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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철학 - 어제의 고민을 오늘의 지혜로 바꾸는
피터 케이브 지음, 서종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4년 3월
평점 :
책 제목에 눈 길이 갔다.
여기서 사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 보았다.
첫째, 철학이란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무대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철학자라는 말이 있듯이 독자들을 대등한 철학자로 만나고자하는 저자의 겸손함이 엿보인다.
둘째, 공적이라는 말의 반대 개념으로 사적인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철학교육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과거 철학 공부는 너무 공식적이었다. 주로 개념과 이론들 위주인 교육용 철학이었다.
저자는 이런 공적인 철학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철학을 추구했다.
셋째, 나만의 고유한 가치로서의 철학이다.
이 책에는 30인의 철학자가 등장하는데 처음 듣는 이름들도 있다. 기원전에 존재했던 레즈비언인 사포라든가 잘 소개되지 않았던 아랍계 철학자 이븐시나가 그렇다. 그리고 철학보다는 문학작품으로 유명한 루이스캐럴이나 시몬 드 보부아르를 30인에 포함시킨 것은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개인적 가치가 담겨있다고 본다.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철학을 대체로 수용하고 오늘의 지혜로 삼고 있지만 의문을 제기 하기도 한다.
철학은 사적 의미와 만나지 않으면 철학적 가치를 상실한다. 때로 원론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더라도 개인의 세계속에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저자는 노자 사상의 순리론을 그져 충돌하지말고 순리에 따르라는 통속적인 의미를 자신의 방식으로 한 발 나아간다. 예를들면 화도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니 참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바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철학이라도 자기 삶과 무관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서로 합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립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만의 돛대를 달지 않는 한 철학의 바다에서 표류할 수 밖에 없다.
해아래 새것이 없다고 우리는 이미 있는 것들을 연구하고 변용시키면서 문화의 영역을 넓혀간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철학은 살아오면서 수 없이 접해왔던 내용들이다. 위대한 고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용되고 활용 될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는 이야기처럼 좋은 해설서들은 고전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변증법적으로 발전시킨다.
저자가 후기에서 소개하고 있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가 천을 짜고 다시 풀어내는 것을 반복하는 것처럼 기존을 철학을 풀어서 새로운 문양으로 철학을 짜놓는 과정이 연속되면서 철학은 더 풍성하게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기존에 나와 있는 해설서들을 번복하거나 재탕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또한 철학자 한 사람의 이야기만 다루더라도 몇 권의 책이 필요한데 30명이나 되는 철학자들의 핵심사상을 한 권에 잘 담아 놓은 것 같다. 무엇보다 날카로운 분석과 깜짝 놀랄만한 의문 제기들이 읽는동안 참신하게 다가왔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유롭게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