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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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용기, 좌절과 상처, 공동체의 의미를 유려하게 담아낸 프레드릭 배크만의 새로운 대표작!

스페셜 에디션 버전으로 만나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선물 같은 이야기!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도입부가 던지는 난데없는 몰입감에 덜컥, 마음에 쇠꼬챙이 하나가 던져진 기분이다. <오베라는 남자>를 시작으로 하여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에 이르기까지 전작에서 보여줬던 프레드릭 배크만식의 화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낯선 문장이다. 나를 비롯하여 이미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에 익숙해진 독자들이라면 이번에는 '하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 마을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겠구나 하고 짐작하였을 테니 말이다. 하여 이 십대 청소년이 앞으로 저지르게 될 끔찍한 결말이야 어찌되었든 결국엔 작가 특유의 스토리 구조에 따른 작법을 고수할 것이라는 뻔한 예상 따위를 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도입부가 그러했듯 베어타운을 둘러싼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이야기의 전개양상이 전작들과는 사뭇 달라서, 적응이 필요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반가웠다고 표현한다면 이상할까. 그도 그럴 것이 또다시 비슷한 괴짜 인물이 등장하여 정형화된 스토리와 캐릭터에 함몰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좀 실망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어타운이라는 이 작은 공동체 속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능숙하게 다루기 시작한 작가의 소설 세계가 이제는 점점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나로서는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보고 싶은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반가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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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어타운은 사냥과 낚시와 자연 친화적인 환경으로 한때 '아무리 즐겨도 부족한 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지만 언제부턴가 추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해마다 일자리와 인구가 줄어들어 마을 경제가 바닥을 치게 된 것이다. 그나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이어져온 '하키'에 대한 애정만이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또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다. 다시 말해 이 도시에 있어서 하키는 도시의 자부심인 영예로운 스포츠이자 도시의 존폐와 궤적을 함께 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인 셈이다.

 

 

  열일곱 살의 천재 하키 소년 케빈이 이끄는 청소년팀은 곧 있으면 열릴 준결승전을 앞두고 모든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우승을 한다면 지역 의회에서 하키에 중점을 둔 신설 고등학교 후보지를 결정할 때 전국에서 가장 실력이 우수한 유소년팀을 보유한 이 도시를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기대, 그 팀이 이 도시에서 세우는 미래 계획의 구심점이 되어 새로운 아이스링크, 컨퍼런스 센터와 쇼핑몰이 차례차례 등장하여 단순한 하키가 아니라 관광, 트레이드마크, 자본이 될 거라는 정치적인 계산이 짙게 깔려있는 까닭이다. 이렇듯 소설은 지독한 완벽주의자인 케빈을 필두로 팀의 또 다른 구심점이자 케빈의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는 벤이, 가난하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빠른 스피드를 가진 아맛 등이 연출해내는 하키라는 스포츠의 묘미와 소년들의 우정, 경쟁, 질투심을 그려나감과 동시에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른들만의 세계를 날카롭게 묘사해나간다.

 

 

'문화'는 아이스하키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의외의 단어다. 모두들 문화를 운운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모든 조직이 다들 자기들은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오직 하나, 승리하는 문화뿐이다. 수네도 알다시피 모든 세상이 마찬가지지만 소규모 공동체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는 승자를 사랑한다. 딱히 호감이 가는 부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승자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들을 좋아한다. / 66p

 

"그럼 우리가 그 아이들한테 바라는 게 뭘까요, 라모나? 그 스포츠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요? 거기에 평생을 바쳐서 얻을 수 있는 게 기껏해야 뭘까요? 찰나의 순간들…… 몇 번의 승리, 우리가 실제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몇 초의 시간,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된 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 1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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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베어타운>은 성폭행, 성과주의, 빈부격차, 진실을 침묵하는 것들에 대항하는 목소리 등을 다양한 가족 형태와 인물군을 통해 다채롭게 그려나간다. 그럼에도 어느 것 하나 장황하거나 이질적이지 않고 작품 속에 잘 응집해낸 작가의 필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간의 작품들이 그저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 쓰는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데서 그쳤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우리의 수많은 감정과 사회적 통찰, 사유하는 과정들을 침착하게 스토리와 엮어 조직해내는 능력이 꽤 탁월해졌다는 느낌이다. 이것이 그의 다음 작품을 우리가 또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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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롭게도 99그램 스페셜 에디션으로 만나는 <베어타운> 버전에는 의외의 선물이 하나 더 담겨있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양장의 부록으로 만나는 <세바스티안과 트롤>이라는 이야기다. '세바스티안은 유리 공 안에서 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스노우 볼과 꼭 닮은 유리 공 세상 속에 들어간 세바스티안이 점점 부모와 외부로부터 단절된 채 그 속에서만 생활을 하다가 자신을 응원해주는 트롤을 만나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내용이다.

