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성공적인 인플루언서에게 어떤 마음가짐과 기술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유튜버를 꿈꾸는 지망생들로 가득한 인플루언서 훈련 캠프에 참가한다. 저자는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브이로그 촬영 도중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인플루언서 사진작가와 인플루언서 코칭 에이전시들을 만나 조언을 구한다. 저자는 그 과저에서 인플루언서 문화에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한다.
환하고 밝고 특색 없는 인테리어와 정돈된 배경, 무심하지만 세련된 패션 등 전 지구적으로 공통된 취향을 담은 브이로거들이 많았다. 이는 상당히 ‘의식적으로 큐레이터 되지만 획일적이고 소비자들에 의해 복제되며 리그램되는 로봇’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저자가 만난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은 유명세를 위해 많은 것을 공개한다. 열여섯의 한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자마자 유튜브에 임신 브이로그를 올리며, 출산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올린다. 또한 일상에서 일어나기 힘든 과잉된 상황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는 인플루언서들도 있다. 친구의 차를 망가뜨리고 새 차를 선물하기, 사탕 4.5톤을 주문해 집을 가득 채우기 등 과잉, 일시성, 일회용성의 사이클에 의해 촉진되는 관심 경제를 창출한다.
과잉 경제로 쌓아 올려지는 인플루언서 산업 생태계를 막을 수 있는 규제는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없어 보였다. 규제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 아닌, 경쟁적으로 더욱 과잉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들만 계속되며 불안정한 시스템은 이어져가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인플루언싱이 그 자체로 권력 시스템’이기에 이 권력을 쟁취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의 공유, 물건을 팔려고 하는 인플루언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이들도 많다. 대중성을 목적으로 트위터, 틱톡 등을 이용하는 정부 관료와 대통력 후보자, 사회정의 캠페인을 펼치며 자선기금을 마련하는 공동체 인플루언서, 극보수/진보 사상을 담은 사상적 인플루언서, 다단계 마케팅 사기꾼 등 인플루언서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우리의 유튜브의 알고리즘 추천 측면 바, 틱톡 피드, 인스타그램 탐색 페이지 등의 각종 SNS는 물론, 모바일 인터넷과 여론 이곳저곳에 인플루언서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스며들어 있고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얄롭은 인플루언서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현대의 산업, 노동 구조, 사회정치와 그 안에 들어있는 인간의 욕망까지 상세히 살펴본다. 인플루언서가 되어 소득을 늘리는 방법을 담은 책들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인플루언서를 추종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은 채 현대인의 삶과 인플루언서의 관계를 분석한 책은 처음이었다. 인플루언서의 성공도, 폐해에 대한 대안도 내놓지 않지만, 인플루언서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조명해 주면서 우리로 하여금 현 상황을 곱씹어 보게 하는 책이다. ‘정보가 퍼지고 권력이 축적되고 문화가 생산되는 방식의 근본적인 재구축’이 벌어지는 인플루언서의 세계 속에서, 과연 우리가 취해야 할 스탠스는 무엇일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