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주의를 넘어> 전시회를 다녀왔다. 고퀄의 작품들과 의미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아니지만 몽글몽글 피어나던 그 미술관이 주는 감흥이 이 책의 구절들과 어우러져 다시 피어오르는 듯하다.
<썸타는 미술관>이라는 제목을 보고 아직 전부를 알지 못하지만 괜히 마음이 끌리고, 만나러 갈 때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이 맴도는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미술관에 갈 때도 딱 그런 기분이 든다. 유명한 거장의 작품이든 처음 보는 현대 미술이든, 캔버스 앞에 서는 순간 느껴지는 찌릿한 전율이나 묘한 울림은 상대와 눈늘 마주쳤을 때의 간지러운 감정과 닮아 있다.
화가의 의도나 어려운 미술사를 100%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썸이라는 것은 원래 상대를 다 알지 못하고 알아가는 그 과정 자체에 빠져드는 것이니까. 어느 날은 뭉크의 그림 앞에서 불안에 공감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호퍼의 그림을 보며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것처럼,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매번 다른 감정과 잔향으로 남는다. 이 제목은 거대한 예술세계에 대한 부담을 덜고, 다정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애하듯 그림과의 자연스러운 시작을 의미하지 않을까.
이 책은 미술이라는 다소 거창하고 거대한 세계에 무겁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다가서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평소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그림 앞에 서는 시간을 즐긴다. 설명할 수 없는 그 감정의 파동이 좋아 미술관을 찾곤 했는데, 이 책은 내가 느꼈던 그 막연한 전율에 나름의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
저자는 감정의 변화와 작품의 무드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예술가들이 화면에 담아낸 감정들은 독자 스스로 내부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춰보게 만든다. 제 2관에서는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박수근, 김환기, 안종대 등 동서양과 현대 미술을 넘나들며 작품 하나하나가 가진 사연과 정서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