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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
김영란 지음 / 풀빛 / 2020년 7월
평점 :
최근 행정수도 이전 이슈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사례를 두고 신행정수도는 불가하다는 의견이 거론된다. 당시 헌재는 심리 끝에 수도는 곧 서울이다라는 관습 헌법을 이유로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었다. 관습 헌법은 성문헌법을 보충할 뿐 동일한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한 쪽 법조계의 반론도 만만치않았다. 법리적 비판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관습헌법의 유지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데 그 당시 국민정서와 지금의 국민정서가 다르니 헌재의 입장은 어찌 될지도 궁금하다. 과거의 합헌이었던 법률도 위헌 판단이 되면 국회가 입법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한다. 무겁지만 전반적인 헌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 김영란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정의 확립을 위해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안해서 사회 곳곳 청렴한 제도를 안착시켰다.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헌재 우리나라에서 적용되는 헌법은 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에 따라 여러 차례 개헌 논의가 일고 있다. 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뿐 아니라 국민투표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두고 있다. 헌법이 국가의 기초를 만들고 다지는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가 개헌에 관심을 갖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개헌 논의를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늘날 헌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왜 그것이 담겨있는지 공부해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과정을 잘 알기 위해 먼저 우리 헌법에 영향을 끼친 네 나라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한다. 법의 지루함을 고려해서 서술방식을 여행을 떠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영국의 <로빈후드의 모험>, 프랑스의 <장발장이야기- 레 미제라블><두 도시 이야기>, 당시 미국 이민자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주홍 글자>,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아들을 잃고 전쟁의 잔혹함과 비참함을 깨달은 뒤 반전과 평화를 담아낸 예술 작품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우리나라 헌법의 현장이 잘 드러난 작품 영화 <1987>을 통해서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그당시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대 헌법의 기본적인 원리를 만들어낸 과정의 역사라 하면 먼저 영국이 떠오른다. 대헌장은 그 당시 시대 상황으로 봐서는 귀족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지만 그 정신이 모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는 가능성을 열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 마그나카르타가 영국 헌법 역사의 서막이라는 것이 왕의 권력을 제한하고 귀족과 성직자들의 권리를 크게 늘리면서 의회 주권원리나 적법 절차의 원리나 조세 법정주의라는 헌법의 주요한 역사, 주요한 원리가 되었다. 왕의 권리를 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법의 지배라는 이념은 오늘날의 헌법정신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랑스 인권선언은 현대 헌법에서 정하는 내용과 비슷한 것도 많다. 영국의 권리장전이나 미국의 독립선언보다 폭넓은 인간의 권리를 선언하였다는 평가도 있으나, 당시 제헌의회를 지배하던 부르주아의 특성이 반영되어 자유와 평등을 형식적으로만 인정했을 뿐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창조주로부터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영국의 권리장전, 프랑스의 인권선언과 함께 인간의 권리를 선언한 문서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현대적인 헌법이라는 평가를 받은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크게 국가권력 구조와 국민 기본권 두 가지를 뼈대로 해서 만들어졌다. 통치구조는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가 혼합된 이원정부제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권력 구조는 매우 취약했다.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하는 민주주의라는 평가를 받게 된 바이마르 공화국의 해체 과정은 민주주의가 대중과 함께 가지 않으면 극단적인 세력에게 어떻게 이용당하고 몰락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이다.
헌법은 국가를 이루는 최고 근본법으로 한 국가의 정치 뿐 아니라 경제, 문화, 사회 등 국가 제반 구조와 정부와 국민의 관계를 규정하는 틀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두 9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당시 부당한 정권 획득, 권력 구조의 변경을 위한 정치적 의도에 따라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질서, 문화적 다양성과 공존 문제, 국민의 기본권 확대 등 사회 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헌법 개정은 소홀히 다뤄졌다.
네 차례의 전부개정에서 세 차례의 개정은 권위주의 정권이 자신의 권력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한 개정이지만, 1987년의 마지막 전부개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로 만들어진 것이고 현재도 계속 적용되는 헌법이지요. 그런데 이 헌법이 다시 개정돼야 한다는 헌법개정 논쟁이 한참 동안 이루어져 왔고,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지요. P234
최근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 품격에 맞게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발전을 위해 정치계도 법조계도 책임지고 힘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효율적인 정책을 펼쳐주길 바라며 법원 역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제 기능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법과 제도보다는 사람이 중시되고, 정의와 선이 바로 서는 사회이길 바라면서 김영란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주권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교양교육의 목적으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 서평단으로 선발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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