 

 

  "저 아이는 어딘가 이상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수군거렸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듯 언제부턴가 세바스티안은 유리 공 안에서만 생활하기 시작하는데,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리의 두께도 두꺼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평범한 트롤이라고 소개하며 나타난 녀석이 그동안 세바스티안을 괴롭혔던 이름 모를 공포와 무서워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싸우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나선다. 그러면서 세바스티안은 그간 자신을 괴롭혀온 그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고 유리 공 밖에서 살 용기를 가지게 된다.

 

 

세바스티안은 유리 공의 지평선에 서 있는 그들을 본다. 그들은 그가 겁에 질릴 때까지 딱 그만큼만 기다린다. 그들은 그가 겁에 질리면 좋아한다. 그들은 그가 겁에 질리면 진격한다. 아픈 모든 것, 이름 모를 모든 공포, 세바스티안이 무서워하는 모든 것. 모든 침대 및에 숨어 있던 괴물과 그의 머릿속 가장 어두운 방 안을 지키고 있던 모든 것. 어린 아이가 속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걱정이 이제 그와 트롤을 향해 곧장 달려온다. 어린아이들의 내면은 항상 어른들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 / 25p

 

"이건 눈물이야!" 트롤은 세바스티안의 귀가 있음직한 곳에 대하 마주 외친다.

"누구 눈물?"

"너! 네가 지금까지 속으로 삼켜왔던 눈물! 내가 얘기했잖아, 내가 얘기했잖아!!!"

"뭘!?"

"유리 공 위에 금이 가든지! 아니면 네 위에 금이 갈 거라고!" / 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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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두어버린 소년 세바스티안의 마음이 만들어낸 작은 방을 유리 공이라는 은유적 대상으로 표현해낸 프레드릭 배크만의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작지만 꽤 깊은 울림을 전한다. 언젠가 내 아이가 자라 자신만의 심연에 빠져들어 나와 외부로부터의 소통을 거절할 때가 찾아온다면 나는 책장에서 기꺼이 이 책을 찾아 건네주리라.

 

 

  <베어타운:99그램 스페셜 에디션>은 두꺼운 내용의 소설을 이렇게 4권 분량으로 나눠서 엮어놓으니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읽기에도 용이하고, 무엇보다 가벼워서 가방 안에 들고 다니며 읽기에 꽤 편리했다. 특히 곧 있으면 한 해도 저물어 갈 테고 연말연시에 이웃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특별판이야말로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믿고 읽는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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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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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들의 고뇌 속에서 촉발되는 고독과 혼란을 향한 애도, 그리고 자기 고백!

 

  <경계인의 사색>이라는 책에서 송두율 교수는 '경계의 이 쪽에도, 저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선 위에 서서 상생의 길을 찾아 여전히 헤매고 있는 존재'라 하여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규정한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경계인에 머무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과 서, 안과 밖, 선과 악, 속박과 자유, 위와 아래 그 모호한 경계의 주변부를 맴돌며 나는 누구이고,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이며, 나는 어디에 속해있고, 어느 쪽을 갈망하는 것인지, 자신의 실존적 가치와 정체성을 저울질하며 끊임없이 헤매고 있는 존재들인 까닭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양 진영의 한계에 서 있는 망명자야말로 단수의 눈이 아닌, 복수의 눈을 갖는다'고 설파하며 경계인들의 유동적이고 객관적인 삶을 낙관하기도 하지만, 정작 수많은 이 시대의 경계인들은 자신의 삶을 정확히 규정짓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불완전함에 오늘도 흔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민자로서 스스로를 '미국인과 한국인의 중간에 선 경계인'이라 밝힌 바가 있던 소설가 임재희는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당신의 파라다이스>에 이어 자기 응시를 향한 시도들을 계속해간다.

