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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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돈에 대한 고정관념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긍정의 힘!

지금 이 순간을 살 것, 마음가짐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아이가 올해로 여섯 살이 되면서 구체적인 이사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왔다. 현재 살고 있는 곳 주변에는 아이가 다닐 수 있을 만한 학교가 있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유년 시절부터 자라고 성장해왔던 동네로 이사를 가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무래도 대구에서도 가장 학구열이 높기로 소문난 수성구 내에 위치해 있다 보니, 현재 살고 있는 집과 같은 평수의 집임에도 불구하고 몇 배 이상의 집값이 필요한 것이다. 그간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껴가며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어마어마한 집값 앞에서 드러난 우리의 형편이란, 그저 숨을 턱턱 막히게 할 뿐이다. 학교 다닐 때는 생활비 마련하느라,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한 뒤에는 학자금 대출에 결혼 비용을 마련하느라 젊은 시절을 다 보냈는데, 이제는 내 집 마련에 늘어날 아이들 교육비까지 감당하려니 막막할 따름이다. 정말 ‘돈 걱정’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하려나.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돈은커녕 빚만 물려주게 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암담해진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부자 되는 법’을 일러준다는 책들을 보면 거리감이 든다. 그간 돈의 법칙과 부의 흐름을 이해하는 법을 일러주는 책도 읽어봤고, 똑똑한 소비 혹은 빚을 가장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도 만나봤지만 현실은 늘 제자리걸음이고,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는 것만으로도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통장 잔고가 조금은 더 ‘넉넉한’ 정도라면 모를까, 속된 말로 로또 벼락이라도 맞으면 모를까, ‘부자’란 말은 그저 남의 일인 게 분명하다. 그러다보니 ‘부자가 되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일러준다던 이 책의 소개 글을 읽으면서도 선선히 마음이 기울지 않았다. 심지어 대한민국 상위 0.01%가 찾는 행운의 여신이자 해외에서 선출간된 최초의 자기계발서라는 표현조차 거창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정말 이 책을 읽고 나면 돈에 대한 불안이 사라질 수 있을까, 그저 작은 습관만으로도 부와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무엇이 그토록 많은 해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걸까. 그렇게 의구심만큼이나 강렬한 호기심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있음’에 주의를 기울일 때 당신을 둘러싼 세계는 다르게 인식될 거예요

 

 

   책을 읽기 전에 『더 해빙』의 공동 저자인 이서윤, 그녀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그녀는 사주와 관상에 능했던 할머니의 발견으로 일곱 살 때 운명학에 입문했다고 한다. 이후 주역과 명리학, 자미두수, 점성학 등 동서양의 운명학을 빠짐없이 익힌 그녀는 10만 명의 데이터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하여 부의 비밀에 주목했고, 이는 소문으로 퍼져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자신을 찾아오는 부자들의 자문에 응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해 세상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미국과 유럽 등지를 오가며 세계 각지의 운명학 대가들과 교류하면서 내공의 깊이를 더한 그녀는 깊은 통찰력과 혜안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오너와 주요 경영인, 대형 투자자들이 앞다퉈 자문을 구하는 ‘부자들의 구루’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또 다른 저자이자 전직 기자 출신인 홍주연이 서윤을 만나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면서 부와 행운의 비밀을 배워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서윤을 만난다면 가장 묻고 싶고 또 가장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닐까. 숨을 죽이고 듣고 있는 홍 기자에게 서윤은 “Having”이라고 말한다. 서윤이 말하는 Having이란, 지금 여기에서 ‘있음’에 주목하는 마음가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느끼고 집중해야 할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이 순간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쪼들린다거나 돈이 없다고 투덜댄다. 누가 봐도 괜찮은 중산층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돈은 늘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서윤은 ‘없음’의 렌즈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있음’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 돈을 쓰는 순간에도 내가 이 물건을 살 수 는 돈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할 줄 안다면 부는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세상의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어요. 그저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따라 세상을 인식하죠. 무언가를 원해본 적 있으시죠? 하얀색 운동화를 예로 들어보죠. 갑자기 온 세상에 하얀 운동화만 보일 거예요. 마찬가지로 ‘있음’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홍 기자님을 둘러싼 세계는 다르게 인식될 거예요. ‘없음’의 세상에서 ‘있음’의 세상으로요. 그 감정의 파장이 홍 기자님의 세상을 바꿔가죠.” / 53p

 

 

“진짜 부자는 돈을 쓰면서 그것을 기쁨으로 누릴 줄 알죠. 지금 주머니에 얼마가 있는지는 중요치 않아요. 돈을 쓰는 그 순간 Having을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그 감정 에너지로 돈을 끌어당기거든요. 아무리 작은 액수도 상관없어요. Having은 단돈 1달러라도 ‘지금 나에게 돈이 있다’는 것에 집중하는 데서 시작해요. 그 감정이 커져갈수록 돈을 벌 수 있는 내 능력에 감사하게 되죠. 돈을 벌어다 준 세상에게도 감사하게 되고요. 그렇게 더 큰돈이 돌아올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진짜 부자의 마음이에요.” / 94p

 

 

“회장님, 큰 성공을 거두게 된 비결이 무엇입니까?”“하늘이 주는 세 가지 은혜가 있었습니다. 가난한 것, 허약한 것, 못 배운 것이 그것이지요. 그 은혜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네? 하늘의 은혜라니요? 그건 모두 불행 아닌가요?”

