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트레이시 시간 관리론 - 속도보다 질서를 택하라 브라이언 트레이시 시리즈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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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현대인의 시간 관리는 아이러니하다. 기술은 발전했고 생산성 도구는 넘쳐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나 역시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보면서도 저녁이 되면 무엇을 했는지 선명하게 떠올리지 못한 날이 많았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시간 부족의 문제가 아닌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로 본다. 이 책은 삶의 목적에 따라 시간을 어떻게 구분하고 배치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그 질문 자체가 이미 시간 관리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다소 다른 결을 지닌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목표 설정과 성취, 행동 전략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연구와 강연을 이어온 자기계발 분야의 대표적 저자다. 그의 책에는 공통된 태도가 있다. 생각보다 행동을, 동기보다 구조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 책 역시 추상적인 동기 부여가 아니다. 삶을 설계하는 기준으로서 시간을 다룬다. 특히 그의 대표작 세 권을 관통하는 시간 관리 사유를 정리한 마지막 권으로, 행동 중심 철학이 가장 응축된 느낌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모든 시간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는 시간, 생산성을 발휘하는 시간, 소득을 높이기 위한 시간, 관계를 돌보는 시간, 휴식과 조용한 사유의 시간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시간을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며 혼란을 자초한다. 저자는 시간을 유형별로 나누어 접근할 때 비로소 순간에 집중할 수 있고,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진다고 말한다. 이 책 전반에서 저자는 시간 관리가 모든 선택과 성과의 전제임을 강조한다.

책의 초반부에서 저자는 목표 없는 시간 사용이 어떻게 삶을 분산시키는지를 설명한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고, 행동은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린다. 그는 목표를 일인칭의 긍정적인 현재 시제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목표 설정의 시간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후의 노력은 일관된 방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반복해서 말한다.



자는 일하는 시간에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전념하지 않으면 생산성은 쉽게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겨 가장 중요한 일부터 처리할 것을 권한다. 이러한 시간 사용 방식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는 결국 개인의 가치와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 책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결과에 집중하는 태도가 이러한 생산성의 토대가 된다고 설명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관계와 휴식의 시간을 중요한 삶의 영역으로 다룬다. 일에서는 집중과 효율을 높이는 질적인 시간이 중요하지만, 관계에서는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이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또한 휴식은 사고의 질과 선택의 정확성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제시된다. 뇌를 배터리에 비유하며, 충분한 쉼 없이 계속 사용될 경우 사고의 질이 저하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분명해진 것은 그동안 내가 느껴온 문제의 핵심이 시간의 부족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시간을 사용하는 기준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속도를 내야 하고, 어떤 순간에는 의도적으로 멈춰야 한다는 구분이 없을 때 삶은 쉽게 소진된다.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 맞는 선택을 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관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이 책뿐 아니라 여러 저작과 발언을 통해 목표 중심의 사고와 행동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저자다. 이 책에서도 시간의 유형과 행동 원칙을 통해 그러한 관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지만 삶의 방향이 흐릿하게 느껴지는 사람, 일과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다시 세우고 싶은 사람, 시간 관리에 대해 근본적인 기준을 다시 정립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시간을 통해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요구는 단순하지만, 실천할수록 삶의 밀도를 바꾸는 힘을 지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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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구구단 - 4060을 위한 가장 쉬운 AI 클래스
유경식(피치타이탄) 지음 / 여의도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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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챗GPT는 이미 단순한 호기심의 단계를 넘어섰다. 길을 찾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도구뿐 아니라 글을 대신 써주고 생각을 정리해 주며 일정과 학습을 돕는 존재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업무 비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글쓰기 파트너가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혼자만의 대화 상대가 된다. 효용성과 활용 범위만 놓고 본다면, 챗GPT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환경에 가깝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맡겨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AI를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 AI는 편리함과 함께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기술 변화의 문턱에서 망설이던 이들에게 '어떻게 써야 하는가'보다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챗GPT를 다룬 책은 많지만, 대부분이 기능 중심이거나 특정 성과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 책은 4060이라는 구체적인 독자를 전면에 두고, 처음부터 부담을 덜어주는 시작의 구조를 제시한다. 저자는 챗GPT를 배워야 할 기술이 아니고 익숙해져야 할 습관으로 정의한다.

구성 역시 인상적이다. 1단부터 9단까지 이어지는 구구단식 구성은 실제 학습 리듬으로 작동한다. 처음 단계에서는 대화에 익숙해지는 데 집중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글쓰기, 이미지 이해, 정리와 자동화, 맞춤형 GPT 활용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무엇보다 각 단의 끝에 마련된 기록 공간은, 읽기만 하면 남는 것이 적다는 중장년 독자의 학습 현실을 고려한 구성이다.



