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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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게 하는 위대한 개츠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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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1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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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남시보는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기 위해 노량진로를 따라 걸어가다 푸른 셔츠에 가슴에서 피를 흥건하게 흘리며 길 위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다들 시보를 미친놈 취급하고는 그냥 지나쳐 버렸다.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직접 신고했지만 경찰조차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부상자가 어디 있냐고 묻기만 했다. 이에 답답해하던 시보는 순간 머리가 아파지더니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 응급실이었고 깨어난 시보에게 경찰은 허위 신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찰서에 가서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시보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하러 화장실에 갔다가 또다시 그곳에서 목을 매단 경찰관 복장의 시체를 목격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밖에 서 있던 남자가 화장실 안에 뛰어 들어가 확인했지만 시체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보던 시보는 경악했다. 그의 얼굴이 화장실 안에서 목을 매단 시체의 얼굴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시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못한 채 경위서를 작성하고 경찰서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심기일전해 얼마 남지 않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에 도착한 시보는 점심시간 밥을 먹으러 가기 전 야외 휴게실에 들러 자판기 커피를 한잔 뽑는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고 돌아선 순간 조금 전까지 없었던 머리가 짓이겨져 피를 흘리는 여자의 시체가 눈앞에 놓여 있었다. 휴게실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소리쳐 도움을 요청했고, 그때 시보는 달려와 자신을 도와주는 여자의 얼굴이 눈앞에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시체의 얼굴과 똑같음을 인지하고는 또다시 정신을 잃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시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시체의 모습은 현재가 아닌 어느 미래의 이 시간에 벌어질 일을 미리 보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신경을 쓰던 시보는 진짜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야외 휴게실에서 시체의 모습으로 봤던 여성의 자살을 저지하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오해로 강간 미수범으로 경찰서에 잡혀가게 된다.



이렇게 자칫 범죄자가 될 뻔했던 시보는 그 여성, 소담의 자살 미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오해가 풀렸고, 첫 번째 푸른 셔츠의 시체를 보았을 때부터 마주쳤던 민우식 팀장에게 그가 앞으로 죽을 사람의 시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받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 강력팀 김범진 형사로부터 푸른 셔츠의 시체에 대해 본 것을 듣고 싶다는 전화가 왔고, 다음날 시보는 김 형사와 시체가 쓰러져 있던 현장에 같이 가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남자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러던 중 김 형사로부터 그 남자의 살해 사건에 사용된 칼에서 민우식 팀장의 지문이 나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또한 시보와 소담이 소담의 아버지의 택시 블랙박스 화면을 확인하던 중 소담의 아버지를 무차별 폭행하는 민우식 팀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일상을 살아가는데 갑자기 시체를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도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시체.

식스 센스의 꼬마가 "I see dead people."이라고 속삭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시체를 보는 사나이 : 더 비기닝』은 진짜 말 그대로 죽어있는 시체를 보는 것이지 움직이는 유령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역시 피를 흘리며 끔찍하게 죽어 있는 미래의 시체 모습을 보는 것은 일반인인 시보에게 무척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능력은 갑자기 생긴 것일까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이 발현된 걸까? 책을 읽으면 시보가 시체를 볼 수 있는 이유가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시보는 점차 자신이 시체를 보는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규칙을 깨우쳐 나간다.


그런데 민우식 팀장은 정말 이 모든 살인사건의 범인일까? 그것을 시보와 민 팀장, 소담이 주축이 되어 밝혀 나가는 것이 이 『시체를 보는 사나이 : 더 비기닝』의 이야기이다.

만약 민 팀장이 범인이라면 왜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것이며, 만약 범인이 아니라면 누가, 왜 민 팀장에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 씌우려는 것일까?

범인과 범인의 증거를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십분 발휘되며 도움이 되는 시보의 능력을 보면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시보를 특별 경찰 공무원에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까?


상상을 초월한 흡입력을 가진 스토리 전개와 가독성을 가지고 있는 소설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시작한 순간 도저히 손에서 놓지 못하고 식사를 거르고 두 권 전부 읽어 버리게 한 완전 요물 같은 소설이었다. 그냥 한마디로 이 소설은 미쳤다.