“가난함 덕택에 성실함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어요. 허약하게 태어나서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몸을 아낄 수 있었고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했기 때문에 항상 배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남들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환경에서도 마쓰시다는 Having을 마음에 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했고, 그것의 긍정적인 면을 보았다. / 96p

 

 

 

 

 

 

   책 속에는 Having을 실천하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되어 있다. 그 중 우리가 쉽게 해볼 수 있음직한 것이 ‘Having 모션’, ‘Having 노트’다. Having 모션은 일종의 신호등과 같다. 어떤 물건을 사고자 할 때 초록불(자연스러움, 편안함)을 느끼면 그대로 돈을 쓰고 빨간불(긴장, 불편함, 불안, 걱정)을 발견하면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Having 노트는 ‘나는 가지고 있다(I have~)’로 지금 자신에게 있는 것을 적고 ‘나는 느낀다(I feel~)’로 자신의 감정을 일기처럼 써보는 것이다. 문장을 단순할수록 좋고 감사나 감탄의 표현을 덧붙여보기를 권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지 않게 한 주에 3, 4회 써볼 것을 제안한다. 점을 찍은 뒤 그것을 연결하면 전체의 흐름을 볼 수 있듯이 서윤은 이렇게 Having 노트를 씀으로써 하나씩 기록하다 보면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파악이 될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2~5번 정도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되는데, 이 시기를 알고 활용해 부자가 되는 사람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그것이 기회인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Having 노트를 쓰다보면 나에게 찾아오는 퀀텀 점프의 기회와 좋은 흐름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원래 큰돈이 들어오기 전에 돈의 흐름이 잠깐 막히곤 하죠. 많은 차량이 좁은 터널을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길이 막히는 병목현상과 유사해요. 그래서 답답하게 느껴지기 쉬워요. 하지만 이 기간을 잘 보내야 터널을 지난 뒤 몇 배의 돈을 더 벌 수 있어요. 기다리는 동안 Having을 잘 하면 그릇을 넘치게 채울 수 있겠지만, 아니면 절반 정도 채우는 것에 그칠 거예요.” / 152p

 

 

“우리의 미래는 밀가루 반죽과 같아요. 다양한 가능성으로 존재하죠. 우리가 관찰하고 인식하고 느끼는 에너지가 반죽의 모양을 형성하는 거예요. 그리고 완성된 반죽이 굳으면 우리 앞의 현실이 되죠. 다시 말해 쿠키를 어떤 모양으로 빚고 구워낼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에요.” / 157p

 

 

“마음의 그릇도 마찬가지예요. 물컵이 갈팡질팡 흔들리는데 재물이 온전히 담겨 있을 리 없죠. 마음이 편안할 때 그 안의 물도 차분하게 머무르는 법이에요. 제가 만난 수많은 부자들은 대부분 돈에 대해 편안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부자여서 마음이 편안한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안한 마음이 그들을 부자로 이끌었죠.” / 186p

 

 

 

 

  이렇게 『더 해빙』을 읽다보면 결국 부와 행운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힘은 ‘마음가짐’이라는 게 선명해진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하고, 지금 흔들린다 해도 불안을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영혼이 이끄는 대로 편안함을 따라 행동하다보면 부와 행운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리라는 믿음이다. 더불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대로 재단하거나, 평생 얼마를 벌 수 있을 것인지 미리 한계를 긋지 않는 자세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없음’이 아닌 ‘있음’에 주목하기, 일단 나는 거기서부터 출발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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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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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나를 찾아줘’와 대척점에 설 수 있는

아주 내밀하고도 절제된 심리 스릴러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일, 가족, 사랑 혹은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수시로 열등감과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극복 가능성을 채워줄 대상 혹은 상대를 찾아 끝없이 헤매는 존재들인지 모르겠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아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에 보편적인 열등감·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 즉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조용한 아내』 속의 조디와 토드에겐 서로가 그런 존재였다. 명석하고 아름다우며 같이 있으면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는 여자 조디, 상대가 편안한지 확인할 줄 아는 섬세한 배려를 지녔으면서도 활력으로 가득한 남자 토드는 각자가 지닌 불완전한 면모들을 상대로 하여금 채울 수 있었기에 서로를 갈망했다. 하지만 욕망은 다른 욕망으로 곧잘 대체되기 마련이고, 비록 비루한 현실이라 하더라도 일상이 모두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고서야 쉽게 전복되지 않는다. 여러 번에 걸친 토드의 외도로 이미 그들의 관계는 진즉에 무너졌어야 마땅하지만 관계는 유예되고 일상은 지속된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안정’과 ‘평온’이 위협받게 된 지금, 조디는 자신의 것을 지켜야만 한다.

 

 

 

 

 

 

사랑과 결혼에 관한 우울한 심리학

 

 

   『조용한 아내』는 이십 년간 이어온 가정에 위기가 닥친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소설은 조디와 토드의 시점을 교차 서술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부부의 극명한 시각차와 내밀한 결혼 생활의 현실은 바로 이 구성 안에서 극의 묘미와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아들러 심리학 연구자이자 심리상담사인 조디는 친구들과 낚시 여행을 가겠다는 말로 불륜 상대와의 여행을 감추려는 토드를 통해 외도의 낌새를 눈치 채지만 토드는 이를 알 리가 없다. 이미 조디는 그의 여러 번에 걸친 외도를 눈감아 준 바가 있다. 심리상담가인 그녀의 분석에 따르면 토드는 과거에 알코올 의존자인 아버지와 학대받는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나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불능과 권위에 대한 혐오, 충동적인 모험심은 사업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그의 끝없는 외도는 깊이 자리잡은 열등감을 반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하나 그녀가 확실하게 아는 것 중에 하나는 가정이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토드뿐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에게 ‘가정은 외도를 화려하게 만드는 대척점’이 되고, 외도란 그 정의상 ‘비밀이고 일시적이며 아무것도 약속되지 않는 것이고, 장기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복잡한 일들로 이어지지 않기에 매력적인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는 그의 거짓 여행이 이십 년간 유지해온 그들의 결혼 생활까지 무너뜨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자신의 삶은 이제 정점에 이르렀으며 이십 년간 지속된 토드 길버트와의 부부 생활로 천천히 침식당한 청춘의 탄력성이 붕괴의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그녀는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념이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서 살인자의 모습이 튀어나오기까지 앞으로 고작 몇 달의 시간이면 충분할 텐데도. / 10p

