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의 힘 - 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로라 후앙 지음, 김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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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직감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서 이 책의 서평을 출발해 보겠다. 직감은 흔히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나 운에 가까운 감각으로 오해되지만, 로라 후앙이 말하는 직감은 그와 다르다. 직감은 충분히 축적된 경험과 정보, 맥락이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무의식이 표면으로 밀어 올리는 판단의 결과이다. 즉 직감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생각한 끝에 더 이상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결론이다. 나는 이 정의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동안 직감을 믿는다는 말이 막연한 자기합리화처럼 느껴졌다면, 이 책은 직감을 하나의 판단 장치로 다시 위치시킨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미 직감을 수없이 사용하고 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느껴지는 미묘한 거리감, 어떤 선택지 앞에서 이유 없이 마음이 끌리는 방향, 반대로 모든 조건이 좋아 보여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순간들이 그렇다. 직감의 장점은 빠르다는 점이다. 분석이 따라오지 못하는 속도로 위험을 감지하거나 기회를 붙잡게 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직감이 방향 감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점도 분명하다. 경험이 충분하지 않거나 편견이 개입될 경우, 직감은 착각이나 감정적 반응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직감을 무조건 신뢰하라고 말하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직감을 믿어야 하고, 언제 의심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구분해준다.

<직감의 힘>은 직감을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구조의 영역으로 다룬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직관과 직감을 명확히 구분한다. 직관은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며, 직감은 그 과정이 끝났을 때 도달하는 결과이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충분한 과정 없이 떠오른 느낌을 직감이라 착각한다. 저자는 우리가 직감의 신호를 듣지 못하는 이유와, 잘못된 직감을 직감이라 믿게 되는 함정을 차분히 짚어준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촉이 안 좋았다’고 표현했던 순간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미완의 직관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에서 제시하는 직감의 세 가지 형태는 이 책의 핵심이다. 해석 없이 결론이 튀어 오르는 유레카의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으로 위험을 알리는 스파이디 센스, 강렬한 전율로 행동을 촉발하는 졸트의 순간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분류이다. 특히 스파이디 센스에 대한 설명은 인상 깊었다. 직감은 늘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멈추라고 말하는 경고음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나는 과거에 불편함을 느끼고도 논리로 덮어버렸던 선택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불편함은 감정이 아니라 직감의 신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직감을 단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직감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능력이라는 주장이다. 불필요한 정보를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집중된 추상화, 몸의 감각과 감정의 울림을 인식하는 연습, 그리고 직감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실천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이 책이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라 자기 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특히 직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관점은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알게 된 점은 직감이 언제나 즉각적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직감은 빠르게 떠오르지만, 그 해석과 활용은 신중해야 한다. 저자는 직감을 느낀 직후 바로 결정하기보다, 그 직감이 어떤 유형인지 점검하라고 말한다. 이는 직감을 맹신과 훈련된 판단 사이에 위치시키는 태도이다. 나는 이 균형 감각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삶에서 몇 가지를 수정하고 싶어졌다. 먼저, 불편한 감각을 무시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정보의 양을 늘리기보다 정보의 질을 정리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직감을 느꼈을 때 그것을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그 신호가 어디에서 왔는지 관찰해보기로 한다. 직감은 나를 대신해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도구라는 점을 이 책은 분명히 알려주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례가 주로 글로벌 기업의 CEO나 엘리트 리더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상의 소소한 선택에 대한 사례가 조금 더 많았다면 일반 독자에게 한층 더 밀착된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직감 훈련을 위한 실습 파트가 다소 개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가 스스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리더와 관리자, 분석에 지쳐 결정을 미루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감각을 믿고 싶지만 근거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특히 데이터와 감각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하나의 기준점을 제공할 것이다.

