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스트레칭 - 일하는 당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사키타 미나 지음, 임경화 옮김, 백정흠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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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피로를 씻겨내려줄 것만 같은 유쾌한 스트레칭 책! 읽는 재미에 따라해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네요!! 오랜 시간 도면을 그리며 컴퓨터 작업을 하는 신랑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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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 정리법 - 좋은 습관을 들이려 애쓰지 말고 나쁜 습관을 버려라!
고도 도키오 지음, 이용택 옮김 / 지식너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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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는 것은 이제 그만!

버리고 비우다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1일 1습관 버리기 프로젝트!

 

 

 

   곧 있으면 둘째 아이가 태어날 것을 생각해 집안 정리를 싹 한 적이 있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고 내내 모아두기만 했던 잡동사니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나름 정리한다고 쌓아두었던 박스 안의 내용물만 빼내어 한 데 모아두었더니 불필요한 박스만 한가득 나왔다. 겹겹이 쌓여있는 포장 박스들만 빼내었을 뿐인데 답답했던 공간이 휑해진 것을 보고 내가 얼마나 버리는 데 인색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는 무언가를 과감하게 버리고 비웠을 때에야 비로소 내 안에 무엇이 남아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채우고 쌓아두는 것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진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 꼭 필요한 것들은 잊고 마는 것이다. 습관이란 것도 그런가보다. 좋은 습관을 자꾸 채우려다보니 이것이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인지 또 나에게 꼭 맞는 것인지 헛갈릴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결같이 좋은 습관들이기만을 강조하는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버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쁜 습관 정리법>이라는 책이 참신하게 다가온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 체력과 정신을 낭비하지 말고, 내 안에 쌓여있던 나쁜 습관을 버렸을 때에야 비로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을 완성하기 위한 ‘버리기’ 실천법

 

 

   첫 저서 《33세에 자산 33억 원을 만든 방법》으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고도 도키오는 <나쁜 습관 정리법>을 통해 습관을 하나하나 버릴 때마다 우리의 인생은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책 속에 나열된 습관 중에서 버리고 싶은 항목을 모두 버리고 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일, 나아가고 싶은 길이 뚜렷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인생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40가지 습관을 주제별로 정리해놓고 있다. ‘말’, ‘인간관계’, ‘물건과 돈’, ‘업무 기술’, ‘일하는 법’, ‘약한 마음’까지 크게 6개의 파트로 나누어놓았는데 개인의 사소한 습관이나 정서, 비즈니스에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습관들을 ‘못 버리면’ 혹은 ‘버리면’ 어떤 일이 초래되는지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실천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말’을 주제로 다룬 첫 번째 파트에서는 부정적인 말, 자신의 노력에 대한 자랑, ‘바쁘다’라는 말, 남에 대한 험담, 핑계, 바른말을 버릴 것을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바쁘다’라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저자는 바쁘다는 말은 자신감 결여, 허세 부리고 싶어 하는 취약한 내면 그리고 자기중심적 발상마저 드러내는 매우 부끄러운 표현이라고 말한다. 또한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다 보면 희한하게도 실제로 정신없이 분주해지는데, 이렇게 마음이 조급하고 어수선해지면 주변 상황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보거나 차분히 고민할 여유가 사라진다. 하지만 바쁘다는 말을 버리면 상황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보는 힘이 강해지고 업무 처리 능력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 바쁘다. 바빠.” 하며 부산을 떠는 사람보다는 침착하게 표정에서 여유를 잃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타인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물론 가끔은 곁눈질하지 않고 한곳에만 집중해서 빠른 속도로 전진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나아가는 데만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긴다면 주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소중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없다. 그러므로 바쁘다는 말을 자신의 어휘 목록에서 아예 지워버리는 게 좋다. 바쁘다는 말 대신 ‘아직 여유 있어.’라는 말을 되뇌어보자. / 24p

 

 

 

