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계란 요리 맛있는 요리 시리즈
마쓰우라 다쓰야 지음, 조수연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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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지만 의외로 어렵고 다양한 계란 활용법!

촉촉, 보들보들 계란 요리의 무한 변신이 기대되는 맛있는 계란 요리법!

 

 

   우리 집 반찬 중 만능의 만능인 재료는 단연 계란이다. 계란프라이에서 스크램블드에그, 계란찜, 계란말이, 계란국까지. 한 두 개만 남아 있어도 아쉬워서 얼른 사다 꽉꽉 채워 넣는 우리 집 필수 재료다. 그런데 꽤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계란 요리에도 어쩐지 한계라는 게 있어서 매번 4~5가지 요리를 돌아가며 반복하는 수준밖에 이르지 못하니 조금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겨우 5살이긴 하지만 이제 식판에 다양한 반찬과 요리가 올라와야 만족을 하는 까다로운 우리 아기에게는 특히나 더 그렇다. 그런데 어느 SNS에서 누군가가 <맛있는 계란 요리>라는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고 ‘이거다!’하고 단박에 마음이 끌렸다. 촉촉, 보들보들 계란 요리의 무한 변신이 우리 집 밥상에 기적처럼 행해지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누구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계란 요리 레시피

 

 

   내 손 안에 착 감기는 사이즈의 <맛있는 계란 요리>는 일본에서 푸드 액티비스트이자 작가 겸 편집자로 활약하고 있는 마쓰우라 다쓰야의 계란 요리 레시피책이다. 계란의 다양한 변신이 기대되는 이 귀여운 책의 표지부터 단박에 눈길을 끈다. 본문에 들어 가기 앞서 ‘계란을 맛있게 먹는 계란의 법칙 5’부터 읽고 가자.

 

 

 

첫째, 삶을 계란 요리에는 묵은 계란이 좋다.

둘째, 계란은 수분과도 유분과도 잘 섞인다.

셋째, 걸쭉, 폭신, 부들부들,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넷째, 모든 맛과 식감을 연결해 준다.

다섯째, 계란은 최고의 소스가 된다.

 

 

 

   ‘신선해야 최고’라는 말이 모든 식재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식재료의 특징과 조리의 목적에 따라 적절한 환경에서 숙성해야 더 맛있어지듯이 계란도 마찬가지로 삶은 계란과 베이킹에는 조금 묵은 계란을 써야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계란은 수분과도 유분과도 잘 섞이는 보기 드문 특징을 지니고 있어 버터를 사용한 오믈렛도, 기름이 듬뿍 들어간 마요네즈도 계란을 넣었기에 재료들이 하나가 되는 기적을 발휘한다. 더욱이 오믈렛은 몽글몽글하고, 카스텔라는 폭신폭신하고, 자완무시는 부들부들하며, 삶은 계란 노른자의 포슬포슬함과 흰자의 탱글탱글한 식감 등은 우리에게 무한한 식감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또 계란에는 다른 재료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힘이 있어 요리 전체의 맛을 한껏 끌어주는 역할까지 하는 만능 배우다. 여기에 반숙으로 걸쭉하게 익은 노른자를 즐기는 요리, 전골 요리인 스키야키를 먹을 때 사용하는 노른자 소스까지, 뭐 하나 버릴 것 없이 다양하게 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또 어디 있으랴.

 

 

 

 

 

 

   제1장에서는 완벽한 오믈렛 가이드, 스크램블드에그, 내 생애 최고의 계란 프라이, 보습력을 높여 부들부들한 계란말이, 흰살 생선으로 계란의 식감이 부각되는 계란 지단, 몽글몽글 계란 볶음, 간사이풍 오코노미야키 요리를 할 수 있는 계란 ‘굽기’에 관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그간 스크램블드에그나 오믈렛을 잘 만들어먹곤 했는데, 대충 느낌만 살려서 만드는 것과 달리 책에 소개된 방법으로 만들면 부들부들한 식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오늘부터 당장 참고해봐야겠다. 무엇보다 가장 별 것 아닐 것 같았던 계란 프라이 요리도 좋아하는 색이나 식감, 반숙 혹은 완숙을 만들 것인가, 그 다양한 스타일에 따라 요리법도 달라지는 것을 보며 그날그날 다른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2장에서는 간단할 것 같지만 심오한 삶은 계란 요리를 소개한다. 계란 삶은 데 무슨 기술이 필요해?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숙 계란의 껍데기를 잘 벗기는 요령과 원하는 정도로 계란을 삶는 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제3장에서는 계란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빵, 면, 밥 요리 레시피가 등장한다. 카르보나라 토스트, 계란 샌드위치, 프렌치토스트, 휴가메시, 가마타마 우동, 계란 덮밥, 계란 볶음밥 등 집에서 만들어봄직한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프렌츠토스트를 만들기 전에 계란 물에 24시간 재워 냉장고에 넣어 농도를 높이면 더욱 몽글몽글 폭신한 식감이 된다하니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오믈렛, 스크램블드에그와 같은 양식 계란 요리에 버터, 우유, 생크림에 들어 있는 유지방은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입니다.

