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 구본진 박사가 들려주는 글씨와 운명
구본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평점 :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가 들려주는 글씨체에 관한 모든 것!
필체를 성공과 직결시켜 내 삶의 무기로 삼는 법을 일러주는 흥미로운 책!
누군가의 글씨를 보고 나도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적이 있다. 바로 중학교 2학년 때, 내 짝의 글씨를 보고난 뒤부터였다. 그녀는 필통이 꽤나 묵직할 정도로 알록달록한 볼펜을 종류별로 가지고 다니는 친구였는데, 수업이 끝나면 꼭 노트에 그날 배운 것을 예쁘게 정리해서 필기를 해두는 것을 습관으로 삼았다. 나는 깔끔하고 예쁘게 정돈된 그녀의 노트를 볼 때마다 감탄을 했고, 친구에게 이런 글씨체를 가지고 싶다고 솔직하게 밝히고 따라 써보기까지 했다. 이미 절반이나 쓴 노트를 아예 새로운 노트에 다시 정리해 쓰는 수고로움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때 그 친구의 글씨체를 따라 연습하면서 굳어진 게 지금의 글씨체가 되었다.
한 때는 세 번째 손가락 마디에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손글씨 쓰기를 좋아한 적도 있었는데, 최근 들어 아이에게 한글 공부를 가르쳐주면서 글씨를 쓴다는 게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 워낙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익숙해져서 손으로 긴 문장을 공들여서 써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글씨체에 관한 책이 출간되어 눈길을 끌었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다소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다. 글씨체가 인생을 바꿀 만큼 대단한 것이었던가, 의아하다가도 내가 아이에게 거듭 강조하던 게 바른 자세로 바른 글씨를 쓰는 것의 중요성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과연 틀린 말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글씨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의 저자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필적학자다. 21년간 검사로 근무하면서 살인범, 조직폭력배의 글씨에서 일반인과는 다른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필적학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필체와 사람 사이에는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글씨는 손이나 팔이 아닌 뇌로 쓰는 것으로, ‘뇌의 흔적’이 담겨 있기 때문에 글씨체는 곧 그 사람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특히 필체를 분석하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을뿐더러, 글씨체를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사실 글씨와 사람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그가 처음으로 한 것은 아니다. 서예의 종주국인 중국은 전통적으로 ‘글씨가 곧 사람’이라 글씨에서 그 사람의 성품과 학식을 짐작할 수 있다고 믿었고, 공자는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이 귀한 사람인지 천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는 “글씨를 쓰기 전에 제일 먼저 뜻을 바르게 세우라.”고 말해서 글씨에 고결한 정신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퇴계 이황 역시 “마음이 바르면 글씨도 바르다.”고 했고, 셰익스피어는 “내게 손글씨를 보여주면 그 사람의 성격을 말해주겠다” 하기도 했다. 이에 서양에서는 수천 년에 걸쳐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글씨를 크기, 모양, 간격, 기울기 등으로 분석하는 필적학을 발달시켰다. 이는 글씨를 쓸 때 뇌에서 손과 팔 근육에 메시지를 전달해서 선, 굴곡, 점 등을 만들기 때문에 필적이 내적 세계를 반영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필적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필적학에서는 글자 크기, 형태, 압력, 속도, 기울기, 정돈성, 전체적인 인상, 자연스러움, 조화, 리듬 등을 살핀다. 자음과 모음의 세부적인 형태, 글자의 시작 부분 및 끝부분의 형태, 필순, 자획을 이어 쓰는 방법, 운필 방향, 획 사이의 공간, 자획의 굴곡 상태와 꺾인 각도 등 세부적인 운필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 21p
다시 말해 필적은 ‘뇌의 흔적’이자 ‘몸짓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여 그 근원을 알게 되면, 행동 습관인 필체를 바꾸어 성격을 바꿀 수도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의식적으로 글씨체를 바꾸면 성격이 변하고, 성격이 바뀌면 행동 패턴이 변하며, 행동 패턴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런 뜻에 따라 저자는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를 통해 다양한 글씨의 유형에 따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분석하고, 어떻게 꾸준히 쓰고 연습하면 성격과 인생까지 바꿀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또 김구, 안중근, 한용운, 역대 대통령, 백남준, 김연아와 같은 유명인의 필체를 수록하여 그들이 어떤 성향을 지녔으며 그것을 어떻게 삶의 무기로 삼았는지를 살펴본다.
