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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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대학교에서 만나 10년째 절친인 크리스틴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국적이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매년 휴가를 떠났다. 그것은 18개월 전 크리스틴이 밀워키를 떠나 호주 시드니로 직장을 옮겼음에도 계속됐다. 부모님은 서로 이혼한 이후 각기 다른 상대와 재혼해 떨어져 살고 형제자매도 없는 에밀리에게 크리스틴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크리스틴 옆에 있으면 에밀리는 평소보다 더 용감해질 수 있었으며, 더 유능하고 기민하며 재미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느꼈다. 크리스틴과 보내는 시간은 매번 놀랍고도 기적 같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13개월 전 세 번째 여행지인 캄보디아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거기서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남아공의 배낭여행자 세바스티안과 바에서 합석하게 되었고, 그가 자신의 이상형에 가깝다고 생각한 에밀리는 그와 원나잇을 했다. 자신의 호텔로 남자를 데려갔던 에밀리는 크리스티안과 키스를 하던 중 그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자 관계를 거부했다. 그때부터 남자의 일방적 폭행이 시작되었고, 막 강간이 일어나려던 순간 크리스틴이 나타나 플로어 스탠드로 그를 여러 번 내리쳤다. 그러나 과잉방위로 인해 남자는 죽고 만다.

그들은 먼 이국에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자신들의 삶이 망가질 것을 두려워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근처 절벽으로 옮겨 급류에 던져 유기한 후 각자의 보금자리로 귀국했다.

귀국 후 에밀리는 정신과 상담을 원했으나 크리스틴의 만류로 악몽과 공황발작을 그저 크리스틴의 도움만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다음 해 여전히 휴가를 같이 보내기 위해 칠레에서 다시 만났다. 에밀리는 칠레의 공항에서 크리스틴을 만나 끌어안았을 때 그간 자신을 옥죄어 오던 두려움에서 벗어나 안도감을 느꼈다. 에밀리에게 있어 크리스틴은 그러한 존재였다.

에밀리는 이내 활기를 찾고 여행을 즐겼으며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런데 마지막 날 크리스틴이 에밀리에게 6개월간의 세계 여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새로운 남자 친구와 막 사귀기 시작하는 단계였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에밀리는 선뜻 수락하지 못하며 자신의 입장을 크리스틴에게 전하며 당장이 아닌 내년에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그 말을 들은 크리스틴의 기색은 탐탁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그날 밤 카페에서 식사를 하던 중 에밀리가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그들 테이블에 남미에서 1년 동안 배낭여행을 하는 중이라는 스페인 출신의 파올로가 합석했고, 크리스틴은 그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둘이서만 카페를 나섰다. 그런데 약속된 시간까지 카페에서 기다렸다가 호텔 방으로 돌아간 에밀리의 눈앞에 캄보디아에서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있었고, 둘은 파올로의 시체를 근처 인적 없는 야산에 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호텔로 돌아와 모든 흔적을 지우고는 또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일상으로 복귀한 에밀리는 불안했지만 심리 치료사에게 상담을 받고 남자 친구 애런과의 관계도 발전시키며 나름 일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주에 있어야 할 크리스틴이 정리해고당했다며 연락도 없이 에밀리의 집으로 찾아오는데…….



심리 스릴러를 읽는 것은 계속 긴장감과 두뇌 회전을 요구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무척 힘든 것 같다. 특히나 주인공인 에밀리처럼 자존감이 약하고 타인에게 의존성이 강한 경우에는 답답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불우한 가정환경 탓인지 에밀리는 자존감이 무척 낮고 정에 목말라 있었고, 크리스틴은 이런 에밀리의 심리를 파악해 교묘하게 곁을 파고들어 에밀리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에밀리의 심리를 잘 조종해 이전 사귀던 남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만들었고, 그 영향력은 크리스틴이 지구 반대편으로 직장을 옮겼을 때에도 계속 유지되었다. 에밀리 스스로가 크리스틴에게 길들여져 벗어나는 것을 힘들어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닐까?


그것은 여행지에서의 살인 사건들을 계기로 비틀어지기 시작한다. 두 번이나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것이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뭔가 싸함을 계속 느끼게 하는 여인 크리스틴. 그녀는 에밀리에게 가스라이팅을 은근히 계속하며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미 비틀어지고 금이 가기 시작한 틈에서 의문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 에밀리에게는 효과를 잃어간다.

그리고 진실을 향해 달려가며 겪는 에밀리의 심리 전개와 에밀리와 크리스틴과의 숨 막히는 심리와 감정의 줄다리기, 그리고 진실에 다가설 듯 말 듯 한 전개는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해 읽는 내내 심장이 아닌 뇌가 쪼그라드는 듯했다.

그리고 밝혀지는 크리스틴의 충격스러운 과거와 진실.


소설은 사건이 해결되었음에 안심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려는 독자에게 또 다른 섬뜩함과 긴장감을 안겨준다. 궁금하면 책으로 확인해 보길….

극도의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주저 않고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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