   두 번째 파트인 ‘인간관계’ 편에서는 자신의 공적, 쓸데없는 만남이나 목표에 방해되는 친구, 남과 비교하는 의식, 자존심, 남들이 보기에만 좋은 사람, 인맥 관리, 기브 앤 테이크 사고를 버릴 것을 지적한다. 이어 세 번째 파트 ‘물건과 돈’ 편에서는 자기계발서, 물욕, 절약과 저축에 대한 강박, 사진과 수첩을 버릴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수없이 많지만 정말로 자신이 달라지는 때는 자기계발서를 덮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즉,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책에 호구가 되어 남의 생각을 뒤쫓지 말고 자기 생각을 재구축하는 독서를 권장하는 점은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행복의 기준 혹은 자신만의 중심이 필요하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대상은 이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태를 행복이라 부르겠다’ 하는 자신만의 중심이 강할수록, 남들은 그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일 뿐이라 여길 수 있고 남들이 무엇을 하든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길 수 있다. / 58p

 

 

책에 쓰인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느냐 없느냐 같은 표면적이고 감정적인 평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보를 자신의 뇌에 집어넣어 기존의 고정 관념이나 선입관 혹은 정해진 틀을 깨뜨리고 재구축해서 부가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사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즉, 사고를 재구축하려는 것이 바람직한 독서 태도다. / 92p

 

 

 

   ‘업무 기술’을 주제로 다룬 편에서는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점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예전에 다니던 출판사에서 퇴사를 했는데 그로부터 2년쯤 뒤 다시 와달라는 요청에 출근했다가 있었던 일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출근해서 맡은 일이란 게 어린이신문 제작을 기획하는 일이었는데 내용이나 구성, 편집 소요일이나 원고 준비 등에 따라 발간 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안을 준비하며 나름대로 완벽하게 준비해보겠다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당시에는 편집 프로그램까지 다룰 줄 알았기 때문에 이왕이면 가제본도 실제 신문 형식으로 편집해서 선보이려다 팀장으로부터 코웃음을 듣고야 말았다. “그냥 대충 기존 책에 나오는 원고를 복사해서 오려 붙여 발표해. 어차피 수정할 건데 뭐 하러 이렇게 철저하게 하나.”라는 핀잔을 들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의 저자 역시 완벽주의의 단점으로 ‘행동이 늦어진다’,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신적으로 피로하다’, ‘남에게 불만을 느끼기 쉽다’를 꼽고 있다.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 해야만 가이드가 제대로 잡히지 않겠느냐고 속으로 불만을 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완벽하게 하려던 점이 오히려 계획을 늦추고 이미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져서 다른 사람의 수정안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사회 역시 불완전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불완전하므로 앞으로 발전하고 개선할 여지가 넘쳐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완성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상사에게 보여줬는데 근본 내용부터 뒤집어엎으라는 지적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이 모두 헛것이 되고 만다. “처음부터 상의를 했어야지.”라는 핀잔을 들으면 의욕도 뚝 떨어진다. 이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세부적인 부분에 신경 쓰지 말고 전체적인 스토리나 구성을 대충 만든 후 상사에게 보여준다. 그러면 지적을 당하더라도 초기 단계에서 수정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낭비되는 시간과 노력이 줄어든다. / 143p

 

 

 

   ‘일하는 법’에 이어 마지막으로 ‘약한 마음’ 편에서는 질투, 의존심, 콤플렉스, 근심거리, 다른 사람이 만든 성공 기준 등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나쁜 습관들이 언급되는데, 여기에서는 ‘반성을 버린다’는 점이 독특해서 거론해볼까 한다. 대개는 어떤 행동을 기준으로 잘못했을 때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저자는 반성을 하면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이보다는 분석과 대책을 먼저 강구하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사고 패턴은 발생한 일 자체는 잊고 그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다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패를 반성하면서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침울해지기보다 분석과 대책으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고 다음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불안의 정체가 돈이면 연금 회사를 방문해서 자신이 상정하는 노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금 지급액을 계산해보면 된다. 확정 추렴 연금, 개인연금, 양로 보험 등 부담이 적은 준비 방법을 고민해본다. 혹은 정년퇴직 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부업을 시작하자. 불안의 정체가 건강이면 병원에 걸리지 않도록 식생활과 생활 습관을 개선한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을 피한다. 불안의 정체가 고독이면 아이를 낳거나 같은 취미를 즐기는 친구를 만드는 등 늙어서 혼자 지내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이처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방법을 떠올리면 불안은 과제로 바뀐다.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씩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불안을 점차적으로 희석시킬 수 있다. / 215p