 

예전에 조디는 토드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는 나의 약점이야. 나는 그 사람한테 약하지.” 그녀는 이 말을 일종의 합리화로서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했다. 남자를 위해 자기의 모습을 변형하는 것은 이제 환영받는 일이 아니고, 현대 여성해방의 관점에선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도 아니다. 사랑이라는 제단에 자기의 가치를 바디는 것은 더 이상 이데올로기로서 유효하지 않다. 그럼에도, 도를 넘어선 관용이 널리 설파되지는 않을지언정, 두 사람이 일상적으로 몸을 맞대고 살며 생활의 전제로서 서로의 존재 방식을 호흡해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어떤 유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 200p

 

 

 

 

 

 

   토드는 오랜 친구인 딘의 딸 나타샤와 아내인 조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조디를 사랑한다. 오랫동안 건축 일에 골몰했던 그로서는 박사 학위에 석사 학위도 지닌 명석한 아내가 자랑스럽다. 언제든 그를 위해 정성껏 내어오는 요리와 분별력, 편안함과 위안을 제공하는 그녀는 심지어 여전히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간혹 조디가 그보다 한 계층 위의 사람이라며 떠들기 좋아하는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되는 것에 심기가 불편하다. 엄밀하게 계산된 대화를 나누며 적당하게 술을 마시고 저녁을 든 뒤, 불을 끄고 갓 세탁한 파자마를 갖춰 입은 채로 이불 속에 들어가는 이 비슷한 패턴에도 언제부턴가 흥미가 떨어졌다. 더욱 씁쓸한 것은 다른 부부들처럼 시끄럽게 말이 많고 싸우다 화해하기를 반복하기보다 항의를 하지도, 고함을 치지도 않는 그녀의 무거운 침묵이, 고집스러운 가식이, 그 안에 내재된 강인함이 그를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타샤는 달랐다. 우울증으로 한참 힘들었을 때, 그녀는 삶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한 남자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감정 속에서 살게 했다.

 

 

 

소년 시절 그의 집에 평형감각이란 없었다. 항상 불확실한 동맹이 문제였다. 어머니는 그를 아버지에게서 보호했고, 아버지는 그가 어머니를 적대하도록 했으며, 그 자신도 혼란을 느끼고 충성이라는 감각을 변형시켰다. / 171p

 

 

어떤 사람들은 삶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가령, 조디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규칙에 따라 나의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디는 그를 높이 평가한다. 그의 성공, 그리고 약속을 실천하고 꿈의 영역을 걸어가는 그의 능력을 찬탄한다. 그는 조디에게 칭찬받는 게 좋다. 그녀의 칭찬은 몇 년간이나 그를 두둥실 떠오르게 하고 용기를 주었다. 또한 칭찬에는 그 자신을 약간 조절하고 궤도를 유지하게 해주는 엄격한 훈육 같은 것이 따라왔다. 그녀가 없었어도 그는 자기 길을 갈 수 있었을 테지만 그녀의 존재는 일종의 자동차 윤활유가 되어주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사랑받지는 않는다. 심지어 어머니의 사랑조차 타협의 결과였다. 어머니의 사랑은 죄책감으로 병들었고, 아버지에 대한 충성심으로 인해 다소 가로막히기도 했다. / 284p

 

 

 

 

 

 

   설사 외도를 한다 하더라도 이 평온한 관계가 유지만 된다면 조디는 토드를 용서할 생각이었다. 심지어 나타샤가 토드의 아이를 가지고, 그가 집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전담 변호사를 통해 조디에게 퇴거 명령이 내려지자 그녀는 이 관계가 정말 끝에 다다랐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그녀는 항상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여자, 잘 운영하는 여자였기에 그간 쌓아놓은 삶들이 한꺼번에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결국 카드까지 모두 정지되고, 집에서 쫓겨날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할 때가 왔음을 실감한다.

 

 

 

   한편, 토드는 조디와 함께 살던 집을 나와 나타샤와의 결혼을 준비하는 중에도 나타샤와 함께하는 삶이 편안히 정착될지, 지금보다 안정되고 정돈될지, 무엇보다 조디와 함께하는 삶과 비슷할지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나타샤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데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나타샤와의 약속을 깨고 일로나라는 웨이트리스를 만나러 가던 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조용한 아내』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줘』를 떠올리게 된다. ‘외도를 한 남편’과 ‘살해 혹은 남편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아내’라는 가정 스릴러의 공식과 결을 같이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나를 찾아줘』가 강렬한 서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매우 극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아내』는 내밀하고도 절제된 서사에 섬세한 문장,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한 부부의 관계를 밀도 있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그 누구도 부부의 속사정을 다 알지 못하지만, 누구나 겪고 있는 부부만의 고민들을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여기에 불안정한 유년기의 가정환경이 한 개인의 자아 형성과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심도 있게 접근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을 단순히 스릴러로 한정 짓기 아쉬운 이유다.

 

 

 

제러드: 그럼 당신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 그게 당신 일이라고 부모님이 당연히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기분이 들었습니까?

조디: 저로선 기분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전 그냥 어린애였는데 그런 권위와 책임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그게 제게 힘을 주었던 것 같아요. 분명 저의 자아 이미지에 영향을 끼쳤을 거고, 물론 궁극적으로는 제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주었죠. 제가 라이언을 낫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요. / 275p

 

 

가운데 낀 딸로서 사는 기분, 부모님이 그녀에게는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다는 사실, 그녀가 학교에서 우등생이 되고 전문가이자 주부로서 가치를 드러냄으로써 부모님에게 반항하려 한 것. 그녀에게 경쟁심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여지도 없었다. 또한 그녀가 양쪽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은 기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머니에게서는 가정을 사랑하는 기질. 그녀는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도 더 원가족의 산물이었다. / 333p

 

 

 

   이 책이 영화화가 확정되면서 조디 역으로는 니콜 키드먼이 낙점되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아름다우며 어딘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는 조디 역으로 그녀는 무척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강렬한 서사가 아닌 심리적인 내러티브를 강조한 이 소설이 어떻게 영화화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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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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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독창적이며 설득력 있는 글쓰기 기술의 모든 것!