읽으면서 아직 제작되지도 않은 드라마 영상이 왜 내 머릿속에서 같이 전개되는지… 조만간 꼭 드라마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살인과 음모, 시체라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분위기는 음산하거나 음울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시보와 소담의 이야기도 좋았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정확하고 이 증거가 범인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허를 찌르는 반전이 펼쳐지며 완전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며 읽는 이를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완전 취향 저격의 소설이었다.

미스터리 추리소설과 초능력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대만족 할만한 소설이다.

벌써부터 시보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올지 2부가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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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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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그녀와 입을 맞춰야 해. 그녀에게 가서 키스를 할 테야. 일어나 그녀에게 가자. 갑자기 나는 내가 실제로 일어나서 그녀에게 가고 있는 것을 혼란스럽게, 거의 경악하면서 깨달았다. 바느질감을 든 채 일어선 소녀의 두 손은 떨렸고, 입은 놀라움으로 반쯤 열려 있었다. 우리는 서로 이마를 부딪쳤다. 그게 전부였다.

p.65



도회지에 있는 학교에서 한동안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재능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질문에 항상 당황하며 쩔쩔맸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그 친구를 열심히 도와줬고, 그 친구는 3학년까지는 진급했지만 그다음으로는 낙제해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그 후 그 애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인공은 청소년기의 우정에 관한 글들을 읽을 때마다 그 애에게 열정적인 노력과 애정을 쏟아부었었다고 회상했다. 얼마 후 열다섯의 주인공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바로 같은 반 학생의 여동생이었다.


주인공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평범했다. 키스를 할 거라고 마음먹었으면서도 서툴러 이마만 부딪치고 당황해 아무것도 못한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도 자신의 사악한 친구에게 비아냥거림에 발길을 끊고 사랑을 포기하다니. 너무 허무하게 지나간 어린 시절의 풋사랑에 대한 추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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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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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데이지>

뜻하지 않게 전철 안에서 펭귄을 만난 행운과 넘어지며 가방의 물건들을 모조리 쏟아버리는 불행을 동시에 경험한 요모 료카는 물건을 대충 챙겨서 정차된 전철을 빠져나왔다. 그런 그녀에게 모히칸 머리의 남자가 펭귄을 본 적 있는지 물었고, 본 적 있다는 료카의 말에 억지로 펭귄을 본 열차까지의 안내를 요구했다.

그렇게 억지로 끌려가던 료카 앞에 엄마의 재혼으로 남동생이 된 동급생 우에조노 히지리가 나타나 구해준다. 하지만 엄마의 부탁으로 엄마의 이혼 신청서를 내러 가는 중이었다는 료카의 말에 잠깐 풀이 죽었던 히지리는 평소 물건을 잘 깜빡하는 료카에게 이혼 신청서는 잘 챙겨왔냐고 묻는다. 이에 료카는 자신의 가방 안을 확인했지만 서류는 들어 있지 않았고, 불현듯 좀 전 전철에서 넘어져 물건을 쏟았을 때 전철에 떨어뜨렸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래서 엄마의 이혼 신청서를 찾기 위해 히지리와 함께 우미하자마역에 있는 유실물 보관소를 찾아가는데….


<나의 졸업여행>

6학년 졸업여행을 가는 날이지만 쓰카오 신노스케는 하나도 유쾌하지 않았다. 이유는 마지막 여행이기에 졸업여행지로 이동하는 대형 버스에서 자리를 마음대로 앉게 해 주겠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 때문이었다. 뭐가 계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의 군주인 구키자와가 5학년 때부터 신노스케를 걸고넘어지기 시작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뒤에서 친구들은 신노스케를 혼자가 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반 인원이 38명으로 짝은 맞았지만 분명 신노스케는 마지막에 남은 아이와 짝이 될 것이고 그 짝은 분명 구키자와의 눈치 때문에 신노스케를 싫어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신노스케는 학교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만의 졸업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고는 전철역으로 향했다. 막 개표구 쪽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여동생 미스즈가 눈앞에 불쑥 나타나는데….


