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이드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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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와자동차의 경영전략실 차장 기미시마 하야토는 회사 실세인 상무이사 겸 영업본부장 다키가와 게이이치로와 오일 전문 상사인 가자마상사 인수 합병에 대한 의견 차로 논쟁을 벌였다. 다키가와는 자신이 제시한 터무니없는 인수가격에 긍정적 의견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기미시마는 윗선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하고 정확하고 올바른 논리로 의견서를 작성할 것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기미시마의 직속상관인 경영전략실장 와키사카 겐지는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다키가와의 뜻에 따르고자 할 뿐이었다.

결국 뜻을 굽히지 않고 설득력 있는 논리에 따른 의견서가 제출된 이사회에서 가자마상사의 인수 안건은 기각되었고 그것으로 그 일은 마무리된 줄 알았다.

하지만 석 달 뒤, 기미시마는 오랜 기간 경영 관리와 기획 부서에 있었음에도 요코하마공장 총무부장으로 인사이동을 통보받는다. 명백한 좌천.


처음에는 의기소침한 마음으로 요코하마로 내려갔으나 소박하고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지는 요코하마공장의 분위기에 시골 출신인 기미시마는 요코하마공장도 나쁠 것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미시마는 럭비에 대해 문외한임에도 전통에 따라 회사 럭비팀인 '아스트로스'의 제너럴 매니저를 겸임하게 된다. 그는 부임한 다음날 바로 성적 부진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아스트로스의 감독을 대신할 새 감독 인선과 그해 연도 럭비팀 예산안 작성을 맡게 된다.


예산안을 작성하며 예상외의 엄청난 액수의 운영비가 드는 것에 놀랐고, 수입이 거의 없는 것에 더 놀랐다. 럭비팀 운영은 경비가 그대로 적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기미시마는 회사 럭비팀 분석가 사쿠라 다에로부터 일본럭비협회가 모든 부담을 기업에게 짊어지게 하고 그들의 이익을 환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기의 흥행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상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말을 듣고는 일본 럭비계 자체에 구조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전임자가 추천한 감독 후보들을 만나본 기미시마는 비록 럭비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그랬기에 더욱 그들이 아스트로스에 맞는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선뜻 후임 감독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던 중, 명문 조난대학의 럭비팀 감독 사이몬 다쿠마가 부진했던 팀을 바로 세우고 대학선수권 3연승을 달성했음에도 폐습을 전통이라 여기며 고수하던 쓰다 감독을 중심으로 한 럭비부 졸업생들의 반발로 경질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위태한 아스트로스를 바로 새울 지도자를 원하던 기미시마는 사이몬이야말로 아스트로스에 필요한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그에게 감독직을 제안하는데….



읽으면서 역시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소설이었다.

물론 백 퍼센트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성공하는 경영자는 여러 사업을 시작해도 모두 궤도에 올리고 발전시키는 반면, 실패하는 경영자는 대다수가 대개 실패를 되풀이한다'라는 소설 속 기미시마의 생각처럼 이 소설은 이케이도 준의 작품이기에 믿고 볼 수 있으며 역시나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품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케이도 준의 매력이 듬뿍 묻어 나오는 소설이다.

간결하고 흡입력 있는 문체와 생생한 상황 묘사, 거침없는 소설 전개는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임에도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며 술술 읽혔다. 참고로 읽기 시작하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중간에 그만두기가 힘드니 절대 저녁에는 이 소설을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반드시 아침부터 읽기를 권한다.


럭비에 대한 관심도 없고 룰도 모르는 상태로 읽었지만 책의 서두에 기본적인 럭비 용어가 나와있고 책 중간중간에 럭비의 룰과 용어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어 글의 흐름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몰랐던 럭비에 대해 알게 되며 관심이 생겼다.


소설 속에서 역경과 고난, 부진한 상황 등에 직면하는 등장인물들은 그것에 순응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불의에 절대 순응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러한 상황을 역전시키는 과정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흥분과 감동을 진하게 느꼈다.