4060 대상 도서라는 점에서 내용의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쉽다. 유튜브나 강의처럼 속도가 빠르지 않아, 따라 하다 놓치는 일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하루 5분, 질문 1개, 기록 3줄이라는 기준은 실천 가능성을 높여주고 부담 없는 기준이 오히려 지속성을 만들어준다.

이 책은 챗GPT를 완성을 대신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로 설명한다. 글쓰기 장에서는 완성도보다 초안을 만드는 대화 과정을 강조하고, 이미지 활용 장에서는 정답을 찾기보다 핵심을 묻는 질문법에 초점을 둔다. 이 과정에서 AI는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고 생각을 끌어내는 상대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관점이 이 책의 핵심 가치라고 느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이미 챗GPT를 업무에 깊게 활용하고 있는 사용자에게는 후반부 일부 내용이 다소 기본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사례가 주로 개인과 일상 중심에 맞춰져 있어, 특정 전문 직무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추가적인 변형이 필요하다.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점도 분명 있었다. 하나는 챗GPT를 질문 도구가 아니라 기록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화 내용을 남기고 짧은 소감을 기록하는 습관이 사고의 누적을 만든다는 설명은 실제로 설득력이 있었다. 또 맞춤형 GPT를 사용하는 목적이 자동화 자체가 아니라, 반복되는 사고 방식을 고정시키는 데 있다는 점이다. 이 점도 기존에 막연히 알고 있던 기능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게 만든 부분이었다.

이 책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실제로 챗GPT를 켜놓고 병행하는 것이다. 하루 한 단, 혹은 한 소주제만 따라 하며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 적합하다. 완벽하게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반복적으로 대화해 보는 것이 책의 의도에 가장 부합할 듯. 디지털 변화 앞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던 4060 세대, 혹은 챗GPT를 쓰고는 있지만 늘 확신 없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구와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 경험을 여전히 자산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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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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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관성적인 태도로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는 방식, 문제를 대하는 말투, 갈등 앞에서 반복하는 반응까지도 대부분은 익숙한 관성에 기대어 움직인다. 나 역시 그렇다. 마음이 답답해질 때마다 원인을 분석하고, 과거를 되짚고, 왜 이 문제가 생겼는지를 이해하면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했음에도 삶의 장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관성 끊기>라는 제목은 읽기 전부터 묘하게 마음을 건드렸다. 끊기라는 단어가 주는 단호함,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반복을 정면으로 문제 삼는 태도가 이 책을 집어 들게 했다.

