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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윤현희 지음 / 지와인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술을 심리치료적 관점에서 쓴 글이다. 제목을 '미술의 마음'이라 붙인 것은 아마도 '미술치료' 라는 이미 대중화된 언어의 식상함에서 벗어나고자 함과 '치료'라는 강한 어감에서 탈피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술과 정신치료의 관계는 오랜 역사 가지고 있다. 아동들은 아직 마음의 방어벽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을 통해 쉽게 심리를 파악할 수 있어서 미술은 중요한 치료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무게 중심은 미술 보다는 치료쪽에 있다.
제목과 화려한 삽화들만 보고 미술에 관한 책으로 접근하면 실망할 수 있다.
읽다보면 느낄 수 있지만 일반 미술책이 그림의 화풍이나 시대적배경 그리고 페인팅 기술에 초점이 맞춰있으나 이 책은 등장하는 작가의 삶과 그림이 내뿜고 있는 이야기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즉 작품을 예술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인생 변화에 따라 작품에서 나타나는 삶의 고통과 환희를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미술 입장에서 보면 다소 서운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미술작품의 가치를 새로운 사조나 기법에 두지 않고 관찰자의 치료적관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말한다 " 중요한 것은 대상이 아니라 관찰자의 주관과 해석이라는 것이다. 별것 아닌 대상도 관찰자의 애정어린 시선이 닿으면 의미와 가치가 부여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환기한다.
진부한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입히는 것은 예술가만의 특권은 아니다. 별것 아닌 것들에 우리의 시선이 머무르고 사소한 것들이 의미를 부여받을 때 특별하지 않은 듯했던 일상은 꽃이 되고 예술로 환생된다"p79.
하지만 이책이 치료쪽에만 중점을 두고 예술적인 면을 가볍게 본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는 미술사가 못지 않게 작품에 대한 깊은 안목을 가지고 역사적 배경 뿐만 아니라 프루스트나 버지니아 울프 같은 거장들을 소환시켜 문학적인 감성을 자극하기도하고 과학의 영역과 접목시켜 지적 희열을 주기도 한다.
특히 색채와 시각이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생리학적 지식은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심리학에서 다루는 용어나 이론을 작품 세계로 끌여들여 절묘하게 조합시키는 장면들을 곳곳에서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다.
내장된 작품들은 만만치 않은 분량의 내용들을 소화시키는데 적절한 효소역할을 할 뿐 만아니라 독자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풍성한 자료가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미술과 심리의 세계를 두루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치유되는 특별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입장에서 작성했습니다.