 

 

 

 

 

 

떠나간 자, 돌아온 자, 머무른 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경계인들의 고뇌 속에서 촉발되는 고독과 혼란 속에 머물러 있는 자들의 이야기이며 애도의 표상이자, 자기 고백으로 탄생된 아홉 편의 단편소설집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미국으로 떠나간 이민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자, 한국에서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자, 이렇게 세 부류로 집중된다.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한 채 정서적 뿌리를 찾아 떠도는 인물들로 궤를 같이 한다.

 

 

 

   한국을 떠날 때 왜 떠나느냐고 물었던 사람들처럼 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명쾌한 대답을 내어놓지 못하는 「히어 앤 데어」의 동희, 잇따른 사고로 끝모를 불행을 껴입고 살던 여인이 그것을 벗어던지고 마침내 제 자신을 되찾고자 결심하는 「동국」, LA 다운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헌책방에서 발견한 한국적인 것에 위안을 받으며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들을 애도하는 「라스트 북스토어」의 나,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고향 마을에서 부모의 흔적과 자신의 근원에 접속하려는 「천천히 초록」. 무지개가 선명한 하와이 마노아에서의 삶을 갈망했고 또 그것을 이루었지만 검은 웅덩이로 변해가는 연못처럼 침잠해져가는 「로사의 연못」 속 부부, 남편과 이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소통의 부재에 빠지고 마는 「분홍에 대하여」의 셀레나, 창피하게 여겨졌던 자신의 이름이 입양되기 전 아버지의 염원이 담긴 소중한 언어라는 깨닫는 「압시드」, 미국인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근원인 한국 즉, 엄마가 살아가는 공간과의 끈을 쉬이 놓칠 수 없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속 폴, 댈러스에 있는 엄마의 집으로 향하는 삼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로드」까지.

 

 

 

불분명한 것들이 오히려 진실 같았다. 캔 맥주나 방금 내린 커피가 손에 들려 있는 날은 더 오래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밤안개가 자욱한 날들이 이어졌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 「히어 앤 데어」 34p

 

 

나는 와락 반가움과 함께 판소리 LP판을 사 들고 태평양을 건너왔을 어느 이민자를 떠올렸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이민자가 나이거나, 내 동생이거나, 내 엄마이거나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 「라스트 북스토어」 79p

 

 

화병의 물은 썩고 꽃은 시들었다. 먹다 남은 샌드위치에 하루살이가 윙윙거렸다. 모든 것에서 악취가 풍겼다. 내 몸에서도 악취가 풀풀 나는 것만 같았다. 어정쩡하게 미국에서 살다 다시 어정쩡하게 한국으로 돌아와 사는 내 삶에서 풍기는 냄새 같았다. / 「천천히 초록」 100p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인물이지만 모두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나온 인물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모든 경계인들이 공통으로 사유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떠났지만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고, 돌아왔지만 완전히 소속되지 못하며, 머물러 있지만 동질감을 잃어버린 사람들. 「히어 앤 데어」에서 '그 어느 곳도 온전히 편한 곳은 없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서로 엇비슷했다.' 는 동희의 고백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도 완전하지 못함을, 그 어느 곳에서도 완전할 수 없음을 막연하게나마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동희에게 '어디에서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어디에서 죽느냐의 문제더라'는 여자의 말이 보다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폴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아들'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과 '형' 노릇을 해준 사람을 떠올렸다. 양말 장수 아저씨와 공항 체크인 데스크 직원 그리고 택시 안에서 들었던 거친 목소리의 주인공까지. 그들이 잘 지내야 엄마가 잘 지낼 것만 같았다.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218p

 

 

"나를 떠올리면 그림의 한 부분이 지워지거나 뭉개져 있는 느낌이 들어. 시간의 한 부분이 뭉텅뭉텅 잘려나간 느낌이 든다고. 그런 기분 모르지? 머리와 다리만 있는 몸으로 사는 느낌.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 거냐는 질문도 하지 마. 날 자꾸 몰아내는 것 같아. 어디에서 사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해?" / 「천천히 초록」 101p

 

 