이론에서부터 트레이닝을 통한 실전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실력 향상의 지름길을 제시하다! 

 

   요즘 따라 글 쓰는 데 부쩍 힘이 든다. 책을 읽고 감상을 쓰는 것으로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글쓰기가 어렵고, 완성된 글마저도 자신이 없다. 비교적 비슷한 패턴의 문장에, 단문 보다는 장문으로 글이 장황해지는 나쁜 습관은 둘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비판적인 관점에서 책을 읽고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나만의 독창적인 글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글쓰기 실력 너머로 갖추어야 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러한 고민들이 더 많은 책을 읽는다거나 더 많은 글을 쓴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과연 나의 글쓰기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이래저래 답답함만 쌓여가고 이렇다 할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었던 때에, 좋은 기회로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의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를 읽게 되었다. 단순한 글쓰기 이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어 좋은 지도안으로 삼아볼 만한 책이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글로 정리하거나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반론하는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라면, 나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 있음에도 글쓰기에 여전히 자신 없는 이들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자.

 

 

 

 

 

 

모든 글쓰기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수필집 <학문론>에 수록된 글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이를 인용하여 독서나 강의, 토론 그리고 글쓰기가 어우러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생각을 정리하고 담아내야만 그 가치가 보존된다는 점에 있어서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오랫동안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또 싫어하는 이유는,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사실상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교육을 받지 못해서라고 한다. 또 다양한 의견을 장려하고 서로 존중하는 토론 문화 대신 여전히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사회의 영향 때문이라고도 한다. 더욱이 특정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를 읽거나 관찰하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을 글로 써봄으로써 현재 이해 수준과 발전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 교육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평소 “비판적으로 읽고, 생산적으로 토론하고, 생각을 글로 쓴다”는 원칙하에 2010년대 초반부터 서울대에서 글쓰기와 토론을 중심으로 한 수업을 주도해온 저자는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이 책의 서두에서 인용한 베이컨의 말처럼 지적 활동은 읽기, 토론, 그리고 글쓰기로 이루어진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강연을 듣는 것을 포함한다.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오디오북, 이미지, 동영상 등을 통해 많은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지식에 접근하는 것과 지식을 제대로 얻는 것 간에는 큰 괴리가 있다. 듣거나 읽을 때에는 다 이해가 되는 것 같지만 막상 실제로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글로 설명하려 하다 보면 그제야 느낌에 의한 판단이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깨닫게 된다. 바로 이것이 토론과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다. / 18p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공부의 수단이자 목적으로서, 스마트하게 일하는 도구로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쓰기 습관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글쓰기 태도를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꾸준히 쓰는 습관들이기와 논증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글쓴이의 주장을 분석하는 법, 피드백을 통해 낯선 시선으로 다시 검토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다음 2장에서는 논리적 글쓰기를 ‘청출어람’을 위한 활동으로 특징지으며 꾸준히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연습의 중요성과 함께 설득력을 갖춘 논증의 기술을 제시한다. 이때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을 해당 학계의 전문가들이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독창성임을 강조하며, 표절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글쓰기를 할 것을 조언한다.

 

 

 

좋은 글의 특징

첫째, 제목이 중요하다. 진부한 것보다는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목에서 이어지는 도입부에 흥미로운 이야기나 도전적인 질문, 혹은 예리한 분석 등을 제시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가능하면 글쓴이만이 알고 있는 개인적 일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일화는 글쓴이의 솔직함을 드러내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수록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넷째,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 74p

 

 

 

 

 

 

   이어 3장과 4장에서는 하나의 주장을 요약하고 나아가 그 주장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살펴본다. 논증하는 글을 쓸 때는 관련 분야의 적절한 글을 찾아내어 핵심 주장을 간결하게 독자들에게 요약해주어야 하는데, 이때 요약문의 길이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혹은 어떠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 요약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좋은 요약문의 관건은 압축의 결과가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원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 글이 아니면서, 둘째는 원 글의 핵심 주장이 포함되어 있고, 끝으로 원저자가 동의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원 글에 담겨 있는 여러 정보 가운데 삭제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삭제한 다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두 문장을 찾아내서 그 문장에 담긴 내용을 자신의 문장으로 다시 표현해보자. 능동태를 수동태로, 수동태를 능동태로, 동사를 명사로, 명사를 동사로, 단문을 복문으로, 복문을 단문으로 바꾸는 등의 형태나 형식을 바꾸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단문으로 쓰는 습관들이기와 번역투 문장 즉 피동형 문장을 피하는 데 주의할 것을 잊지 말자.

 

 

 

간결한 요약을 위한 질문

· 핵심어는 무엇인가?

· 주제 문장은 무엇인가? 원 글에 제시되었다면 밑줄을 그어보고, 제시되지 않았다면 핵심어를 활용하여 만들어낼 수 있나?

· 원 글의 내용을 적절하게 압축했나?

· 요약의 길이가 적절한가? 너무 길거나 아니면 짧지 않은가?

· 요약문을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 요약문이 염두에 둔 독자의 수준에 적절한가?

