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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완역판)
애나 슈얼 지음, 이미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우리나라도 승마인구가 많이 늘어났지만 예전에는 말을 타려면 관광지에나 가서 놀이하듯 말을 타보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대개 그런 곳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태우는 말은 굉장히 노쇠한 말인 경우가 많아서 사람을 태우고 내릴 때마다 푸르르 소리를 내면서 힘들어 했던 기억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이 아닌 말의 관점으로 쓰인 이야기라서 더 특별했다. 뷰티라는 말이 주인공으로 ‘나’가 되어서 1인칭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태어나서 엄마와 함께 농장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뷰티에게 일어난 일들을 자신이 놀라기도 하고 담담해하기도 하면서 서술하고 있다. 사실 말이라고 이야기하니까 말인 줄 알지 사람이 하는 이야기처럼 자연스러웠다.
저자인 애나 슈얼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 평생 말이나 마차를 이용해 이동했었기 때문에 말을 잘 알았고 말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고 한다. 말이 어떤 점을 힘들어 할 것 같고 아파할 것 같은지 아주 잘 관찰을 한 것 같다. 말의 입에 물려 있는 자갈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정말 힘들고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말시장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데 왠지 슬펐다. 잘생긴 우량종의 말들도 있었지만 병들고 힘들어 하는 말들도 많았다.
p195
어떤 말들은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여위었고 어떤 말들은 등과 엉덩이에 옛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말이 보기에 슬픈 장면들이었다. 자신도 같은 처지에 놓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이기는 하지만 이런 저런 말들을 보면서 주인공 뷰티가 느꼈을 슬픔이 느껴졌다. 저자는 말을 자주 타고 다녀서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열심히 말에 대한 걸 관찰하고 살폈던 것 같다. 이 소설도 6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썼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책에서는 뷰티라는 말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교훈들이 나온다.
p213
여러 사람이 이 말을 듣고 박수를 쳤다. 박수가 그친 뒤 제리가 말했다.
“자네 말이 아주 그럴듯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거야. 모든 사람은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돌봐야 해. 내 영혼을 업둥이처럼 남의 집 문간에 내려놓고 그 사람이 내 영혼을 돌봐 주리라 기대해선 안 돼”
저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말들을 적었던 것일까? 이런 교훈아닌 교훈이 이 책안에는 가득한데 책 <동물농장>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했다. 아무리 동물의 입장에서 썼다고는 하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흐를까 걱정했는데 굉장히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