 

 

 

 

 

 

   책을 읽다보면 인맥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게 ‘고독이나 고립은 목표 달성의 원동력이 된다’거나 ‘좋은 사람과는 일을 같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사람은 결단력이 없고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와 같은 극단적인 사고는 거슬리는 면이 종종 있다. ‘잔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는 근무 시간을 제한하지 말 것을 권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긍정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이상향이나 사회의 고정된 틀에 따라가기보다 일하는 방식이나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는 것에 유념해야 할 듯하다.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나쁜 습관 정리 카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나온 40가지 나쁜 습관을 하루에 하나씩 차근차근 버려보기를 실천하는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방법이다. 정리된 습관이 적힌 카드를 뜯고 찢어버리는 의식을 직접 해봄으로써 제대로 비워보는 것이다. 또 빈 카드에는 내가 버리고 싶은 나의 나쁜 습관을 직접 적어볼 수도 있으니 이를 버림으로써 더 이상 나쁜 습관이 나를 잠식하지 않게 노력해보자. 그간 모으는 일에만 열심히 몰두했으니 이제는 버려야 할 때! 버리고 또 버렸을 때 내 안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진정한 나로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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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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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간결한 문체가 전달하는 강렬한 문학적 힘!

인생 영화가 나의 삶에 미치는 기막힌 반전 그리고 아름다운 반란!

 

 

   누구에게나 소위 ‘인생 영화’, ‘인생 배우’ 혹은 ‘인생 노래’ 같은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장 기쁜 순간 또는 가장 절박했던 순간에 마치 나를 구원해주는 듯했던 어떤 모델 같은 것 말이다. 문득 나에게도 인생 영화란 것이 있었나를 고민하다가 독특하게도 영화 <타이타닉>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왜 하필이면 <타이타닉>? 그러고 보니 영화 <타이타닉>이 내 인생 최초의 덕질이었다는 게 퍼뜩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군인인 친구를 따라 사령부 내에서 개봉했던 <타이타닉>을 우연히 보러 간 것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최초의 경험이었던 탓일까. 영화를 본 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나는 내내 영화 장면을 잊을 수 없었고, 결국 용돈을 털어 OST 테이프를 구매하고 당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이모를 졸라 비디오테이프까지 구입해 틈만 나면 돌려보곤 했다.

 

 

 

   그때 나를 <타이타닉>에 빠져들게 한 것은 잘생긴 디카프리오도 아니고, 화려한 스케일의 대작이란 사실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당시에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 거대한 운명 같은 게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었던 게 분명했다. 고작 그 짧은 만남에 온 마음을 내던질 수 있는 힘이란 게 무엇일까, 심해로 가라앉는 거대한 배를 바라보며 뱃조각에 의지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무엇일까, 나는 그 ‘감정’이란 것에 무척 이끌렸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덕분에 나는 글이라는 것을 직접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나는 소설이란 걸 썼고, 결국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으며 나의 여정은 줄곧 글 혹은 책과 함께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 <타이타닉> 때문에.

 

 

인생 영화가 나에 미치는 기막힌 삶의 반전들

 

 

   빰 빠바밤 빠바밤…….

   영화를 본 적은 없어도 음악은 모두가 들어봤을 법한 영화 <록키> 시리즈. 주인공인 실베스타 스탤론을 당대 최고의 인기 흥행 배우로 거듭나게 만들었다던 그 영화!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1983년 1월, 우연히 영화 <록키3>을 보러 갔다가 인생의 기막힌 반전을 실현하게 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아는 그 <록키> 시리즈가 정말 한 여자의 인생을 바꿨다고? 복싱으로 인생 승리라는 대역전의 드라마를 보여준 이 영화의 상징성과 당시 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었던 희열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의 마지막 히어로> 소설 속의 그것처럼 한 여자의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나. 책의 소개에 따르면 엠마뉘엘 베르네임 작가 자신이 실제 영화 <록키3>를 보러 갔다가 40도에 이르는 고열로 몸져누웠고, 이후 첫 소설 『잭 나이프』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한 자신의 삶을 반영한 자전 소설이자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바치는 소설이라 하니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의아함과 흥미로움을 감출 수 없었다.

