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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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일은 돈도 다 떨어지고 육지의 일에는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해 최대한 빨리 바다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승객이 아닌 선원으로서 바다에 나가겠다는 뜻이었고 언제나 그러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고래잡이 항해를 결심하고 포경업의 원형인 낸터킷에서 떠나는 배를 타고자 맨해튼을 떠나 낸터킷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중간 기착지 뉴베드퍼드에 도착해 보니 낸터킷으로 가는 배가 이미 떠난 뒤인 토요일 밤이었고, 다음 배는 월요일에나 탈 수 있었다.


뉴베드퍼드에서 월요일까지 지낼 곳을 찾아 한밤의 거리를 헤매다가 '물보라 여관'에 들어갔지만 여관 주인은 방이 다 차서 빈 침대가 없다고 하더니 작살잡이와 한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것을 제안했다.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이슈메일 앞에 한밤중이 되어서야 나타난 작살잡이는 뉴질랜드 원주민의 두개골을 팔고 얼굴과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식인종 같은 사내였다.


작살잡이의 이름은 퀴케그였고 코코보코라는 섬의 대족장, 즉 왕의 아들이자 제사장의 조카였다. 이슈마엘은 주말 동안 퀴케그와 같은 침대를 쓰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곧 퀴케그에게 대한 오해를 풀고 그에게 애정을 느끼며 같은 배를 타고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퀴케그의 결심에 동참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낸터킷으로 갔고, 이슈마엘은 먼저 승선할 배를 고르기 위해 부둣가로 나갔다. 거기서 출항할 세 척의 배 중에 피쿼드호에 승선하기로 하고 서류에 서명한다.


다음날 퀴케그를 본 펠레그 선장과 빌대드 선장은 그가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을 증명하지 않으면 배에 태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퀴케그는 자신의 작살잡이로서의 능력을 보이며 당당히 선원으로 등록한다.

그 후 배에서 내려 느긋하게 여관으로 돌아가는데 행색이 초라한 웬 낯선 사내가 앞을 막아서더니 피쿼드호에 타고 있는지를 물으며 피쿼드호의 에이해브 선장에 대해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무언가 대단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모비 딕』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언급되며 소위 역주행 같은 광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이 소설은 세계 영향력 있는 유명 인사들이 좋아하는 소설로 꾸준히 언급되는 고전 명작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소설이다.


수많은 출판사에서 『모비 딕』을 출판했지만, 출판사 <현대 지성>에서는 이번에 국내 최초로 '레이먼드 비숍'의 목판화 일러스트를 수록한 완역본을 출간했다.

이 책은 시작 부분에 19세기 당시의 포경 현장 모습을 표현한 판화 그림들을 싣고 있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거대한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막연한 상상이 아닌 두 눈으로 생생히 볼 수 있어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매끄러운 번역과 부담스럽지 않은 페이지 활자 구성으로 가독성이 매우 뛰어났다.


『모비 딕』은 상징성이 강한 작품으로 첫머리의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라는 문장부터 상징성을 지닌다. 이 문장은 이야기 속에서도 드러나지만 그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간자로서 기독교 문명과 이교도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비 딕과 에이해브 선장이 지니는 의미와 그들의 관계 또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모비 딕은 거대한 존재이자 영원한 절대적인 존재이고 거기에 맞서는 에이해브 선장은 보잘것없는 한계를 가진 존재이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영원한 절대적인 존재를 뛰어넘고 자신의 운명에 맞서려는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비 딕』을 이야기할 때 흔히 위대한 자연에 맞서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투쟁을 그린 소설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모비 딕을 찾아가 굳이 먼저 공격하며 자극을 해놓고는 모비 딕을 수많은 사람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든 악한 존재로 그린 것은 지나친 인간 중심적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으로 치면 정당방위였는데.

오히려 복수심에 불타 모비 딕을 뒤쫓으며 자신과 선원들의 안전과 목숨을 돌보지 않은 에이해브 선장이야말로 집착과 광기로 똘똘 뭉친 악인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다시 한번 느끼며 나도 같이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모비 딕을 찾아 항해를 떠난 멋진 시간이었다.

과연 모비 딕과 에이해브 선장, 이슈메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피쿼드호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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