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이드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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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와자동차의 경영전략실 차장 기미시마 하야토는 회사 실세인 상무이사 겸 영업본부장 다키가와 게이이치로와 오일 전문 상사인 가자마상사 인수 합병에 대한 의견 차로 논쟁을 벌였다. 다키가와는 자신이 제시한 터무니없는 인수가격에 긍정적 의견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기미시마는 윗선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하고 정확하고 올바른 논리로 의견서를 작성할 것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기미시마의 직속상관인 경영전략실장 와키사카 겐지는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다키가와의 뜻에 따르고자 할 뿐이었다.

결국 뜻을 굽히지 않고 설득력 있는 논리에 따른 의견서가 제출된 이사회에서 가자마상사의 인수 안건은 기각되었고 그것으로 그 일은 마무리된 줄 알았다.

하지만 석 달 뒤, 기미시마는 오랜 기간 경영 관리와 기획 부서에 있었음에도 요코하마공장 총무부장으로 인사이동을 통보받는다. 명백한 좌천.


처음에는 의기소침한 마음으로 요코하마로 내려갔으나 소박하고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지는 요코하마공장의 분위기에 시골 출신인 기미시마는 요코하마공장도 나쁠 것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미시마는 럭비에 대해 문외한임에도 전통에 따라 회사 럭비팀인 '아스트로스'의 제너럴 매니저를 겸임하게 된다. 그는 부임한 다음날 바로 성적 부진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아스트로스의 감독을 대신할 새 감독 인선과 그해 연도 럭비팀 예산안 작성을 맡게 된다.


예산안을 작성하며 예상외의 엄청난 액수의 운영비가 드는 것에 놀랐고, 수입이 거의 없는 것에 더 놀랐다. 럭비팀 운영은 경비가 그대로 적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기미시마는 회사 럭비팀 분석가 사쿠라 다에로부터 일본럭비협회가 모든 부담을 기업에게 짊어지게 하고 그들의 이익을 환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기의 흥행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상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말을 듣고는 일본 럭비계 자체에 구조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전임자가 추천한 감독 후보들을 만나본 기미시마는 비록 럭비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그랬기에 더욱 그들이 아스트로스에 맞는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선뜻 후임 감독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던 중, 명문 조난대학의 럭비팀 감독 사이몬 다쿠마가 부진했던 팀을 바로 세우고 대학선수권 3연승을 달성했음에도 폐습을 전통이라 여기며 고수하던 쓰다 감독을 중심으로 한 럭비부 졸업생들의 반발로 경질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위태한 아스트로스를 바로 새울 지도자를 원하던 기미시마는 사이몬이야말로 아스트로스에 필요한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그에게 감독직을 제안하는데….



읽으면서 역시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소설이었다.

물론 백 퍼센트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성공하는 경영자는 여러 사업을 시작해도 모두 궤도에 올리고 발전시키는 반면, 실패하는 경영자는 대다수가 대개 실패를 되풀이한다'라는 소설 속 기미시마의 생각처럼 이 소설은 이케이도 준의 작품이기에 믿고 볼 수 있으며 역시나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품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케이도 준의 매력이 듬뿍 묻어 나오는 소설이다.

간결하고 흡입력 있는 문체와 생생한 상황 묘사, 거침없는 소설 전개는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임에도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며 술술 읽혔다. 참고로 읽기 시작하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중간에 그만두기가 힘드니 절대 저녁에는 이 소설을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반드시 아침부터 읽기를 권한다.


럭비에 대한 관심도 없고 룰도 모르는 상태로 읽었지만 책의 서두에 기본적인 럭비 용어가 나와있고 책 중간중간에 럭비의 룰과 용어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어 글의 흐름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몰랐던 럭비에 대해 알게 되며 관심이 생겼다.


소설 속에서 역경과 고난, 부진한 상황 등에 직면하는 등장인물들은 그것에 순응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불의에 절대 순응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러한 상황을 역전시키는 과정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흥분과 감동을 진하게 느꼈다.


특히 주인공 기미시마가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점이나 당면 과제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여 탁상공론과 허울뿐인 비판이 아닌 직접 실행에 옮기는 모습에서 정말 멋지다는 표현밖에 달리 떠올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소설은 본디 인간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항상 선인은 없고 또 항상 악인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드러나는 반전에는 왠지 뒤통수 맞은 것 같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스포츠 정신을 실현하며 성장하는 모습이나 회사 내의 권모술수와 암투를 파헤치고 정의의 철퇴를 내리는 모습에 극적인 감동과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소설이었다.

이 감동과 여운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다.


"끝나면 승자도 패자도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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