<UFO와 유령>

낙관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시오다이타 병원에 입원한 니무라 마이코는 밸런타인데이날 집에서 보낼 예정으로 외박 허가를 받았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병실에 돌아와 있는 것을 의사인 니무라 세이코가 당직실로 돌아가다가 발견했다. 그녀는 세이코에게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던 도중 집 열쇠를 어딘가 떨어뜨려 돌아왔다고 이야기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픈 환자가 혼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말에 이상한 예감이 든 세이코는 남편에 대해 물었고, 마이코는 남편이 갑자기 해외 출장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결국 병원에 남게 된 마이코는 세이코가 병실에 들어오기 30분 전쯤 하늘에서 오렌지색 빛을 봤음을 이야기하며 혹시 UFO가 아닐까 하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원더매직>

마지막 편에서는 모히칸 머리를 한 하루캄이 전철을 타고 우미하자마역으로 가서 어제 전철 선반에 두고 내린 분실물을 찾았는데, 그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분실물 수취를 위한 서류작성과 신분증 제시를 하지 못한다. 그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최근에 이렇게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어본 게 언제쯤이었던가 생각해 봤다.

귀여운 펭귄의 모습에 절로 광대가 승천하고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성장 이야기에 마음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는 그 하나하나만으로 완전한 이야기가 성립되지만, 마지막 편 <원더매직>을 보면 그 네 편의 이야기들이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우미하자마역의 역무원 모리야스 소헤이와 모히칸 머리를 한 하루캄과 펭귄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편은 소설의 마무리 같은 이야기로 각 편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잠깐씩 등장한다.


전철 종점인 우미하자마역에 있는 분실물센터에서 분실물로서 맡고 있는 젠투펭귄이 전철을 타고 외출했다가 분실물센터로 돌아오지 않은, 분실물이 또다시 분실물이 되어버린 초유의 사태.

하지만 이 젠투펭귄은 자신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장하며 희한한 매직처럼 등장인물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풀어나갈 단초를 제공한다.

우리의 마스코트 젠투펭귄은 수족관에 홀연히 나타나 다른 펭귄을 구경하는 충격(?)적인 사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거기다가 지그재그로 엉덩이를 비틀며 일어나서는 양쪽 날개를 들고 달려가는 매혹적인 모습이라니.

또한 그 펭귄은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마음속 감춰진 불안한 마음을 직시하게 하여 그것을 극복하여 한층 더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게도 만들고 있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의 등장인물들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에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잃어버린 물건뿐만 아니라 그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마음속에서 잃어버렸던 꼭 필요한 무언가를 되찾는다. 그리하여 지금의 그들 모습보다 한층 성숙하고 성장한 모습으로 내일을 향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마치 미스터리 추리소설처럼 마지막 이야기에 엄청난 반전과 감동을 숨기고 있다. 물론 모든 이야기 하나하나가 감동과 힐링으로 다가오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읽지 못했던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너무나 보석 같은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이 소설은 분명 젠투펭귄이 부리는 힐링이라는 매직을 읽는 사람에게 선물할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모두에게 강. 력. 추. 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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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유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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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몬지 스스무가 신주쿠의 36층 초고층 빌딩 꼭대기 층에 탐정 사무소를 개업한지 한 달째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던 중, 그의 비서이자 아내인 후미코와 기분 전환을 위해 같은 빌딩 2층에 위치한 커피숍 '에트랑제'에 내려가 커피를 마시다가 옆 테이블의 젊은 커플이 동시에 청산 중독사 하는 기이하고 터무니없는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두 사람은 참고인이 되어 신주쿠 경찰서에서 진술을 했지만 경찰들은 그들을 좀처럼 돌려보내 주지 않았고, 한 시간쯤 지난 후에 그들을 서장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경찰서장과 예전에 사건을 같이 해결한 적 있었던 경시청 수사1과의 야베 경부가 있었다. 야베 경부는 두 사람에게 오늘 일어난 사건은 죽은 커플을 노린 것이 아닌 불특정 인물을 노린 살인 사건이었다며 며칠 전 총리 공관에 걸려온 세 번의 전화 녹음테이프를 들려준다.

테이프에는 스스로를 '블루 라이언스'라고 부르는 인물이 일본 국민 1억 2천만 명을 납치했음을 선언하며 방위비 5천억 엔을 인질들의 몸값으로 내놓거나 아니면 재계에서 보수당에 기부하는 5백억 엔을 일시불로 지불하라며 요구하는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었다.