오믈렛을 만드는 계란 물에 유지방이 들어간 크림을 섞으면 계란물이 안정되어 모양을 잡기 좋습니다. 가열 시의 성질을 조사한 연구 논문에도 유지방 크림을 넣은 계란 물은 카놀라유를 넣은 것보다 가열했을 때 더 부드럽고 매끈하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특히 노른자에 들어 있는 레시틴은 물과도 기름과도 어우러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본래 서로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도 이른바 ‘유화제’가 되는 성분이 둘을 연결해 주면 일정한 조건에서 섞이게 됩니다. / 20p

 

 

가정용 냉장고 중에는 계란을 수납하는 공간이 도어 포켓(냉장고 문쪽 보관함)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도어 포켓에 계란을 수납하면 수명이 짧아지기 쉽습니다.

그 이유는 ‘진동’과 ‘온도’ 때문입니다. 도어 포켓에 넣어 두면 문을 열고 닫을 때 생기는 진동 때문에 계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도어 포켓은 냉장고 내부에서 가장 온도 변화가 심한 장소입니다. 계란은 어디까지나 신선 식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진동과 온도 변화가 적은 장소에 보관하세요. ‘계란 뾰족한 부분이 아래를 향하게(뭉퉁한 부분이 위로)’ 놓는 것이 기본입니다. / 47p

 

 

 

 

 

 

   제4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요리를 소개한다. 중국에서도 ‘환상 속의 요리’라 불린 산부잔, 뚝배기로 만든 명물 폭신폭신 계란, 옛 후쿠오카의 축제 때 지어 먹던 밥으로 계란 맛이 부드러운 간단한 영양밥 겐짱메시가 바로 그것이다. 또 제5장에서는 노른자 소스의 잠재력이 발휘된 계란을 활용한 소스 만드는 방법을 일러준다. 철판에 굽는 모든 고기와 잘 어울리는 와리시타 노른자 소스와 샐러드에 넣어서 먹을 수 있는 만능 노른자 드레싱은 시도해 봄직하다. 끝으로 제6장에서는 찌고, 거품 내고, 얼려서 먹을 수 있는 계란의 무한 변신이 가능한 요리를 소개한다. 푸딩, 카스텔라, 아이스크림 등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뭔가 신기한 요리들이라 흥미롭다.

 

 

 

 

 

 

   이처럼 <맛있는 계란 요리>에는 계란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와 우리가 알아두면 좋을 계란에 관한 정보들을 다수 수록하고 있다. 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최대 레시피 사이트에서 ‘계란 프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약 5,000개의 레시피가 나온다고 한다. ‘도대체 응용법이 몇 가지나 있는 거야?’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겨우 60그램의 계란 하나를 굽는데 누구도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일 테다. 다시 말해 정답은 없다.

 

 

 

   이 책을 통해 그간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계란이라는 재료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그만큼 계란은 사랑받아 마땅하는 것!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레시피를 활용해보고, 또 그간 잘못 알고 있었던 정보들을 수정해 더욱 맛있는 계란 요리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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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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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일이 힘겨운 세상의 모든 어른들을 위한 책!

나를 우울하게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심리 처방전!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에서 네 번째를 차지한다고 한다. 게다가 전체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질병이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부자라도, 누가 봐도 멋지고 훌륭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또한 내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울증이 단지 우울감만을 느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자신과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부정적 사고의 특성을 보일뿐만 아니라 죄악 망상, 빈곤 망상, 신체적 망상을 낳으며 여러 가지의 형태의 질병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울증은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고, 나이가 들면 성숙해진만큼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른이라는 이름 때문에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어려워지고 고통과 아픔을 털어놓기 더 힘들어진 지금,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또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의 저자이자 신경정신과 의원인 김혜남 전문의는 책을 통해 ‘우울증은 분명 치료될 수 있는 병이며, 그 지옥 같은 어둠의 끝은 반드시 있다’고 밝힌다. 지금은 죽을 것같이 괴로워도 이 우울은 반드시 좋아질 것이고,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실제 상담을 사례로 우울증과 각종 정신질환의 원인과 증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을 소개한다. 아울러 마음이 주는 신호를 통해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인정함으로써 일상을 침범하는 우울이란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내면의 우울로부터 당당하게 헤어지는 법

 

 

   마치 흐름을 바꾸기 어려운 강처럼 사고도 연상의 흐름이다. 어떤 자극이 우리의 뇌를 자극하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냐는 그 자극에 대한 연상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은 어떠한 자극이 들어왔을 때 사고의 연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크고 작은 상처와 고통으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을 일련의 부정적인 법칙에 따라 해석하고 인지하게 된다. 희망 없고 무기력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처럼 현재도 그렇게 되리라 미리 예측하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세상과 미래는 어둡고 음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며, 이 비관적이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그는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고의 연상이 흘러가다 보면 우리의 정신적 필터는 그 많은 것들 중에 좋은 것들은 다 걸러내고 부정적인 것들만 건져 올리는 특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것들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최근 업무상 실수와 한 번의 지각으로 자신이 인생의 실패자이며 쓸모없는 사람이라 느끼며 우울증을 겪은 진영 씨의 사례가 바로 그러하다. 이는 완벽주의자적인 성향과 타인을 평가하거나 실수를 할 때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관대하던 사람이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긍정성이라고 말한다. 비록 세상에는 힘들고 실망스러운 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선과 행복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믿음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행을 이상화하는, 혹은 고통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도덕적 자학증(moral masochism)’이 있다고도 하는데, 이러한 도덕적 자학증은 우울성 인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덕적 자학증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지만 잦은 사고를 당하거나 경제적인 손실을 입는 등 일이나 대인관계에서의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 68p

 

 

