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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그림들 - 보통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이 책은 그림 에세이다.
저자는 글을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출판 편집자이기도 하고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는 글에서 뭔가 아쉬움을 느낀다.
글은 존재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미술관을 즐겨 방문하고 그림을 통해 글에서 볼 수 없었던 삶의 은밀한 흔적들을 발견한다.
미로의 자화상에서 오래된 자신의 자화상을 되돌아 보기도하고, 스토치의 그림에서는 홀로있는 여자들의 뒷 모습을 통해 자신을 본다.
하지만 그녀가 그림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책이 주는 직업적 스트레스와 삶이 만드는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녀는 글쟁이고 글을 사랑한다. 그녀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책이 될 만한 재료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때로는 영화나 소설 한편도 타오르는 질투심 때문에 편안히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그림은 그녀에게 도피처가 된다.
" 아, 책이 아닌 그림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온 몸에 힘주고 앉아 있다가 힘을 빼고 해변가에 반쯤 누워 있는 기분이 든다"(p85)
마지막으로 그림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다.
이 책은 그림과 문학과 작가의 삶이 쓰리쿠션처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녀는 영국 화가 컨스터블의 등대를 감상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한구절이 떠올랐고, 그것은 코로나 현실속 자신의 삶에 투영되어 한 꼭지의 글을 완성시킨다.
작가는 자신의 고단했던 순간들과 행복했던 시간들을 그림속에 녹였다.
아이에게 소리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베스트셀러를 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이제는 저항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일상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이 책의 주제다. 그녀가 꿈꾸는 것은 조지아 오키프의 말을 인용하듯 예술가의 삶이 아니라 예술적 삶이다.
너무 익숙하고 고정된 삶속에 고뇌하던 작가는 "모든 사물을 처음보는 것처럼 바라볼 수는 없을까" 라고 자문한다.
그리고는 "너무 많은 책과 너무 많은 그림과 너무 많은 영화를 봐왔고, 지금도 보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고 자답한다.
하지만 그녀는 실망하지 않는다. 어떤 조건이든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내 삶은 씩씩하게 흐른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일상을 전제로 한다.
작가는 책 서두에 영화 <바닐라 스카이> 를 소개하면서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사랑을 준 사람보다 단 하루 밖에 만나지 못한 사람을 선택한 불행한 이야기로 문을 연다.
물론 하루만에 참된 사랑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작가가 품고 있는 진정한 사랑이란 보통의 일상에서 참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녀의 말대로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운 것이 아니라 그 일상을 꼭 지키고 싶은 것이다.
나중에 그녀는 사전트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세심하게 관찰하면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는 이 책에 담은 그림들을 하나의 캠버스에 응축시킨 것 같은 작품으로 쇠라의 <아침산책> 을 꼽았다.
그림을 형성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점들 중에 하나도 같은 점들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비슷한 것 같지만 매일 매일 일상이 모며 진정한 예술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 전체에서 말하고 싶었던 주제를 간략하게 요약한다.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면 평범한 것도 영원히 박제하고 싶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우리들은 무의미하고 작고 사소한 말과 그림들을 주고 받으며 스토리라는 예술품을 만들어 간다"
독자들 또한 이 책을 애정어린 눈길로 읽다보면 작가가 경험했던 인생의 기쁨과 놀라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고, 일상의 삶을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