그러니까, 당신의 말은, 네 개의 알파벳은 한 남자의 슬픔이고, 유언이고, 알고 있는 세계의 전부라는 말이군요. 음. 일리가 있어요. 겨우 네 개밖에 모르는 알파벳으로 아들의 장래를 염려하는 아비의 마음을 최선을 다해 표현한 거라고요? 나머지 알파벳을 잘 깨우치며 살 수 있도록 아들을 부탁하는 아비의 마음이 담긴 거라고요? / 「압시드」 191p

 

 

 

 

 

 

   폴에게 말끝마다 "네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 몰라서 그래." 하고 꼬리를 달던 남자의 말이 유독 울컥이게 한다. 네가 이곳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너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그 단호한 한 마디가 던지는 소외에 몸을 웅크리고 등을 돌려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루만져지는 듯해서 어쩐지 슬퍼졌다. ‘넌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몰라’, ‘엄마가 안 되어보면 모르는 거야’, ‘넌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내가 아니니까’. 누군가에게 숱하게 말했고, 누군가로부터 숱하게 들었던 말들 아니었던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을 중심이라 여기고 경계 밖으로 등떠밀었던 건 과연 누구였던가, 문득 그 불편한 기억들을 되짚어보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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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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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앞에서 늘 서툰 어른들을 위한 감성 공감에세이!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들!

 

 

   "휴가 기간 동안 제가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직장 동료가 휴가 내내 늘어지게 잠만 잤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조금 정신이 들라치면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또다시 잠들기를 반복했고, 그렇게 주말을 허무하게 날려 보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하곤 했다. "그럴 때도 있는 거죠. 그런 날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살겠어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타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했던 이런 넉넉한 말들이 정작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엄격해질 때가 더 많다. 생각해보면 나는 육아를 하면서도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어떤 결과물이 있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했다.

 

 

 

   시중에 출간된 수많은 에세이들이 '나에게 관대해질 것'을 강조한다. 스스로가 정해놓은 질서와 강박에서 벗어나 때로는 느슨하게, 흘러가는 대로 나를 내버려두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 누가 나를 먹여 살려 준다고 열심히 일도 해야 하고, 가족과 친구, 직장 등의 관계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에도 충실해야 하고, 자기계발과 자기관리까지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건 너무 세상 물정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닌가. 덕분에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라는 제목의 책을 마주하면서 뭔가 불편한 기대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이 책을 읽고 진정으로 나에게 관대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걸까, 나를 괴롭혀왔던 죄책감 같은 것으로부터 조금은 해방될 수 있는 걸까, 하는 그런 생각들 때문에.

 

 

 

이제부턴 나를 돌보겠습니다

 

 

   서툰 어른들을 위한 공감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작가 김신회가 이번에는 자신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는 갑자기 얻은 손가락 통증으로 무기한 휴가가 주어지면서 그간 쉬는 법을 모르고 살아왔던 저자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잃어버렸거나 놓치고 있었던 것들, 진솔한 자기감정과 깨달음을 전하고자 한다.

 

 

 

   그녀는 줄곧 달성하지도 못할 완벽함을 지향하며 아등바등 속을 태웠고, 행여나 실수라도 할까봐 불안했던 지난 이삼십대 시절을 회고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도 잃을 게 한가득인 사람처럼 욕심을 냈던 순간들. 가만 생각해보면 마음이 다치는 게 싫어서 누군가에 대한 호감을 접고, 실패할 것이 두려워서 새로운 도전을 미루고, 노력도 가능성이 보여야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지를 돌이켜본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밖에 없는데, 정작 자기 삶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없는 우리들의 현실에 공감하며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몸과 마음, 기분과 생각을 스스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덕분에 나 역시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면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완벽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사람을 소진시키는 것, 또 하나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해지고자 매일같이 노력하지만 상상하는 완벽함에 도달할 수 없어 점점 지쳐간다. 그러는 사이에 결정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행동하려는 의지는 퇴색된다. 수많은 생각과 걱정, 불안을 넘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도 안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완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47p

 

 

