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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박성신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평점 :
이 소설은 재미있었다. 한 챕터만 읽어야지 했다가 계속 읽고 싶어져서,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놓지 않고 계속 읽었다. 저자가 오랜 시간 다양한 방법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재의 참신성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느껴지는 탄탄한 구성의 힘이 느껴져야 읽고 싶은 맛이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소재도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생체시계를 50년이나 앞당길 수 있는 신약이 만들어지고 75세 노인들에게 그 약을 의무적으로 놓아준다는 노화종말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법은 사람들이 격렬하게 찬반 토론을 벌이고 있는 내용이다. 그 때 온몸의 뼈가 13군데나 부러져 사망한 시신이 발견된다. 이 사건을 맡은 현묵 형사... 그리고 어릴 적 집을 나간 아빠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자란 사회복지사 기해...거대 제약회사의 회장은 노인들을 데려다가 비밀실험을 하고 뼈가 부러져 나가는 시신이 계속 발견된다. 알고 보니 그 시신들은 예전 사기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시신이 발견될때마다 앞뒤 상황을 연결해가면서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특히 주인공인 현묵형사는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입장으로 나오고 함께 일하는 젊은 정형사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손해보는 일은 안 하는 젊은 세대로 비교해두었다. 구시대와 미래시대를 대표하는 두 형사를 통해서 지금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와의 갈등을 느껴볼 수 있었다. 현묵 형사는 계속 과거를 떠올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기해는 집 떠나 병든 엄마와 딸인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살았다가 점점 아버지의 실제 모습을 마주 대하게 된다. 아버지의 행적을 쫓는 딸을 통해 아버지가 실제로 어떤 생각과 일을 해왔는지 추적하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놀라고 다양한 감정변화를 겪게 되는 기해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곤 했다.
작가는 스토리 속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구성했다가 다시 3인칭으로 했다가 자유자재로 분위기를 만들어가서 흥미를 높였다. 이렇게 시점을 바꾸다보면 나중에는 작가도 정신없을 때가 있는데 인물마다 이렇게 바꾸어나가도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잘 구성한 것 같다. 저자는 다양한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 이 작품으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처절한 무죄>로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공모전 최우수상, <30년>으로 제1회 갤럭시탭 삼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재미도 있지만 노화종말법을 통해 인간이 나이가 들었을 때 젊음을 누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도록 여운도 남기도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갈등, 생체시계를 되돌리는 것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논란거리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미스터리함, 몰입감, 그리고 생각해 볼 문제까지 던지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