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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평점 :
'나' 라는 문제는 원래 종교와 철학에서 다루었던 주제다.
과학의 입지가 커지면서 정신의 영역도 점차 과학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불교에서는 원래 '나'는 존재하지 않는 무아론을 내세운다. 심리학에서는 행동하는 '나' 와 성찰하는 '나' 즉 2개의 나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유행가 가사 중에 " 내안에 내가 너무 많아..." 라는 노래도 있다.
그러고 보면 '나' 는 참 신비스런 존재다.
이 책은 바로 '나' 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저자는 '나' 를 세개의 나로 나눈다.
'나'를 시간적으로는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로 구분하고 공간적으로는 나와, 나를 바라보는 나,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평가하는 나로 분리해서 바라 본다.
책의 구성은 크게 3부로 나누어 각각 과거의 나는 편집된 자아로, 현재의 나는 만들어진 자아로, 미래의 나는 꿈꾸는 자아로 표현했다.
1부에서 키 워드는 기억과 서사적 자아다. 저자의 관점에서 기억은 곧 '나'다. 기억이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은 구멍이 많고 완전하지 않다.
기억을 관할하는 뇌는 이러한 빈공간을 메꾸어 불완전한 상태를 완전하게 다듬는다. 문제는 뇌의 작업 방식이 기억의 빈자리를 정확한 정보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임의대로 메꾼다는 점이다. 뇌는 이렇게 기억을 편집해서 나라는 존재를 완성한다.
다시말해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의 결여된 공백을 채워 하나의 서사적 자아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뇌의 농간에 의해 메꿔진 나를 진짜 나라고 착각 한다.
2부는 진화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의 나를 만든다.
오랜세월 인간은 생존하기위해 협업이라는 구조에 적응해야 했고 대중의 영향력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인간이 물려받은 공동체 환경은 개인 보다는 집단의식이 우선시 되어 고유한 자신의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의식이 침투된 불안전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진정한 나 자신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책에는 애쉬의 실험과 순응성 점수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다.
3부는 미래의 '나'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여기서 자기계발 서적으로 둔갑한다.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면 앞의 1,2부는 기초과학이고 3부는 응용과학이다
1,2부를 통해 얻은 지식을 3부에서는 삶에 적용하고 있다
1부에서 뇌의 노고로 '나'라는 서사적 자아가 만들어 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래의 나 역시 뇌가 서사적 자아를 계속 만들어 갈텐데 이때 뇌에 의식적인 변화를 주면 새로운 삶을 창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자자는 미래의 자아로 복제인간을 설정하고 압축과 예측을 활용하여 새로운 서사를 써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3부의 소제목도 꿈꾸는 자아다.
이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의 기초원리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은 뇌과학의 옷을 입은 자기개발서이다.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단지 지식으로 그치지 않고 삶을 바꾸는데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오히려 희망고문으로 점철된 기존의 책과 달리 뇌과학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성이 더 있다.
물론 지적인 요소도 풍요롭다. 뇌과학 뿐 만 아니라 신경심리 및 임상심리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여 여러 실험들이 등장한다.
흥미롭게 읽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유롭게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