생일 때마다 뭘 갖고 싶으냐고 묻는 말에는 대답을 망설이게 된다. 그러다가 "밥이나 먹자"고 말하게 된다.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대부분 "그러지 말고"라고 말하지만 나는 진짜 '같이 밥이나 먹는' 그 시간을 갖고 싶다. 내 눈치를 보고 마련한 선물 말고, 비싸고 대단한 물건들 말고, 같이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가장 좋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써놓고 보니 참으로 식상하지만 이게 진심인 걸 어쩌나. 그렇게 시간을 내서 서로 만나는 일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님을 알아버렸는걸. / 55p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 '감정은 느끼는 것, 상처는 드러내는 것'편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저자는 일주일에 한 번, 오십 분씩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친구 이야기, 가족 이야기, 일 이야기, 자꾸 드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때마다 상담사 선생님은 "그럴 땐 기분이 어떤가요? 하고 질문을 하는데, 이는 어떠어떠한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저자가 직접 느껴볼 것을 유도한다. 이때 저자는 분명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 대부분이 생각이나 의견에 불과했고, 정답을 자꾸 틀리는 학생처럼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아, 나는 내 감정을 모르고 있구나.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도 익숙하지 않구나. 아니, 감정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구나.' 를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감정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대응은 그저 느끼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 218p

 

 

 

 

 

 

   돌이켜보면 나는 누군가와 말다툼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화가 나거나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될 땐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기보다 상황을 회피하거나 그저 묵묵히 견뎌낼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내 감정을 삼키고 감추려고 했던 것은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는 게 싫어서였던 것 같다. 미움을 받기 싫어서 내 감정에 솔직할 줄 몰랐고 그때그때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는 일에 인색해지다보니 결국엔 나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해지는 법을 모르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곪고 곪아 터진 상처들이 내 안에서 켜켜이 쌓이고 있는 중일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그 상처를 둘러싼 내 감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던 저자의 말처럼, 이제부터는 나 또한 어떠한 판단과 행동 대신 내 감정을 느끼고 그 안에 머물며 차차 드러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더 큰 상처를 마주하기 전에, 나의 감정에 자유를 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지.

 

 

 

나는 노력을 하든 안 하든 계속 나일 것이고 그런 내가 또 나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라 해도 내 옆에 나는 남는다. 그걸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놓인다. 이 사실을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 289p

 

 

 

   저자는 내가 어떤 상황에 있건, 어떤 마음을 갖건 그저 나로서 만족하고 살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더 나은 내가 될 필요는 없다고. 그저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거면 된 거 아니냐고 말이다. 하루아침에 엄격하게 굴었던 나 자신에게 관대하게 대하는 법을 완벽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그때그때 내가 느낀 감정이나 기분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타인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연습을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는 때가 오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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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 과장은 어떻게 1년 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 - 5년 만에 자산을 100배로 불린 투자고수 렘군의 단기속성 부동산 스쿨
김재수(렘군)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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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의 기초부터 핵심까지,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한 노하우!

투자고수 렘군이 알려주는 좋은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법!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지인 분에게서 4층 높이의 건물 하나를 소개받은 적이 있다. 우리 부부가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었던 상가 주택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건물인 듯하여 지인 분이 한 번 보고나 오라고 했던 것이다. 건물 자체는 상당히 깨끗한 편이었고 평수도 적절했으며 층수에 따른 용도별 사용도 용이해 보여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내 머뭇거렸다. 평소에 잘 가보지 않았던 동네라 상권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단순히 큰 시장을 끼고 있다는 이점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엔 어딘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좁은 골목길내 주차도 불편할 뿐더러 차후에 아이 교육 환경을 고려하자면 썩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우리 부부는 몇 군데를 더 돌아보았지만 그때마다 이 건물을 반드시 사야겠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 번번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이렇듯 근로 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과 노후 자금 마련을 동시에 해내기 어려운 현실을 가까이 절감하게 되면서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려보았지만, 부동산 투자는 분명한 기준과 확신이 없이 지인의 소개나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선뜻 덤벼들기엔 리스크가 컸다. 그래서 공부를 해보겠답시고 이런저런 책을 사서 읽어도 봤지만 기초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겉핥기식으로 읽고 마는 게 대부분이었다. 또 읽는 순간에만 마음이 달아오를 뿐, 책을 덮고 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금세 막막해지기 일쑤였다. 이 정도 되면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내가 꿈꿀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게 아닐까. 이런 때에 마침 다소 제목이 긴 흥미로운 부동산 투자 관련 책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 과장은 어떻게 1년 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다. 적금 외에는 이렇다 할 방편이 없고, 부동산 투자가 아직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는 나로서는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부동산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 과장은 어떻게 1년 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의 저자 김재수(렘군)는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zip4의 대표 이사로 내노라하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인정한 숨은 고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1억 원짜리 전셋집을 알아보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전국을 돌면서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제는 전국 유망 아파트 30채를 보유한 투자자가 된 그는 자신의 경험과 각종 강연 경험을 바탕으로, 마흔이 되기 전에 돈과 시간에 자유로운 인생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에 관한 노하우와 원칙을 전하고자 한다.