이에 야베 경부는 외부로 이 일이 알려질 경우 일본열도 전체가 패닉에 빠질 것을 우려해 비밀리에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자 경찰들과는 별도로 민간인인 사몬지에게 사건 해결 협조를 부탁한다.


총리와 경찰의 함구령으로 젊은 커플의 죽음의 진실은 보도되지 않았고 5천억 엔의 요구조차 묵살되자 블루 라이언스는 인질을 한 명 더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3월 26일 밤 9시경에 홋카이도 삿포로 기타니주요조 지하철 종점 부근의 K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온 다섯 명의 남자들은 다음 행선지로 수위 높은 윤락업소에 가기로 결정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는 도로를 점령하듯 가로 일렬로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그중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친구들은 그가 이틀 전 내린 폭설로 만들어진 빙판길에 미끄러진 줄 알고 일으켜 세웠으나 그의 몸은 축 늘어졌고, 그가 쓰러진 눈 위에는 빨간 물이 번져가는 것을 보고 경악하며 구급차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총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만다.


블루 라이언스는 다시 전화를 걸어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본보기로 삿포로에서 인질을 죽였음을 이야기했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총리의 고집에 다시 외국인을 포함한 세 번째 살인을 예고한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후쿠오카 공항을 출발해 도쿄로 향하던 전일본항공 417편이 이륙한지 약 한 시간이 지난 후 오사카 관제탑과 교신하고는 갑작스럽게 메이데이를 외치며 관제탑의 레이더에서 사라지는데…….



니시무라 교타로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으로 접했다. 역시 '미스터리계의 레전드'라는 작가님의 명성에 걸맞게 너무나 기발한 아이디어와 가독성 좋은 문체로 눈을 뗄 수가 없는 소설이었다.

<블루홀식스>를 통해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작품들을 알아가는 기쁨에 항상 이 출판사의 다음 출간 작품이 무엇인지 기대가 되며 기다려진다.


이 작품은 실제 납치를 하지는 않지만 일본 국민 전체를 납치했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 전무후무한 납치 사건을 성립시킨 천재 범죄 집단 '블루 라이언스'와 천재 명탐정 '사몬지 스스무'의 두뇌 대결이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천재 범죄 집단 블루 라이언스는 가공할 만한 납치범이자 대량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아니라 스스로를 훌륭하게 여기며 이를 과시하여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경외심과 칭송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물론 모든 천재들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비뚤어진 인성과 사고방식으로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든 정당화하고 있다.


소설을 읽는 중에는 모든 것이 범인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성공하는 듯 보여 아무 대처도 못하는 경찰과 사몬지를 보면서 울화가 치밀어 올라 내가 소설 속으로 뛰어들어가 "이놈이 범인이 맞소! 내가 다 읽었소!"라고 외쳐주고 싶었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지만 범인을 범인이라 부르지 못하고 눈앞에서 농락당해야 하다니…. 이건 뭐 홍길동이라도 이것보다는 덜 억울하고 덜 답답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노가미 변호사. 소설 속에 나오는 문구처럼 와펜을 그 면상에 던져버리고 싶게 만드는 얄미운 캐릭터였다.


주인공 사몬지는 내가 여태껏 소설 속에서 만나온 탐정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잘생긴 외모와 번뜩이는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만사가 태평하고 느긋했다. 그리고 사무실의 안락의자에 앉아 긴 다리를 쭉 뻗고는 사무실 창밖 야경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몇 번 묘사되는데 이것은 왠지 모를 퇴폐미를 연상시켰다.

그런데 유부남이라니, 쳇!

작가님은 '내 맘대로 로맨스'도 꿈꾸지 말라는 듯 사몬지와 아내 후미코를 항상 같이 등장시킨다.


『화려한 유괴』는 오래된 소설이지만 그 시간의 갭을 전혀 느낄 수 없이 빠져들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문체도 너무나 깔끔하고 명쾌해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같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며 도저히 어디로 향하는지 갈피를 못 잡게 하다가 결말에 이르러서도 너무나 예상외의 결과를 보여주며 여운을 남겼다.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이 소설의 결말과 각자 예상한 결말을 꼭 비교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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