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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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 제 방식대로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는 언제나 알고 싶어요.」

「해서는 안 될 일들을 하려고?」 이모가 물었다.

「선택하려고요.」 이사벨이 대답했다.

p.134



이사벨은 자만심에 빠지기 쉬운 아가씨였다. 근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곤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가 찬사를 보내곤 했다. 전체적으로 이사벨의 지식은 빈약했고, 이상은 드높았다. 그녀는 독단적이었고, 남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자신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다.

워버턴 경이 터치트 부자의 초대를 받고 그 가든코트에서 머물고 갈 때 이사벨은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표하며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려고 했다. 이에 터치트 부인이 영국에서의 예의범절을 이야기해 주며 그녀에게 같이 방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하자 이사벨은 분노 같은 것을 내비쳤다.


대체 미국에서 주위 사람들은 이사벨을 왜 그리 떠받들어서 이사벨이 자신의 본모습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책을 쓰려고 시도한 적조차 없는데 책을 쓰고 있다고 소문이 난다거나 빈약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이사벨이 비범한 학식을 갖고 있다고 떠들다니.

그리고 이사벨은 그런 잘못된 소문을 알아도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찬사를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의 허영심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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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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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내가 자기보다 먼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어. 오빠도 알고 있어?」

「응.」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언니는 내가 누구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알아?」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게 오빠란 말이야!」 그녀가 소리쳤다.

p.84



12월 말경, 아벨과 르아브르의 플랑티에 이모 댁에 간 제롬은 축제일에 이모 댁에 온 알리사와 쥘리에트를 만났고, 제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던 알리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들 때문에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제롬 곁을 떠나 다른 방으로 가버렸다. 이에 제롬은 안색이 좋지 않던 알리사가 걱정이 되어 그녀 쪽으로 가려 했지만 문간에서 반쯤 몸을 숨긴 쥘리에트에게 붙잡혀 온실로 불려가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바로 알리사가 제롬과 쥘리에트의 결혼을 원한다는 말이었다.


대체 그날 정원에서 어떤 말을 들었었기에 알리사는 쥘리에트와 제롬이 결혼하길 바라는 걸까?

제롬은 외사촌들 사이에서 줏대 없이 뭐 하는 건지…. 어릴 때부터 노는 것은 쥘리에트와 놀았다고 하니 쥘리에트가 제롬에게 그런 정을 품었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이제 거의 성인이나 다름없으니 제롬이 확실한 선을 그었어야 하지 않나? 걸을 때 쥘리에트 허리에 손을 꽉 두르고 바싹 붙어 걷는 건 또 뭔지.

그리고 세상에 남자가 제롬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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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 - 35가지 유전자 이야기
설재웅 지음 / 고려의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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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DNA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유전체 각인, 인간 유전체 사업 등의 단어들은 언제 듣더라도 복잡하게 느껴지고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일상에서 그런 용어들을 접할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단어들에 대해 느끼게 되는 일종의 거부감(?)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까닭에는 우리가 이러한 내용들은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히 머리 아프게 알려 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와서 셰익스피어 문학 전집을 원문으로 전부 읽을 것이냐, 아니면 인간 유전체 사업에 대한 2시간짜리 강의를 들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잠깐의 고민에 빠지겠지만 아마 망설임 없이 셰익스피어 쪽을 선택할 정도로 유전과 생명공학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한 것은, 이미 유전자에 대한 수많은 내용들이 우리가 즐겨보는 매체들 속, 특히 영화 속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 말을 듣게 된다면 바로 의아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뭐가? 내가 언제 그런 짜증 나고 속 터지는 내용이 담긴 영화를 봤다고?'

거기에 답변을 주자면, <엑스맨>이라는 제목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듯하다. 비록 판타지적인 요소가 더해져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돌연변이, 즉 아무런 특이점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독특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영화에서는 엑스맨을 유전적 변형이 일어난 초능력자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 몸의 돌연변이는 크게 체세포 돌연변이와 생식세포 돌연변이로 구분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체세포는 우리 몸에 있는 대부분의 세포를 말한다. 만약 일상생활에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발암물질이 폐 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가 되었다면, 이때 생긴 폐 세포의 돌연변이를 체세포 돌연변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녀에게는 전달되지 않고 단지 본인의 폐 세포에만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생식세포는 정자, 난자를 의미한다. 생식세포 돌연변이란 정자, 난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것 등을 통해 생식세포 즉 정자나 난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이것은 자녀에게 전달이 된다.

그리고 정자의 DNA가 난자의 DNA보다 훨씬 더 많은 복제 주기를 거치므로 복제 오류에 의한 유전자 돌연변이는 모계보다 부계에 기원하는 것이 흔하다고 한다.