특히 주인공 기미시마가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점이나 당면 과제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여 탁상공론과 허울뿐인 비판이 아닌 직접 실행에 옮기는 모습에서 정말 멋지다는 표현밖에 달리 떠올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소설은 본디 인간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항상 선인은 없고 또 항상 악인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드러나는 반전에는 왠지 뒤통수 맞은 것 같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스포츠 정신을 실현하며 성장하는 모습이나 회사 내의 권모술수와 암투를 파헤치고 정의의 철퇴를 내리는 모습에 극적인 감동과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소설이었다.

이 감동과 여운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다.


"끝나면 승자도 패자도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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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 2025년 전국 기적의 도서관 선정도서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김병하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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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고라니 텃밭』과 『우리 마을이 좋아』로 유명한 김병하 작가님이 새로운 그림책 『미안해』로 다시 찾아왔어요.

이 그림책은 서울을 벗어나 경치 좋은 곳에 작업실을 얻고 텃밭을 가꾸던 작가님의 경험을 담은 책이라고 해요. 그러니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 김씨 아저씨'는 김병하 작가님이겠죠?


그런데 『미안해』는 도대체 무엇이 미안한 것일까요?



책을 펼치면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작은 민들레 한 송이와 친필 사인이 적혀있어요.

인쇄되어 있는 것인가 불빛에 이리저리 비추어 보고 손으로 만져봤는데 직접 그리신 거 맞아요.

작은 민들레 한 송이 그림에 벌써 기분이 몽글몽글 하네요.🥰



화가 김씨 아저씨는 마당 한켠에 텃밭을 만들었어요.

김씨 아저씨는 그 작은 텃밭에 씨앗과 모종을 심어 사랑과 정성으로 가꾼답니다.


작은 씨앗에서 싹을 틔우는 일이 의외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정말 사랑으로 보살펴야 돼요.

김씨 아저씨는 물도 주고 벌레도 잡아주고 씨앗에서 싹트는 것도 지켜보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텃밭으로 가요.



하지만 김씨 아저씨는 그러한 일이 전혀 귀찮거나 힘들지 않고 뿌듯하고 벅찼답니다.

왜냐하면 김씨 아저씨 눈에는 온통 무럭무럭 예쁘게 자라는 텃밭의 채소들만 보였기 때문이랍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보는 기분과 같은 마음이었겠죠?



그날도 김씨 아저씨는 텃밭에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정성으로 기른 채소도 수확하고 정말 기분 좋아 보이죠?

콧노래도 절로 나오며 즐거운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뽁!"


어? 이게 무슨 소리죠?

김씨 아저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미안해』는 부드러운 색상의 채색과 크레파스 터치 느낌이 나는 선으로 완성된 그림이 정감있게 다가오는 그림책이에요.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으로 되어 있지만 그림과 어우러져 긴 글보다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답니다.


텃밭 가꾸기는 힘들 텐데 김씨 아저씨는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아요.

자그마한 씨앗 한 알조차 김씨 아저씨에게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여서 그런 것 같아요. 그 씨앗에서 김씨 아저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채소들은 더욱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겠죠?


그래서 행복한 김씨 아저씨는 잠시 김씨 아저씨와 채소들 이외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었나 봐요.

분명 아저씨가 텃밭에 가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지나다니던 길에 있던 조그마한 민들레인데, 아저씨는 민들레가 자라 꽃을 피우려 할 때까지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었나 봐요.

"뽁!" 하고 밟기 전에 알아차렸으면 좋았을 텐데….


혹시 여러분도 김씨 아저씨처럼 자신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그 외의 주변을 둘러보지 않은 적은 없나요? 김씨 아저씨처럼 무심코 주변에 있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은요?

만약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고 신경 쓰며 소중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요?

나를 한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였어요.


김씨 아저씨는 상처 입은 민들레를 어떻게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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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 - 미스터리·SF·판타지·호러 독서록 에이플랫 시리즈 25
강상준 지음 / 에이플랫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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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치는 순간 완전 보석 같은 아이템을 득템한 기분이 들며 행복했다. 동시에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 장르소설 중에 내가 읽지 않은 소설들이 너무나 많음을 알고 우울하기도 했다.

세상은 넓고 읽어야 될 책은 너무나 많구나!