· 원저자가 읽으면 동의할까? / 102p

 

 

이들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표현하려면 전형적인 번역투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모호한 의사 표현 문장은 원래 추측할 때 쓰는 표현인 “~ 인 것 같다”, “~ 수 있다.” 혹은 “~ 로 보인다”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h에서처럼 통계 용어인 타당성에 ‘높아 보인다’라는 추측성 표현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밖에 g의 ‘알아보지 못하는 것’, ‘실망감을 줄 것’과 h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k의 ‘연결됨이’, 그리고 l에서 ‘재미있기’와 같은 명사형·관용형 문장은, 동사나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명사형으로 변화된 문장이다. 영어에서 흔한 동명사나 부정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습관화된 표현일 수 있는데 이 또한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 아니다. / 114p

 

 

 

   5장에서는 여러 개의 주장을 조직화하여 짜임새 있게 정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자신 만의 독창적인 주장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본다. 이어 논리적 글의 기본 구조라 할 수 있는 개요를 발전시켜 주장이 담긴 초고를 작성하는 몇 가지 유형을 6장에서 살펴본다. 그리고 7장에서는 글쓰기와 관련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퇴고를 다룬다. 전체 구성의 짜임새를 점검하는 데서부터 문단 간 연결 점검, 세부적인 문장 내 표현, 삭제와 추가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글을 좀 더 완벽하게 가다듬는 법을 연습해볼 수 있다. 끝으로 8장에서는 자기 글을 제대로 평가하는 법과 남의 글을 읽고 적절한 피드백을 줌으로써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조언하는 것으로 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자료들 간의 관계를 정리하고, 복잡한 논증의 구조를 찾는 데 유용한 논증 다이어그램을 이용하는 법과 말이나 글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메타코멘터리를 이용하는 법은 유용하게 쓰일 듯하다.

 

 

 

초고를 작성할 때는 일단 전체 흐름에 맞게 관련 내용을 많이 포함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퇴고할 때는 적절히 삭제하여 간결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특정 부분을 빼더라도 독자가 글의 핵심 주장을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핵심이다. 지장이 없으면 아무리 마음에 드는 문장이라도 과감히 빼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량에 맞추어야 할 때는 물론이고, 다른 부분과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삭제해야 한다. / 245p

 

 

 

 

 

 

   앞서 고민했던 것처럼 그간 내가 쓴 글은 독창적인 생각을 제시하는 데 부족한, 평범한 글이었다는 점에 있어 이 책은 무엇을 보완해야 하고 어떤 점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모호한 느낌에 머무르지 말고, 무엇을 배웠는지 말이나 글로 반응’할 것을 강조했던 대목은 특히 유념하려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보다 틀리더라도 현재의 이해 수준을 드러낼 때 다른 사람의 비판과 도움으로 배움의 기회가 생긴다던 저자의 말처럼, 책에 대한 감상을 쓸 때도 내가 이해한 수준과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려는 태도를 잊지 말아야겠다.

 

 

 

   이렇듯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글쓰기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더없이 좋은 교과서 같은 책이다. 수록된 33개의 글쓰기 트레이닝으로 실전 감각을 높이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평소 글을 쓰는 데 막막함을 느꼈거나 글쓰기 실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참고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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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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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대의 서사를 알아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직업, 직장, 일에서 발생되는 세대갈등과 세대불통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법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오늘의 단어’로 ‘꼰대(KKHONDAE)’를 선정하여 화제가 된 바가 있다. BBC는 꼰대를 가리켜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 세계의 누리꾼들은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댓글을 달며 많은 공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과 서열주의, 특권의식을 꼬집는 이 말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인 이유는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세대 갈등이 가장 큰 위기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꼰대들의 전형적인 멘트인 “나 때는 말이야”를 “라떼는 말이야~”로 비꼬아 쓴 말이 각종 매체에서 심심치 않게 쓰이고, 꼰대란 말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며 무조건 반발하고 귀부터 막고 보는 역꼰대 현상 역시 꼰대 현상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렇듯 ‘세대 차이’가 ‘세대 위기’로 이어지고 이제는 ‘세대전쟁론’으로 부각될 정도로 큰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지금, 세대 간 화해와 공존의 길은 없는 것일까?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

 

 

세대전쟁론, 위기를 기회로 삼는 3세대 공존법

 

 

  우리는 흔히 1960년대 생을 베이비부머 세대, 1970년대 생은 X세대, 1980년대 생은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 생을 Z세대라고 부른다. 각자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문화, 사고방식이 다르고, 다를 수밖에 없으며,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다르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까?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의 저자 김성회는 근원적으로 거부감은 ‘왜 내 생각과 신념을 따르지 않지?’ 하는 불만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는 각 세대의 경험과 그들이 통과해온 삶의 서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즉, 세대 이해는 시대 서사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사회 변동성이 클수록 차이를 배격하기보다 다름을 끌어안고 기대치와 눈높이를 서로 맞추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질성과 갈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뒤집어서 다양성의 조화로 생각하면 전쟁, 위기가 아닌 ‘세대기회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는 센 세대(베이비부머 세대), 낀 세대(X세대), 신세대(MZ세대)로 일컬어지는 3세대의 저마다 다른 목소리에 고루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살아온 삶, 특히 세대 갈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직장 내, 직업, 일 등에 있어 그들의 생각과 내재된 서사를 다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세대 갈등을 극복해보려 한다. 아울러 국내 최고의 리더십 코칭 전문가인 만큼 세대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이 시대의 리더들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높이고 당장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함께 전수한다.

 

 

 

 

 

 

   아무래도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직장의 경우, 저마다 다른 세대 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세대 간의 특징 역시 분명하게 드러난다. 깨지고 부딪히고 넘어지며 개척해온 베이비부머 세대(센 세대).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란 명제 앞에서 때론 윤리도, 양심도 미뤄야 했다. 이들 세대에게 밥값은 비루함과 엄숙함을 동시에 가진 말이다. 생계는 비루한 것이지만 그것만큼 지엄한 것도 없었다. 눈뜨자마자 출근하고, 퇴근하면 베개에 머리를 대기가 무섭게 곯아떨어졌다. ‘하면 된다’를 믿고 달려왔고, 뛰는 만큼 성과도 나던 시절이었다. 신분의 수직이동 면에서 다이내믹 코리아가 가장 어울리는 시대였다. 개천에서 사는 붕어, 가재, 개구리도 노력만 하면 용이 될 수 있는 세대였다. 성실한 만큼 성공한다는 명제 하에 ‘월화수목금금’ 성실 하나로 버텨온 세대이며, ‘간조심조(간은 조직에, 심장은 조국에)’는 뜨거운 정열과 명분으로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온 이들 세대의 찡한 건배사다.