번아웃 증후군이 생기는 이유에 뇌과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도파민과 만족을 담당하는 보상회로의 이상, 혹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내가 너무 지쳤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일을 계속 한다거나, 혹은 지쳤다는 사실을 알지만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 생기는 증상이다. 즉, 내 체력의 한계를 넘어 일을 계속할 때에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 74p

 

 

 

 

 

 

   책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연예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밝힘으로써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진 ‘공황장애’도 등장한다.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신체 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레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불안장애의 한 종류로 100명 중 3~4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인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3배나 더 많이 나타난다. 특히 20대 중후반에 증세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혼이나 별거 중에 이를 경험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워낙 생소한 병명이라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혀를 끌끌 차곤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대중의 시선과 사랑을 받고 또 계속 받아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이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 게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저자는 공황장애의 치료에 있어 가족과 친구의 도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라고 말한다. 공황장애를 흔히 ‘짐작할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는 큰 공포’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섭다고 생각하면 더 무서운 것이 되므로, 오히려 내가 어르고 달래며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발작이 온 그 순간에 호흡이나 자기암시 등을 차분히 행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괜찮아질 거라는 긍정적인 믿음이 있다면 죽을 것 같은 공포도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SNS에 집착하는 것,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에 과도하게 열중하는 것, 남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집착하는 관종과 연극성 인격성향은 일종의 행위 중독으로도 볼 수 있다.

행위 중독이란 직업적, 사회적 손상이나 내성, 금단 증상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특정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 통제력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도박이나 게임의 중독, 쇼핑이나 섹스의 중독이 그 종류인데, 다른 사람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뻔히 질투와 열등감으로 기분이 나빠질 걸 알면서도 차마 인스타그램 어플을 지우지 못하는 것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 102p

 

 

자해의 사전적 정의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다. 이는 자살의 시도행위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자해란 일종의 분노나 우울감의 폭발, 행동화, 배설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행동방식이다. 자기 파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스스로 그 우울감과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때, 자신을 지나치게 탓하거나 벌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다. 평소에 해소되지 못하고 몸 안에 쌓여있는 분노에 대한 억압이 일시적으로 풀렸을 때 충동적으로 공격성이 표출되는 것이다. / 168p

 

 

 

   여러 정신질환 중 개인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면 바로 ‘워킹맘의 고충’ 편이다. 워킹맘들은 대체로 일을 하면서 가정과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내외적 질책에 시달린다. 지금은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정 일만 돌보고 있지만, 한때 나도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도 아이가 잘 지내고 있을까 내내 걱정하고, 퇴근하고 아이를 제때에 데리러 가야 할 텐데,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이랑 놀아주고 한글 공부도 해야 하는데 등등을 염려하며 하루하루 압박감이 쌓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내 몸이 피로한 건 둘째였다. 일도 잘하고, 엄마이자 아내, 주부의 역할까지 모두 잘해내야만 했다.

 

 

 

   이렇듯 여성들은 세상으로 나와 있을 때는 ‘남성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하고,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여성의 방식을 유지하라는 이중의 명령을 받는다. 즉 전통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불안과 혼동,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정체성은 사실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가 유지되고 발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는 이 두 개의 정체성을 여성들이 알아서 통합하라고 방관한다. 자율적 정체성과 관계적 정체성 사이의 진정한 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여성 내부에서만 통합이 일어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이 우선되어야 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 그들의 특질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 문제만큼은 어떤 명확한 치료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웠나보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에 중심을 두고 아이들이 달려들 땐 즉시 안아주고 최선을 다해 채워줌으로써 기왕 해야 한다면 즐겁고 행복하게 해낼 수 있기를 조언한다.

 

 

 

   또 드라마 <SKY 캐슬>의 사례를 든 ‘부모의 욕심’편에서 부모의 왜곡된 애정과 보호 욕구가 어떤 문제점을 야기하는지 살펴본 점도 흥미로웠다. 부모님이 원하는 의사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있는 나는 아이의 미래를 부모가 결정짓는다는 게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명시하고 있었다. 때문에 1등과 명문대에 집착하는 부모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좀 더 앞서가기를 바라고 뒤처지면 괜히 마음에 조급증이 이는 것이었다. 이런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부모의 왜곡된 애정과 보호 욕구는 아이에 대한 집착과 통제를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을 지적하며 부모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의사 가운이나 의대 등록금이 아니라 ‘네가 어떤 사람이 되든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와 아빠는 늘 네 편이야.’라는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아이는 그 힘으로 세상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이처럼 책은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허언증과 같은 대표적인 정신질환과 더불어 현실부정, 강박증, 각종 불안장애, 화병, 섭식장애, 성공 후 우울증, 외로움, 울지 못하는 사람 등을 생생한 상담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정신과 상담을 받듯 어떠한 사례가 나에게 해당하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와 치료법에 접근할 수 있다. ‘모든 감정은 정상이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느 사례든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하고 창피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숨기거나 모른 척 하기보다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치료의 길이 열리고 내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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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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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트레이너로 삼아 철학으로 내 인생의 단련하라!

삶의 모든 순간에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철학 훈련장!

