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 휘청거리는 삶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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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0대 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다. 물론 하루아침에 없던 증상들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전에도 저자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거나 그냥 무시하려고 하였던 부분이 적잖이 있었다.


저자의 자신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저자의 유년기에 몇 차례에 걸친 정신과 의사들과의 안 좋은 기억이 원인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열네 살, 열일곱 살 때 자신의 상황에 대하여 상담을 받았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단순한 우울증이라는 대답과 귀찮아하는 반응, 아니면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지만 그 내용 자체에는 별거 아닌 거로 자신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답변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들을 거치면서 자신의 증상을 애써 무시하는 방법을 깨우쳤던 것 같다. 게다가 저자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보고 '배워가며' 주변에 자신을 맞추어 나갔고, 속으로는 많은 스트레스가 쌓일지라도 이를 눌러 담아내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다가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해안선을 따라서 난 사우스웨스트 코스트 패스를 걸으며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다.


그런데 휴식 또는 회복을 목적으로 한 계획이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계속 응원해 주는 남편 H와 저자의 계획 중간중간에 같이 걸어주는 에마와 베시와 같은 이들로 인해 저자는 조금 더 자신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침착과 평안을 찾아갈 수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공식적인 지침을 읽다 보면,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외부의 시각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려고 하는 나의 시도가 마치 몸을 꺾는 곡예라도 되듯 무모한 것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 국립보건원의 의료 정보 웹사이트에는 미취학 아동과 학령기 아동의 증상이 열거되어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릴 때 그 병증의 특징을 나타냈지만 진단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는 언급이 있을 뿐이다.

p.123~124


저자가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인지한 것과, 이를 실제로 인정을 한 것 사이에는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세에 대하여 조사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그 끝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글을 읽다 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다른 책들로는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보통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사람들이 가지는 인식은, 이 책에서도 일부 언급되었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대신 어떠한 능력이 매우 특출난 사람들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어떠한 부분에 대하여 특출나게 뛰어난 능력을 가지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하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인식들 중 상당수는 잘 알지 못하기에, 알 수 있는 출처가 없기에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검색하거나 관련 도서를 찾아보면, 거의 대부분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을 '관찰'하고 '돌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나열된 정보들이다. 다른 질환이나 장애들을 찾아보면 환자 입장에서의 내용들을 상당수 찾을 수 있는 것에 매우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사람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단편적이고 딱딱한 지식들만 접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를 읽으며 저자의 걸음에 동화하다 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더욱 잘 이해하게 될 수도 있고, 또 단순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더 넓은 범주에도 적용되는 저자의 생각들 또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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