 

 

 

   한편, 고도 성장기에 자라 민주화 시대 이후에 대학을 다녔고 1997년 외환위기, 2008넌금융위기를 직격으로 맞은 X세대(낀 세대). 회사에 헌신해봐야 헌신짝이 된다는 걸 실감한 이들은 실력을 쌓는 것만인 위기 돌파,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성실한 직장인’을 지향했다면 이들은 ‘탁월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 몸값 높이기에 열중했다. 그런데 이들은 대기실에서 언제 기회가 오나 벼르고 있었더니 위로는 386세대 장기집권에 밀려 무대에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그 사이 치고 들어온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영부영 밀려날 상황이 됐다고 억울해 한다. ‘그 날’을 위해 부단히 갈고 닦았지만 ‘못다 핀 꽃 한 송이’로 ‘아니 벌써’를 읊조리며 내려와야 할 처지다. 또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잔소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하며 늘 양단에서 고민하는 이들은 햄릿에 비유된다.

 

 

 

   MZ세대는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하다. 이들에게 공정성은 개인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합리적 실용주의다. ‘나중에’란 말보다 즉각 보상, 즉각 시정을 요구한다. 이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처럼 대의명분을 원색적으로 내세우지도 않고, X세대처럼 주장을 감추지도 않는다. 필요한 때마다 기회를 봐 자신의 생각을 즉각 표출, 표현하는 카멜레온 같은 보호색 세대다. 또 이들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 전체를 위한 개인의 양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목적과 의도, 명분이 좋아도 ‘과정이 옳지 않다면’, ‘내 삶에 불이익이 생긴다면’, 단호히 거부한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보장보다 즉각 보상을 원한다. 나중은 없으며, 지금 받지 못하면 나중에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들은 늘 불안과 대비에 전전긍긍한다. 직접경험보다는 늘 간접경험을 통해 세상 공부를 하도록 한 영향이 크다. 사회라는 책에서 배우기보다 책 속에서 사회를 배우려 하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는 끝나지 않고 뛰어들 자신감은 생기지 않는다. 준비하지 않은 도전은 늘 두렵다. 변동이 심한 사회를 살면서 가장 확실한 대책만을 추구하려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가장 열심히 대비하지만 가장 불안해하는 세대, 밀레니얼의 역설이다.

 

 

 

밀레니얼은 같이 해야 할 목적이 있을 때는 낯선 사람들끼리도 모여 힘을 합친다. 혹자는 이를 일러 ‘포용적 개인주의’라 말하기도 한다. 혼자이면서 외롭고 싶지 않을 때의 대응법을 가졌다는 점에서다. 혼자이지만 함께 있고,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것이 가능하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에서 MZ세대만큼 고독과 독립에 내성이 강한 세대는 없었다. / 201p

 

 

 

   이렇듯 저마다 다른 세대 간의 목소리는 그들이 어떤 주제에 민감하고, 또 어떻게 현실을 바라보며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서 속속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세대 간에 발생하는 가치관의 간극은 어떻게 좁힐 수 있는가? 저자는 세대의 문제일 뿐 아니라 시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선배세대의 입장에서는 부평초같이 표류하는 세대, 즉결 처리만을 요구하는 세대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당연히 예전보다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래가 늘 불안한 이들에겐 이제 예전과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단지 잘해주는 것, 갑질 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책은 여러 가지 접근법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교육과 조언의 중요성이다. 선배랍시고 경륜이나 직위만 내세우며 내실 없이 뻐기기만 하는 것은 문제지만, 선배의 조언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단단하게 대비시켜야 하는 것이 선배와 어른의 역할이다. 둘째, 독립성은 존중하되 고립은 유의해야 한다. 선배는 후배가 스스로의 힘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이고 지원해야 한다. 기대보다 미진하다면 신속하게 피드백을 해주어 결과물을 수정하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멘토링해주어야 한다. 셋째, 선공후사보다 선사후공하는 것이다. 멘토링이라는 미명 하에 회사 정책을 강요하거나, 일 잘하나 감시하거나, 조직의 목적을 주입하기보다 자신의 커리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넷째,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멘토링도 연공서열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자세, 젊은 후배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세대 공존의 지혜이자 진정으로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끝으로 감성지능과 디지털지능 교환하기다. MZ세대로부터 디지털지능을 배우고, 선배세대로부터 감성지능을 배우는 방법이다. 젊은이들에게 빌려주기 위한 손수건(지혜)은 늘 갖춰놓되, 울기 전에 미리 닦아주는 성급함은 갖지 않는 것, 그것이 선배의 지혜다. 선배들은 후배에게 묻고 배우자. 저자는 이것이 바로 선배세대가 오래돼 상한 포도주스가 아니라 명품 와인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생존의 필수 지혜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화법에 관한 조언도 새겨볼 만하다. 첫째는 허점 색출보다 맹점을 보완해주기다. MZ세대가 선배세대의 말에 무조건 귀를 막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목마르게 바라는 것은 지적이 아니라 지원이다. “틀렸다”고 질책하기보다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말해보라. 이때 진정한 인생선배로서의 위엄이 선다. 둘째, ‘기승전’으로 끝내라. 수고했다는 격려 혹은 질책 뒤의 괜한 사족이 아닌 여백을 남겨놓는 대화가 중요하다. 셋째, 방법보다는 방향을 이야기하자. MZ세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방법 없이 방향만 이야기하면 ‘오지랖’이다. 방향은 확고히 하되, 방법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진짜 대화를 이루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열정과 열심의 기대치를 낮추자. 조직에서 모든 사람이 야심을 가질 수도, 가질 필요도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과거에도 성공하는 이는 소수였는데 저성장기인 오늘날 그 숫자는 더 적어졌다. 성공을 지향하고, 승진과 보상에 목매는 야심만만한 사람만으로 100% 채워져 있는 것보다는 욜로(‘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족이 함께 있는 조직이 낫다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자. 바람직한 것은 ‘직업 소명’이지만 모두가 다 그럴 수는 없다. 일을 ‘생계’로만 삼는 유형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자. 다만 ‘소명’과 ‘생계’는 보상과 인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 84p