영화 <인크레더블>은 초능력 히어로 가족의 이야기로 막내인 아기 잭잭의 여러 가지 초능력은 부모에게서 유전된 가족력이다. 가족력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부모와 자녀가 여러 면에서 닮았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가 닮은 이야기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야구 선수 이종범의 아들이 2020 도쿄올림픽 야구팀 국가대표가 되어 3번 타자로 활약했고, 연예인 강호동의 아들 역시 강호동과 비슷한 외모와 체격을 가진 골프 선수 유망주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올림픽 체조 도마 황제 여홍철의 딸 여서정 역시 202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 도마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가족력은 만성질환 유전학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가족력과 유사하게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미래 질병 예측도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것 외에도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바웃 타임>에서는 시간 여행을 하는 능력이 주인공 집안의 남성에게 물려져 내려오는 내용이 나온다. 그 부분에서도 부계유전에 대한 내용들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주인공 팀이 시간 여행으로 불행한 가족의 일을 바꾸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뀐 현실에 만족하면서 집에 돌아온 팀은 자신의 딸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른 아이로 바뀌어 있는 것에 놀란다. 이에 자신의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에서 정확한 정자와 정확한 순간이 들어맞아야만 예전의 그 아이가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즉 임신을 통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주위에서 형제자매 중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정반대의 모습과 성격을 갖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데, 첫째는 감수분열에서의 멘델의 분리 법칙과 독립의 법칙이고 두 번째는 감수분열에서의 교차와 재조합이다.



이렇게 책에서는 영화를 통해 35가지 유전자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무심코 유전자에 대한 내용들을 지나쳐 보내면서도, 또 여러 곳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마주하게 되면서도 유전자에 대한 내용에 막연한 이질감만을 느껴왔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영화 속의 유전과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유전과 생명과학이라는 주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 만큼 깊지도,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얕지도 않아 누구든지 흥미로 쉽게 펼쳐서 가볍게 읽어내고 유의미한 지식을 얻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표지에 관한 것이다.

보통 표면과 내용물이 부조화를 이룬다면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내용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지는 표지에, 제목에도 센스가 부족한 듯하여 아쉽게 느껴졌다.

내용뿐만 아니라 속지도 올컬러에 재질도 일반 잡지책의 두꺼운 속지 재질로 되어 있어 너무 좋다.


이 책은 생명과학과 유전에 대해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있고 쉽게 설명되어져 있는 책이니 꼭 읽어보라고 한 사람씩 붙잡고 설득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진심으로 강. 력. 추. 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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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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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에 그녀가 말했다. 「자, 이제 나는 처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군.」 그녀의 사촌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여자들은 끔찍하게도 무지하거든요.

「너는 대부분의 여자들과 전혀 다른 것 같구나.」

p.99



이사벨은 아침나절에 여행해서 기진맥진했지만 영국에 온 들뜨고 흥분된 기분으로 쉬러 가지 않고 저택에 있는 그림들을 보여달라고 랠프에게 청했다. 랠프는 저녁이어서 빛이 충분히 밝지 않아 그림을 돋보이게 해줄 수 없다고 화랑을 돌아 보는 일을 다음 날로 미루자고 했지만 이사벨은 굳이 당장 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랠프의 안내로 그림을 본 후 이사벨은 자신이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소설에서는 이사벨이 머리가 좋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기준에서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는 것일까? 돈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내세우며 이모인 터치트 부인에게 신세를 지기 싫다고 입으로만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터치트 부인이 경비를 대며 영국으로 데리고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스스로 경비를 대면서 여행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머리가 좋다면서?

잘난 척하면서 머릿속은 허영으로 텅 빈 여자가 아닐까?

자기가 잘났다고 입으로 말만 하는 이사벨이 아니라 정말 똑똑한 이사벨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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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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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튼.」 약간 거슬린 기분이 된 내가 말을 이었다. 「네 생각엔 그녀가, 그녀 쪽에서도…….」

「아니, 나를 다시 만나면서 쥘리에트가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거 못 봤어? 우리가 방문해 있는 동안 줄곧 흥분해서 얼굴이 새빨개지고 쉬지 않고 떠들어 대는 걸 말이야……! 그렇지, 너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겠지. 당연해, 알리사에게만 온통 정신이 쏠려 있었으니까……. (후략)」

p.70



제롬이 알리사에게 약혼을 하자고 청했지만 알리사는 무슨 까닭인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자며 약혼을 반대했다. 그 후 약속대로 제롬의 학교로 알리사로부터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거기에는 제롬에 비해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두렵다는 것과 제롬이 다른 여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자신이 제롬의 것이 된 뒤 혹시 자신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너무 괴로울 것 같다는 알리사의 말이 적혀있었다.

이에 제롬은 군을 제대한 아벨과 함께 알리사를 만나러 퐁괴즈마르에 간다. 알리사는 여전히 차갑게 새침해 있었고, 쥘리에트는 쾌활한 태도로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그런데 쥘리에트와의 대화 도중 펠리시 고모가 그녀에게 어떤 포도밭 주인의 청혼을 알려왔다고 이야기해 주자 제롬은 그 청혼자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 그리고 알리사와 약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친 후 학교로 돌아가는 열차에서 아벨이 쥘리에트에게 홀딱 반했다는 고백을 하자, 제롬은 온통 숨이 막히고 언짢은 기분을 느끼는데….


알리사는 대체 제롬과 쥘리에트 사이의 어떤 대화 때문에 약혼을 거부하는 것일까? 제롬은 자신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똑바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알리사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왜 쥘리에트가 청혼 받은 것이나 아벨이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까?

혹시 알리사가 사랑하는 자신의 어머니와 닮았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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