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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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 주년 되는 해이다. 그래서 출판사들마다 그의 탄생을 기념하여 앞다퉈 그의 작품들을 재출간하거나 기념판을 출판하고 있다.

러시아 문학이 세계 문학사에서도 특유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도스토옙스키임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나는 그의 작품이 다소 난해하거나 너무 길어서 완독하기가 힘들어 중도에 포기했던 적이 많았다. 영미문학에 익숙한 나로서는 친해질래야 친해질 방법이 없는 분야였다. 물론 도스토옙스키의 단편들 몇 편을 읽기는 했지만.


그러던 중 이번에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에 친숙해지는 길잡이 책으로 러시아 문학의 전문가 석영중 교수님의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기회가 도스토옙스키와 친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다.



일단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전체가 아니라, 석영중 교수님이 생각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대목과 무언가 의미를 전달하는 대목, 의미를 떠나 문장 자체가 멋진 대목, 읽으면서 생각에 빠져들었던 대목,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대목을 200개로 간추려 싣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얼마 되지 않아 읽는데 부담이 없이 술술 읽혔다. 생각날 때마다 한 개씩 읽고 의미를 곱씹어 봐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에 드러난 '불안', '고립', '권태'부터 '사랑', '용서', '기쁨' 등에 이르는 의식들을 12가지로 분류하여 그 키워드에 맞는 각 작품 속의 장면들을 발췌하여 설명하거나 해설을 하고 있다. 확실히 석영중 교수님이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소설의 맥락에서 뚝 떨어져 나온 장면들은 소설 전체를 읽을 때와는 달리 스토리 이해가 쉽지 않거나 작품의 감동이 잘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혼자서 무작정 소설책을 보며 이해하기 어려워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일부나마 각 작품들 대목 속에서 드러난 도스토옙스키의 철학적, 도덕적 문제 제기와 담대한 비평정신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읽다가 포기했던 작품들이나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도스토옙스키가 작품마다 그려낸 인물들과 그들이 속한 세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개성을 지니고 있고, 인물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과 이타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을 통해 도스토옙스키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그의 작품들을 극히 일부만 접했음에도, 그 작품들이 보여주는 충격적 서사들은 도스토옙스키가 광기 어린 천재성과 열정을 가진 압도적이고 위대한 작가임을 알게 해 주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은 확실히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줄 책인 것 같다.

올해는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하나씩 읽고 석영중 교수님의 설명을 되새기며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치열함을 감히 이해하고 심취해 보고 싶다.

이 책을 만난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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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박노해 사진에세이 2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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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현실은 제가 어찌할 수 없지만

이 어린 양들은 제가 지켜줄 겁니다.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어린 양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게 하는 것이

제가 이 생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겠지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p.46


미군의 무인폭격기가 폭음을 울리는 파키스탄 파슈툰에서 작가는 목자를 만났다.

목자의 품에서 어린 양은 떨고 있지만 그의 눈빛은 단단하게 흔들림이 없다. 이 세상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지만 양들만은 자신의 힘으로 지켜낼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과 확고한 각오가 있기에.

그는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지에서 오늘도 혼자 묵묵히 그가 그의 삶에서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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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사진에세이 3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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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갈 수 없다. 웃으며 가는 길이라도.

함께라면 갈 수 있다. 눈물로 가는 길이라도."

『길』 p.120


파키스탄 펀자브 지방.

한적한 길이지만 그들을 위협하는 총구가 어디서 그들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상이 되어버린 죽음의 그림자는 형제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들은 그들의 앞길에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의심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결코 길을 잃지 않고 그들이 향하고자 하는 곳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그들은 함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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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 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
라시드 할리디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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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군은 벼락같은 선제공격으로 이집트와 시리아, 요르단의 전투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대부분 파괴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공중에서 완벽하게 우위에 섰는데, 그 계절에 사막 지역에서 공중의 우위는 지상군에 절대적인 이점을 제공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기갑부대는 시나이반도와 가자 지구, 아랍 지역인 동예루살렘을 비롯한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을 6일 만에 정복할 수 있었다.

p.147



1967년 이스라엘의 군대는 아랍 각국의 군대 전체를 합친 것보다 훨씬 우월했고,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앞섰다. 이스라엘은 첫날 기습에서 승리를 이미 결정지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6일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대다수의 공모 하에 이루어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체성 부정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민족의식이 이례적으로 부활했다.

어느 전문가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1967년의 핵심적인 역설은 이스라엘이 아랍인들을 쳐부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을 부활시켰다는 것이다."


시온주의 강경파가 정의하는 시온주의 기획의 궁극적 성공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고통을 겪었음에도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아니 더욱 강도를 높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행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과 팔레스타인인의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 그 두 단어를 테러리즘과 증오와 연결하는 홍보를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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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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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듣고 쓰는 '하루'라는 말은 너무 평범하고 흔한 말이다. 반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말이기도 하다.

박노해 작가는 『하루』를 통해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들에서의 하루를 보여주며 '하루'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에게 '하루'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우리가 살아왔고 살아갈 수많은 날들 중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는 '하루'를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늘 '하루' 정도는 무의미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고, 오늘 '하루' 정도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흘려보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에게는 오늘 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그 소중함을 간과하고 있지만 '하루'는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날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하루는 그 누구도 지나간 적 없는 새로운 최초의 날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새롭고 소중한 하루하루를 언제부턴가 존재조차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하루'를 미래를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인내의 시험장으로만 여기고 있다. 더 나은 직업을 위해 학생 때는 죽어라 공부하고, 직업을 가져서는 더 나은 노후를 위해 죽어라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 존재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현재의 '하루'를 희생해 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단 한 가지 '시간'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비범한 사람이나 평범한 사람, 건강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하루'는 24시간으로 똑같이 주어진다.

길고도 짧은 인간의 인생은 바로 이 아주 작은 '하루'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는 사람들 각각에 의해 다르게 쓰여지고 채워진다.


시간이라는 것은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므로 현재에 존재하지 않고 영원한 흐름을 계속한다. 우리는 그 영원한 시간 속의 오늘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우리만의 빛깔로 색칠한 하루하루를 우리의 삶이라는 것에 쌓고 채워나간다. 우리는 우리의 '하루'를 우리의 희망과 꿈, 열정, 노력, 사랑 등으로 가득 채워 우리의 삶을 만들어간다.

그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때로는 고난과 역경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흐르는 시간 속에 지나가고 새로운 희망이 담긴 내일의 또 다른 '하루'가 도래한다. 꽃이 피면 꽃이 지고 다시 새 생명의 씨앗을 뿌리듯 우리의 삶도 그러한 하루하루로 채워져나간다.



나는 오늘 하루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랑을 나누며 행복을 느꼈나?

그리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더 나은 내가 되었는가?

우리는 하루하루를 성실히 남김없이 살아 매일매일이 경이로움의 색을 띠게 해서 그것으로 우리의 소중한 삶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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