직감을 신비화하지 않고 직감을 해부하고, 단련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끌어내리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직감을 믿으라는 책이 아니라, 직감을 책임 있게 다루라는 책이라고 느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책이 말하는 직감은 감정이 아니라 훈련된 판단이며, 선택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내면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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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전대호 지음 / 해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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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과학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는 과학 속에서 인간의 자리를 자주 잊는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AI는 사고의 일부를 대신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감탄, 망설임, 책임, 윤리는 뒤로 밀린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과학을 냉정한 공식과 성과의 축적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삶과 선택, 사회적 맥락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한다. 과학은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의 삶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당연하지만 잊히기 쉬운 사실을 차분히 되돌려 놓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과학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피보나치의 <계산 책>을 통해 과학과 상업, 기술이 분리된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고, 마리 퀴리의 특허 포기를 통해 앎의 윤리와 공유의 의미를 묻는다. 과학은 순수한 진리 탐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선택의 결과라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특히 논문 저자 1000명의 시대, AI와 인간의 관계, 디지털화로 인한 감탄과 체험의 상실을 다루는 대목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학의 미래를 말하기 전에 인간이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하는 문제를 생각하도록 한다.

책의 구성은 과학의 온도, 모험성, 사회성, 상실과 획득, 그리고 철학으로 이어진다. 초반부에서는 과학이 차갑다는 통념을 깨고, 중반부에서는 과학이 본래 모험과 위험을 동반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후 과학이 사회와 맺는 관계, 대중과의 동맹, 제도와 민주주의의 문제를 짚고, 마지막으로 과학적 합리성 너머의 철학적 질문으로 이끌어간다.

흐름은 느슨하지 않고, 각 장은 독립적으로 읽히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인간 중심의 과학이라는 주제를 향해 수렴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과학을 설명하지 않고 해석한다는 점이 아닐까. 전문 지식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물리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깊이가 있다. 사건과 인물을 통해 논의를 풀어내 읽는 이의 사유를 자극한다. 과학 번역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이력답게 문장은 절제되어 있고 사유의 여백을 남긴다. 과학을 잘 모르는 독자도 배제하지 않으며, 과학을 아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반면 아쉬운 점도 느껴진다. 과학 정책이나 기술 발전의 현실적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다소 관조적인 태도에 머무른다는 인상이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비판은 공감되지만, 대안적 실천이나 구체적 방향 제시는 제한적이다. 또한 에세이 형식인 만큼 논증의 밀도가 고르지 않고, 어떤 글은 문제 제기에 그친다. 날카로운 결론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다. 장하석의 능동적 실재주의는 과학이 성공하는 이유를 아주 다르게 설명한다. 과학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우리가 세계의 진짜 모습을 정확히 알아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개념과 실험 방식이 현실에서 잘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과학은 이미 정해진 진실을 발견하는 일이기보다, 인간이 세계와 끊임없이 손을 맞잡으며 쓸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과학 이론이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절대적으로 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이론은 당시의 세계를 다루는 데 매우 유능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중에 틀린 것으로 판명된 이론들조차 과학의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발판이 된다.

이 내용을 읽으며 과학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다. 과학은 전능한 진리의 창고가 아니라, 인간이 현실과 부딪히며 만들어온 가장 효과적인 도구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의 성과를 무조건 신뢰하거나 숭배하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디까지 믿을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판단과 책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남는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 과학의 발전은 개인의 천재성보다 사회적 조건과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이다. 둘째, 앎은 공유될 때 비로소 앎이 된다는 철학적 정의가 오늘날 과학 시스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셋째,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이 인간의 감탄 능력과 체험의 깊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기술 발전을 무조건 긍정해 태도를 돌아보게끔 한다.