 

 

   우리 시대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전을 통해 사유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보기를 강조하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 사회에 주로 논의되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적 사고법을 기르고, 삶의 기술과도 같은 인생의 무기로 만드는 것. 바로 얼마 전에 읽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한입 매일 철학>이 그와 같은 맥락의 책이었다.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역시 삶이라는 마라톤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로도 힐링도 처세술도 아닌, 철학이라고 말한다. 어렵고 막막한 인생을 완주하기 위한 단 하나의 힘, 철학을 통해 나와 세상 모두에 이로울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는 것이다. 특히 고전을 활용해 이를 제대로 읽고 이해함으로써 자기 생각을 개척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우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일종의 철학 훈련장이 되기를 바라며 지금보다 더 나은 우리의 내일을 격려한다.

 

 

 

철학을 하면 인생이 더 수월해진다!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는 생명윤리, 사회학, 불교학 등 철학과 사상학 분야의 전문가 35인이 모여 공동으로 만든 철학 입문서다. 책은 철학하는 삶을 위한 다양한 생각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먼저 가상의 인물들이 여러 가지 주제를 화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며 독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본격적으로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진다. 다음으로 고전의 한 구절을 인용해 앞에서 던진 문제에 대해 설명한 다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철학 포인트로 요점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나만의 철학 세우기’로 스스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유도한다.

 

 

 

   책은 나를 돕는 철학 질문 13가지와 세상을 돕는 철학 질문 15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인 나를 돕는 철학 질문 편에서는 ‘인간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고전을 활용해 직접 사유해보고 이로써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우고자 한다. 이를 테면 사랑, 친구, 믿음과 불신, 대리모 출산, 인터넷 정보, 성(性)에 관한 내용이 주제다. ‘왜 다이어트는 실패할까?’를 예로 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스마스 윤리학》을 통해 우리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가 의지의 문제인지 여부를 두고 내가 살면서 하는 행위는 어떤 목적과 선택으로 계속 이어지는지, 그 목적에는 과연 끝이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삶은 가치 없는 삶일까?’에서는 부드럽고 약한 물이 굳세고 단단한 바위를 깬다는 노자의 말처럼 견고하다고 반드시 가치가 높다거나 승자의 조건이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대리모 출산은 안 될까?’에서는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를 통해 치료와 존엄, 윤리 원칙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본다.

 

 

 

어린아이는 사랑해야 할 대상이니까 사랑해야 한다는 말도 순서가 잘못됐다. 즉 ‘내’가 어린아이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어린아이는 사랑해야 할 대상이 ‘된다’. 이게 맞는 순수다. 따라서 ‘사랑’도 저절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부터 배워야 한다. 친자식인데도 사랑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부모가 된다’. / 21p

 

 

원하는 대로 미래를 이뤄가는 나를 보고 친구가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면, 그 친구의 기쁨으로 나의 기쁨은 배가된다. 기쁨이 전염되는 곳에 우정이 있다. 그 사람이 혹시 기쁜 척한 게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친구의 행복에 질투나 시기를 느끼기 쉬운 인간의 성향을 생각하면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알랭은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웃으니까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적었다. 설사 친구가 보인 태도가 연기라 해도 그 연기가 진정한 기쁨과 통한다고 여기자. 언제든 배신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친구를 신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만남에 마음을 여는 자세가 아닐까. / 30p

 

 

 

성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타고난 성격 중에는 분명 바꾸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다이어트의 실패 요인인 ‘약한 의지’는 어떤가. 성격 자체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지 말고 성격을 형성하는 습관에 주목해야 한다. 행위→습관→성격→행위의 순환은 행복을 지향하는 행위에서 나선 모양으로 상승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 순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때마다(실패도 포함해) 달성도를 확인하며 행복에 관한 자신의 시각과 생각을 자각하며 깊이 파고들 수 있다.

습관이 순조롭게 형성되려면 자신의 일상적 행위와 생활환경 속 응용이 중요하다. 작은 아이디어와 실행이 쌓여서 약한 의지를 돌파할 습관의 힘이 형성되는 것이다. / 58p

 

 

 

 

 

 

   여러 내용 중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거짓말과 신뢰에 대해서 생각해본 부분이 꽤 인상적이다. 루만은 《신뢰》를 통해 신뢰에는 늘 배신의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속셈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선택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추론할 수도 없을뿐더러 아무리 추론을 거듭해도 상대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는 찾을 길이 없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신뢰관계는 믿음에 대한 불안감에 뒤덮여 있으며 따라서 취약하다. 배신당할 위험을 없애려다 보면 결국 아무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배신당하지 않을 보장이 없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신뢰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불신으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의 철학자 홉스라면 권력을 제안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믿지 못해 엇갈리는 일이 없도록 사람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면, 효과는 확실해도 숨 막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신뢰는 오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은 나의 신뢰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각자가 상대방을 아주 조금이라도 신뢰하고 상대방도 그에 부응하는 것, 이것이 쌓이면서 형성된다. 이에 저자는 양치기 소년의 모든 면을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 소년도 하나쯤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거짓말이라는 부적절한 방식을 쓰기는 했지만, 양치기 소년은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그의 ‘호소’를 무시하고 양치기 소년과 관계 맺기를 소홀히 했다. 서로가 초반의 불안감을 극복하려고 첫걸음만 내디뎠더라면 불신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이 가능해지지 않았을까. 이처럼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두고 소년의 거짓말에 함몰되어 보지 못했던 신뢰 문제를 우리 사회 전체에 빗대어 생각한 이런 면모야 말로 철학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싶다.

 

 

 

신뢰관계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 신뢰관계는 개개인의 신뢰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 그렇다면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는 거짓말을 한 소년을 비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가 쉽게 붕괴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봐야 할 수도 있다.

