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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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모습을 한, 어딘가 조금 덜렁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신을 구한 소년은 그 신으로부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단,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중요한 일(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이라든가)에서 이 능력을 이용하면 영혼이 소멸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돌린 시간의 다섯 배만큼의 수명을 잃고, 되돌린 시간 속에서는 다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부작용이 있었지만, 어차피 많이 쓰지도 않아 잃은 수명은 하루도 되지 않았다. 아내인 미노리가 죽기 전까지는.


미노리는 직장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사인은 뇌혈관 파열이었다. 원인이 될 만한 사건을 의사가 되짚어 보았는데, 중학교 때 체육 시간에 기마전 연습을 하던 중 떨어지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판단하였다. 당시 미노리는 의식을 잠시 잃었었으나 금세 정신을 차렸었고, 검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진단을 받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것이다.


미노리의 상태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고 했다. 기마전 연습 이후로 돌아가 봤자 수술이 성공할 확률도 100%가 아닌 상황이었다. 미노리가 죽을 때마다 시간을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과거로 돌아간 시간 동안에는 추가로 시간을 되돌리지 못했기에, 애초에 원인이 되는 중학교 체육 시간 당시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는 11년 전이었고, 그 말은 시간을 돌림으로써 55년의 수명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망설임은 없었다. 미노리의 행복을 바랄 뿐이었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수명을 망설임 없이 내놓는 모습을 보며 간절하게 빌었다.

부디 행복할 수 있기를….

미노리를 구하고, 남은 수명만이라도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55년이라는 수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인데, 능력을 준 신이 말한 바와 같이 여러 신들이 있다면, 그 마음이 닿아서 어느 한 신이라도 시간을 돌린 것의 대가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마주치자, 정말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따뜻한 감동을 기대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수명을 뭉텅이로 내놓는 장면에서 울컥했고, 마지막 반전에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깊이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목놓아 울었다.

많이 슬프지만 따뜻한 사랑 이야기에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무조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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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 휘청거리는 삶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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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0대 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다. 물론 하루아침에 없던 증상들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전에도 저자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거나 그냥 무시하려고 하였던 부분이 적잖이 있었다.


저자의 자신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저자의 유년기에 몇 차례에 걸친 정신과 의사들과의 안 좋은 기억이 원인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열네 살, 열일곱 살 때 자신의 상황에 대하여 상담을 받았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단순한 우울증이라는 대답과 귀찮아하는 반응, 아니면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지만 그 내용 자체에는 별거 아닌 거로 자신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답변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들을 거치면서 자신의 증상을 애써 무시하는 방법을 깨우쳤던 것 같다. 게다가 저자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보고 '배워가며' 주변에 자신을 맞추어 나갔고, 속으로는 많은 스트레스가 쌓일지라도 이를 눌러 담아내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다가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해안선을 따라서 난 사우스웨스트 코스트 패스를 걸으며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다.


그런데 휴식 또는 회복을 목적으로 한 계획이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계속 응원해 주는 남편 H와 저자의 계획 중간중간에 같이 걸어주는 에마와 베시와 같은 이들로 인해 저자는 조금 더 자신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침착과 평안을 찾아갈 수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공식적인 지침을 읽다 보면,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외부의 시각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려고 하는 나의 시도가 마치 몸을 꺾는 곡예라도 되듯 무모한 것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 국립보건원의 의료 정보 웹사이트에는 미취학 아동과 학령기 아동의 증상이 열거되어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릴 때 그 병증의 특징을 나타냈지만 진단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는 언급이 있을 뿐이다.