 

 

 

영화 초반의 록키 발보아처럼 그녀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 16p

 

 

 

 

 

 

   소설 속 주인공 리즈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 <록키3>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날 고열로 쓰러진다. 영화 속에서 되는 대로 살며 매너리즘에 빠져 살던 세계 챔피언 록키가 다시 재기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그녀는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중단했던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스탤론 덕분에 그녀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부터는 스탤론이 출연하는 모든 영화를 보러 다닐 것이다.

전부 다. 한 작품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맹세를 한다.

앞으로는 텔레비전에서 방송하길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영화관에 가서 표를 사서 볼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 스탤론 덕분에 그녀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 25p

 

 

 

   그녀는 록키를 따라서 권투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가 그곳에서 거울 제조업자 장을 만나 결혼을 한다. 이후 토마스와 앙투안 두 아들까지 낳고 전에 없던 행복한 삶을 살며 매순간 스탤론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때로 스탤론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자, 스탤론이 후에 가난해지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그녀가 버는 돈의 10퍼센트를 저금하는 예금 계좌를 개설하기까지 한다. 뭐랄까, 정말 유쾌하고도 황당한 일이지만 그만큼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애정이 각별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의 남편. 남편을 만난 것은 스탤론 덕분이었다. 가정을 갖게 된 것은 스탤론 덕분이었다. 의사가 된 것도 스탤론 덕분이었다.

1983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록키3>를 보지 않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 46p

 

 

 

   책의 말미에 《씨네21》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무한한 애정을 이와 같이 해석한다. ‘스탤론이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계속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여자의 강한 의지가 삶을 변화시킨 거고, 단지 스탤론은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에요. 그 점이 덕질을 연상시켰어요. 내 배우 덕분에 산다, 하는 거죠. 누구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리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어떤 힘과 계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해줘요. 결국 사람들 마음 안에 자신을 바꿀 힘이 있는 거고, 스타는 그 힘을 끌어내줄 버튼인 셈이죠.’ 라고. 어쩌면 리즈는 인생의 변화를 내내 갈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꿀 만큼의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쉽사리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스탤론이 그 버튼이었던 것이다. 하긴, 공부와 담쌓고 지내던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니는 대학교에 같이 다니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 합격했다는 일화들을 우리는 종종 듣게 되지 않는가.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 그 안에서 전달되는 강렬한 문학의 힘

 

 

   100페이지의 미학이라 불릴 만큼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분량이 매우 짧다. 일종의 중편소설 정도의 분량을 읽는 정도인데, <록키3>를 본 뒤 인생의 변화를 경험하고 또 느닷없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이 겪는 방대한 서사에 비하면 내용은 지극히 간결하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구체적인 묘사와 감정 서술에 집중하여 문학적 완성도를 높인다면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은 그러한 서술 방식을 과감하게 포기한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이런 과감한 간극 사이를 독자가 상상하여 메우게 하고 또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항상 문장을 길게 쓰는 게 버릇이 된 나에게 ‘아,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충격을 준다고나 할까.

 

 

 

종산_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노출 콘크리트를 쓴 공간들이 자꾸 떠올랐어요. 그런 건축 기법을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고 하더라고요. 브루탈리즘이란 건축물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사상으로 재료나 구조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인데, 모든 장식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골격만 남겼다는 점에서 이 소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72p

 

 

 

 

 

 

   내 인생의 청춘스타,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을 울렸던 노래들이 떠올라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나의 마지막 히어로>. 그래서 나는 또 내 삶의 2막을 변화시켜줄 그 무언가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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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모자가 좋아
번 코스키 지음, 김경희 옮김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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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곰 헤럴드가 따스한 온기로 마음을 보듬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우리 아이가 사랑하는 그림책!