이 책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분석하는 데만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짚어낸다. 저자 빌 오한론은 상담사이자 가족 치료 전문가로서, 사람들이 문제를 마주할 때 왜 그 문제가 생겼는지를 설명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적 분석과 과거 탐색이 유행처럼 번진 지금, 그러한 해석은 오히려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근거를 쌓는 데 기여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지 않아도, 문제는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초반부에서는 과도한 분석이 어떻게 무기력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며, 우리가 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지를 다룬다. 이어서 문제를 대하는 방식과 관점을 바꾸는 법을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관계, 성생활, 삶 전반에 해결 지향적 접근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론에 머무르기보다 실제 상담 사례와 일상의 장면을 통해 독자가 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의 관점은 명확하다. 해결 지향적 접근법은 과거를 부정하지 않지만, 과거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가족 배경, 감정의 원인을 깊이 파헤치지 않아도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행동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반복되는 문제의 패턴을 발견하고, 그중 바꿀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 하나를 시도하라는 것이다. 효과가 없다면 다른 행동을 시도하면 된다. 나는 이 단순한 원칙을 두고 그동안 얼마나 복잡하게 생각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나는 수줍은 사람이 아니라 수줍게 행동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다" 라는 저자의 고백이다. 성격이나 기질처럼 여겨왔던 것들조차 학습된 행동일 수 있다는 관점은, 문제를 나라는 존재 전체와 분리해 바라보게 만든다. 이것은 우울증, 불면증, 부부 갈등, 중독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에서 반복된다. 저자는 사람을 바꾸려 하지 않고, 행동을 바꾸려 한다. 비난 대신 구체적 요청을, 해석 대신 실천 가능한 행동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한 번에 삶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대신, 단 한 가지 다른 시도를 권하며 변화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삶을 송두리째 바꾸라는 요구가 아니라,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로도 거대한 톱니바퀴를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충분히 실천 가능한 관점이다. 예를 들어 갈등이 반복되는 관계에서 싸우는 장소나 시간을 바꿔보라는 제안, 문제가 잠잠해졌을 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떠올려 그것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라는 조언은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떠올랐다. 두 책 모두 거대한 결심보다 작은 변화의 누적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접점이 있다. 다만 이 책은 습관 형성보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 상담적 색채가 더 짙다. 영화로는 <그라운드호그 데이> 가 떠올랐다.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주인공이 태도와 행동을 조금씩 바꾸며 다른 결과를 만들어가는 서사는 관성을 끊는다는 이 책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문제를 예방하는 관점이다. 문제가 진정되었을 때 했던 행동을 기억하고, 다음에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그 행동을 하는 방식은 삶을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설계의 영역으로 옮겨 놓는다. 또 하나는 관계에서 사람의 의도나 성격을 바꾸려 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요청하라는 부분이다. 이는 관계 갈등을 훨씬 현실적인 차원에서 다루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해결 지향적 접근법의 효과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깊은 상처나 장기적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 접근이 충분한지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적다. 모든 문제가 즉시 해결 가능하다는 인상은 일부 독자에게는 부담이나 거리감을 줄 수도 있겠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관성을 끊어내는 것은 항상 좋은 일일까. 관성은 때로 삶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익숙한 반응 덕분에 우리는 에너지를 아끼고 안정감을 얻는다. 이 책이 말하는 관성 끊기는 무작정 모든 반복을 부수라는 요구가 아니다. 삶을 제자리걸음하게 만드는 패턴을 자각하고 선택적으로 끊어내자는 제안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변화 그 자체를 찬양하기보다, 불필요하게 고통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익숙한 반복을 문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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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박수진 외 지음 / SISO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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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요즘 유난히 자신을 챙기는 일이 미뤄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일상을 무사히 살아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이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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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박수진 외 지음 / SISO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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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현대인의 식탁에서 빵은 더 이상 특별한 간식이 아니다. 아침을 대신하는 식사이자, 바쁜 오후의 허기를 달래는 선택이며, 때로는 마음이 가라앉을 때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음식이기도 하다. 쌀 중심의 식문화 속에서도 빵은 어느새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고, 편리함과 위로라는 두 얼굴로 현대인의 하루를 채운다. 나 역시 빵을 좋아해 거의 매일 빵을 먹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라는 제목은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느낀 흥미로움은, 빵이 결코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빵을 빠르게 먹고 잊어버리는 음식으로 여기지만, 이 책 속에서 빵은 언제나 머무는 시간을 동반한다. 빵을 고르며 잠시 망설이는 순간, 종이봉투를 여는 손끝의 감각, 한입 베어 문 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숨 고르기까지, 작가들은 그 짧은 장면들을 놓치지 않는다. 우울하거나 화가 났을 때 빵을 먹거나 굽는 장면들에서는, 감정을 해결하기보다 감정과 함께 존재하는 방식이 빵을 통해 드러난다. 우울해서 빵을 구웠어, 화가 날 땐 빵을 먹어라는 문장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그 마음으로 하루를 지나가게 해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빵이 개인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를 이어주는 언어가 된다는 것이다. 엄마와 나눠 먹던 모카빵, 가족에게 건네는 소금빵, 친구에게 보내는 딸기 타르트 같은 이야기들은 빵이 감정을 설명하는 매개체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전하는 방식으로서의 빵은 하루의 온도를 적당히 따뜻하게 유지해준다. 기쁠 때 빵을 나누는 장면들에서는 성취나 성공보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책의 흐름은 빵을 담고 우울과 분노를 통과하며 다시 기쁨과 닮아가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여러 명의 작가가 참여했음에도 글의 온도는 과도하게 튀지 않고 전체적으로 담담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고 이런 날도 있었어하고 조용히 옆에 앉아 이야기해 주는 느낌에 가깝다.

이 책을 통해 깨진 기존의 관념이 있다면, 정신건강은 거창한 관리나 극적인 변화에서만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마음을 돌보는 일을 특별한 결심이나 시간 확보의 문제로 여기지만, 이 책은 빵 한 조각처럼 작고 사소한 선택들이 결국 삶을 버티게 한다고 말한다. 발효와 숙성을 거쳐야 제맛을 내는 빵처럼, 삶 역시 기다림과 흔들림을 통과하며 각자의 맛을 만들어 간다는 메시지는 과장 없이 설득력을 가진다.

이 책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요즘 유난히 자신을 챙기는 일이 미뤄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일상을 무사히 살아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이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빵을 통해 삶의 분위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역시 어떤 빵의 질감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삭하거나 말랑하거나, 때로는 질기지만 결국 씹어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빵과 삶의 관계를 떠올리며 함께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는 〈줄리 & 줄리아〉가 있다. 요리를 매개로 일상을 견디고 기록하는 이 영화는 거창하지 않지만, 하루를 통과하게 만드는 작은 행위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먹는 빵 한 조각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을 살아낸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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