 

 

 

 

 

 

   1장에서는 부동산 투자라는 커다란 산 앞에서 늘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깨달은 것과 투자자가 되기 위한 기본 원칙들을 수록해놓았다. 부동산은 잘못 선택하면 후유증도 크고 자칫 잘못하면 회복 불가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며 주저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시도도 하지 않고 정답만 찾는 사람은 결코 정답을 찾을 수 없다며 실전에 나서볼 것을 독려한다. 다만, 내가 왜 부동산에 투자하려고 하는지 'what'이 아니라 'why'를 고민해볼 것, 세상이 왜 부동산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이것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입지를 움직이는지 생각해볼 것, 토지와 주택, 상가에 따른 부동산의 전망을 잘 살펴볼 것을 조언한다.

 

 

 

"당신은 왜 그것(부동산 투자)을 하는가?"

"세상은 왜 그것(부동산)을 필요로 하는가?"

"앞으로 그것(부동산)은 어떻게 진화할까?" / 48p

 

 

 

   본격적인 투자 비법을 전하는 2장에서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 다섯 가지 노하우를 비롯하여 부동산 하락 신호를 빠르게 알아채는 방법, 부동산 사이클을 이해하는 방법, 매매가와 전세가 활용법, 입주물량 파악, 미분양과 청약경쟁률, 경매 낙찰가율을 체크하는 방법들을 일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덜컥 집을 사긴 했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지?'하는 걱정을 미리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살펴보니 지금까지 대한민국 부동산 흐름은 우상향이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집값이 떨어질 타이밍을 보느라 번번이 놓치지 일쑤라면, 내 집을 마련할 생각이 있고 여건이 된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저자의 의견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때 내 집 마련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 원칙이 있다면 '가격을 보지 말고 지역을 볼 것', '토지의 희소성을 볼 것', 내 집의 효용성을 생각해 '내 집 마련의 의미를 이해할 것'을 반드시 염두해 두기를 바란다.

 

 

 

'매매가는 하락하지만 전세가는 상승할 때'는 바닥에 진입할 수 있는 시기다. 다만 조금 더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라.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상승할 때'는 조금 늦더라도 달리는 말에 올라타야 할 시기다. 빠른 결정이 중요하다.

'매매가는 상승하지만 전세가는 정체될 때'는 욕심을 버리고 다음을 준비하라.

'매매가와 전세가가 정체될 때'는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 오는 구간이니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 103p

 

 

 

   3장과 4장에서는 신도시와 구도심을 중심으로 상대적인 투자 비법의 노하우를 설명한다. 여기에서 저자가 특히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부동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남들보다 좋은 투자처를 찾는 지름길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다만 누구는 먼저 질러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준비가 되면 하라고 하고, 각종 호재를 들먹이며 여기가 뜬다는 각종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반드시 자신 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를 테면 신도시의 경우 '사업 규모가 어떠한가?', '신도시를 만드는 주체는 누구인가?'. '인근 구도심의 좋은 입지와 근접성이 어떠한가?', '일자리가 함께 들어오는가?'와 같은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구도심의 경우는 '수요', '공급', '가격', '입지', '정책'의 다섯 가지 기준 안에서 살펴봐야 하는 등 반드시 분명한 기준 안에서 투자에 뛰어들 것을 조언한다.