 

 

   육아를 하다보면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저마다 특별하게 여기는 물건들이 있더라고요. 이를 테면 폭신폭신한 촉감의 인형이라든지 포근한 잠자리 이불이나 베개, 장난감 등등이 있지요. 저희 아이는 자동차 장난감에 유달리 애착을 보여서 잘 때도 꼭 자기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옆에다 두고 자고, 일어나서도 자동차를 먼저 찾는답니다. 제 지인 중에는 딸이 베개가 노랗게 꼬질꼬질해졌는데도 씻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엄마도 있답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에 애착을 보이는 현상을 두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하지요. 부모와 같은 안정감을 주는 상대로 여김으로써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분리불안과 같은 불안감을 가라앉혀주기도 하며, 애착하는 물건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직 발달되지 않은 사회성을 길러주고, 여러 가지 감정적 표현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자신이 애착하는 물건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서럽게 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토록 집착하던 물건에 다른 친구나 동생이 관심을 보일 때 잠시 빌려주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일 때는 ‘아, 우리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하고 대견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나누고 배려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거구나 싶지요.

 

 

 

   2018년 볼로냐 도서전 대표작으로 손꼽혀 화제가 된 <털모자가 좋아> 속 아기곰 헤럴드를 보며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무척 아끼는 물건을 누군가에게 빼앗겼을 때의 그 상실감, 하지만 그것을 주변에 나눌 줄 아는 법을 배워나가면서 자신이 더욱 특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담은 이 따뜻한 그림책에 제 마음까지 뭉클해졌으니까요.

 

 

 

 

 

 

귀여운 아기곰 해럴드를 소개합니다.

 

 

해럴드는 털모자를 정말 좋아해요.

무더운 여름에도 쓰고 다니고, 학교에도 쓰고 가고, 잠잘 때도 쓰고 자고,

한 달에 한 번 목욕할 때조차 털모자를 썼어요.

해럴드는 털모자를 쓰면 특별해지는 느낌이 든대요.

그런데 누군가 털모자를 탐내는 것 같은데요!

 

 

 

 

 

내 털모자 돌려줘!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가 쌩 내려오더니

해럴드의 털모자를 훔쳐가는 게 아니겠어요?

해럴드는 더 이상 자신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는 상실감에

그때부터 소중한 털모자를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까마귀는 좀처럼 털모자를 되돌려주지 않고,

화가 난 해럴드는 까마귀 둥지에 직접 올라가 털모자를 가져오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 둥지 속에는 뜻밖에도 아기 까마귀들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털모자가 없어도 괜찮아. 그래도 난 특별한 곰이야.

 

 

자신의 털모자를 덮고 있는 아기 까마귀들의 모습을 보며

해럴드는 자신의 털모자를 기꺼이 양보하기로 합니다.

자신이 아끼던 물건이 아기 까마귀들에게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에요.

그때야 비로소 해럴드는 털모자가 없어도

자신이 특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난 친구를 돕는 곰, 해럴드거든.”

 

 

 

   책의 마지막 장면에 해럴드와 까마귀가 나란히 앉아 어깨동무를 하고, 마침내 아기 까마귀들이 둥지 밖을 날아오는 장면을 지켜보는 광경은 어쩐지 부모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이 책을 읽고서 제 아이도 “나도 봄이 태어나면 자동차 줄 수 있어.” 라고 말하며 곧 태어날 동생에게 자신이 아끼는 자동차를 나눠줄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해럴드 덕분에 아이가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 것 같아 저도 기쁩니다.

 

 

 

   나눔의 기쁨을 배우게 된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곰 해럴드처럼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그런 따뜻한 마음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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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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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꿈꾸는 이들이 전하는 따뜻한 소설!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우주적인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스토리!