소년의 충동적 행동에 그를 불신하게 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신뢰를 잃고 늑대의 습격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맹신도 위험하지만 불신도 위험하다. ‘거짓말쯤이야’라고 착각하게 만든 마을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작은 신뢰를 쌓아 신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 40p

 

 

이렇게 생각해보면 준호가 고집하는 ‘진짜 나’도 ‘자신의 본질’이라는 하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며, 자신이란 과거의 언행과 주위 사람 등의 원인과 조건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진짜 나’라는 고정된 문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본질’을 생각하는 것은 실상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괴로움을 초래한다. 세호와 명수의 대화를 통해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면 자신의 여러 모습 중 ‘진짜 나’는 무엇일까 고뇌하던 준호도 눈이 트이며 해결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 76p

 

 

비판한다며 서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상처만 주고받게 된다. 자기 껍질을 깨려면 다른 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타인의 의견을 검토하고, 경우에 따라 의견을 수용하고 스스로 변하기로 마음 먹어야 한다. 관용의 정신이라 해도 좋다.

물론 토론을 한다고 의견이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검토를 거듭함에 따라 이론과 주장의 오류가 밝혀지고 토론하는 우리의 생각은 저마다 풍부해진다. 이러한 검토를 포퍼는 ‘자유로운 토론’이라 부르는데, 이것이 중요하다. / 146p

 

 

 

 

 

 

   PART 2인 세상을 돕는 철학 질문 편에서는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빅터 프랭클의 《밤의 안개》를 통해 인간다움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고, 애덤 스미스와 함께 ‘자유경쟁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윤리 면에서 접근해보거나, 현대 철학자 존 롤스,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일본에서 발병된 미나마타병을 통해 산업 재해에 대한 규명과 이에 대처하는 정부 혹은 사회의 자세에 대해서 살펴보고, 존 로크의 관용 이론을 통해 용인할 수 있는 생각과 그렇지 않은 생각의 경계에 관해 고민해본다.

 

 

 

프랭클은 ‘삶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삶’은 수동적인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서 우리가 처하는 상황을 올바르게 마주하고 행동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야말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 된다고 여겼다. / 168p

 

 

 

 

 

  존 로크는 영혼의 구원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고 관용의 소중함을 논하는 한편, 가톨릭 신자와 무신론자를 관용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혼의 구제와 관련된 생각의 다양성을 중시해야 한다면 어째서 가톨릭 신자는 관용을 요구하면 안 되는 걸까? 무신론자를 관용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로크의 논리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의문이 떠오른다.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로크의 관용 사상의 한계다. 이처럼 책을 읽다보면 하나의 철학 혹은 이론이 당시 시대와 사회적 배경이 오늘과 다른 만큼 어쩐지 부족한 감이 있고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이라 할지라도 나의 방식으로 생각해보고 나만의 철학을 세워 볼 것, 그랬을 때야 비로소 철학은 쓸모가 있어지며 새로운 가능성과 삶의 철학이 열린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책에는 철학에 관한 짧은 칼럼도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철학의 ‘고전’ 읽기에 대해서 쓴 칼럼 중 데카르트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여기 꼭 남겨볼까 한다. 철학서를 어려워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싶은 글이다.

 

 

이 책을 읽는 법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선 무리하게 고집 부리지 말고 어려운 대목에 부딪혀도 신경 쓰지 말고 소설을 보듯 전체를 훑어본 다음 어떤 내용인지 대강 파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다음 차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다 싶고 그 이유가 궁금해지면 다시 읽고 이유의 연관성을 확인하면 된다. 단, 그 연관성을 다 이해하지 못했거나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어도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난해한 대목에는 선으로 표시해놓고 우선 마지막까지 읽는다. 세 번째 읽을 때에는 어려워서 선을 그어놓은 부분의 의문이 풀렸거나,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남아 있다 해도 다시 읽으면 결국 수긍할 수 있다. / 307p

 

 

 

   최근 몇 권의 철학서를 접하면서 예전보다는 철학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뜨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전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나만의 철학을 세워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책이었다. 부록으로 철학 마블도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연인이나 친구가 함께 책을 읽고 한번 해보는 것도 철학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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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여행 가이드북 -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
권다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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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가 직접 아이와 함께 다녀본 국내 추천 여행지 총망라!

오늘도 아이와 어디를 가야할 지 막막한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올해 우리 가족에게 목표가 있다면 바로 ‘산에 가기’다. 주말마다 바로 집 앞에 있는 앞산이나 근교, 때로는 먼 곳까지 한 번씩 가보기로 정했다. 왜 하필 산인가 하면 유독 체력이 약한 5살 아들의 체력 증진과 미세먼지로부터의 탈출, 컴퓨터를 많이 하고 한 번 결막염이 걸린 이후로 시력이 많이 떨어진 우리 부부의 눈에 초록색 많이 봐주기 등이랄까. 그래서 주말 직전이 되면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한다. 그런데 5살인 아들 혼자였을 때는 그나마 가능했던 선택지들이 1살 아들이 태어나고부터는 좁아진 느낌이다. 아직 10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무리해서 다녀야만 하는 곳은 철저히 제외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한계는 있고, 우리는 늘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그때마다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인터넷으로 ‘아이와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는 일이다.