너무나 많기에 다 읽지 못한다면 이렇게 그 책들을 읽고 세세한 줄거리는 아니더라도 대강의 이야기와 나름의 감상을 적은 글을 읽은 뒤 끌리는 소설을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에는 79개의 미스터리· SF ·판타지·호러 소설의 리뷰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내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지만 추려내고 추려내어 몇 가지를 선정해 보았다.



『안녕, 드뷔시』 - 나카야마 시치리


이 작품은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중 첫 편에 해당한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한편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표지만 봐도 설렌다는 말을 이해할 것이다.


소설에서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하루카는 화재로 할아버지를 여의고 자신도 큰 화상을 입은 채 겨우 목숨만 부지한다. 그러나 실의에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할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으려면 유언장 내용처럼 프로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 최근 급부상한 젊은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그녀 주위에 연이어 일어나는 사고들.


하루카의 도전에 마음을 뺏긴 틈을 타 교묘하게 진실을 가린 이야기는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답게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섬세하게 묘사된 클래식 곡의 의미나 뒷이야기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예술적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음악이 지닌 힘과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


갑자기 내가 읽었던 『다시 한번 베토벤』의 피아노 반주 묘사의 감동이 살아나는 듯하다. 이 시리즈는 무조건 읽어야 된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 리보칭


이 책은 이웃님들이 극찬을 했던 소설이라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 중의 하나이다.

특급호텔 캉티뉴쓰의 사장 바이웨이둬가 자신의 호텔 산책로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다. 산책로에 드나든 사람도 목격자도 아무도 없다. 살인 현장은 호수와 절벽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라는 거대한 밀실.

사건은 각 장마다 조류학자, 전직 형사, 변호사, 괴도 등 서로 다른 네 명의 사람들이 추리를 펼치며 범인을 지목하고 또 추리의 빈틈을 메워 나가는 형식이라고 한다. 범인은 이미 1장에서 푸얼타이의 지목으로 드러난 상황.

네 명의 추리가 하나로 되었을 때 드러나는 놀라운 진실.

고도의 추리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다소 친숙하지 않은 대만이라는 배경 덕분에 이 책은 조금 더 특별하고 독특하게 다가오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스완』 - 오승호


오승호 작가님의 작품은 『히나구치와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을 읽었었다. 무거운 주제와 경악할 만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처음에는 그렇게나 무거운 이야기인 줄 모르고 간간이 섞여 있는 위트 있는 유머에 웃으면서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뒤쪽으로 갈수록 충격으로 경악하며 분노했었던 기억이.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인 『하얀 충동』도 이 책에 소개되어 있지만 나는 그전에 먼저 『스완』을 읽고 싶다.


『스완』은 대형 쇼핑몰 '스완'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그 사건에서 살아남은 이즈미는 당시 같은 자리에 있던 동급생의 폭로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홀로 세상과 고독한 투쟁을 한다. 그리고 반년 후, 생존자들의 모임을 통해 재구성된 사건의 진상.

인간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선과 악을 나누려 하고, 이것은 범죄라는 비일상적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더욱 극대화되는 모순 투성이인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아니, 이래서야 책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더 궁금해지잖아.



『드래곤플라이』 - 가와이 간지


이 작품은 가와이 간지의 데뷔작 『데드맨』의 가부라기 형사를 중심으로 한 특수반이 다시 뭉친 소설이다.

강변에서 발견된 장기가 제거된 채 불탄 시신과 그 밑에 있던 잠자리 모양의 펜던트. 가부라기 팀은 피해자가 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 출신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가 댐 건설을 두고 벌어진 분쟁과 20년 전 그 지역 살인 미제 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내지만 사건의 진실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책 제목인 '잠자리'가 계속 키워드로 떠오르고….

전작인 『데드맨』보다 더 재미있다고 하니 이것도 꼭 읽어보고 싶다.



『전남친의 유언장』 - 신카와 호타테


이 책 역시 이웃님들의 리뷰에서 많이 보여 궁금하던 책이다.