 

 

 

   최근 몇 년간 우주과학을 소재로 한 책을 자주 접한 듯하다. <씁니다, 우주일지>, <태고의 시간들>, <보헤미안 우주인>,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등이 그러한데, 어떤 작품은 미래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우려를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들이 엿보이기도 하고 설정 자체는 허무맹랑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유쾌하게 자극하는 작품들도 다수 보인다는 점에서 상상이란 무대는 우주만큼 무한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중 권기태 소설의 <중력>은 조금 독특하다. 앞서 밝힌 기존의 여러 작품들이 천문학에 관한 전문 지식 혹은 우주의 신비, 특별한 미션을 지닌 채 우주로 나아가 그곳에서 적응하거나 사고를 겪는 등의 에피소드에 집중이 되어 있다면 이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려는 이들의 꿈, 고단한 현실에서 부딪쳐야 하는 좌절과 치열한 경쟁 등을 통해 무중력의 미지가 아닌 ‘중력이 이끄는 오늘, 우리의 삶’을 보듬는 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인 선발 과정이라는 흥미로운 여정에서 오는 흡인력과 높은 몰입도는 물론이거니와 삶에 대한 통찰력까지 고루 갖춘 이 작품의 깊은 울림에 진동하지 않을 수 없다.

 

 

 

 

 

 

희망과 현실 그 사이에서 떠도는 우리들

 

 

   <중력>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고자 하는 어느 평범한 샐러리맨이 그의 경쟁자들과 함께 겪는 도전과 좌절, 경쟁과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다’는 작가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우주인 선발이라는 소재에 맞춰 탄탄한 서사와 현장감 있는 묘사로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갖춘 것은 물론,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저마다 다른 시선에서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포착해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소설의 중심인물인 이진우는 국립자연원 산하에 있는 생태보호연구원이다. 어느 날, 그는 과기부와 우주산업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우주인 선발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한다. 연구원답게 그는 평소 ‘우주에서 벌레들을 데리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본다면 어떤 게 좋을까, 중력이 없으면 식물은 어떻게 자라날 방향을 알까? 중력이 없어도 그 속의 염색체와 디엔에이가 무사히 나눠질까?’ 등의 의문을 품고 언젠가 우주로 올라가 꼭 실험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소아뇌종양으로 열 살 때 죽은 누이 수영이에게 꼭 들려줘야 할 말이 있었다.

 

 

 

   진우는 그때부터 우주인이 되기 위한 각종 체력, 의학 테스트들을 거친다. 우주인이 되겠다고 모인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이 분야는 알게 될수록 내공이 센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자칫 중력 가속도 테스트에서 실격처리가 되었다가 테스트 속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지적해 기사회생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만큼 그가 우주인 선발 테스트에 자원한 것이 못마땅한 상사의 부당한 시선도 능력으로 이겨내려 애쓰고, 평가 점수도 잃지 않기 위해 야근과 피로를 친구 삼아가며 직장인과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 그 사이에서 어느 하나 게을리 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보인다. 덕분에 우리는 그간 ‘우주인’이라는 이 멋진 이름이 주는 허울뿐인 찬란함 대신 누군가의 간절함,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다시 현실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누군가의 좌절과 고충을 조금씩 엿보게 된다.

 

 

 

달의 빛나지만 메마른 표면 위로 떠오르는 희고 우아한 지구. 아래 절반은 우주의 어둠에 잠겼고 둥근 상반신이 태양광에 고요하게 드러나 있다. 푸른색 흰색이 실타래처럼 신비롭게 엉킨.

그것은 일출도, 월출도 아니고 지구가 솟아나는 지출의 광경. (중략)

그것은 아주 먼 태초에 지구를 구술처럼 빚어낸 신비로운 힘이 멀찍이서 자기 작품을 감상하던 시야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지구를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고 나면 내가 확 달라질 게 분명했다. / 73p

 

 

나는 중력을 탓하며 쓰러지지만 중력은 나에게 관심조차 없으리라. 하지만 지금 중력은 누구에게나 힘을 미친다. 누구나 똑같이 바닥에 닿게 하고, 서든 눕든 제 무게를 되살려준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태양도 지녔지만 티끌도 가졌다. 그래서 중력은 모든 것이 제가끔 움직이고 저마다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조건이고 운명이다. / 152p

 

 

지구가 사과라면 하늘은 사과껍질 정도라고. 지구 지름에 비한다면 대기의 두께라고 해봐야 백 분의 일도 안 되니까. 그토록 얇은 껍질 속에서 유성이 타오르며 떨어진다. 봄비가 내려오고 적란운이 솟구치고 여름 장마가 진다. 회오리가 몰아치고 우박이 떨어지고 폭설이 쏟아진다.