p.123~124


저자가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인지한 것과, 이를 실제로 인정을 한 것 사이에는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세에 대하여 조사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그 끝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글을 읽다 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다른 책들로는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보통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사람들이 가지는 인식은, 이 책에서도 일부 언급되었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대신 어떠한 능력이 매우 특출난 사람들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어떠한 부분에 대하여 특출나게 뛰어난 능력을 가지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하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인식들 중 상당수는 잘 알지 못하기에, 알 수 있는 출처가 없기에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검색하거나 관련 도서를 찾아보면, 거의 대부분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을 '관찰'하고 '돌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나열된 정보들이다. 다른 질환이나 장애들을 찾아보면 환자 입장에서의 내용들을 상당수 찾을 수 있는 것에 매우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사람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단편적이고 딱딱한 지식들만 접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를 읽으며 저자의 걸음에 동화하다 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더욱 잘 이해하게 될 수도 있고, 또 단순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더 넓은 범주에도 적용되는 저자의 생각들 또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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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황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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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는 작가가 보낸 날들에 대한 기록으로, 작가는 자신이 풀어낸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솔직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 황현은 작곡가 겸 음악 PD로, 온앤오프의 음악을 프로듀싱했고,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레드벨벳 등 너무나 유명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곡을 작업했다. 또한 JUN P, YELO, 김해론을 제작했으며 케이팝 프로덕션 모노트리를 경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잔잔한 스토리가 있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흔히 작곡가가 곡을 작곡할 때는 영화 속 극적인 장면처럼 악상이 떠올라 몰입해서 미친 듯이 써 내려가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작가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쉽게 썼던 곡은 없었다고 한다. 작가는 촘촘히 사운드를 신경 쓰며 곡작업을 해서 하나의 데모를 완성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을 기울인 데모도 사람들의 귀에 선택받지 못해 하드 디스크에 쌓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것은 비단 작가뿐만이 아닌 모든 작곡가에 해당하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곡을 만들 때도 그 곡을 대중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정성을 다하기에, 선택받지 못하고 생명을 다하는 데모곡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선택받지 못한 곡들이

선택받는 곡들을 만들어냈듯

선택받지 못해 아팠던 나의 시간에도

의미가 있는 건 아닌지."



다른 음악가들이 그러하듯 작가도 가사를 쓸 때는 과거를 자주 복기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한다. 그는 경험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거나 상대방에게 빙의하여 가사를 쓰거나, 어디서 들은 것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들을 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작가가 쓴 가사가 자신의 예언서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가사가 현실이 되어 작가를 괴롭혔다.

그래서 요즘 작가는 가사를 쓸 때 굳이 이야기의 결론을 내지 않는 때가 많아졌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은 무엇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글을 쓰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행복한 사랑을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작가는 돌려 말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나쁜 사람으로 비쳐지는게 싫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편이라고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거절하는 것이든, 거절당하는 것이든."


개인적으로 이 거절 때문에 맺힌 것이 많은 사람 중의 하나로 상대가 당시에 조금 상처받더라도 두루뭉술한 대답은 하지 않는 것에 찬성한다.

그러나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에게는 명확한 거절의 말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



이렇게 이 책은 어려운 주제가 아닌 작가의 일상에서 일들과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잔잔하고 차분한 음악처럼 풀어내고 있다. 책 어느 곳에도 자신을 실제보다 부풀려 꾸미고 화려하게 보이고자 하는 기교나 테크닉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글들은 읽는 독자의 가슴에 진솔하게 와닿고, 그 글들로 독자는 편안함과 공감을 느끼고 자기 자신은 어떠한지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에 매달려 과거의 영광 속에서나 혹은 후회로 점철된 날들을 곱씹으며 지내기보다 그 과거 위에 현재의 자신을 바로 세우고 내일을 살아가자고 말한다.

확실히 우리의 삶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지쳐버린 마음에 따뜻한 위로 한 줄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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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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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산골 마을 파출소에서 벌어지는 스토리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스케일의 소설보다 더 웅장하고 장대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역시 오승호 작가님의 작품답게 묵직한 한방을 날리시겠죠?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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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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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대학교에서 만나 10년째 절친인 크리스틴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국적이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매년 휴가를 떠났다. 그것은 18개월 전 크리스틴이 밀워키를 떠나 호주 시드니로 직장을 옮겼음에도 계속됐다. 부모님은 서로 이혼한 이후 각기 다른 상대와 재혼해 떨어져 살고 형제자매도 없는 에밀리에게 크리스틴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크리스틴 옆에 있으면 에밀리는 평소보다 더 용감해질 수 있었으며, 더 유능하고 기민하며 재미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느꼈다. 크리스틴과 보내는 시간은 매번 놀랍고도 기적 같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13개월 전 세 번째 여행지인 캄보디아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거기서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남아공의 배낭여행자 세바스티안과 바에서 합석하게 되었고, 그가 자신의 이상형에 가깝다고 생각한 에밀리는 그와 원나잇을 했다. 자신의 호텔로 남자를 데려갔던 에밀리는 크리스티안과 키스를 하던 중 그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자 관계를 거부했다. 그때부터 남자의 일방적 폭행이 시작되었고, 막 강간이 일어나려던 순간 크리스틴이 나타나 플로어 스탠드로 그를 여러 번 내리쳤다. 그러나 과잉방위로 인해 남자는 죽고 만다.