소설은 2021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사상 최초 심사위원 만장일치 대상작인 만큼 미스터리 장르 고유의 매력을 뽐내며 치밀한 복선과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거대 제약회사의 차남 모리카와 에이지는 자신을 죽인 범인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주라는 유언장을 남긴 채 서른에 요절한다. 이에 대학 시절 그와 3개월간 사귀었던 변호사 레이코는 에이지의 친한 친구 하나를 범인으로 내세워 그 대리인 자격으로 범인 선출전에 참여한다. 이런 광대 짓을 하는 이유는 바로 레이코가 돈을 지상 최대 가치로 여기는 배금주의 최고봉의 변호사이기 때문이라는데….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일일이 언급하기도 귀찮을 만큼 최신의 유명하고 인기 있는 작품들 리뷰로 가득 차 있다.

이유를 들여다보니 저자는 장르소설 리뷰를 쓸 때 재미는 덜하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닌, 술술 잘 읽히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을 추천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각 장르소설의 대표작이 아닌 막 출간된 책이나 유명작 중 특별히 재미있는 책에 대해 썼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책은 최신의 따끈따끈한 장르소설들의 안내서라는 말이다.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는 장르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입문하려는 사람들이나 이미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상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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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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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일은 돈도 다 떨어지고 육지의 일에는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해 최대한 빨리 바다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승객이 아닌 선원으로서 바다에 나가겠다는 뜻이었고 언제나 그러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고래잡이 항해를 결심하고 포경업의 원형인 낸터킷에서 떠나는 배를 타고자 맨해튼을 떠나 낸터킷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중간 기착지 뉴베드퍼드에 도착해 보니 낸터킷으로 가는 배가 이미 떠난 뒤인 토요일 밤이었고, 다음 배는 월요일에나 탈 수 있었다.


뉴베드퍼드에서 월요일까지 지낼 곳을 찾아 한밤의 거리를 헤매다가 '물보라 여관'에 들어갔지만 여관 주인은 방이 다 차서 빈 침대가 없다고 하더니 작살잡이와 한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것을 제안했다.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이슈메일 앞에 한밤중이 되어서야 나타난 작살잡이는 뉴질랜드 원주민의 두개골을 팔고 얼굴과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식인종 같은 사내였다.


작살잡이의 이름은 퀴케그였고 코코보코라는 섬의 대족장, 즉 왕의 아들이자 제사장의 조카였다. 이슈마엘은 주말 동안 퀴케그와 같은 침대를 쓰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곧 퀴케그에게 대한 오해를 풀고 그에게 애정을 느끼며 같은 배를 타고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퀴케그의 결심에 동참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낸터킷으로 갔고, 이슈마엘은 먼저 승선할 배를 고르기 위해 부둣가로 나갔다. 거기서 출항할 세 척의 배 중에 피쿼드호에 승선하기로 하고 서류에 서명한다.


다음날 퀴케그를 본 펠레그 선장과 빌대드 선장은 그가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을 증명하지 않으면 배에 태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퀴케그는 자신의 작살잡이로서의 능력을 보이며 당당히 선원으로 등록한다.

그 후 배에서 내려 느긋하게 여관으로 돌아가는데 행색이 초라한 웬 낯선 사내가 앞을 막아서더니 피쿼드호에 타고 있는지를 물으며 피쿼드호의 에이해브 선장에 대해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무언가 대단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모비 딕』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언급되며 소위 역주행 같은 광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이 소설은 세계 영향력 있는 유명 인사들이 좋아하는 소설로 꾸준히 언급되는 고전 명작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소설이다.


수많은 출판사에서 『모비 딕』을 출판했지만, 출판사 <현대 지성>에서는 이번에 국내 최초로 '레이먼드 비숍'의 목판화 일러스트를 수록한 완역본을 출간했다.

이 책은 시작 부분에 19세기 당시의 포경 현장 모습을 표현한 판화 그림들을 싣고 있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거대한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막연한 상상이 아닌 두 눈으로 생생히 볼 수 있어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매끄러운 번역과 부담스럽지 않은 페이지 활자 구성으로 가독성이 매우 뛰어났다.