이 책은 과학 교양서를 찾는 독자보다는 과학을 둘러싼 삶과 태도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것 같다. AI 시대를 살아가며 인간의 역할을 고민하는 독자, 과학과 철학의 접점을 탐색하고 싶은 독자, 기술 발전에 막연한 불안이나 피로를 느끼는 독자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과학을 좋아하지만 과학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 같아 불편함을 느껴온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과학을 이해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책인 듯 싶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한 과학이 아니라, 더 인간적인 과학을 고민하고 싶은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과학의 시대에 인간의 자리를 다시 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조용하지만 깊은 사유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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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찾은 시니어케어 비즈니스 리포트
나미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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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초고령사회라는 말은 이제 통계 속 용어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 가까이에서 체감되는 불안의 언어가 되었다. 병원비에 대한 걱정, 오래 살수록 줄어드는 소득,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말을 섞을 사람이 줄어든다는 감각은 아직 노년이 멀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노후 불안은 준비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맞닥뜨린 구조적 질문에 가깝다. 우리는 막연히 불안해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명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는 노후를 감정의 영역에서 꺼내 정책과 산업, 그리고 개인의 선택이라는 현실의 영역으로 옮겨 놓는다. 특히 한국보다 25년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을 하나의 실험실로 삼아, 노후의 3대 불안인 건강, 돈, 외로움이 어떻게 제도와 서비스, 비즈니스로 전환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미 벌어진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오히려 불안을 다룰 수 있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건강 불안을 대하는 일본의 관점 전환이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듯 일본은 건강을 오래 사는 문제로 보지 않고,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권리’로 재정의했다. 2000년 도입된 개호보험 제도는 돌봄을 가족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재택 돌봄,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전제로 한 정책들은 살던 곳에서 나답게 살아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을 읽으며,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돌봄이 가족 내부, 특히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이 떠올랐다. 제도가 있다는 것과, 그 제도가 실제로 삶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일본의 사례는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모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경제 불안을 다루는 방식 또한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일본 사회를 뒤흔든 ‘노후 2,000만 엔 문제’ 이후, 일본은 연금만으로는 노후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을 비교적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그 결과 시니어 금융 문해력 교육, 자산관리 플랫폼, 실버 인재센터를 통한 일자리 연결, 장수 리스크를 고려한 금융상품이 등장했다. 특히 고령자가 70대 이후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진 주체로 재정의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비판적 시선도 필요하다. 일본의 지역 기반 일자리와 커뮤니티 경제는 오랜 지역 공동체 문화와 지방자치의 축적 위에서 가능했던 측면이 크다.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고 지역 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 동일한 모델이 그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외로움에 대한 접근은 이 책에서 가장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부분이다. 일본 고령자 가구의 다수가 1인 또는 부부 가구이며, 고독사가 구조적 문제로 인식된 이후 일본은 외로움을 개인의 성격이나 적응 문제로 보지 않았다. 지역 커뮤니티, 시니어 카페, 소규모 교류 공간, 디지털 연결 서비스는 모두 관계가 유지되도록 설계된 사회 장치였다. 특히 고독을 사회적 위험으로 규정하고 공공이 개입한다는 점은 한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여전히 외로움을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지는 않은지, 관계를 회복할 책임을 개인의 노력에만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책 후반부에서 다루는 종활과 마지막 10년의 준비 역시 현실적이다. 일본은 죽음을 금기시하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장례, 유언, 재산 정리, 관계 정리를 하나의 준비 과정으로 묶어 산업화했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역시 문화적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죽음과 재산, 가족 관계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일은 여전히 많은 저항을 동반한다. 제도 이전에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종활 비즈니스는 쉽게 상업화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일관되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불안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제대로 바라볼 때 기회가 된다. 초고령사회는 복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전환점이라는 인식이다. 이 책은 일본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이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온 제도와 시장을 통해, 한국이 무엇을 참고하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동시에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본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노후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사고에서 벗어나, 사회와 시장, 개인이 어떤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노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저자의 말은 다소 냉정하게 들리지만, 그 냉정함이 오히려 이 책의 설득력이다. 불안을 직시하고, 선택지를 늘리고, 늦기 전에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 책은 그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게 만드는 비교적 정직한 안내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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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찾은 시니어케어 비즈니스 리포트
나미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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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본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노후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사고에서 벗어나, 사회와 시장, 개인이 어떤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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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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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김시덕의 <한국 도시 2026>은 향후 2~3년 동안 한국 도시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전망하는 책이다. 도시를 읽는 사고 방식을 정립해 주는 안내서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는 정치 일정, 국제 정세, 산업 재편, 인구 감소, 교통 인프라 등 구조적 변수를 중심으로 한국 도시의 변화를 분석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느낀 인상은 도시 현상은 구조적 힘이 만든다는 저자의 일관된 관점이고, 한국 사회의 소음 속에서 무엇을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책의 1부에서 저자는 총선·대선·지방선거를 거치며 쏟아졌던 개발 공약이 실제로는 어떻게 조정·축소·지연되는지를 구체적 사례로 보여준다. GTX 계획의 지연, 가덕도 신공항 공정 문제, 지자체 간 교통 정책 충돌은 모두 정치적 구호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내가 이 부분에서 특히 공감했던 점은, 한국은 정치적 사이클이 촘촘하여 공약은 많지만 정책 지속성은 약하다는 점이다. 결국 장기적 도시 변화는 선거 공약보다 물리적·재정적 제약에 의해 결정된다는 저자의 분석은, 최근 도시 담론의 과열을 해석하는 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트럼프 2기, 미·중 패권 경쟁, 북·중·러 결속, 러–우 전쟁 장기화 등을 도시 변화의 중요한 변수로 다루고 있는데, 실제로 동남권 방위산업 벨트의 성장 가능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국제 관계와 지역 산업 구조가 어떻게 맞물려 작동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읽으면서 도시의 미래를 말하면서 국내 개발 이슈만 보는 것은 불완전하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방위산업이 지역 성장의 큰 축으로 떠오른다는 분석은 기존의 부동산 중심 도시 담론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었다.