 

 

유능한 어른>유능한 꼰대>무능한 어른>무능한 꼰대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MZ세대는 무능한 어른보다는 유능한 꼰대를 우위에 둔다는 점이다. ‘상대에게 도움 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가?’ 그것이 무능과 유능을 가른다. 이들에게 유능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깜냥도 안 되는 포부가 아니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해결책’이다. MZ세대의 마음속엔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되지?’ 하는 질문이 항상 내재해 있다. 리더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갈 길, 룰과 롤을 가르쳐달라는 바람이다. 원포인트 레슨을 해줄 정도의 업무력을 갖춘 데다 공감력도 높다면 그가 바로 유능한 어른이다. / 85p

 

 

 

 

 

 

   저자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조직 충성심, X세대의 합리적 개인주의, MZ세대의 디지털 능력과 글로벌 마인드는 그 어느 시대에서 한 지붕 아래 공존한 적이 없었던 강점들이라고 한다. 각 세대의 행위와 동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세대 갈등은 세대 공감으로 이어지고 세대 차이는 다양성 조화를 위한 천혜의 기회가 된다는 책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 전체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세대라는 틀 속에서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직장 혹은 조직 문화의 경우,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들을 진지하게 실천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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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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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4명의 사랑스러운 소녀들!

이 고전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무려 여섯 번에 걸쳐 영화화 되었을 정도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고전 <작은 아씨들>이 2019년에 이르러 새롭게 개봉되었다.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최연소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로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시얼샤 로전과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로 익히 잘 알려진 엠마 왓슨이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된 작품이지만,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을 만큼 작품성 역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을 찾아가 관람하겠다는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지만, 일단 원작부터 읽어두겠다는 생각으로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된 『작은 아씨들』 버전을 읽기 시작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오리지널 커버이자 1868년 초판본 커버 디자인으로, 적절하게 삽입된 영화 스틸컷과 부록까지 추가로 만나볼 수 있어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대한 몰입감과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다.

 

 

 

 

 

 

그 시절, 소녀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미국의 어느 평범한 가정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네 자매 중 제일 맏이인 메그는 상당한 미인에 배우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치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허영기가 조금 있는 열여섯 살의 소녀다. 그녀는 또래의 젊은 처녀라면 누구나 예쁜 물건과 재미있는 친구들, 행복한 생활을 갈망하듯 가난을 큰 고민거리로 삼으며 가끔씩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반면, 둘째인 조는 “난 나이가 차서 미스 마치라고 불리는 것도 싫고, 기다란 드레스를 입는 것도 싫어.”, “마음은 온통 아빠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 싸우고 싶은 생각뿐인데 집구석에 틀어박혀 할머니처럼 뜨개질이나 해야 하다니.” 하고 푸념할 만큼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녀다. 그녀는 당시 여성들이 미덕으로 삼았던 결혼을 거부하고, 글쓰기에 몰두하며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솔직한 성격의 여성이다.

 

 

 

   셋째인 베스는 아버지가 ‘작은 평온’이라 부를 만큼 조용한 말씨에 평화로운 표정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열세 살의 소녀다. 그녀는 자신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을 때만 간혹 외출할 뿐,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만의 행복한 세계 속에 살기를 원한다. 막내인 에이미는 나이가 제일 어리지만 “오는 기회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할 거야”라고 당당히 말할 만큼 세속적 욕망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늘 자신의 몸가짐에 신경을 쏟고 화가가 되고 싶은 열망과 열정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아이다. 소설은 이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네 명의 ‘작은 아씨들’이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이웃과 사랑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조의 야망은 뭔가 굉장한 일을 하는 거였다. 그게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될 터였다. 조의 가장 큰 고통은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도, 뛰어다닐 수도, 말을 탈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급한 성격과 직선적인 말투,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기질 때문에 조는 늘 궁지에 빠졌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인생은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는 시소게임 같았다. / 87p

 

 

세상에는 베스처럼 수줍음을 잘 타고, 말이 없고, 구석 자리에 앉아 있다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걸 너무 즐거워해서 오히려 누구에게서도 그 희생을 인정받지 못하는 소녀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화덕 위의 작은 귀뚜라미가 노래를 멈추고 나면, 따뜻한 햇살이 침묵과 응달을 남겨둔 채 모습을 감추고 나면, 그때서야 비로소 그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 91p

 

 

메그는 에이미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자였고, 성격이 거의 정반대이긴 하지만 베스에게는 조가 그런 존재였다. 수줍음을 잘 타는 베스는 오로지 조한테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베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껑충한 키에 늘 덤벙대는 조에게 가족 중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메그와 조는 서로를 끔찍이 아꼈지만, 동생을 한 명씩 맡아서 각자의 방식대로 돌봐주고 있었다. 메그와 조는 이를 ‘엄마 놀이’라고 부르며 어린 여성의 모성 본능으로 인형 대신 동생들을 보살폈다. / 93p

 

 

 

 

 

 