그리고 내가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투명한 껍질을 올려다보면서 깊고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끝없이 아득한 우주가 있어서다. 겨우 티끌만 한 크기로 매일 숨가쁘게 살아가더라도 언제든 고개만 들어보면 무한을 볼 수 있다니. / 199p

 

 

 

 

 

 

   우여곡절 끝에 진우는 최종 4인에 선발된다. 1조에 진우와 김태우, 2조에 정우성과 김유진 이렇게 4명이다. 진우의 회사는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되어 대기반 발령이라는 좌천 통보가 떨어진 상태였고, 최종 1인이 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내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 혹은 열망은 네 사람 모두에게 다 있을 수밖에 없었고, 사소한 소문이나 의심으로 인해 네 사람의 관계가 때로는 사이좋은 공생 관계였다가 일순간 나빠지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을 겪어나간다.

 

 

 

   특히 우리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과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기억하지만 두 번째 우주인 혹은 그 이후의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오랜 백업 생활과 2인자라는 명명 하에 잊혀져간 사람들의 그늘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은 그 어느 작품에서도 보지 못한 부분이어서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무엇보다 러시아 내부의 불공평한 교육 시스템과 접근 제한, 파벌싸움에 눈치를 봐야하는 장면들은 우주라는 꿈의 공간마저도 모든 게 기득권자들의 셈법에 의해 돌아가는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는 점에서 허탈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똑같이 발사 날 아침에 일어나 마주 보며 식사하고 나란히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버스에 앞뒤로 올라타 비스듬히 누운 채로 발사장으로 가는 얼굴. 가가린은 결언하다 못해 관조적인 위엄마저 띄는데 뒤에는 존재감마저 없는 한 사내가 허탈한 체념으로 눈을 감았어요. 한 걸음 앞에서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을 기회를 영영 놓쳐 버린 사내가. 모든 세상을 잃어버린 듯이…… 그 사람이 바로 이등이었던 티토프였지요. / 231p

 

 

이반 이바노비치는 선내의 자질구레한 쓰레기를 꽉 채워서 꼭 사람처럼 보이는 낡은 우주복과 헬멧을 말한다. 배출구 조리개를 열고 우주의 칠흑으로 내가 버리는. 그런데 너무나 자질이 안 되는 우주인 후보를 가리키기도 했다. 카페에서 멀리서라도 그런 속삭임이 우연히 드려오면 혹시 나한테 비아냥거리는 것인지 우주인들은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놀러나 구경 간다면 이럴 필요도 없으리라. 우리가 가만있기를 바라는 이 사람들과, 배워서 우주인다워지겠다는 우리의 기대는 애초부터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 379p

 

 

 

   이렇듯 <중력>은 전문 지식과 기막힌 상상력이 동반된 여타의 우주과학소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퍽 인상적이다. 과연 누가 최종 선발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될까, 하는 단순한 기대감에서 출발하였다가 이 치열하고 지독한 경쟁의 순간에 있어서 인간답게 사는 일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며 갈무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런 힘이 나타나요. 끌어안거나 품어주는 힘이요. 중력 같은 힘 말이에요. 늘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차츰 차츰 강해졌어요. 우리는 그런 힘이 너무 없는 곳에서 살고 있잖아요. …… 밀치는 힘, 내쫓는 힘, 책임지지 않는 힘…… 그런 게 많잖아요. 하지만 그는 다른 힘을 보여줄 때가 있었어요. 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 밤은 그렇게 지나갔어요. / 424p

 

 

내가 가가린센터에서 떠나기 전에 그녀가 평범에 대해서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우리는 잠시 비범한 듯이 주목받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때가 되면 평범으로 돌아와야 해요.’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 했고, 그녀의 안착을 보고 나서는 내 것이 된 것 같았다. / 437p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주란 온갖 첨단 장비로 둘러싸인 우주선을 타고 날아올랐을 때에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어떤 그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현실 그 사이에서 떠도는 우리야말로 이미 우주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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