필체를 바꾸는 2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 번째 방법은 자신이 모델로 삼는 사람의 필체를 흉내 내는 방법이다. (…) 글씨를 바꾸는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목표 달성, 또는 과제 해결에 부합하는 필적 특징을 부분적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현재의 자신에게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공부를 잘하고 싶다.’,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인내심을 기르고 싶다.’, ‘연예인으로 성공하고 싶다.’, ‘일을 똑 부러지게 하고 싶다.’, ‘시험에 합격하고 싶다.’와 같은 목표를 세운다. 그 다음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필적 특징을 따라 쓰는 것이다. / 31p
필적학자들은 둥근 글씨는 친화적이고 사회성이 있으며 다정하고 편안한 사람을 의미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또 여성스럽고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으며 적응력이 있고 즐거움과 그것을 위한 돈을 버는 데 애착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각진 글씨는 용기가 있고 열심히 일하며 적극적이고 현실적이고 물질적이며 신뢰할 수 있으나 무례하고 거칠며 이기적이고 저항적이고 융통성이 없다고 말한다.
모서리에 각이 선명한 모난 글씨는 사회규범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 쓴다. 의지가 굳고,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게 비판적이며 유머가 부족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정직하고 고집이 있으며 원칙을 중시한다. 조직 관념이 강하고 품행이 단정하다. 모험을 좋아하지 않고 정의감과 책임감이 있다. 규칙적이고 꼼꼼하며 진지하고 고지식하다. / 51p
필압이 세다는 것은 정신적 힘이 강하고 의지가 굳다는 것을 의미한다. 활력이 있고 결연함, 열정, 주도권, 용기, 자기주장이 강함, 물질주의, 공격성, 호전적, 저항적, 감각적, 심미적임을 의미한다. 안중근, 박정희 전 대통령, 조선 후기의 송시열, 야구선수 최동원, 선동열과 같은 강인한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서도 나타나고 유영철과 같은 살인범에게서도 나타난다. 일상 행동 역시 파워풀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과 불화가 있을 수 있다. / 55p




나의 글씨체는 둥근 글씨체인가, 각진 글씨체인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글씨체인가 내려가는 글씨체인가. 획 사이가 여유 있는 글씨체인가 획이 가까이 붙어 있는 글씨체인가. 혹은 글을 쓰는 속도가 빠른가, 느린가. 책을 읽다보면 내가 쓰는 글씨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해봄으로써 나의 성향이나 성격이 이런저런 장단점을 지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이를 어떻게 고쳐 써야 할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무엇보다 공부 잘하는 글씨, 합격하는 글씨, 존경받는 글씨, 큰 부자 되는 글씨 등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상에 따라 꾸준히 연습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인생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봄으로써, 이를 자기긍정이자 특별한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삼아볼 만하다.
훌륭한 글씨체로 정약용의 글씨를 소개하고 싶다. 그의 글씨는 보기에도 멋스럽지만 필적학으로 접근해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그는 군자나 대인과 같은 이상적인 인간의 수준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형태가 네모반듯한 글씨를 쓰는 사람은 보통 보수적이고 이성적이며 곧다. 하지만 글자의 간격이 충분히 넓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고 용기도 갖추고 있었다. / 174p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씨를 두고 악필이라 평가하는데, 저자는 일반적으로 예쁘고 단정한 글씨를 잘 쓴 글씨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글씨가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나쁜 글씨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잘 쓴 글씨와 못 쓴 글씨는 스스로 추구하는 인간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필적학적으로 악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그는 당장에 바른 글씨 쓰기 책을 사서 무조건 따라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 그에 맞는 글씨체를 지향하는 것에 목표를 두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또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가. 이 책을 나를 이해하고, 내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해볼 수 있는 좋은 가이드로 삼아보기를 추천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