   1부에서는 네 자매가 이웃인 로런스 씨와 그의 손자인 로리와 허물없는 우정을 나누어가는 과정, 일명 ‘라임 사건’으로 인해 에이미가 학교를 관두게 되고, 조와 다투어 언니가 아끼는 원고를 불태우기까지 하는 불상사를 일으킴으로써 스스로는 겸손의 미덕을 배우고 조는 자신의 몰인정함을 반성하게 되는 일화가 펼쳐진다. 한편 메그는 모팻 집안에서 처음으로 상류 사회 생활을 경험하면서, 가난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요란한 치장으로 그들의 꼭두각시 인형 노릇을 했던 자신의 경솔함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전쟁 중에 종군목사로 참전한 아버지가 위독해졌다는 전보를 받고, 어머니가 병간호를 하러 떠나는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꺼이 잘라 팔고, 베스가 가난한 이웃을 돌보다 성홍열에 걸리자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에게 헌신함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토록 단란했던 가정에 죽음의 그림자가 맴돌기 시작하자, 하루하루가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집에는 슬픔과 적막감이 감돌았고 일을 하며 기다리는 자매들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제야 메그는 혼자 앉아 일을 하다 말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았는지를 실감했다. 사랑, 보호, 평화, 건강 등과 같은 인생의 진정한 축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그 어떤 사치품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조가 컴컴한 방에서 병에 시달리는 어린 동생과 함께 지내며 베스의 아름답고 착한 성품을 새삼 깨닫는 한편,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깊고 따뜻했는지 느끼게 된 것도 이때였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면서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소박한 미덕들, 예를 들어 재능이나 부, 미모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미덕들을 발휘해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베스의 욕심 없는 꿈을 정식으로 인정하게 된 것 역시 이때였다. / 377p

 

 

 

   위독했던 아버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뒤, 메그가 가난하지만 정직한 브룩 씨를 만나 결혼을 맹세하는 것에서 1부가 끝이 나고, 그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부가 시작된다. 소설은 메그가 소박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 뒤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 또 성홍열을 앓은 뒤 급격하게 생기를 잃었지만 가족의 사랑 안에서 삶의 의지를 이어나가던 베스를 통해 초연하고도 성숙한 자세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가족이 더욱 단단하게 연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대고모를 따라 유럽 각지를 여행 중이던 에이미는 돈이라는 가치에 따르기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되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성숙한 여인으로의 자세를 보여준다. 끝으로 조에게서는 작가로서 자신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고뇌하고 한 개인으로서는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삶을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렇듯 『작은 아씨들』은 19세기 후반, 마치 가의 소녀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자신의 꿈과 사랑을 직시함으로써 ‘여성’이라는 관습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자기긍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이 중요해, 메그. 젊은 부부는 언젠가는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더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단다. 처음 느낀 애정은 지키려고 애쓰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기 마련이거든. 그리고 부모에게 처음 아이들을 가르칠 때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도 없단다. 존을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으로 만들지 마라. 시련과 유혹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네 아이들만큼 존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켜줄 존재도 없으니까.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 너희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 785p

 

 

“부자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 호의호식할 권리도 없고, 돈을 쌓아두었다가 엉뚱한 사람들이 낭비하게 할 권리도 없어.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죽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현명하게 돈을 써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훨씬 더 낫지. 그러니까 우리도 우리끼리 즐겁게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후하게 베풀어 우리만의 기쁨에 추가로 큰 즐거움을 하나 더 얹자고.” / 912p

 

 

 

 

  사회적 제약이 심하던 시절에 여성들을 꿈꾸게 하고, 도전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고전은 15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의미가 깊다. 특히 소설을 읽다보면 이 소녀들이 보여준 삶을 향한 능동적인 자세는 어머니인 마치 부인의 교육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유사 계열의 소설인 『오만과 편견』에서 베넷 부인이 보여주었던 과거의 보편적인 여성관에 비해 그동안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경험만큼 훌륭한 스승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딸들이 엄마의 충고를 군말 없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을 때는 기꺼이 나서서 일이 더 쉬워지도록 거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딸들이 스스로 교훈을 배우도록 가만히 놔둔다. 뿐만 아니라 겸손의 미덕과 일과 놀이의 균형 있는 자세, 결혼에 대한 가치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내면의 중요성, 사회적인 의미로서의 여성 등에 대해 솔직한 조언과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등장인물 중 유독 마치 부인에게 이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 부모일까. 또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엄마가 될 것인가,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그런 놀이를 못하는 일은 절대 없단다, 에이미. 왠지 아니? 형태는 다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우린 늘 천로역정 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지. 우리의 짐은 여기에 있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단다. 그리고 선의와 행복에 대한 갈망은 수많은 역경과 실수를 헤치고 진정한 하늘의 도시인 평화로 향하도록 인도하는 길잡이란다. 자, 어린 순례자 여러분, 이제 놀이가 아니라 진짜 생활 속에서 다시 시작해 보는 게 어떻겠니?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너희들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보는 거야.” / 31p

 

 

“난 너희들에게 욕심이 많단다. 하지만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출세를 바라지는 않는다. 오로지 부자이기 때문에, 화려한 저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자와 결혼한다면 진정한 가정을 꾸린다고 할 수 없단다. 사랑이 부족한 가정은 가정이 아니기 때문이지. 물론 돈이란 것은 살아가는 데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요소야. 그리고 잘만 사용하면 고귀한 것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너희들이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 권좌에 있으면서도 자긍심과 평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여왕보다 행복하고 사랑받고 만족할 수만 있다면 난 너희들이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다 해도 개의치 않을 거야.” / 206p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노예처럼 일만 하진 말거라.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는 것도 중요하단다. 하루하루를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렴. 그렇게 일과 놀이를 잘 조화시키면서 살면 시간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래야 젊은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후회를 덜하게 되지. 난 너희들이 가난하더라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 249p

 

 

 

 

 

 

   만약 10대 혹은 20대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마치 부인이 아니라 조 또는 에이미에게 더 이입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나는 이전의 나보다 더 적극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작은 아씨들』은 누구에게 공감하고 이입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나를 상상하고 꿈꿔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이것이 왜 오랫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 개봉과 더불어 원작에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기회에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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