 

 

 

아이와 가볼 만한 곳을 한 눈에 정리해놓은 ‘아이 맞춤 여행 가이드북’

 

 

   <아이여행 가이드북>이란 제목의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단박에 이건 꼭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에 여러 종류의 여행 가이드북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가 둘이나 되는 우리 집엔 이에 맞는 맞춤 가이드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일반 여행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 위에서 저자와 아이가 함께 한 순간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는 사진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 책 한 권에 담긴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이여행 가이드북>에는 계절별로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우리나라 여행지 365곳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여행지 30곳이 담겨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아이와의 여행, 이것이 궁금해요!’에서는 여행작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아이와 떠나는 여행에 대한 엄마들의 여러 가지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하고 있다. 또 아이와 여행 시 짐꾸리는 노하우와 여행 전 도움이 되는 ‘짐 꾸리기 체크리스트’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특히 짐 꾸리기 꿀팁에서는 꼭 필요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목록들을 체크할 수 있으니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살펴보자. 이어 ‘계절별 대표 추천 일정’과 제주 추천 일정도 소개하고 있는데, 1박 2일을 기준으로 하되 영유아의 체력이나 낮잠 시간이 꼭 필요한 하루 일과를 고려해 하루에 2곳 정도의 여행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일정이 제시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좋다. ‘테마별 베스트 아이 여행지’에서는 책에서 다룬 여행지들 중에서 특별히 엄선한 곳만 모아서 소개하고 있으니 그대로 따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아이와의 여행, 이것이 궁금해요!

Q5. 아이가 어려서 ‘이 여행을 기억이나 할까?’ 생각하면 회의적인 기분이 들어요.

A. 실제로 가까운 지인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에요.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언어화를 통해 기억을 저장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이미지와 감각들로 여행을 기억한다고 해요. 때론 저도 잊고 있던 추억을 아이가 불쑥 꺼내거나 그림으로 그려 놀란 적도 여러 번이에요. 아이의 여행 경험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려면 함께 여행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아요. 저는 아이 방에 커다란 지도를 붙여두고 매번의 여행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며 기록해둬요. 가끔 ‘우리만의 여행지도’를 보며 수다를 떨다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날 정도지요. / 25p

 

 

 

 

 

 

   책은 계절에 따라 아이와 떠나기 좋은 자연 명소, 박물관, 미술관, 체험관, 테마파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여행지별로 추천 연령(6개월~10세)을 소개하고 있으니 아이의 발달이나 개인적인 차이에 따라 이를 참고해서 여행해보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추천 월은 여행지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달이 적혀 있으니 미리미리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행지에 대한 기본 정보는 지역과 해시태그를 통해 한눈에 알기 쉽도록 되어 있고 주소, 전화, 운영시간, 요금, 홈페이지도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함께 둘러볼 만한 주변 여행지와 코스, 주변 맛집까지 본문 하단에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보다 더 알찬 여행을 계획해볼 수 있을 것이다.

 

 

 

167. 에코랜드_ 경북 구미

도심 속에서 숲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구미 에코랜드는 아름다운 신동생태숲을 중심으로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피고 지는 자생식물단지, 숲 생태계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산림문화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누구나 푸른 숲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친환경 모노레일을 운영, 우거진 녹음 사이를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은 물론 정상에 자리한 전망대에선 구미 5공단 일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주말에는 모노레일 탑승권이 일찍 매진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해두자. 가족단위 여행객들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각종 목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237p

 

 

 

 

 

 

   아무래도 대구에서 살고 있다보니 경북 혹은 경남권 주변의 여행지에 더욱 관심이 가는데, 경주에 있는 ‘자전거 박물관’과 구미에 있는 ‘에코랜드’, 부산의 ‘해동용궁사’가 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에서는 꼭 입구에서 판매하는 스탬프지도를 구입해 아이와 마을을 누비며 보는 재미, 체험해보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꼭 가볼까 싶다.

 

 

 

 

 

 

   매번 어디를 가야할까, 이 넓은 땅에 우리가 갈 곳이 이렇게 없나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였는데 이 책을 보니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아이들과 가보기 좋은 곳이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아무래도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인터넷 정보와 달리 이렇게 책으로 한 번에 딱 정리되어 있어서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 책 한 권 구비해놓고 이번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갈까, 이번 주말에는 여기 다녀와볼까 이렇게 아이와 함께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시간만큼 평생 남는 것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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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매일 철학 - 일상의 무기가 되어줄 20가지 생각 도구들
황진규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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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파고드는 답답한 고민들을 해결해줄 20가지 생각 도구들!

고리타분한 철학이 아닌 삶의 기술이 되는 생활 철학을 전수해줄 철학서!

 

 

   ‘철학’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유독 떠오르는 아찔한 순간이 있다. 호기롭게 수강 신청한 철학과 수업에서 조별 토론이 있던 날이었다. 6명이 되는 조원들이 앞에 나와 해당 주제를 가지고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과 주장, 반론을 펼치는 시간이었다. 나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입 한 번 뻥끗하지 못하고 진땀만 흘리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대체 어쩌자고 철학 수업을 신청한 것인지 자책하면서.