 

 

 

현재의 문제점을 빨리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만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자신의 기준 없이 대상을 선택하려고 한다. 나의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에 맞는지 대입만 해보면 되는데, 기준이 없으니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다. 내 기준을 뛰어넘으면 그곳은 좋은 투자처이고 미달이면 좋은 투자처가 아닌 게 된다. 기준만 있으면 판단이 간단해진다. 물론 기준이 있더라도 '예, 아니요' 단답형으로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여러 가지 변수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기준이 아닌 여러 개의 기준을 만들고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최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할 때 최선에 가까워진다. / 129p

 

 

 

 

 

 

   이어 5장과 6장에서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지역 분석법과 내게 꼭 맞는 투자 물건을 찾는 방법 등 실전 투자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소개한다. 보통 지역 분석은 누가 쉽게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발품만 열심히 판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내가 투자하고자 하는 도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크기에 맞는 적절한 분석법이 요구된다. 이에 저자는 지방 소도시 지역 분석법과 광역시 이상 지역 분석법을 나눠서 소개하고, 우리 동네 시세지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여기서는 여러 루트를 통해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를 비교 판단하는 법과 어렵게만 느껴졌던 각종 데이터 분석법을 상세하게 일러주어 초보자도 충분히 응용 가능하니 이를 유용하게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이외에도 초보자를 위한 부동산 투자에 관한 다양한 질의응답과 zip4를 통해 부동산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법까지 부록으로 수록하고 있으니 그간에 읽어왔던 그 어떠한 부동산 책보다 실전 적용에 탁월하리라 생각한다.

 

 

 

Q. 내 집 마련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투자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저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사회 초년생은 내 집 마련을 일찍 하는 것보다 투자를 먼저 하는 게 좋고, 자녀가 학교 들어갈 나이가 됐고 어느 정도 정착을 해야 하는 분들은 내 집 마련부터 고민하는 게 좋다고요. 부동산은 돈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굴리는 개념입니다. 소액이라도 한 바퀴, 두 바퀴 돌리다 보면 어느새 커집니다. 그러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은 돈을 깔고 앉아 대출이자를 갚아나가기보다는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녕 큰 수익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323p

 

 

 

 

 

 

 

   '눈을 조금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던 저자처럼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확고히 세운 다음 좋은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 안목을 키워나가는 연습을 해나가다 보면 분명 길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 오늘도 부동산 공부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나 역시 당장에는 뛰어들 수 없겠지만, 저자가 일러주는 각종 노하우와 정보 제공 사이트들을 살펴보며 높게만 느껴졌던 부동산 투자의 진입 장벽을 스스로 낮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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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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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울 너머 속 세상에서 만난 일곱 명의 아이들이 해낸 아름다운 기적!

홀로 고립되어 있던 아이들이 함께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감동의 판타지!

 

 

   유난히 학교에 가기 싫은 때가 있었다. 어떤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때였다. 학급 임원인 반에서 인기 있는 남자 아이들과 부반장인 내가 어울려 다니는 게 못마땅했던 아이들, 체력이 약했던 내가 운동장에서 쓰러졌던 일로 뒤에서 '약한 척' 한다고 수근 거렸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다음 학년에 올라가서까지 나를 수시로 괴롭혔다. 나는 왜 그들에게 나를 괴롭히는 것이냐고 당당하게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던 것인지. 돌이켜보면 마치 내 존재 전부를 부정당하는 것처럼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는 것만 같은 좌절감에 한없이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또 그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역시 나를 믿고 지지해준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내 곁에서 쭉 함께 해준 친구들, 그 친구들과 나눈 우정이 나를 따돌렸던 아이들의 시기를 견디게 해주었고 그 아픔을 다른 추억으로 채워주었기에 생각보다 빨리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너와 내가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학생이라면 모두들 학교에 가 있을 시각, 고코로는 낮에도 커튼을 쳐놓아 침침한 방 안에 틀어박혀 행여 텔레비전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 새라 숨죽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유키시나 제5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고코로는 사나다 미오리를 중심으로 자신을 따돌리는 친구들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웠다. 어느 날 그 아이들이 단체로 불쑥 고코로를 위협하듯이 집 앞을 찾아온 바람에 아예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무서워진 고코로는 그나마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전학생 모에와도 멀어지면서 친구는 물론 학교생활마저도 더 이상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고코로의 방에 있던 전신거울에서 눈이 부실만큼 환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순간, 호기심에 거울을 향해 손을 뻗은 고코로는 손바닥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과 함께 거울 속 너머의 세상으로 끌려 들어가고 만다. 그곳에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밖에 안된 것 같은 앳된 목소리에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애니메이션이나 연극 무대 위의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웅장한 성문이 달려 있는 성까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안자이 고코로 씨, 당신은 이 성의 게스트로 초대받았습니다!"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와 낯선 성이 주는 중압감에 두려운 나머지 고코로는 일단 도망쳐야겠다는 일념에 다시 거울 너머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하지만 도망치기 직전에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기다리겠다는 말과 함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한 게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다음 날, 고코로는 다시 한 번 거울이 빛나기 시작하자 거울 속 세계로 건너가 볼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코로는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금방 깨닫게 된다. 추리닝 차림의 얼짱 남자아이(리온), 포니테일의 똑 부러진 여자아이(아키), 안경을 낀, 성우 목소리의 여자아이(후카), 게임기를 만지작대며 건방져 보이는 남자아이(마사무네), <해리포터>의 '론' 같이 생긴 주근깨투성이의 차분한 남자아이(스바루), 조금 살찌고 마음이 약해 보이는 계단에 숨은 남자아이(우레시노), 마지막으로 고코로까지 모두 일곱 명의 아이들이 거울의 빛에 이끌려 외딴 성에 모여든 것이다.