1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구·산업 구조 분석이었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도시의 흥망을 극명하게 가르는 요인이라는 점, 반도체 중심 축이 왜 계속 견고한지, 교외 택지 개발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은 모두 구조적 논리에 기반한다. 특히 지방 소멸의 원인이 항상 ‘중심지의 약세’가 아니라, 교외 개발로 인한 인구 분산이라는 저자의 관점은 기존 사회적 통념을 뒤흔든다. 도시의 생명력은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인구·산업·도시 기능이 결합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교통은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지만, 이 책은 교통망 건설이 언제나 예측보다 훨씬 느리고 복잡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GTX-B·C의 지연, 지하화 계획의 기술적 제약, 지반 문제, 노선 갈등 등은 현재 한국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 역시 교통 인프라를 미래 가치의 핵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저자의 분석은 교통망 하나로 도시 미래를 판단하는 단순화를 경계하도록 만든다.

2부에서는 서울·경기권, 동남권, 중부권, 대구·경북, 동해안, 전북·전남, 제주 지역까지 각 지역의 특성을 구조적으로 살핀다. 서울 강남의 불변성, 1기 신도시 재건축, 반도체 벨트의 확장성, 동남권의 방위산업, 전북의 새만금 이후 과제, 제주 공항과 균형 발전 이슈까지 지역별 분석이 매우 촘촘하다. 지역의 미래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산업·인구·교통·정치가 다층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었다. 특히 ‘동남권의 장기 성장 가능성’과 ‘전북·전남 소권의 구조적 어려움’은 국제 정세와 인구 구조의 영향이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 도시 2026>은 개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도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저자의 정교한 분석은 도시 연구자·정책 이해자뿐 아니라 부동산·지역 이주·사회 정책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유용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미래를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에 기반해 어떻게 도시를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느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뉴스와 정치적 메시지에 흔들리기보다 도시를 움직이는 구조의 힘 - 정치 일정, 국제 관계, 인구, 산업, 교통- 을 먼저 보게 되었다. 앞으로 한국 도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고 도구를 제공한 책이다.이 관점은 한국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누구에게나 유효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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