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수학을 오래 공부했지만, 요즘 수학이 떠오르는 순간은 문제집 앞이 아니라 생활 속 장면들이다. 사람들은 궁금한 일이 생기면 먼저 챗GPT에게 질문하고, 취향은 추천 목록에 맡기고, 만들어진 이미지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따라온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이해한 채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이 책의 출발점은 학생의 질문, '수학은 여전히 살아 있나요'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수학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 지금 시대에 수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려 한다. 인공지능을 이해하려 할 때 결국 수학이라는 언어에 도달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을 공부하면서 오히려 수학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경험은 책의 관점을 형성한. 인공지능을 이해하다 보면 결국 수학을 만나게 된다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각 장은 챗봇 대화, 추천 시스템, 자율주행, 생성형 이미지 같은 익숙한 장면에서 출발해 그 안에서 작동하는 수학을 이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챗GPT와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챗GPT는 사람처럼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 통계적 관계를 계산한다. 각 단어를 벡터로 바꾸고 벡터 사이 거리와 방향으로 관계를 파악하며 문장을 구성한다. 이 설명은 언어를 구조와 수치로 바라보게 만들어 인공지능의 사고 방식을 새롭게 이해하게 한다. 추천 알고리즘에서는 행렬 분해를 통해 취향의 패턴을 찾는다.
우리가 흔히 비슷한 사람을 찾는다고 생각하는 과정도 사실은 수학적 공간에서 가까운 항목을 계산하는 일이라는 사실로 연결된다.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 사물과 보행자를 카메라로 관찰한 뒤, 장면을 숫자 행렬로 바꾸어 신경망이 판단하도록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통계적 원리를 활용해 이전에는 없던 결과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지브리 풍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줘라는 요청에 모델이 기존 이미지의 통계적 특징을 추출하고 조합해 학습된 패턴을 조합해 새로운 결과를 생성한다.
겉으로는 서로 전혀 다른 기술처럼 보이지만, 책은 그 작동 원리가 결국 하나의 구조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 계산을 수행한다. 모든 대상을 숫자 좌표로 바꾸고 그 사이의 거리와 패턴을 계산한다. 비슷한 사람을 찾는 과정도 관계를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가까운 위치를 찾는 계산에 가깝고, 생성형 인공지능 역시 새로움을 만들어낸다기보다 가능성이 높은 조합을 선택하는 통계적 과정으로 설명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기술들이 동일한 계산 방식 위에서 작동한다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인공지능을 기능이 아니라 구조로 보게 된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계산하느냐로 시선이 옮겨간 순간, 인공지능은 기능이 아니라 구조로 보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