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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계절 - 일본 유명 작가들의 계절감상기 ㅣ 작가 시리즈 2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9월
평점 :
일본작가들의 작품을 한 데 모아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이 책 안에 모아둔 작가가 정말 많아서 일본의 왠만한 작가들을 모두 알게 된 것 같다. 188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작가들이었는데 모두 아주 오래된 예전에 활동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로 지금 현재도 아니어서 더 좋았다. 작가들의 사진에 간단한 약력을 모든 작가마다 친절하게 덧붙여 그 작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지병으로 운명을 달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안타까웠다.
이 책은 제목대로 일본의 작가들이 묘사하는 사계절을 말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작가들의 시나 수필을 묶어 보여준다. 책의 맨 앞에 나온 계절은 가을이었지만 나는 겨울부터 읽었다. 겨울에 대한 작가들의 묘사가 더 빨리 보고 싶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화로>라는 에세이를 읽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이 올 때까지의 마음과 기분을 묘사하고 있다. 너무 추워서 화로앞에서 떠날 수 없고 아이는 울고 손님은 계속 오고 할 원고 작업은 잔뜩 밀려있는 작가의 어느 날을 실감나게 느껴보게 적고 있다. 특히 추운 날, 숯값을 아끼기 위해 난로를 포기한다는 작가의 솔직한 대목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p90
등에서 어깨까지는 지독하게 추웠다. 발끝은 얼음장같이 차서 아플 정도였다. 하는 수없이 꼼짝 않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손을 움직이면 어딘가 차디찬 곳에 닿는다. 가시라도 만진 것처럼 신경이 곤두선다.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조차 목덜미가 옷깃에 싸늘하게 미끄러져서 견디기 힘들다. 사방에서 추위의 압박을 받으며 5평 남짓한 서재 한가운데 앉아 몸을 움츠렸다.
굉장히 실감나는 묘사들이 지독하게 추운 날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가을 내용도 읽기 좋은 내용이 많았다. 시도 있었고 단풍을 묘사하기도 하고 가을 정취를 보면서 열심히 걸었다는 내용까지 보기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인간 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아, 가을>에 보면 강렬한 표현이 나와서 적어 본다.
p 14
가을은 교활한 악마다. 여름 사이 모든 단장을 마치고 코웃음을 치며 웅크리고 있다. 나만치 날카로운 눈을 가진 시인이라면 그 기색을 눈치챈다. 가족들이 여름을 기뻐하며 바다에 갈까 산에 갈까 하고 신나서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면 딱하기 짝이 없다. 진즉에 가을이 여름과 함께 숨어들어왔건만 가을은, 여간 억척스러운 녀석이 아니다.
가을을 교활한 악마라고 표현하다니 그 얼마나 신선한가... 사계절을 계절별로 소재 삼아 짤막하게 일본의 여러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볼 수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도 덩달아 계절감을 확실하게 느껴볼 수 있어 한 권의 책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