 

 

 

   나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동경했지만, 학문이라고만 생각했기에 결국 그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여러 다양한 철학서를 읽어봤지만 그 순간에만 잠시 ‘아, 알 것도 같다’는 막연함만 얻었을 뿐 여전히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출간된 대부분의 철학서들이 실용적인 생활 철학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아직은 내게 어렵고 또 어렵다. 이 정도면 난 정말 철학과 가까워질 수 없는 게 분명하다. <한입 매일 철학>을 읽기 전만 하더라도 나는 또 한번 겪어야 할 좌절을 미리 염두에 둔 것도 사실이다. 어,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하게 재미있게 잘 읽힌다. 철학자가 주장하는 개념이 이해가 가지 않을까봐 쉬운 말로 설명하고 또 그것도 어려울까봐 더 쉽게 설명하려 한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책을 읽고 필기해가며 개념을 정리해보는 일이 여느 때보다 수월한 느낌이다. 뭔가 인생철학서 한 권 만난 기분이다.

 

 

 

이제는 삶을 위한 앎이 되는 철학을 해야 할 때 

 

 

   <한입 매일 철학>은 철학 오타쿠를 자처하며 7년 동안 다닌 직장에 사표를 내고 집필실로 들어가 철학의 ‘쓸모’를 발견해 내는 일을 하고 싶었던 저자의 뜻이 담긴 교양 철학서다. 기존의 철학서들이 방대한 철학사와 철학가들의 이론을 정립해 설명하는 데 그친다면, 이 책은 현대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 흔히 하게 되는 일상의 고민들을 철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입 한 입 떠먹여주듯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독려해주는 저자 덕분에 스무 가지의 주제와 철학 이론 앞에서도 얼어붙지 않고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철학을 무기처럼 이용할 수 있는 삶의 다양한 기술들을 얻음으로써 내 삶이 좀 더 단단해지고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그가 앎에만 그치는 철학이 아니라 ‘삶을 위한 앎이 되는 철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우리는 숱한 고민들을 마주하게 된다. 얼마 전, 다섯 살 된 아들이 습관처럼 ‘원래’라는 말을 많이 쓴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거라는 둥 원래 그런 거라는 둥 마치 처음부터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기 위해서 꼭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어디서 이런 말을 배우게 되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바로 내가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몇 번이나 그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뿔싸. 범인이 나라니.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 마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원래는 이렇게 해야 하는데~”와 같은 말은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인 내가 일종의 선입견이자 편견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흔히 “남자는 원래 다 그래!”,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저자는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입견과 편견에 갇힌 만큼 불행하고, 선입견과 편견을 극복한 만큼 행복하다’고 했다. 전자의 편견은 새로운 이성을 만나 다채롭고 풍요로운 관계를 만들 가능성을 막고, 후자는 돈 이외에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를 발견할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입견과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바로 의심이다. 내가 확실하다고, 옳다고 믿는 것들을 처음부터 모조리 의심해 보면 된다. 이에 저자는 의심의 철학자 데카르트를 불러온다. 철학이 불확실한 지식에 확실한 기초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데카르트는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통해 익숙한 삶을 부정하고, 낯설게 하고, 불편하게 하고, 위험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집요하게 의심하기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의심만큼이나 더 중요한 것은 의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태도라고 말하며 우리가 끊임없이 사유하고 의심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삶을 살라고 독려한다.

 

 

 

데카르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코기토’라는 철학적 개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가 남긴 진정한 유산은 ‘의심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익숙함이나 편안함과 결별하고, 낯섦, 불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들까지 과감하게 의심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데카르트에게 배워야 할 철학은 엄격하게 의심하는 태도와 권위에 의존하기를 거부하는 태도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런 태도로 우리에게 집요하게 들러붙은 선입견을 하나씩 떼어내면 좋겠다. 그렇게 각자 조금 더 밝고 유쾌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중에서 26p

 

 

‘나는 100명의 노예를 거느린 주인이야!’라는 허영을 만족시키는 사람은 결국 더 불안하고, 허무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왜 그런가? 이 사람은 누구에게 관심이나 인정, 칭찬을 받고 싶었을까? 지나가는 동네 사람, 옆집 성주와 같은 불특정 다수일 테다. 속 깊은 대화는 고사하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불특정 다수는 ‘피상적 관계’ 맺음의 대상이다. SNS가 내면의 자해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대상이 언제나 ‘피상적 관계’를 맺고 있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던가. SNS는 불특정 다수에게 관심이나 인정, 칭찬을 받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기에 그 끝에는 필연적으로 불안, 허무, 외로움이 도사린다. /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은가요?’ 중에서 41p 

 

 

 

 

 

 

   나에게는 한 가지 트라우마가 있다. 바로 “착한 척 하지 마”라는 말이다. 초등학생이었을 때의 일이다. 반에 유독 키가 크고 가슴도 발달하여 신체적으로 조숙한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말을 하는 게 어눌한 면이 있어서 남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자주 당하곤 했다. 하루는 아이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좀 짓궂게 그 친구를 괴롭힌 일이 있었는데, 마침 근처를 지나가다 내가 “야, 좀 하지 마라. 어린애들도 아니고.” 하고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불똥이 나에게 튀고 말았다. 몇몇 친구들이 몰려와 나에게 착한 척 하지 말라며 그때부터 왕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작해야 며칠 정도였지만 나는 일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사실 그들은 어울려도 그만 어울리지 않아도 그만인 친구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때부터 ‘~ 척’이라는 단어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착한 척을 한 걸까? 책에서는 “착함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데이비드 흄의 ‘동정심’이라는 이론을 데리고 온다. 흄은 선, 윤리, 도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착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내면에서 동정심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즉,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바로 착함이다. 이러한 동정심이 바탕이 된다면, 어떠한 행동도 착한 행동이라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걸인이 돈을 구걸하고 있을 때 어떤 남자가 “돈을 주면 안 돼”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가 착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테지만, 남자가 걸인의 고통에 절절하게 공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립을 위해서 돈을 주지 않았다면 그 행동은 선하고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착함에서 중요한 것은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행위나 행동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행동이 전혀 착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세상 사람들이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행동이 무엇보다 착한 것일 수도 있다. 선거철에 보육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안아주는 국회의원보다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아이들의 종아리를 때리는 수녀가 더 선하며,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라는 것이다.