 

 

 

   자신들이 왜 이곳에 불려온 것인지 영문을 모르던 아이들은 이 세계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는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성이 열리는 것은 아홉 시부터 다섯 시. 기간은 3월 30일까지, 즉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동안 이 성 안에 숨겨놓은 소원 열쇠를 찾아내면 그 열쇠를 찾은 단 한 사람에게만 무엇이든 소원을 하나 이뤄주겠다는 것이다. 단, 다섯 시가 지나서도 성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늑대에게 잡아먹힐 것이라는 경고의 말도 잊지 않는다. 소원이라는 말에 고코로는 내심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의 중심에 서 있는 사나다 미오리가 없어진다면 다시 평범한 학교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낯선 성에서, 라이벌처럼 느껴지는 이 낯선 아이들과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모두들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이 뚜렷해 보이는 공통점 뒤에 드러내지 못하는 저마다의 사연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이곳에 모이게 했을까? 또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처럼 <거울 속 외딴 성>은 우연히 거울 너머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 일곱 명의 아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더불어 현실 세계에서 마주했던 상처와 슬픔까지 와해하는 과정들을 그려내는 가슴 따뜻한 판타지 소설이다. 마치 성장소설처럼 아이들이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과정은 매우 단순해보이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짜임새 높은 인물 관계도와 탄탄한 구성을 선보이는 작가의 필력은 우리 사회에 있어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을 직면하게 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서로를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그 말이 가슴을 관통했다. 그렇게 말한 마사무네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절실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니 '서로 돕는다.'라는 말의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생각났다. 어머니와 함께 갔던 카레오의 푸드코트에서 통로를 바라보며 성에서 만난 친구들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 찾고 있었던 것을. 당장이라도 성의 친구 중 누군가가 모퉁이를 돌아서 나타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좋겠다, 하고 꿈꿨던 것을. 고코로도 친구들이 자신을 도와주길 바랐다. / 341p

 

 

지난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기서 보낸 날들, 여기서 사귄 친구들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도 고코로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거다. 나는 친구가 없는 게 아니다. 앞으로 평생 아무하고도 친구가 될 수 없다 해도 나에게는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다. / 457p

 

 

나만은 리셋하지 마.

고코로는 하고 싶었던 그 말을 마음속에서 다시 중얼거리다가 바로 취소했다.

뭐 괜찮아, 잊어버려도 돼. 내가 네 몫까지 기억하고 있을게. 너와 오늘 친구였던 것을. / 500p

 

 

 

 

 

 

   소설의 대사 중 유독 '힘내서 어른이 되어줘'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상처를 견뎌낼 수 있게 하는 힘은 지금의 이 아픔이 나의 전부가 아니며 절대 나를 무너뜨리게 하지 않을 거라는 용기와 의지가 아닐까. 그리고 늘 곁에서 함께 할 거라는 '우리'라는 사이 속에서 피어난 믿음 같은 것 말이다. 이 소설이 고코로와 같은, 또 다른 여섯 명의 아이들과 같은 상처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또 그들을 지켜줘야 할 우리 어른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모두의 책이 되길 바라본다. 나 역시 아이가 받게 될 지도 모르는 세상의 모든 상처로부터 주저앉지 않게 팔을 당겨주는 쪽이 되어 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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