그들은 먼 이국에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자신들의 삶이 망가질 것을 두려워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근처 절벽으로 옮겨 급류에 던져 유기한 후 각자의 보금자리로 귀국했다.

귀국 후 에밀리는 정신과 상담을 원했으나 크리스틴의 만류로 악몽과 공황발작을 그저 크리스틴의 도움만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다음 해 여전히 휴가를 같이 보내기 위해 칠레에서 다시 만났다. 에밀리는 칠레의 공항에서 크리스틴을 만나 끌어안았을 때 그간 자신을 옥죄어 오던 두려움에서 벗어나 안도감을 느꼈다. 에밀리에게 있어 크리스틴은 그러한 존재였다.

에밀리는 이내 활기를 찾고 여행을 즐겼으며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런데 마지막 날 크리스틴이 에밀리에게 6개월간의 세계 여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새로운 남자 친구와 막 사귀기 시작하는 단계였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에밀리는 선뜻 수락하지 못하며 자신의 입장을 크리스틴에게 전하며 당장이 아닌 내년에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그 말을 들은 크리스틴의 기색은 탐탁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그날 밤 카페에서 식사를 하던 중 에밀리가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그들 테이블에 남미에서 1년 동안 배낭여행을 하는 중이라는 스페인 출신의 파올로가 합석했고, 크리스틴은 그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둘이서만 카페를 나섰다. 그런데 약속된 시간까지 카페에서 기다렸다가 호텔 방으로 돌아간 에밀리의 눈앞에 캄보디아에서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있었고, 둘은 파올로의 시체를 근처 인적 없는 야산에 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호텔로 돌아와 모든 흔적을 지우고는 또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일상으로 복귀한 에밀리는 불안했지만 심리 치료사에게 상담을 받고 남자 친구 애런과의 관계도 발전시키며 나름 일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주에 있어야 할 크리스틴이 정리해고당했다며 연락도 없이 에밀리의 집으로 찾아오는데…….



심리 스릴러를 읽는 것은 계속 긴장감과 두뇌 회전을 요구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무척 힘든 것 같다. 특히나 주인공인 에밀리처럼 자존감이 약하고 타인에게 의존성이 강한 경우에는 답답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불우한 가정환경 탓인지 에밀리는 자존감이 무척 낮고 정에 목말라 있었고, 크리스틴은 이런 에밀리의 심리를 파악해 교묘하게 곁을 파고들어 에밀리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에밀리의 심리를 잘 조종해 이전 사귀던 남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만들었고, 그 영향력은 크리스틴이 지구 반대편으로 직장을 옮겼을 때에도 계속 유지되었다. 에밀리 스스로가 크리스틴에게 길들여져 벗어나는 것을 힘들어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닐까?


그것은 여행지에서의 살인 사건들을 계기로 비틀어지기 시작한다. 두 번이나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것이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뭔가 싸함을 계속 느끼게 하는 여인 크리스틴. 그녀는 에밀리에게 가스라이팅을 은근히 계속하며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미 비틀어지고 금이 가기 시작한 틈에서 의문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 에밀리에게는 효과를 잃어간다.

그리고 진실을 향해 달려가며 겪는 에밀리의 심리 전개와 에밀리와 크리스틴과의 숨 막히는 심리와 감정의 줄다리기, 그리고 진실에 다가설 듯 말 듯 한 전개는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해 읽는 내내 심장이 아닌 뇌가 쪼그라드는 듯했다.

그리고 밝혀지는 크리스틴의 충격스러운 과거와 진실.


소설은 사건이 해결되었음에 안심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려는 독자에게 또 다른 섬뜩함과 긴장감을 안겨준다. 궁금하면 책으로 확인해 보길….

극도의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주저 않고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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