 

 

 

   흄의 이론에 의하면 나는 착한 척을 한 게 맞는 것 같다. 놀림 당했던 그 여자 친구가 이후에 살짝 경기를 일으킨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애를 도왔다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일 때문에 꼭 필요한 순간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게다가 놀리는 아이들에게 핀잔을 준 것도 어쩌면 놀림당한 그 친구를 위한 것이었다기보다 나의 선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 보면 친구들이 나를 제대로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성은 정념(감정)들의 노예여야만 한다.” 흄의 이 말을 기억하자.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선, 윤리, 도덕이 무엇인지, 또 그런 행동과 실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 그 이성의 작용을 멈추고,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타인의 상처와 고통에 공감하고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그런 동정심 없이 하는 어떠한 행동, 설사 세상 사람들이 착하다고 칭송하는 행동도 선하거나 윤리적이지 않다. 반대로 그런 동정심이 있다면, 어떠한 행동, 설사 세상 사람들이 나쁘다고 비난하는 행동도 선하고 윤리적이다. /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중에서 77p

 

 

피히테가 ‘자아’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특정한 대상보다 나의 관념이 더 중요하기에 ‘자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너 자신을 주목하라.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의 내적 삶에 주의를 집중하라. 우리의 관심은 당신 바깥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다.” 이제 피히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나와 대상에서 중요한 것은 ‘나’다. ‘자아’가 만들어내는 관념이 실재(물질)보다 우선하니까. / ‘어떻게 나를 찾을 수 있을까요?’ 중에서 114p

 

 

진짜 꿈을 이루려는 사람은 ‘받아들여 할 현실’ 뿐만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극복해야 할 현실’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짜 꿈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현실주의자다. / ‘꿈과 현실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중에서 126p

 

 

 

 

 

 

   앞선 나의 사례처럼 <한입 매일 철학>에는 누구나 경험해본 적이 있는, 혹은 고민해본 적이 있는 보편적인 고민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SNS에 열광하는 이유를 파스칼의 ‘허영’을 통해 해답을 찾고, 진정한 ‘나’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피히테의 ‘자아’ 이론을 설명하고, 꿈과 현실의 선택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헤겔의 ‘변증법’을 통해 답을 건넨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니체의 ‘힘의 의지’를, 남자와 여자는 왜 다른지에 대한 질문에는 라캉의 ‘신경증’을, 계획 없이 사는 삶에 대한 의문에는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뢰르’ 이론으로 해답을 찾는다. 이 외에도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푸코의 ‘생체권력’, 들뢰즈의 ‘아장스망’ 등으로 삶의 모순을 짚고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의 개념을 다르게 생각하게 한 베르그손의 ‘지속’ 이론편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초자아는 낡은 유물이다. 우리네 삶을 피곤하게 하는 낡은 유물, 그 유물을 우리의 마음에서 떼어 내는 만큼 자아는 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 집 정리를 하지 않아서 불안할 때, 샤워하지 않아서 잠이 안 올 때, 평일에 쉰다는 이유로 죄책감이 들 때, 이렇게 되뇌자. “초자아라는 귀신이 내 마음속에서 나를 조종하고 있구나!” 그 불안, 불면, 죄책감은 내 것이 아니라 부모, 선생, 사회가 남긴 금지의 목소리에서 기원한 것임을 알아차리자. 그 첫걸음을 뗄 수 있다면, 조금씩 내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다. / ‘마음이 왜 마음대로 안 될까요?’ 중에서 184p

 

 

신경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 신경증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다. 남자는 강박증을 잘 통제해서 히스테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 욕망이 아니라 상대의 욕망을 살피는 연습을 해야 한다. 반대로 여자는 히스테리를 잘 통제해서 강박증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의 욕망이 아니라 내 욕망에 집중하고 표현해야 한다. 그럴 때, 신경증의 사랑이 아닌 성숙한 사랑이 가능할 테다. / ‘남자와 여자는 왜 이렇게 다를까요?’ 중에서 217p

 

 

결국 중요한 건 호명이다. ‘항상-이미’ 구성된 사회적 관계의 호명에 의해 우리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니까. 지금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다른 호명의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나를 다르게 불러줄 사람을 찾고, 그들과 연대해 호명 관계를 바꿔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눅 들어 눈치 보고 굽실거리는 삶이 아니라 누구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다. / ‘일 할 때 왜 주눅이 들까요?’ 중에서 239p

 

 

 

 

 

 

   <한입 매일 철학>이 좋았던 것은 그간 철학을 오로지 정복의 대상으로만 삼았던 나에게 그것보다 나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현재의 나를 점검해보는 ‘사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는 점이다. 또 알게 모르게 스무 명의 철학자를 따라가다 보니 근현대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던 점도 인상 깊었다. 만약 나처럼 철학을 알고 싶고 배우고는 싶은데 시도할 때마다 막막하고 어려웠던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혹시 잊어버린다 해도 다시 들춰보는 일이 겁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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