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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타 1~2 세트 - 전2권 ㅣ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7월
평점 :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은 오랜 철학적 논제다. 영혼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물음도 끊임없는 논쟁거리 중의 하나이다.
영혼도 육체와 분리되어 있다는 이원론이 있고 영혼이란 따로 없고 육체의 활동과 동시에 의식이 생성된다는 일원론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에리타는 둘이다. 현실의 에리타와 미래의 에리타다. 뇌도 하나의 육체로 본다면 (영혼과 육체의 구분과는 다소 다른 면이 있지만) 영혼의 에리타는 시험관 속에 뇌의 형태로 존재하고 육체의 에리타는 현재 활동하는 에리타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이 책 전체가 주는 한가지 핵심적 질문은 누가 진짜 에리타인가 라는 물음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가온이라는 똑 같은 이름의 두 존재는 에리타의 아버지 에드먼 박사의 창조물이다. 둘은 매사 의견이 대립되고 허구헌날 다툼의 연속이다.
이 두 가온은 작가의 이성과 감성을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가 아닌가 싶다.
작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질적 문제를 가온이라는 인공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효율성을 따지는 이성적 가온은 박사에게 질문한다. 만일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때 미래의 에리타와 현재의 에리타 중 누구를 우선해야하느냐고.
박사는 그 선택은 가온에게 맡긴다고 말한다. 작가는 존재의 궁극적 질문을 회피하며 가온에게 되돌리고 그 질문은 다시 독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사실 이성적인 가온은 현실 에리타를 하나의 도구로 보았고 시험관속에 들어 있는 뇌를 미래의 생물학적인 진짜 에리타로 인식하고 있었다.
현실의 에리타는 거의 인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하게 지어졌다.
그녀는 인간적 감정을 드러내고 정서적 반응을 하며 육체 또한 피를 지니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인공이라는 그 사실 하나 때문에 그녀는 인간이라는 범주에서 제외된다.
인간이란 반드시 생물학적인 뿌리가 있어야만 인간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이라 할지라고 인간과 동일한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으로 봐야하는가.
이것이 이 책이 묻는 궁극적인 질문이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에리타와 두 가온은 모두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지상에서 이미 사라졌다. 명색이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시험관속에 있는 뇌 하나 뿐이지만 그것도 물체로만 느껴진다.
이미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리의 조상은 원숭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떠오르고 있다.
비록 방식은 다르지만 지구라는 행성의 문명을 지배했던 사피엔스는 그 욕망이 자초한 환경파괴로 종말을 맞이하고
인공지능에게 다음 세대를 물려줘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독자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