『모비 딕』은 상징성이 강한 작품으로 첫머리의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라는 문장부터 상징성을 지닌다. 이 문장은 이야기 속에서도 드러나지만 그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간자로서 기독교 문명과 이교도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비 딕과 에이해브 선장이 지니는 의미와 그들의 관계 또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모비 딕은 거대한 존재이자 영원한 절대적인 존재이고 거기에 맞서는 에이해브 선장은 보잘것없는 한계를 가진 존재이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영원한 절대적인 존재를 뛰어넘고 자신의 운명에 맞서려는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비 딕』을 이야기할 때 흔히 위대한 자연에 맞서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투쟁을 그린 소설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모비 딕을 찾아가 굳이 먼저 공격하며 자극을 해놓고는 모비 딕을 수많은 사람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든 악한 존재로 그린 것은 지나친 인간 중심적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으로 치면 정당방위였는데.

오히려 복수심에 불타 모비 딕을 뒤쫓으며 자신과 선원들의 안전과 목숨을 돌보지 않은 에이해브 선장이야말로 집착과 광기로 똘똘 뭉친 악인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다시 한번 느끼며 나도 같이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모비 딕을 찾아 항해를 떠난 멋진 시간이었다.

과연 모비 딕과 에이해브 선장, 이슈메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피쿼드호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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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Dear 그림책
유은실 지음, 김지현 그림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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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되는 그림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린이 그림책 『마트료시카』인데요.

이 책에서 작가는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연필 데생의 터치가 그대로 살아있는 그림 위에 간간이 필요한 부분에만 은은한 수채물감을 덧입힌 그림은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며 한없이 그림을 바라보게 만들어요. 그렇게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섬세한 표현을 위해 지나간 연필의 흔적이 더욱 자세하게 보이며 나도 모르게 손으로 스윽 한번 만져보게 돼요.


"작가는 첫째에게

제일 너른 품과

가장 큰 꽃그늘

깊은 주름

그리고 큰 손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작가의 정성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첫째는 자신의 뒤를 이어 만들어지는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 콩알만 한 일곱째를 속에 품고는 어느 머나먼 나라, 어느 집에 닿습니다.



그 집 아이는 하나인 줄 알았던 첫째 속에 숨겨진 아이들을 하나씩 차례로 만나며 반가워해요.

그들은 하나였지만 하나가 아니었던 거죠.


"우아, 하나이면서 일곱이네."



첫째 안에서 하나였던 그들은 밤이 되어 어둠이 내려앉은 시각, 일곱인 각자가 되어 모두 빛 속에서 서로를 오롯이 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첫째는…

둘째는…

·

·

·

아!! 일곱째는 말할 수 있는 조그만 입조차 그려지지 않았군요.


그들의 모습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도 같은 모습이에요.

그렇게 그들 각자도 같지 않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요.

또한 그들의 빛과 어둠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빛 속에서 어둠에 싸여 있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서로를 위하며 빛을 발하니까요.



그들은 빛과 어둠을 모두 가지고 있고 일곱인 동시에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완전한 존재인 것을….



그림이 주는 안식과 단순 명료한 문장이지만 읽을수록 의미가 더해지는 글들을 보면 결코 어린이들만을 위한 그림책은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아이와 같이 읽을 어른들이 더 빠져들만한 책인 것 같아요.


우리는 흔히 우리의 인생이나 어떠한 대상에게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나갈 때 그것을 지칭해서 양파 같다는 표현을 많이 쓰곤 하죠.

마트료시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마트료시카가 더 적합한 것 같네요. 양파는 계속 까면 깔수록 원래의 모습은 없어져 버리지만 마트료시카는 원형의 모습을 유지한 채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그림책 『마트료시카』는 나와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그러나 나보다는 좀 더 약한 이들을 품어 주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의미하는 바가 많은 거 같죠?


내가 속에 품고 있는 나의 내면은 어떤 모습일까요?

꿈과 희망, 행복, 열정, 동경 등도 있을 테지만 시련과 아픔, 고난, 좌절 등에 대한 기억도 내 안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못해 기억할 수도 없는 아주 어릴 적 나라는 아이두요.

그 모습들은 나와 다른 모습이 아닌 나의 모습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지금의 나와 똑같은 모습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모두 모여 나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거겠죠.

마치 마트료시카처럼요.


『마트료시카』는 그 모든 모습들을 떠올려보며 불러오는 따뜻한 힐링의 시간을 가져다주었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마트료시카』를 보며 무엇을 떠올릴까요?

그림을 보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마트료시카를 만나러 갈 준비가 되었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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