 다나시마를 눈에 띄게 차갑게 대하며 불만을 표했다.

다나시마는 본가에 들를 때마다 손재주가 뛰어난 자신의 특기와 취미를 살려 딸 미소라가 원하는 캐릭터 의상을 제작했고, 자신과 취미가 비슷하거나 그쪽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라파파'라는 닉네임으로 의상 제작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로하'라는 사람이 블로그에 찾아와 시비를 걸며 공격적인 댓글을 달기 시작하는데….



소설을 시작하며 처음부터 작가가 던진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말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마지막 장까지 숨조차 쉬는 것을 잊어버리고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결국엔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뒤통수를 심하게 맞으며 얼이 빠져 버렸다.


소설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치료하지 않고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자신이 만들어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결국엔 무너지고 마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정신적 문제로 인한 공격성은 인터넷상의 공격적 댓글로 나타났다. 물론 회사 생활 중에서도 독선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업무능력과는 상관없이 동료들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한다.

주인공이 상대의 상황과 기분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각이 옳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며 조언처럼 적은 익명의 댓글은 상대의 반감을 사며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게 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녀가 평소 남의 기분은 생각지 않고 독선적으로 행동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역풍을 맞는다.


어릴 때 겪었던 충격적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은 그 추악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며 그 비밀을 혼자 꽁꽁 숨긴 채 절대적인 자신의 편을 갈망하며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창조한다.

어쩌면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겪었던 일을 안타까워하며 숨길 것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놓고 문제를 해결하고 치료받았더라면 주인공이 살아가며 느꼈을 암울함과 절망과 스스로에게 느끼는 혐오감으로부터 자유로웠을지도 모른다.

탐욕스럽게 애정을 갈구하고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한 나머지 상대에게 공격적으로 구는 불안정한 사람이 되었지만, 정신적 문제는 숨긴 채 변해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하기만 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은 자각하지 못하고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진짜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또한 아닌척해도 자신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고, 자기 안의 추한 모습과 싸우며 살아간다.


소설을 읽고 난 후 물론 인터넷상의 익명의 악성 댓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자기 자신 속에 잠들어 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괴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진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하며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지금 나의 모습은 진정한 나의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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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유럽의 문화와 예술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지금 시작하는 신화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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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은 이탈리아 반도 서부 해안의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인 시레눔 스코풀리Sirenum Scopuli 라는 작은 섬에서 살았다. 그녀들은 아름답고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그 노래를 들은 뱃사람들은 누구나 넋을 잃었고, 배는 바위에 부딪혀 난파당했다. 괴물 '스킬라Skylla'와 '카리브디스Charybdis'도 세이렌과 가까운 곳에 살았다. 뱃사람들은 세이렌이 사는 바다를 '마의 해역'이라고 부르며 피해 다녔다. 뱃사람들에겐 세이렌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세이렌이 사는 섬에는 수많은 뱃사람의 시체와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p.272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수많은 영웅들과 '괴물'들, 이 중에는 독자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모습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그리스 신화의 이곳저곳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헤라클레스, 머리가 9개 달린 뱀인 히드라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존재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부분이 반영된 듯, 여러 곳에서 은근한 그리스 신화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로 세이렌이 있다. 전 세계에 수많은 체인점을 두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인 스타벅스, 누구나 한 번 즈음은 보았을, 그러나 그냥 지나쳤을 그 브랜드의 로고가 세이렌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또 세이렌의 다른 발음인 사이렌은 이미 수많은 경보장치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일반 명사가 되어버렸다.


고대 그리스 신화가 전혀 별개의 이야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상당히 놀랍고도 흥미롭다.

우리 일상에 녹아있는 그리스 신화적 요소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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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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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로하

Comment : 미파파 씨. 아이를 두고 혼자 맛있는 거 먹고 다니느라 즐거우신가 봐요.

p.72



다나시마가 자신의 블로그에 시비를 걸어오는 듯한 카에데 즉 이로하의 댓글을 무시했어야 했는데 무심코 그 밑에 답글을 달았던 게 화근이 되어 버렸다. 그 이후로 이로하는 집요하게 자신이 정의롭고 올바르다는 것처럼 다나시마를 가르치는 듯한 생트집과 모욕적인 댓글을 남겼고, 다나시마가 밝힌 적 없는 다나시마의 또 다른 계정까지 들먹이며 다나시마를 괴롭혔다.


