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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고장 난 사람들 - 불면증부터 기면병까지, 신경과학으로 본 수면의 비밀
가이 레시자이너 지음, 김성훈 옮김 / 시공사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신선했다.
'잠' 하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과 달리 고함, 거친 움직임, 코골이, 움찔거림, 이상하고 민망한 행동, 등 광란의 도가니 같은 수면검사실의 풍경이 관심을 끌었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지만 수면장애도 환자의 병력을 잘 살피는 것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일 일 것이다.
저자 역시 잠이란 생물학적,사회적,환경적,심리적, 요인이 모이는 절대적 합류점이기 때문에 잠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삶의 모든 요소를 이해해야 한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사례에 나오는 환자들의 가족력이나 성장배경을 장황하게 나열하다보니 내용에 비해 다소 분량이 많아진 듯 하다.
또 한가지 의학계에서 중시하는 것이 '병터'다.
병터는 병원균이 모여 병적 변화를 일으키는 자리인데 병터와 증상 간의 관계를 파악해야만 좀 더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장애 역시 신경계의 병터와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즉 뇌의 병터가 수면발작, 생생한 꿈, 환각, 수면마비, 자면서 걷고 먹고 심지어 오토바이를 타는 것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뇌의 문제점과 증상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많은 할애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해 건강한 수면을 이룰 수 없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깊은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이 책은 뇌신경학을 바탕으로 수면장애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동안 잠에 대해서 단순히 깨어 있음과 잠을 자는 것으로 이분법적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과 깨어있음 사이에는 무수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는 자면서도 난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보니 반가웠다.
돌고래나 새는 한쪽 뇌가 잠든 사이 다른 쪽 뇌는 깨어 있어서 물이나 하늘에서 안전을 유지한다고 한다.
인간은 이런 기능이 없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는데 바로 몽유병이 그런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때문에 잠을 자고 있으면서도 오토바이를 타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면장애 종류로 '하지불안 증후군' 이 있다는 이야기는 여기에서 처음 들었다. 증상으로는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발차기와 발목에 경련이 있다고 하는데 원인은 미스테리라고 한다.
또 한가지 낯선 용어는 클라인-레빈증후군이다. 주로 십대에서 많이 발생하며 수면패턴이상,과식,성욕과잉,비현실감 체험등이 나타나는 증상인데 특히 잠이 들면 깨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
탈력발작이 수반되는 기면병도 특이하다. 기면병은 뇌 중앙 깊숙한 곳 소수의 뉴런이 손상을 입어 생기는 병인데 보통 사람은 렘수면으로 들어가려면 일정한 시간이 경과되지만 기면병 환자는 각성상태에서 렘수면으로 직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면증은 수면-각성 사이와, 렘수면-비렘수면 사이를 조절하는 하이포크레틴이 결핍된 상태라 낮에 갑자기 졸리거나 저항할 수 없는 수면 발작 수면마비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의사다. 환자를 생각하거나 대하는 태도에서 인류애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뿐 만 아니라 글도 잘 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문장들을 통해 잘 구사하고 있다.
역자 역시 마치 본인이 직접 쓴 글처럼 유연하게 번역해서 다소 분량이 많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심하지는 않지만 지니고 있는 불면증을 해결하려는 도구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다른 쪽으로 위로를 받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광란의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지니고 있는 문제는 지극히 작은 것임을 발견했고 이로써 마음의 치유를 받았다.
어쩌면 저자도 애매한 불면증 환자들의 심리적 위안을 위해 의도적으로 불면증에 관한 이야기를 마지막장에 배치 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불면증이라는 생각이 불면증을 더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어느 정도 불면증을 가지고 있고 개인차가 커서 획일적인 잣대를 드리 댈 순 없다고 한다.
어떤 사람을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이드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이는 밤마다 양을 세느라 바쁜 사람도 있다. 후자라고 해서 불면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수면 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뇌과학을 기반으로 수면에 대한 신경학적 지식들을 습득 할 수 있었고 특히 렘수면 비렘수면의 차이 그리고 렘수면이 데자뷔나 환영현상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도 흥미 있게 읽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자율적인 환경에서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