카에데는 자신의 분풀이 대상으로 다나시마를 점찍은 것 같다.

자신이 <히로인> 편집부에서 쫓겨난 것은 본인의 독선적인 일처리 방식의 결과 때문인 것을 왜 엄한 곳에 분풀이를 하는 것일까?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카에데의 어머니가 그녀가 어릴 적에 어떤 일을 했기에 다나시마의 행위에 트집을 잡는 걸까. 설사 카에데의 어머니가 자기만족과 과시 도구로 카에데에게 무언가를 만들어 줬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모든 사람이 그럴 거라는 일반화를 시키면 안 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악성 댓글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다니… 카에데에게 전혀 동정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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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유럽의 문화와 예술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지금 시작하는 신화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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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태초에는 카오스chaos만이 존재했다. 시간과 하늘, 그리고 땅은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었고, 거기에 이성이나 질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끝은 무한하여 알 수 없고, 앞은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카오스는 원래 '크게 입을 벌리다'를 의미하는 동사인 카이레인Xairein이나 카스케인Xaskein과 같이 '입 벌림, 틈, 하품'을 의미하는 카Xa에서 파생되었다. 그것은 우주가 생성되는 순간에 우주가 벌어져 틈이 생겼다는 의미로 해석 된다. 아직 시간이 존재하기 전 넓고 끝이 없는 공간인 우주에서 드넓은 가슴을 지닌 대지가 생겨났다.

p. 20



그리스 신화 속의 우주의 시작은 크게 펠라스고스 신화, 오르페우스 신화, 호메로스 신화, 헤시오도스 신화로 총 네 개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명칭은 이를 만든 민족이나 개인의 이름을 따라 지은 것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질서 정연하고 체계적인 것은 헤시오도스 신화이다.

이 헤시오도스 신화 속에서 신들은, 정확히는 드넓게 펼쳐진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 인격화되지는 않지만 지하세계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으로 훗날 티탄족들을 비롯한 수많은 존재들이 갇히는 감옥이 되는 타르타로스, 어둠의 신 에레보스, 밤의 여신 닉스 등이 탄생하였다.


카오스(Chaos)라는 단어는 많이 쓰이지만, 어원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새롭게 받아들여진다. '우주가 생성되는 순간에 우주가 벌어져 틈이 생겼다'라는 것은 마치 한 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해석인데, 이는 어떻게 보면 현재 우주의 시작이라고 믿어지는 빅뱅과도 상당히 유사한 것 같다.

그리스 신화의 내용들은 여태껏 수많은 곳에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모습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만약에 이러한 해석이 맞다면 정말 소름 돋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을 읽어도 언제나 재미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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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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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카에데 씨의 처지가 영 곤란한 건 사실이잖아. 그래서 말인데, 당분간 <히로인>에서 손을 떼고 좀 쉬는 게 어떨까 해."

그 말을 듣자마자 카에데는 눈을 부릅떴다.

p.17



카에데가 편집을 맡아 최근 리뉴얼 된 잡지 <히로인>에 딸린 부록에 문제가 생겨 카에데는 인터넷으로뿐만 아니라 전화나 이메일로도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록에 실린 제휴사 광고 중 하나의 카피에 주부들이 반감을 가진 것이었다. 그 일로 인해 카에데는 <히로인> 편집부에서 쫓겨나는데….


사실 나는 그 카피가 항의 전화를 빗발치게 할 정도로 잘못된 문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구시대적인가? 무슨 말 한마디 하기 무서운 세상이 도래한 것 같아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 같은데 왜 죽었을까?

카에데가 죽은 피해자인 줄 알고 소설을 읽어 나가니 카에데 주변 상황이 모두 의심스러워 보인다.

소설 시작할 때 카에데를 죽였다는 다나시마와는 어떤 접점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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